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공기가 깔리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에 선 아녜스 센터는 바다나 해변, 여름 과일 테마로 꾸민 중앙 게시판을 차차 정리하고 새롭게 다가올 계절을 위한 종이 장식을 제작하고 있었다. 계절이 지나면 창고 안으로 들어가거나 상태에 따라 버려지기 마련인 종이 쪼가리들. 리라는 천천히 제거되는 종이 장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상담 시간이 다 되었다.
단정한 다기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머잖아 향기로운 국화 향이 선경의 사무실 내부를 메운다. 리라는 노란색 찻물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핸드폰을 꺼내들어 선경에게 내밀었다. 갤러리에는 그 전날 새벽부터 그날 아침까지 쉴새없이 그려낸 그림들, 그리고 그 그림들을 실체화한 물건들이 가득 찍혀 있다. 하지만 그린 이의 부가적인 설명이 없었다면 그 누구라도 그림과 물건이 동일한 것이라고는 추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실체화 된 것들은 엉망진창이었으므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선경의 다정한 음성에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소리 없이 입술만 몇 번 여닫던 리라는 이내 핸드폰을 도로 거둬와 화면을 껐다. 검은 액정에 짓무른 눈가가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저지먼트 측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다녀왔었는데, 거기서 좀 기분 나쁜 일이 많았거든요."
자세한 사정을 하나하나 설명할 순 없으니 자연스럽게 문장은 상투적으로 구성된다. 목 안에 젖은 솜뭉치를 욱여넣은 것처럼 호흡 하나하나가 갑갑하게 느껴진다.
"어떤 기분 나쁜 일이었나요?"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죽었으면 했나요?" "저희 부원들이 그 일을 해야만 하게 만든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 때문에 크게 다칠 위기만 몇 번이었는지 몰라요. 그것만이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쓸데없는 말까지 붙여가며 조롱하고, 고통스럽게 하고, 사람 피를 말리고 어떤 자는 얼굴조차 드러내지 않은 채 어딘가에 편히 앉아서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한 걸로 여기는 데다가 또 어떤 사람은 이기적으로 굴었던 주제에 이젠 마음까지 불편하게 만들어요."
정보값이 부족해 띄엄띄엄 이어지는 문장들은 결과적으로 심신 불안정자가 마구잡이로 씹어뱉는 하소연으로만 들렸다. 하물며 말하는 자신도 그렇게 느껴지는데 듣는 타인은 어떨까. 그러나 선경은 리라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저 평온하고 수용적인 낯을 한 채 그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다. 덕분에 리라는 자꾸만 움츠러드는 마음을 두들겨 펴낸 후 조금 더 말을 붙일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기분이 나빴어요."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게요?" "네." "왜일까요? 과격하지 않다고는 못 하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속으로 과격한 생각 한두 개 쯤은 품고 살아가는 법인데."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잠깐의 침묵. 목이 타는 듯 해 찻잔을 쥐었지만 모순적으로 뭔가를 넘길 기분이 들질 않는다. 결국 이도저도 못한 채 손바닥만 데우던 리라는 다소 갈라진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하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사정이라곤 할 수 없었거든요. 물론 제가 모든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잘못된 일을 저지른 것도 맞지만... 그렇지만... 죽는다는 게 그렇게 가벼운 일은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누굴 잘못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여태껏 최대한 그렇게 되새겨 왔는데, 그 날은 너무 화가 나서."
선경의 말이 옳다. 사람은 누구나 입 밖으로 내지 못할 생각 한두 개 쯤은 품고 살아가는 법. 그러나 속으로는 자근자근 밟고 씹더라도 진심으로 실행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생명을 앗아간다는 행위에는 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거대한 리스크가 따라오는 법이니까. 보통은 진심으로 죽일 생각을 하진 않겠지. 그러나 그 날 리라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끝장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 무게를 감당할 각오도 없으면서 분노에 휩쓸려서. 심지어 박호수 때도 끝내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었는데.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아끼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도와주고 싶은데 아직도 정신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너무 나약한 것 같아요. "
"당신. 여기서 무슨 가치가 있으신가요?" "혼자서 뭘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불쌍한 폐기물 같으니." "리얼리티 프로퍼테이션은 그야말로 위험능력으로 구분되어 철저하게 관리를 받는 이. 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그 정도의 가치가 있긴 합니까?" "......당신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저 귀엽고 예쁜 인형이 아닐지요?"
왜 지금 그 헛소리가 떠오르는 걸까. 조금 더 긴 침묵. 식어가는 찻잔을 감싼 손바닥의 열기도 식을 무렵, 선경의 손이 리라의 손등을 덮었다.
"리라. 감정에 제한을 두려고 하지 말아요. 부정적인 감정은 다루기 민감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느끼면 안 되는 것도 아니에요. 모든 감정은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누구나 자신과 관련된 것들이 해를 입는다면 강렬하게 분노할 수 있고 증오할 수 있답니다. 중요한 건 그 분노에 잠식되느냐 아니냐죠. 생각하는 건 죄가 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행동이죠. 리라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진 않았잖아요, 그렇죠?" "......글쎄요. 사실 하지 않은 건지 할 수 없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했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상황이 복잡하면 머릿속도 복잡해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생각 정리는 언제 해도 늦지 않아요."
사람의 체온이 사람의 손을 덥힌다. 리라는 제 손을 덮은 선경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그때 리라의 마음이 어땠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요?" "글쎄요. 저는 리라와 목화고 저지먼트 부원들이 뭘 하고 왔는지에 대해서 아주 정확히는 모르니까요. 하지만 큰일을 겪었다면 수습하고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거기서부터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런다면 이 부작용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 리라는 휴대폰 액정을 잠시 흘겨보았다가 흐려지는 눈을 꾹 감았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줄기가 축축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