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메리제인 구두에다가 우미야웨이트리스 조합 엄청난걸... 멧쨔 가슴 너무 커서 주문 잘못나와도 약간 눈치 못챌 거 같아요 한 세모금 마시고 나서야 헉 이거 카페오레잖아 해버려...🤤 우우 히부이... 거유 바따... 하고 능지하락상태 맞았다가 회복하는 동안 실수를 못 알아채게 하는 고도의 테크놀러지 유니폼입니다 항의하려고 멧쨔 다시 불러도 히부이 거유바따... 상태돼서 뭐 항의하려고 했는지 까먹어버릴걸 이건... 서비스받았으니까 뭐 됐나!
이 동네의 큰 지주이자 사바가미 신사의 무녀라는 녀석이 쳐들어오질 않나, 웬 너구리 요괴에게 습격당해 팔이 떨어져 나가질 않나... 요즘 히다이 유우가의 생활은 순탄치 못합니다. 그래도 영능력자들의 행동시각은 해질녘부터라는 암묵적인 룰로 인해 학교는 얌전히 등교를 하고 있다만―
마치 동갑내기― 혹은 연하의 또래처럼 보이는 외관으로 따라붙은 메이사 녀석을 흘끔였다. 그보다 저 교복은 어디서 구해입은 건지... 나참. 아아, 참고로 저 녀석은 나를 남편이라고 부르면서 내 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동거인이다. 동거인이랄까, 완전히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은 아니다. 저 머리 위에 쫑긋거리는 귀를 보자면 어딜봐도 요괴지. ...덕분에 요즘은 개인 시간이랄 게 없다.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기던 저녁은 이제 영능력자나 요괴들의 습격에 대응하는 시간으로 바뀌었고, 그나마 평온한 시간은 침대에 꾸물꾸물 기어들어오는 녀석을 막아야 해서.
유우가는 기억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전생의 최후는 결국 인간들이 문제였으니까. 사람이 많은 곳도 안전하지 않다고. 나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유우가에게 착 달라붙어 주변을 경계하듯 둘러본다. 저기도! 여기도! 온통 사람이잖아!! 저녀석들도 언제 웃는 낯으로 너를 해치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아내인 내가 지키지 않으면...!
"그보다 여우인형이 움직이면 큰일난다고 난리치고 가방에만 가둬두니까 일부러 이렇게 입고 온 거잖아? 그보다 어때? 잘 어울리지 않아?"
귀찮게 달라붙는 무녀를 어르고 달랜 후(다소의 무력행사가 있긴 했지만 원만하게 잘 해결됐다) 받아낸 교복이다. 혼자서 구하려면 이것저것 귀찮았겠지만, 이렇게 쉽게 구하다니. 신이라는 명목으로 신사에 눌러앉아있던 일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구나. 아무튼 유우가랑 같은 학교의 학생인 척 같이 다닐 수 있게 됐으니까. 인간이 가득하고 경계를 늦추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조금 좋다.
"이걸로 낮에도 밤에도 함께니까~ 좋지? 서방님~💕"
한층 더 밀착하며 자연스럽게 볼에 츄츄를 시도한다. 아? 사람이 많다고? 보고 있다고? 그래서 뭐 어쩔건데? 볼 츄츄 정도로는 잡혀가지 않는거지? 나름대로 인간 세상에 대해선 공부했다고?
말릴 새도 없이 볼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고 떨어지는 소녀.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여자친구랄까, 괜찮은 녀석인데. 저런 녀석이 사람이랑 조금만 가까워지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과보호를 하려 드니 문제다. 내 입장에서는 요괴나 영능력자가 더 무섭다고 말을 해도 '음양사 녀석들은 그렇다 쳐도 요괴들은 인간보다 나아' 라는 둥 이야기를 하니까 이런 부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단 말이지.
아니, 아무리 봐도 휙 달겨드니까 팔이 떨어져나가는 쪽이 무섭잖아! 비록 도술로 다시 붙이긴 했다만 끔찍하게 아팠다고...! 새삼 다시 떠올리니 뒷목이 싸해진다. ...물론, 하교 시간 즈음엔 해가 질락말락하니 그땐 이 녀석과 같이 지내는 게 낫겠지. 그 때의 고통을 떠올리고 나니 이것에도 나름 좋은 일은 있다 생각이 됐다.
