하늘을 수놓던 화려한 불 모두 꺼진 뒤 돌아가는 길목을 거치던 어느 때였다. 불꽃놀이가 끝이 났단들 축제는 여전히 성황이다. 거리는 여지껏 사람의 무리로 흥성이고 휘황찬란한 조명들은 빛 잃지 않은 채 여기저기서 번쩍인다. 사방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며 외치는 소리로 풍경이 온통 북적했다. 그렇게 모두가 흐뭇한 흥분에 젖어 경계가 흐려진 때, 자칫 한눈을 팔았다간 부대끼는 인파 속에 길 잃기 십상인 시간. 축제의 흥에 취하여 한시라도 바로 보지 않거든 길을 잘못 밟게 되리라. 그토록 화려하고 곱던 등불의 빛깔 어느덧 잡란해진 것 눈치채지 못하고, 오묘한 색이 넋 빼놓는 것 모르고 그렇게, 그렇게. 외로 된 길로 하염없이 빠지게 될 것이다. '보통의 인간'은.
축제의 복판을 빠져나오던 중 신은 문득 어느 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런 당위 없이도 직감했다. 어느 순간, 어디에선가부터─ 불경不敬하고도 불경不經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음을. 제 곁의 맹랑한 녀석 말하기를 요괴들의 축제가 있다던데 이것이 그것인가 싶다. 어찌 되었건 무신의 관심사는 아니기에 그저 지나치려 했건만…… 한참 상념에 빠져 있던 도중, 한 곳을 오래 보고 있자니 곁에서 귀찮은 소리 들려 오기나 한다.
"됐다. 마저 가기나 해라."
그래, 눈앞에 무엇이 벌어지든 아무래도 된 일이다. 그는 눈 동그랗게 뜬 녀석의 어깨를 붙잡고 가던 걸음이나 재촉하기로 했다. ……하여 무신은 축제의 이면에 열린 '틈'을 지나쳤치만, 신의 본本과 영위란 본디 지상에 묶이지 않나니. 거처로 돌아가길 택한 무신이 있다면 괴이한 축제를 지나치지 않은 '무신' 또한 있는 법이다. 어질어질 이지러지고 아찔하게 일그러지는 길목으로 '무신'이 발을 들였다. 요괴들이 어떤 불경을 저지르든 저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그저 무시했어도 무방했겠지만, 뒤틀린 어귀에서 손짓하는 괴이의 너머 우연하게도 아는 기척 하나 느껴지기에. 이곳 인간들은 어찌 된 것인지 툭하면 들어선 안 될 곳으로 새기가 고양이 새끼보다도 더하다. 손주란 놈은 제 혈육 죽은 일로 지금도 종종 궁태고. 그런 판에 혹여라도 친한 인간 하나 더 없어졌다간 그놈이 예서 얼마나 더 귀찮게 굴지 모르겠다.
신은 손수 저편의 얇은 경계를 들추었다. 그저 귀찮은 경우 피하고자 할 뿐이었으니, 임하는 마음 또한 종잇장 한 꺼풀 만큼의 경계만치나 얄팍했다.
그리하여 세상이 뒤집힌다. 반전되고, 어긋나고, 이곳에서만큼은 정순함이 그르며 혼탁이 옳다. 정결을 물리친 자리에는 부정不淨만이 가득하다. 아무리 재앙과 요괴의 이름으로 불린 신이라 한들 근간은 신인 고로 무신 또한 추악한 공기가 반갑지는 않았다. 무어, 다 그렇다 쳐도 장소도 왜 하필 뒷간인지. 그러잖아도 음한 장소에 생리적인 지저분함마저 더해지니 썩 떨떠름하다. 뒷축제를 나가는 것보다도 변소를 나가는 게 더 우선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덴 고양이처럼 화들짝 튀어오르려는 어깨를 붙잡아 바로 세워주었다. 그러는 도중으로 인간의 귓가에 신이 내쉰 숨 잠시 머물렀다.
"혹여 망동할까 하여 선차 고하마. 당연한 양 굴어라, 공연히 인간이란 태 드러내지 말고."
어느덧 깨져 어긋난 거울상으로 뒤에 선 신의 모습 고스란히 비친다. 전해지는 말과 입을 벌리는 모양이 맞지 않는다. 들리는 목소리 또한 성대로 낸 소리가 아닌 것만 같으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리 없이 입술만 단 한 번 나지막이 열었음에도 음성은 생생하게 전해졌을 테다. 뇌리에 직접 새겨넣듯이, 야릇할 만치나 또렷하게.
>>464 아 나 이거 알아 ㅋㅋㅋㄱㅋㅋㅋ 니까짓게 감히 나를...? 🤭🤭 ㅋㅋㅋㄱㅋㅋㅋㅋ 여우인척 하는 곰인거 금방 들통났겠지만... 행보가 조금 별나서 아차차 그런 일도 있었지~ 싶긴 하겠다... 광대 패거리로 변장해 복수 대상에 접근하니만큼 아오상과 마주칠 일도 많았을거고...
오랜 기다림 끝에 이 춤사위가 숙적의 눈에 띄어 신께 바칠 극에 올라 복수의 기회에 닿지만, 극의 한장면처럼 칼을 뽑아든 순간 아오상과 눈이 맞아... (중략) 대충 이런 장면도 떠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