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함께 있으면 편안하다고 했다. 어디가 좋냔 물음에 단순히 외모가 예쁘고 귀엽다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을 섬세히 들여다봐주고, 그 나름대로의 눈에 들어온 심상으로 상냥히 고찰해 주었다. 이쪽 역시도, 무작정 받들어주길 바라거나 터무니없이 의지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속삭이듯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수줍게 고개가 수그러들어, 이전부터 그에게 했던 행실들이 떠올라 조금 부끄러워온다. 살짝, 맞잡은 손에 힘을 주어 끌어당기는데도 다가와 주지 않아서 조금 주저하다가, 그가 말을 맺자마자 깍지 낀 손을 확 끌어당기며 한 걸음을 내디뎌. 그 너른 가슴팍에 이마를 쿡 하고 찍어버렸다.
"나, 왜 행복해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돼요?"
정수리에서 심장이 울리는 듯해, 그의 가슴팍에 댄 이마를 더욱이 꾹 누르면서. 갑자기, 정말 놓치기 싫어서,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뜨겁고 강렬한 것을 바란 적 없어요. 지금처럼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올라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마워요."
허리를 끌어안은 손에 바짝 힘을 주면서 잠시 뜸을 들였다. 아무래도 놓치기 싫어.
"그리고, 말했던 소원, 들어줄게요.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불꽃놀이를 보고서 우리 함께 가는 거죠?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거죠?"
"큰 기대는 하지 말아요. 정말로, 쉽게 줄 생각은 없으니까. 당신이 아무리 멋지고 상냥해도 간단히 얻을 수 없는 것은 존재하니까."
슬쩍,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보는 눈꼬리가 초생달처럼 부드럽게 휘었다. 덜 익은 귤처럼 새치름한 목소리.
자신의 가슴에 그녀가 이마를 가볍게 부딪치자 그는 조금 더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품에 있으니 눈을 마주하려면 자연히 고개를 좀 더 아래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자신의 키 차이가 존재했으니까. 이어지는 말. 이렇게 행복해도 되냐는 그 말에 유우키는 시선을 살며시 회피하면서 자유로운 손 하나로 자신의 뺨을 가볍게 긁적였다.
"그야...뭐, 사람이니까 행복해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신과 요괴도 행복해지고 싶어하는데, 인간이라고 불행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다들 행복해지려고 살아가는건데."
행복을 바라고, 행복해지는 것이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유우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르나, 히나가 그런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여자친구이건, 아니건 그녀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정확히는 자신 주변의 많은 이들이... 조금만 이야기를 한 이도, 얼굴을 아는 이도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는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듯, 힘을 주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덩달아 팔을 내려 그녀를 안아주면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어지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예 따로 있었으면 모를까. 같이 있는데 따로 가야 할 일이 뭐가 있어요? 그런데..."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그는 살풋 웃으려다가 그만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쩐지 조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착각을 고쳐줄지, 아니면 귀여우니까 그냥 둘지. 조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는 실망했냐는 그녀의 물음. 정확히는 새침하게 이야기했다가 살짝 눈치를 보는 것 같은 그녀의 말에 이야기를 이었다.
"그렇다면 첫키스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오늘은 안 준다고 했으니 말이에요. 아쉬워라. 불꽃놀이 보면서 가져가려고 했는데."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는 여유롭고, 조금은 얄궂게 웃어보였다. 그녀도 그런 의미로 말했는지, 혹은 다른 의미로 착각을 한 것인진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뭐라고 바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같은 의미로 말했다고 해서 실망할 것이 뭐가 있을까.
"...어쨌든 오늘은 데려갈거니까 외박하는 것으로 알아주세요. 정말로 방은 많거든요. 아무튼 슬슬 움직여봐요. 그래도 불꽃놀이 하기 전에, 가볍게 먹을 것은 사두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고... 링고아메. 정말로 싫어해요?"
그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다. 달콤한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면, 토라져서 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면 다른 먹을 것을 찾아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