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얼굴을 똑바로 바라봐오며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눈이 마주쳤다. 스스로의 말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못내 귀여웠다. 뺨까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서는. 확인해 보라는 말에 거울 앞에 섰다.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장식과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장식은 예뻤지만 스스로가 보기에 잘 어울려 보인다거나 하는 것은 모르겠다. 장신구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치장이니까. 그런 면에서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가 예쁘다고 해주었으니까. 다시 그의 앞으로 걸어와, 그가 손에 든 것을 가리켰다.
"응. 마음에 들어요. 저도, 그거 선물로 줄게요. 그보다 우리 불꽃놀이 늦지 않았어요? 얼른 계산하고 나가요."
그의 유카타 소매를 붙들어 재촉하듯 계산대 쪽으로 잡아끌었다. 돈 이야기엔 그저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가 값을 치르고 노점을 나설 때였다. 아까 걸어왔을 때처럼, 그의 오른팔을 두 팔로 감았다. 아까보다 바짝 끌어안아 몸을 밀착했다. 고개는 그의 어깨에 바짝 붙여서 표정이 보이지 않게 했다. 한 발짝, 두 발짝 나란히 걸으면서 조금은 차분한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있잖아요. 타국의 옛 문화이긴 하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비녀를 선물하는 것은 청혼을 의미하고, 여자가 남자에게 비녀를 빼어 정표로 주는 것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서약이래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가면들을 지 긋 이 바라보고 있는 테루의 시선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아야카에루는 종종걸음으로 뾱 뾱 뾱 하고 노점으로 테루를 에스코트 하려 하였다. 제일 먼저 아야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웃는 얼굴로 되어있는 흰 가면. 역시 요괴들의 축제답게 하나같이 기괴한 가면들로 가득 차 있다. 아니 어떻게 눈이 ~ ~ 모양으로 되어있는 가면이 실존하지? ⬜︎⬜︎(네모네모) 모양인 가면은 또 뭐고????? 각설하고, ^ ^ 표정으로 웃는 그나마 무난해보이는 가면을 가리켜 보이며 아야카에루는 테루를 향해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다.
"테아쨩, 테아쨩, 특별히 맘에 드는 가면이 있으시와요? 마음에 드는 가면들이 있으시다면 아야나가 전 부 사드리겠답니다! "
이래뵈도 돈이 많은 편인 카와자토. 요괴들의 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정도는 얼마든지 사 줄수 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하고 있던 장신구를 자신에게 주겠다고 하는 그 말에 유우키는 두 눈을 깜빡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이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일까. 그런데 자신은 뭘 하기엔 머리카락이 짧은데?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줬으면 좋겠다는 의미인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던 와중, 그녀의 입에서 '불꽃놀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는 바로 정신을 바로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늦진 않았어요. 하지만 여유로운 것도 아니니까 슬슬 이동해야겠네요. 가면서 야키토리도 하나씩 사고 말이에요."
계산대로 향한 후에 깔끔하게 현금으로 계산을 한 유우키는 거스름돈을 받은 후에 그것을 챙겼다. 지갑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나오자 그녀가 또 다시 자신의 오른팔을 두 팔로 감으며 밀착했다. 자연히 그녀의 고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그는 그 향에 살짝 취한 것처럼, 고개를 돌려 그녀만을 눈에 담았다. 물론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귀는 쫑긋 세웠다. 사람이 많은만큼 잘못하면 다른 이들과 부딪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 문화가 있어요? 그건 처음 알았네요."
그녀의 설명에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즉, 자신은 그녀에게 청혼했고 그녀는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서약을 했다는 의미일까? 물론 진심으로 그런 서약을 나눈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의미가 묘하게 낯간지러워 유우키는 얼굴을 붉히면서 예쁘지 않냐는 물음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예쁜 문화네요. ...만약에, 정말로 만약의 일이지만 히나에게 청혼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기억해야겠네요. 아직은 멀고, 그다지 그런 그림이 그려지진 않지만요."
그래봐야 고등학교 2학년. 청혼이니 서약이니, 그런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을 할 나이는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그녀와 이렇게 있는 것이 좋았고 그녀에 대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야키토리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아메링고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더 나아가 묘하게 불안감을 품고 있다는 것. 오늘만 해도 단시간에 이렇게나 알게 되지 않았는가.
"결혼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역시 당신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요.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주세요. 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알려줄테니까요. 연인...이라던가 그런 의무감보다는... 그냥 당신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제가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주 한가득."
그렇게까지 알기 위해서는 하루이틀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못해도 그때까지는 계속 옆에 있어요. 히나. 저도 그 전에는 안 놓아줄거니까. 시작은 당신이 끊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끝은 제가 끊을 거예요."
괜히 그런 독점욕을 입에 살며시 입에 담았다. 다른 이들보다 더욱 그녀에 대해 알고 싶었다. 다른 이들이 아는 것을 자신이 모르는 것이 싫었다. 그런 욕심을 품는 것은 생애 처음이었기에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낯설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저기 야키토리점 보이네요. 매운 거 좋아해요? 아니면 순한 맛 좋아해요?"
그렇기에 그는 그렇게 주제를 살며시 돌렸다. 저기서 야키토리를 하나씩 사고,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아니 진짜로 엄청나게 이상한 가면이니까. 저 표정을 보라. 저 기괴할 정도로 실실 웃고 있는 희고 붉은 가면을 보라!!!!!!!!!! 보기만 해도 무서워서 꿈에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여긴 요 괴 들 의 축 제. 이런 가면이 돌아다녀도 이상할 것이 아니지. 하는 수 없이 찢어지게 웃고 있는 가면을 냅다 들고 가서 직원에게 "시험 삼아 써보겠사와요...." 하고 말한 뒤 뾱 뾱 뾱 소리를 내며 가면을 들고 돌아온 아야카에루. 귀도 없고 뭣도 없지만 아무튼 간에 줄을 묶는 식으로 가면을 쓸 수는 있다. 어찌저찌 가면을 쓰고는 테루를 향해 물으려 하였다.
"그, 테아쨩? 이정도는 어떠신 것이와요......? " "역시, 원래 그 무난한 가면을 사는 게 낫지 않은 것이와요?? "
"계산이와요~~~ " 라 외치며 카운터의 나무깎는 요괴에게 다가가 계산을 시도하는 아야카에루. 다행히도 계산은 어렵지 않게 끝났다. 가격도 굉장히 착한 편이었다. 이런 이상한 가면을 팔거면 당연히 가격이 싸야지 안 그러겠는가????? 방금 썼던 것의 새 것을 테루에게 건네려 하며 아야카에루가 이렇게 물었다.
"테아쨩. 또 또 사고 싶은 가면들이 있으시와요? " "하나하나 알려주신다면 아야나 사드리겠사와요. 오늘은 그럴 수 있는 것이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