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과감히, 그의 두 뺨을 붙들고 비스듬히 입술을 겹쳤다. 문득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기울인 것은 이쪽인데 다시금 고개가 들어졌다. 반가운 속박감에 이성이 파열했다. 다정하고 상냥한 입맞춤보다 한걸음 되돌릴 수 없도록 등허리를 감아오는 손길을 더없이 기다렸다. 제발 배려해 주지 않았으면 하는, 물러나길 바라지 않는 힘없는 손길로 그의 어깨를 밀어보고, 가슴팍을 툭툭 쳐대보기도 했다. 의미 없는 저항을 하는 동안 고의적으로 느낀 무력감에 호흡이 무척이나 거칠어졌다. 결국, 아까 그랬던 것처럼 입술을 풀어버렸다. 그가 힘을 줄 때마다 우는 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 벅차올라 새어난 눈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뜨거웠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흔적을 고스란히 기억해 손등으로 눈가를 가리고 고개를 내렸다.
>>254 아아 청춘...... 청춘 좋아.......... 루루쟝 귀여운데 앞으로도 자주 보여주세요
>>260 내가 졌다는 사실을 적시하다니 우에엥 너무해애애애애
아야나주의 짤을 보고 생각난 tmi) 사실 그동안 얘가 머리를 뭘로 묶었는지까지는 설정 안했었거든? 근데 캡틴이 그려준 저거... 일본 전통 헤어스타일 특유의... 종이끈으로 묶는 저거 있잖아... 찾아보니까 모토유이(元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그거 꽤 마음에 들어서 나도 채탁하기로 했다😏
유우키는 자고로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불만이 없었고 딱히 카와자토 쪽이 아니면 신과 요괴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자신은 시라카와 가의 장남이고, 카와자토 일가를 모시는 집안의 사람이니, 다른 신과 요괴에 관심을 둬서 뭘 하겠는가.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이 아주 살짝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어깨를 밀거나 가슴팍을 툭툭치는 그녀의 속마음을 인간인 자신은 알 수 없었으니까. 물론 추측이야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속을 완전히 꿰뚫어볼 순 없었다. 그야 신이라고 해서 사람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보는진 알 수 없었으나 ㅡ적어도 요괴는 아니지 않을까라고 유우키는 생각했다.ㅡ 어쩌면 신이라면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만약 자신이 신이라면, 지금 그녀가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아주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원망했으나 그것과 동시에 그는 자신이 인간임에 안심할 수 있었다. 자신과 그녀가 정말로 끝까지 이 인연을 이어나가고, 언제나 쭉 함께있는 사이로 정착하여, 더 깊은 연을 맺게 될 시, 반드시 찾아오게 될 영원한 이별의 순간, 자신이 홀로 남아있을 일은 없을테니까. 물론 이마저도 그저 추측일 뿐이었다.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얕은 추측이었다.
입술이 떨어지자 그녀가 손등을 내리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심통이 난 것 같은 다시는 안 줄 거라는 그 말에 유우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가로챌건데. 난. 그 이후에 다시 되찾아가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난 또 다시 뺏을거야."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계속될지도 모르는 쟁탈전을 선언하며 유우키는 살며시 히나에게 다가간 후에 자세를 낮췄고 등을 내줬다. 업어달라는 말을 거절할 생각은 그에게 없었다. 그대로 온천까지 데려갈 생각이었으니까. 김에 먹을 것도 조금 사가면 좋을 수도 있겠고. 빈 방을 하나 써서 이것저것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 수 있을테고, 설사 그 자리에서 안 먹더라도, 축제 음식을 사가서 두고두고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까.
그녀가 유우키에게 업힌다면 유우키는 그대로 자세를 원래대로 돌린 후에,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을 것이다. 언덕길을 내려가며, 북적북적한 사람들을 넘어서서, 축제장을 향해서. 그리고 그 너머, 밤을 보낼... 제 연인을 데려갈 그곳을 향해서.
"다시 한번 잘 부탁해. 히나."
그녀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에게 있어서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야... 자신의 마음을 확고하게 굳힐 수 있었으니까. 그녀를 제 선 안으로 들이며, 그리고 그녀에게 강한 욕심을 품으며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연애. 시작하길 잘했다고, 그녀와 함께 미지의 한 걸음을 내딛길 잘했다고 그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렇게 막레를 줄게! 사실 마음 같아선 온천까지도 이어보고 싶지만... 그러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여기서 끊는 것으로! 길게 길게 돌린다고 수고 했어! 히나주! 그리고 히나...너무 귀여워서 최고야! 진짜...ㅋㅋㅋㅋㅋㅋ 정말 너무 귀여워....
눈물이란건 참 이기적이야. 목소리와 표정, 작은 몸짓과 손짓조차도 모두 잊혀질 정도로 무거워서. 봐봐, 지금 이 복잡한 감정조차도 풀어낼 여유 없이 이렇게 되어버렸잖아.