"...그래, 좋다 좋아. 밤에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오는 건 싫지만!"
매번 힘줘서 말해두는데도 이것도 바뀌지 않고. 요괴들의 고집이란 알아줘야한다. 기본적으로 백년은 묵은 족속들이다 보니 노인들처럼 완고한 구석이 있달까.
"밤에 너 때문에 잠이 안 온단 말이야. 수업시간에 자꾸 졸고..."
하아아아품. 그 시간에 좀 더 도술을 가르쳐주면 안되나? 스스로의 몸을 빨리 지키고 싶은데.
이렇게 빈틈투성이니까 내가 옆에서 더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리고 좋다 좋아, 라는 말에 헤벌쭉 웃어버린다. 야호~ 유우가도 이렇게 하는 게 좋대~ 요괴 특유의 제멋대로 해석이 끝나고 나자, 뒤늦게 뒷말이 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밤에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가는게 싫다고? 어째서지? 남편과 아내가 한 침대를 쓰는 게 뭐가 싫다는건데!?
"하아?! 어째서? 그치만... 그치만 유우가는 내 남편이고, 나는 유우가의 아내니까... 같은 침소에서 자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무엇보다 유우가의 부모님도 허락했는걸? 그럼 괜찮은 거 아냐?"
물론 그 허락을 받기 전에 내가.. 요즘 말로는 최면세뇌빔(?)이라고 하던가? 그런 비슷한 요술을 쓰긴 했지만. 아무튼 지금은 다들 눈에 하트를 띄우고 '그럼그럼 둘은 같은 방에서 자야지~ 좋은 시간 보내렴~'하는 말을 해주니까 완벽하게 허락받은 거 아닌가? 아, 하품하는 유우가 귀여워.
"나는 유우가를 끌어안고 자면 잠이 잘 오는데. 그래, 오늘 밤에는 유우가가 잠들 때까지 무릎베개라도 해줄까?" "아니면 아니면.. 그렇지! 수업시간에 졸 정도라면 슬쩍 땡땡이치자~ 양호실에서 재워줄게. 아니면 옥상에서? 오늘은 해도 좋고 날도 따스하니 낮잠자기 좋을 것 같은데!"
츳코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요란한 츳코미를 한 방 먹이고 나서야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어휴... 그래, 너라도 잘 자면 된 거겠지..."
비록 그걸 참는 나는 괴롭다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아졌다. 이렇게 피로가 누적되다 보면 언젠가는 핫바디 누나를 옆에 두고도 쿨쿨 잘 잘 수 있을 거 같고.,, 그렇게 생각하던 나에게 돌연 어떤 제안이. ...그것도 꽤 끌리는 제안.
수업시간을 땡땡이친다, 그건 모든 남학생의 로망이고 즐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잖아? 게다가 무릎베개까지 해준다니. 그 토실토실하고 탄탄한 허벅지로. 이건 좀... 진짜 혹한다. 나는 으으으음, 침음성을 내며 고민하다가...
"―그거 괜찮은데? 선생님도 세뇌시켜줘서 출결문제만 없다면, 못할 것도 없지."
이렇게 티키타카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등교길도 막바지, 저 앞에는 선도부원과 선도부 선생님이 계신다. 걱정스럽게 메이사를 내려다본다. 그 이유는 쫑긋거리는 귀 때문으로, 이거 나 말고 다른 인간한테도 보이는 건가? 하며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쓰다듬어본다. 우와, 제대로 부드럽게 만져지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지 나쁜 짓을 한 것 같잖아! 닌 그냥 살짝 기억을 주물렀을 뿐인데?"
아주 살짝, 살짝 건드렸을 뿐이니까요? 데헷😋 요란한 츳코미가 지나고 나서야 유우가는 내 제안에 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호~ 그렇지. 이런 날은 수업보단 낮잠이 딱이라고?
