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타들어가는 노란색 꽃불, 스파클라. 어린 류지, 레이지와 함께했던 마츠리의 추억이 눈에 아른거렸다. 행복했던 유년기를 되새기면 그리운 마음이 드는 것이 마땅한데 너희가 없는 동안 괴로웠던 기억밖에 머리에 들지 않아 설움이 북받쳤다. 중학교 3년 내내 혼자여서 마츠리에 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혼자 애썼다고. 너무 외로웠다고.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고. 나를 아껴주는 내 편이 생겼다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이 나, 더없이 기쁜데 무척이나 슬퍼서, 그의 어깨에 기대어 숨죽여 울었다. 그가 반대편 어깨를 살며시 감싸주었다. 주변의 소란스러움이 물젖은 숨소리를 감춰주길 바라면서 몸을 더욱 웅크렸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이다지도 무겁고 따듯하구나.
지금은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오늘만큼은 나만 바라봐 주겠다고 했으면서 기어코 그 이름이 또 입에 올랐다. 그만큼 나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의 업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상처 입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이름이 나올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질투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말로 안심시켜주어도 그는 이미 그쪽에 깊이 매여있으니 언제 떠나갈지 몰라 불안하단 말이다. 놓쳐지고 싶지 않아서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남자친구가 되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이고 싶다고, 여자친구가 되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이지 않아 주겠냐고. 앞으로도 계속 사귀어달라는 두 번째 고백.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라 울면서 웃어버렸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예요. 나는 당연히...."
당신의 여자친구이고, 당신은 내 남자친구잖아. 지금까지는 아니었던 것처럼 말하면 내가 바보가 되어버려. 서두른 것은 이쪽이고, 서투른 것은 마찬가지야. 당신을 정말 좋아하는, 당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혹여 당신에게 상처 줄까 두려워하는 애정결핍 고양이다고.
"...?"
가져간다는 말과 함께 살며시 다가온 손길에 고개가 들어졌다. 낯선 감촉에 입술을 지그시 감쳐물었다. 숨 쉬는 것도 잊고서 눈을 깜빡이다, 결국 눈꺼풀을 느리게 내려감았다. 힘주어 다물었던 입술을 남몰래 풀어버렸다.
...
불꽃놀이가 7-8분쯤 이어졌을까, 별빛 부서져나리는 소리가 잔잔하게 가라앉으면 잠시간의 침묵이 새까만 밤하늘을 고요로 가득 메운다. 한데 이어진 호흡은 놀랍도록 차분했고 이성과 정신은 파랑 없이 또렷했다. 아까와 같이 뒷덜미를 날카롭게 쑤셔대는 전기는 끝내 올라오지 않았다. 가만히 그를 밀어내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사선으로 한 발짝 성큼 걸어나가 달을 등지고 그를 내려보았다. 지금만큼은 접질린 발의 통증 따위 가벼이 감내할 정도로 무언가에 맹목적이었다.
달그림자 아래에서, 죽을 만치 몸이 달아 머리를 풀었다. 허리를 숙여, 그의 두 뺨에 가벼이 손을 얹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어떤 뜻을 가지고 이야기한다고 한들, 그것이 동일하게 해석되는 일은 사실상 잘 없었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면 모를까. 해석 여지가 다르다면, 결국 그 의미는 작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오해를 부르고는 했다. 지금 이 상황처럼. 허나 그렇기에 인간과 인간이 아니었을까. 물론 유우키는 그녀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그건 피차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신의 품에 얼굴을 파묻는 히나를 유우키는 살며시 팔로 감았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라는 말에 유우키는 살짝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그는 그녀에게 조용히 그렇네. 라는 작은 목소리를 남겼다. 어쩌면, 어쩌면 처음부터 가벼운 사이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만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더욱 진지하게 시작을 한 모양이었기에. 역시 자신은 너무나 서툴렀다. 적어도 연애 부분에 대해선. 인간이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서투름이 괜히 원망스러웠으나 그는 굳이 거기에 더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뭔가 구차해질 것 같고, 변명을 하는 행위야말로 정말로 이상해질 것 같았기에...
고개를 살며시 올리고 두 숨결이 하나로 겹쳐지며 조용히 섞여나갔다. 두 눈꺼풀이 약속이라도 한듯, 살며시 가라앉는 것은 유우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입에서 풍기는 향은 무슨 향이며, 무슨 감촉과 무슨 맛이 느껴지는가. 그 아무 것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우면서도 두근거리는 느낌이 계속해서 그의 심장을 때리며 강하게 울렸다.
펑, 펑 터지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오는 가운데 그 소리가 천천히 꺼지며, 꽃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점점 작아지지만 이곳을 바라보는 이는 그다지 없으리라. 애초에 그들의 관심은 모두 불꽃을 향해있었고, 불꽃이 모두 사라졌으니 이제 돌아가며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운에 잠길 시간이었다. 살며시 자신을 밀어내니 그는 천천히 밀려났다.
"히나?"
다친 발로 일어나며 달을 등지고 있는 그녀의 모습만이 그의 눈에 비쳤다. 머리가 살며시 풀리니 그 모습이 불꽃보다 더 우아하고 예쁘게 유우키의 눈에 비쳤다. 심장이 뛰는 것이 매우 낯설었다. 달빛을 비추는 그녀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와 유우키는 그저 얼굴을 붉히며, 마치 시선이 고정된 듯, 그녀의 얼굴만을 눈에 담았다. 제 뺨에 손이 올라가고 얼굴을 가깝게 가져오며 고개를 비스듬히 가져오며 다시 가져가겠다는 그 말과 함께 입술이 겹쳤다. 또 다시 두 숨결이 하나가 되어 천천히 섞여내려갔다.