항상 제멋대로 시작해 끝나버리는 감정의 역류에 영문 모를 쉼표가 이어지는 것. 소년은 그게 싫었다. 익숙하지 않은 적막이 스미던 어느날 밤에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으며 다시는 이러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다음날 아침이 오고, 그 다음날 아침이 돌아와도. 내일은 다를거야. 같은 얼굴을 하고선 그런 말만을 되풀이 했다.
나약한 눈동자는 더는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좁은 품 안에 숨어 이 작은 순간마저 외면하려 했다. 그래, 또 우는 척이지. 선배와 함께 있고 나서부턴 그럴 일이 좀더 많아졌다. 왜인지 나는 잘 몰라. 머지 않은 시간을 돌이켜 보아도. 빈틈을 보일 기회는 좀처럼 없었음에도.
생각해보면 나른하게 다가왔던 그 목소리는 오히려 친절하거나 밝은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가볍게 스쳐가는 평범한 일상 중 한 장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무미건조한 표정 너머로 무던하게 날아드는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시큰하게 만들어서. 매순간 밀려오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마냥 어리광을 토해내고 말았네.
예전엔, 좀더 어렸을땐. 그때는 아빠와 엄마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그 품을 파고들며 어찌나 칭얼댔는지. 부끄러워 잊고 싶어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 넓고 따뜻한 품이 주는 온기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느냐고. 돌이켜보면 그냥 그게 좋아서. 그래서 그랬었나봐. 예나 지금이나 이기적인건 마찬가지였네.
이윽고 밤공기가 서린 자리에 누군가의 온기가 덧대인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더 커질것 같아 여전히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기억 속에 각인된 이 포근함이 습관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몸을 가볍게 떨었다.
잔에 담긴 몽롱함도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을 잊히게 할 수 없어. 오히려 선명해진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 전해진다. 그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울려 퍼졌던 목소리보다 더욱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서, 홀린듯 감춘 얼굴을 드러내버렸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은 눈물자욱으로 가득 차서 칠칠맞은 아이 마냥 눈물 콧물에 흉하게 범벅이 되었다. 그동안 거짓말 해서 미안해. 이게 진짜 내 모습인걸. 미리 말해주지 못해서.
상실감은 소년의 오랜 친구였다. 영원한 이별은 어느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찾아오는 법이라지만. 소년에게는 너무 이르게 다가온 바람에. 어깨 위에 내려 앉은 그 무게감이 숨을 막히게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데. 습관이 되어버린 탓일까. 울음이 먼저 앞서버린건.
너무 가까워지면 안돼. 지독하게 가까워진 숨소리에도 안개 덮인 얼굴을 기꺼이 바라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고작 한조각짜리 감정에도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줄만큼 바보 같은 꼬맹이었지만. 이 달콤함이 깨어지는 순간이 두려웠다. 필연적인 이별이 찾아오는 것. 매번 그랬으니. 이번에도 머지 않아 무너져 내릴거라 단정 지었겠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무거워진다. 예, 아니오로 명백하게 내밀 수 있는 답이라면 좋았을텐데. 차마 입을 열 수 없던 것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을까. 매번 당당하게 이야기를 꺼내놓고선 정작 허풍뿐인 순간이 많아서. 자신이 미워질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입을 맞출 수 있었던건. 선배에게서 나와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야. 어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야. 비록 저 하나 견뎌내지 못할 나약한 아이래도. 그 닮은 모습을 지켜주고 싶다는 건방진 생각이 피어올라서. 저질러버렸네.
아, 제발 그런 눈과 그런 목소리로 말하지 말아줘.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누군가를 의지하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외면하려 했지만 이미 단단하게 묶여. 당장의 행복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있잖아. 잘 들어줘. 지금 이건 음료 따위에 젖어 내뱉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니까.
매번 잔말이 많았던 소년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동자와 표정으로 답한다.
나는 내일을 걷기로 했어.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 이제 당신 없이도 당신을 좋아할 수 있게.
나는 그저, 언젠가 꺼질 불씨 위에 작은 장작을 한조각 내려놓을게.
그러니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입을 맞추자. 미성숙한 소년에겐 아직 낯선 사랑의 표현이지만. 더는 망설이지 못하게 그곳에 깊이 잠기고 싶었다. 영원과 같은 찰나를 만들어 나가자. 절대로 잊을 수 없게.
그리고 이 순간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는거야. 일상 속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인사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나누며 남은 계절을 보내자. 늘 그랬듯 서로의 방식에 맞추어 같은 길을 걸어나가자.
그리고 야요이 선배와 입을 맞추었다. 여전히 서툴렀지만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조금 나아서. 숨을 지필 여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