"걱정 마! 선생님도 살짝 건드려줄테니까~" "응? 이거?"
덥썩 귀를 잡는 손길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올라간다. 어쩐지 걱정스러워 보이는 유우가의 표정과, 귀를 주물주물하는 손짓. 손과 표정이 완전 따로 놀고 있다고, 유우가? 하지만 싫지는 않아서, 귀를 살짝 쫑긋거리거나 움직이며 대답했다.
"음~ 괜찮지 않을까? 어지간히 영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보지도 못할 걸?"
그 신사네 무녀라면 충분히 보고도 남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이 귀와 꼬리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만진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긴 하겠지만, 허공에 뭐가 있겠지 하고 작정하고 만지는 사람은 없을테니 괜찮지 않을까? 그보다 내 귀라던가 꼬리는 유우가 외엔 절대 못 만지게 할 거니까? 아무튼 괜찮다고. 응응.
"유우가 외엔 만지게 할 생각 절대 없으니까, 아무튼 안심해 유우가~" "그럼 빨리 갈까!"
빨리 가자는 건 교실이 아니라 옥상이긴 하지만. 어쨌든 당당하게 교문을 통과한다. 봐봐, 선도부도 선도부 선생도 별 말 안하지? 보란듯이 옆에서 꼬리를 살랑거려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학교엔 영능력자가 없는 건가... 그래도 안심할 순 없지. 유우가를 죽였던 건 영능력자가 아닌 마을사람들이었으니까. 평범한 쪽이 더 무서운 거야.
"하?! 차, 참나 그런 거 걱정하는 건 아니거든?! 네 귀를 누군가 봤다가 날 습격하면 또 큰일이니까 그런 거라고!"
물론 메이사의 귀는 보들보들하고 꼬리는 통통한데다 복슬거려서 만지면 엄청 기분 좋긴 한데, 이걸 다른 누군가가 만지는 것따위를 질투하는 그런 하남자는 아니다. ...아마. 화풀이 삼아 좀 더 주물주물주물하다가 나도 모르게 정수리에 코를 박고 쓰흡, 하며 향을 들이마셨는데, 엄청 꼬숩고 좋고 뭐랄까, 말하긴 어렵지만 엄청 그리운? 냄새가 난다.
-뺫...!!!! 부부부부불순이성교제는 버벼버벌점입니댜앗....!!!!
우왓 성가신 허접선도부원의 목소리에 일단 냅다 메이사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어디보자, 시간은... 아직 20분 정도 남았네. 선생님은 이 시간이면 아직 교무실이려나? 생각하며 교무실로 들어선다.
"저, 그, 치트 선생님..." -어어~ 유우가 아니냐. 뭔 일이야? 옆에 있는 미소녀는 또 누구고?
태평해보이는 짧은 머리의 체육선생, 치트 시요우샤.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선생님의 머리를 이제부터 마구 마술로 주물러드리겠다고요.
- 우왓 잠깐 어잇 유우가 이녀석좀말려보라고오―!!!
...어쩔 수 없어요 선생님, 저희 가족도 다 당한 일입니다...! 우리의 땡땡이를 위해 잠깐 희생해주셔야겠습니다.
최면세뇌빔(?)은 통증은 없지만, 그냥 말해보고 싶었다. 따끔하다고 말하니까 선생의 눈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네. 파티션 너머로 넘어가서 그 머리를 꽉 붙잡고, 기겁하는 눈과 눈을 맞추고 잠깐 이렇게 저렇게——
- 아니 잠깐만 무슨 무, 으, 으, 으헤..........
.....세뇌! 컵라면보다 빠르다! 1분만에 완성?된 치트 선생님의 머리를 놓고 다시 파티션 밖으로 스르륵 나온다. 그리고 유우가를 향해서 브이 사인을 해보인다. 히히, 어때 유우가. 완벽하다구?
"자 선생. 우리는 오늘 교실에서 제대로 수업 들은거야. 알겠지?" -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옳지옳지~ 착하다 착해~"
좋아 완벽해. 조금 발음이 이상하고 알기 어려운 말로 대답했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잘 된 모양이다.
