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서녘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따라 늘어지는 그림자가 연구실 안을 천천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모니터의 불빛을 난로 삼아 자판을 두드리는 손동작은 규칙적이고 정갈하다. 타닥 탁 타닥. 키보드 소리는 벽난로에 던져 넣은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데다가 내부 온도가 워낙에 서늘하니 한순간 겨울이 먼저 찾아왔구나 하는 착각마저 든다. 정인은 워드 프로그램의 하얀 바탕에 어느새 빼곡히 채워진 그래프와 활자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훑어내린 뒤 저장 단축키를 눌렀다. 그리고 클라우드와 USB에 각각 파일을 백업한 후,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그새 붉은 해는 건물의 숲 너머로 온전히 저문 탓에 모니터 불빛이 사라진 연구실은 그야말로 암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곧 퇴근 시간이니 구태여 불을 켤 필요는 느끼지 못했고, 때문에 정인은 그대로 의자에 앉아 5분의 여유 동안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반짝. 스마트폰의 직사각형 화면이 갑작스럽게 빛을 발하지만 않았더라도 그의 계획은 완벽히 이행되었을 것이다. 정인은 내리감았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린 후 장시간의 작업으로 인해 뻣뻣해진 어깨를 들어 책상 위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그래서 뭐냐. 택배? 아니면 스팸? 정기 구독 결제 알림? 셋 다 달갑지 않은데. 이미 집중은 깨져버렸으니 무시할 명분 또한 없지만서도. 그러나 가볍게 혀를 차며 잠금화면의 팝업 알림을 보면 차라리 앞서 예상했던 세 가지 중 하나인 게 이보다는 기분이 덜 더러웠을 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익숙한 전화번호 아래, 연달아 붙은 세 개의 메세지가 띄워져 있었다.
[엄시현이다] [얼굴 좀 보자] [(주소 - 3학구 어딘가의 카페)]
인천첨단공업단지의 저녁은 화려하다. 등대처럼 불 꺼지지 않는 건물들에 각종 네온사진, 가로등 따위로 빼곡한 도시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어둠이 깔린 뒤에는 유난히도 반짝인다. 단화 신은 발이 잘 정돈된 길을 따라 걸으면 손 안의 모바일 지도가 '나의 위치'를 초 단위로 갱신하며 길을 안내하고, 덕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건 수월했다.
"여기."
저를 부르는 게 분명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후, 내뿜는 담배 연기로 눈 앞이 부얘진다. 안경 렌즈에 가게의 전광판 불빛이 반사되어 시야가 한순간 흐려졌다가 돌아온다. 그리고 모든 방해물이 걷힌 자리에는 반갑지 않은 낯짝이 삐딱한 자세로 자리잡고 있었다. 은색 눈동자에 회빛 도는 푸른색으로 겉만 덮은 머리카락. 카페가 아닌 옆의 어둑한 골목에 움푹 들어가 선 채 이리 오라며 손가락 까딱이는 폼만 보면 지나가던 가련한 직장인 삥 뜯는 양아치 한량 새끼라고 덤터기 씌워도 의심받지 않을 것만 같다. 정인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구겼다.
"카페랑 길바닥도 구분을 못 하실 줄은 몰랐군요." "나랑 얼굴 마주보고 뭐 마시면 체할까 봐 배려해준 거다, 새꺄." "얼굴에 커피 맞을까 봐 무서우셨던 건 아니고요?" "요즘 드라마 뭐 보냐? 그건 거를란다."
짧고 불편한 침묵 사이로 쓰고 텁텁한 담배 연기 냄새가 스며든다.
"그래서 왜 불렀습니까? 8년 만에 드디어 자수할 생각이라도 드신 겁니까? 서까지 동행해드려요?" "윤정인 말하는 거 봐... 선배가 후배 근황도 못 궁금해 할 일이냐?" "8년 넘게 감감무소식이었으면서, 이제 와서?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바꿨는데." "목화고 연구소 들어갔다며." "내 뒷조사 했습니까?" "멀쩡히 잘 살고 있지?" "내가 잘 살든 말든 당신이 X발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군요." "상관이 왜 없어? 너 떠날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내가 조져버린 연구소 10년 20년 걸려서라도 재건하겠다고 못박고 나갔잖아. 근데 갑자기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튀어나오네, 그 윤정인이. 안 쎄하고 배겨?" "한순간에 직장 잃고 발붙일 곳 없이 떠돌다가 흘러들어간 사정의 어디가 쎄한 겁니까. 시비 걸려고 부른 거면 이만 갑니다."
애초에 뭘 바라고 여길 나왔나. 저 치가 죄책감에 못 이기고 폐인이라도 되어 자신 앞에 무릎 꿇기라도 바랐던가?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 멍청하기는. 정인은 스스로의 충동성에 치를 떨며 몸을 돌렸다.
"윤정인아."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 잠깐 걸음을 멈춘 정인은 정확히 3초 뒤 이를 격렬하게 후회했다.
"조용히 살아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냥 다 잊고 흘러가. 거기서 배운 거, 듣고 익힌 거, 소장님도. 인첨공도 벌써 15년이야. 그때 하던 거 지금 다시 해 봤자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순간적으로 뇌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시현은 제 멱살을 틀어쥔 정인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굴러떨어진 연초가 상대의 신발에 짓밟히는 꼴을 목격하고 얕은 한숨을 토해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손이 옷자락을 무참하게 구기는 감각이 선연하다.
"엄시현 씨가 할 말입니까, 그게?" "아니 일단 좀 놓고." "도대체 왜 자꾸 혼자서 깨끗한 척입니까? 당신은 우리랑 뭐 크게 달랐습니까? 모두 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던 시즈의 연구원이었잖아요. 그런데 대체 왜!" "정인아, 좀!" "지금도 별반 다를 것 없죠.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인첨공의 연구원은 다 비슷비슷하게 애들 쥐어짜서 성과 올리는 직업인 것을요. 어디에서 근무하는지는 내 알 바 아니지만 보나마나 당신도 여태 연구직일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있습니까?"
위선자. 악에 받친 한마디를 듣는 순간 시현은 얼굴에 침이라도 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게다가 순수한 죄질로 따지면 당신이 우리보다 더하죠. 살인자 아닙니까. 엄시현 씨는. 그런 주제에 나한테 똑바로 살라고?" "......야. 사람 말 좀 들어라. 아니라고. 내내 아니라고 하는데 좀 믿어줄 수도 있잖냐, 제발." "내가, 당신을?"
헛웃음과 함께 멱살 쥔 손이 떨어져 나갔다. 시현은 잔뜩 구겨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정인을 바라본다. 등불을 등진 검은 머리의 연구원은 어둠에 푹 잠겨 표정을 읽기 어렵다.
"어디서 뭘 보고 들어서 나한테 이딴 식으로 연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하지 마십시오. 관심도 끄고요. 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내 성과에 입 댈 생각일랑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