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뭘 물려 주니 한결 낫다. 적어도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엉뚱한 짓거리 안 하게 되니 말이다. 평소에도 이리 예상이 가게 군다면 얼마나 좋아. 야금야금 먹는 꼴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게 된 것은 그래서다. 떠들썩한 소음의 한가운데에서도 귀로는 제각각의 소리들을 기민하게 잡아내었다. 무언가 행사라도 하는 모양이지. 시끄러운 자리가 싫다고는 해도 어찌 되었거나 신을 위한 제의다. 이제는 마츠리라 해도 극진하고 진실된 모심의 의미는 찾아보기 힘든 유락의 축제로 퇴색해가는 실정이라지만, 즐겨 두어 나쁠 것도 없다.
"그래, 가지."
무신은 처음보다는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따라섰다. 눈 아래에 보이는 까만 머리통, 돌아보면 간간이 비치는 얼굴, 등 뒤로 늘어뜨려 찰랑이는 머리칼. 모든 것 눈에 담으며 참 새삼스러운 생각을 했다. 작아서 앞은 제대로 보이나 싶은 주제에 요리조리 잘도 인간들 헤치고 다닌다 싶다고.
자신의 뺨이 그녀의 검지로 콕 찔리자 그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도 저 볼을 콕 찔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자제하기로 하며 ㅡ정확히는 조금 미룬 것에 가까웠다.ㅡ 그는 일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에 집중했다. 그녀가 더욱 밀착해오자 그는 두 사람이 걸어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세를 살며시 가다듬었다. 다른 이에게 충돌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지만 걸어가는 것이 힘들어지면 안될테니까.
"후훗. 그러면 야키토리가 보이면 사줄게요. 그 외에도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도 괜찮겠네요. 날씨가 더우니까 빙수를 먹는 것도 괜찮을테고요."
일본의 여름은 유난히 습하고 더웠다. 오죽하면 교토 같은 곳에 가면 염분을 섭취해야한다고 오이를 소금에 절여서 꼬치에 꽂아서 팔겠는가. 물론 자신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먹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막 머릿속으로 떠오른 오이꼬치를 애써 머릿속에서 힘껏 지웠다. 나중에 빙수가게가 보이면 그때 하나 정도 사서, 나눠먹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장신구 노점을 구경할건지에 대해 그녀의 답을 기다리자 나오는 것은 영문 모를 특유의 비명소리였다. 고개까지 세차게 젓는 그녀의 모습에 유우키는 어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가 구경하러 가겠다고 이야기하며 감았던 팔을 풀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굳이 더 생각하지 않으며 그녀를 따라 노점으로 천천히 향했다.
노점 안엔 상당히 이것저것 다양한 장신구들이 있었다. 팔찌에 목걸이, 귀걸이, 그리고 머리에 낄 수 있는 머리 장신구까지. 자연히 유우키의 시선은 머리 장신구로 향했다. 꽃 모양, 동물 모양, 전통 문양 등등 참으로 다양한 디자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멈춘 것은 다름 아닌 멀리서도 쉽게 눈에 보일 것 같은 강렬한 붉은 장미를 몸에 품은 금색 나비 모양의 장신구였다. 시선을 확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하게 화려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그 색이 상당히 곱고 예쁘며 그녀의 머리색에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가격을 확인해보니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아니. 다소 비싸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이 마츠리에 쓰려고 모아놓은 돈이 있었으니까. 이어 유우키는 그것을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팔찌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톡톡 쳤다.
"히나. 팔찌 보는 도중에 미안하지만 여기 좀 잠깐 보시겠어요? 이거, 히나에게 정말로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만약 그녀가 돌아본다면, 아마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그 장신구를 보여주면서 싱긋 웃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마음에 들어할지에 대해선 불안감이 있었으나, 그는 애써 그 불안감을 티내지 않았다.
밤하늘 아래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 그 틈에 간간이 껴있는 어른들. 그 사이를 비집어 끼어 가고 있는 신과 요괴. "곧 있으면 시작이야! " "카운트다운, 카운트다운 하자! " 아이들의 까르르거리는 목소리 간간이 들려온다.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는 무언가가 하늘 위로 쏘아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입을 모아 아이들 모두 이렇게 외친다.
3ーーーーー 2ーーーーー 1ーーーーー
퍼버벙ーーーーー!!!!!!!!
"카가리 신니임ーー! 위에 위에ーーー!!!! "
펑 하고 터지는 소리 요란하게 귀를 울린다. 그 사이에서 어린 요괴 제 주인의 손을 잡고 잘도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다. 오색빛깔 찬란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빨강, 노랑, 네온..... 색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검기만 했던 밤하늘이나 오늘은 그렇지 않다. 지긋이 저 하늘을 바라보던 어린 요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제 주인을 한번 보고, 다시 하늘을 보고.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카가리 신님과 같이 와서 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카와자토 아야나는 최고로 행복한 요괴다.
"예쁘시와요? "
후히히 웃으며 제 주인의 어깨에 살며시 제 머리를 기대려 하였다. 아,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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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그렇지 않아! ㅋㅋㅋㅋㅋ 그냥 평범한 다이묘였습니다!!
>>108 ....엄청난 퀄러티다...
아니. 하지만 가끔 생각하기도 해! 이를테면 원시 유우키와 원시 히나가 이웃사이이거나 해서 그냥 자기들끼리 장난스럽게 우리 자식이 생기면 서로 연을 맺어줍시다! 하고 말을 나눴는데... 이제 현 시점이 되어서 그게 정말로 이뤄졌다거나 식으로 말이야. 물론 당사자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런 망상 가끔은 한다구!
>>113 >>115 ㅁㅊㅁㅊ...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서 농으로나마 마믐 표현하곤 했던 건데, 그게 먼 후대까지 내려와서야 결국 이루어졌다는 스토리가 떠올랐다. 서로를 잊지 못해서 결국 둘 다 혼인을 하지 않고, 과거는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 다시 태어나 같은 시기에 마주쳐왔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