허나 가져가고 돌아가게 두진 않으리라. 그녀의 몸에 유우키의 팔이 사르륵 감겼다. 그 상태에서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뺏기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 아니면 그 부드러움에 다시 몸이 살짝 달았을까. 모든 것이 낯선 감정이고 느낌이었다. 그 느낌과 감정에 무슨 이름표를 달면 좋을까. 그리 생각하며 유우키는 팔에 힘을 주며 제 입술을 더욱 그녀의 입술에 겹쳤다. 아마 처음 숨결을 하나로 섞었을 때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내 천천히 숨결이 떨어지며, 입술이 떨어져나갔다. 눈동자에 오직 그녀의 모습만이 담긴채, 유우키는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나중에 또 가져가야겠네. 다시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나는 다시 되찾아야지. ...난 욕심이 많으니까."
뺏기지 않으리라. 첫번째도, 두번째도, 그 다음 것도. 타인을 보좌하며 살았던 유우키의 마음에 욕심 가득한 불꽃이 살며시 타올랐다. 그녀만큼은 절대로 넘기지 않으리라. 이 데이트에서 지금 이 순간 확신하며, 그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돌아가자. 온천에. ...먹을 거 조금 사간 후에, 좀 더 길게 둘이서만 있자.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되찾을 거 다시 되찾고. 후훗."
그 팔에 힘은 풀지 않았을 것이다. 제 품 안에 가두려고 하며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지금 상태: ,.................. . ,. ..하진ㅊ.ㅏ..........., . , ., ..... 오늘은 진짜 답레 주려고 했거든..... 근데 피곤해서 뇌가 파업했어 하............ 진짜 얼른 주고 싶은데 쏘리....🥺 대신에 나 내일만 출근하면 수목토 쉬거든??? 진짜 내일이랑 모레에 영혼을 불태워볼게........., ....
매번 맑은 날을 바랐던 소년은 이제 적막이 주는 포근함을 알아버렸네. 점점 희미해지는 불씨를 향해 하늘로 기운 선배의 얼굴은 빛이 멎어갈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괜찮아, 불꽃놀이는 매년 돌아올테지만. 이 순간은 오직 지금뿐이니. 조금 더 즐겨도 좋지 않을까.
꼬맹이에게는 고집스러운 습관이 있었다. 은근히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서. 말로 설명하기에 벅찬 감정은 오직 얼굴에 비추는 짧은 언어만으로 나타내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닿은 이름을 부를 수 있었던건 확신이라는 작은 단어 하나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그 단어가 다가올때면.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가벼운 미소에 가려지고. 두 팔은 애착인형을 끌어 안듯 기꺼이 품을 안는다. 쌉싸름한 그늘 아래 숨으면 조금은 그리운 목소리가 스치는듯 해서.
"누나야, 다시- 다시 한번만 더 말해줄래? 억수로 좋아한다꼬.."
같은 단어, 다른 형태, 숨이 벅차오르게 타들어가는 심장. 어쩌면 소년이 그토록 바랐던 청춘이라는 변명과 몹시 닮아서 착각 가득한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다시 한번,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모두의 손이 맞닿은 그 순간을 느끼고 싶었어. 그러니 나는, 이제 어찌 되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 그런 마음을 작은 눈웃음으로 대신한다. 선배도 나만큼 수다쟁이었으니까. 한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환한 불빛이 거두어지면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별이 하나 둘씩 차분히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소년은 선배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고 그 작은 어깨에 기댄채 하늘을 바라본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림이었음에도. 소년의 마음 속은 별빛보다 더 빛나는 것들로 가득해 바라보는 시선은 엄마 아빠랑 함께 했던 돗토리 사구에서의 찬란한 은하수보다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히히, 내년에도 이래 같이 있으모 좋겠다. …아, 맞다. 요이 누나야는 내년 졸업 아이가? 그라모 이제 학교 걱정은 1도 안해도 되겠네. 여행도 마이 다니고… 이래 저래 돌아다니면서 공연도 억수로 마이 하는거 아이가?"
DOG DAY는 아야카미에서 시작됐지만. 선배라면 이 작은 도시에 영원히 머물 사람이 아니라는걸. 뭔가 알아버릴것 같아서. 막연한 화두를 던졌더랬다.
내가 밤하늘에 끌리듯 선배는 높은 날을 좋아했다. 왜일까, 알겠네. 그 선명한 푸른빛에 빠져들면 복잡하게 흩뿌려진 세상을 잠시 잊을 수 있을테니. 그래서 조금 따라해보기로 했다. 그날 처음 봤던 선배의 시선을. 그때 선배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네.
>>927 어쨌건 일요일이 되기 전에 쓰면 되는 거 아닐까? 히나가 속으로 내심 질투하는 것도 귀엽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생각도 엄청 귀여워. 마치 자기 것을 안 뺏기려고 애쓰는 고등학생 분위기 제대로야! 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가져가겠다고 말한 것은 진짜 절정이었어! 와... 그저 감탄만 나오네.. 다시 읽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