"그럼 갈까 유우가!"
유우가에게만 보이고 있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후후~ 이걸로 마음놓고 옥상에서 데굴데굴 음냐음냐 할 수 있겠지~ 유우가의 수면부족이 해결되면 밤에 침대에 기어들어 갔을 때도 등돌리고 자는 게 아니라 좀 더 부부사이 같은 이것저것 해줄지도 모르니까. 의욕이 불타오르는걸~
파티션 안에서 이런저런 음흉한 짓을 하고 나온 치트선생님과 메이사의 꼴은 대단했다...! 묘하게 폐퇴적인 분위기에 하트동공이 된 치트 선생님이라니 뭔가 사춘기 남고생의 음심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다고.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좋아, 잘했어 메이사!"
메이사를 포O몬 다루듯 칭찬해줬다. 겸사겸사 머리도 귀도 엄청 복복 쓰다듬어주고. 팔짱을 껴오는 메이사를 데리고 땡땡이를 치러 가는데... 어이 잠깐, 잘못 들은 거 아니겠지?!
"너 나를 그렇고 그런 일 하려고 도와준 거냐?! 이 색골 여우가!"
팔짱을 후닥닥 빼고선 가슴팍을 가리지만... 뭐 가릴 게 있어야 말이지. 아니 그보다 살면서 나를 이렇게 음심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녀석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아, 아아 그러고보니 이전에 엄청 볼썽사나운 꼴이었지 나...! 겨우 잊고 있던 OO가 떠올라서 난 괜히 복도에 머리를 처박았다.
"너... 너 내 아내라는 거 거짓말이지? 날 착정해서 네 여우구슬 같은 걸 불릴 속셈인 거지?! 에O망가처럼!"
복복 쓰다듬어주는거 좋아💕 그대로 따끈포카한 느낌으로 옥상으로 향하는데— 에? 왜 또 갑자기 색골 여우가 되는 건데!? 믿을 수 없는 폭거(?)에 볼을 부풀리고 항의했다. 물론! 그럴 생각으로 낮잠을 제안한건 20% 정도는 맞지만! 그보다 유우가 가슴팍에 딱히 가릴 거 없잖아! 그 몸짓은 뭐야! 내가 꼭 남고생의 몸만 노리는 음흉한 엣치치 색골이 된 느낌이잖아!
"하아~? 사실이라고! 유우가는 내 남편! 나는 유우가의 아내! 거짓말 아니라니까!" "부부가 같은 침대를 쓰는 것도 그렇고 그런 일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 왜 그렇게 빼는 거야 유우가~" "그리고 가슴에 가릴 것도 없잖아. ..아니면 가릴만한 걸 만들어줄까아~?"
예를 들면 츄츄 자국이라던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오늘 밤엔 하나 정도 남겨볼까~라는 생각도 살짝. 아니 근데 그보다, 뭐야 그 예시? 여우구슬은 둘째치고 그 뒤에 거!!
"....유우가 에○망가 보는 거야? 믿을 수 없어...." "이런 나를 놔두고 왜 종이짝이나 화면 안에 있는 녀석들을 보는 건데? 내가 있는데도 왜? 왜???"
어쩐지 거리를 두는 유우가를 두고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떠오른 사실에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어째서냐고 어째서! 이런 나를 두고 그런.. 그런 전자계집을 보다니...!(???)
쿵쿵, 잔뜩 화가 난 걸음으로 내려와 유우가를 향해 삿대질을 하려고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꼬옥 껴안겨졌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그만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지만, 그, 그, 그래도 봐주지 않을 거라구!!! 하지만 유우가가 먼저 안아준 거 너무 오랜만이고.. 우우...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거 같아... 지근거리에서 느껴지는 유우가의 향이 비강을 간지럽힌다. 나도 모르게 쓰흐으으읍 들이마셔버려어....
"...........흐, 응...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한 번 정도는 눈감아줄게." "하지만 다음은 없으니까."
한참 코를 박고 씁하씁하 하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뭐, 뭐어. 한 번 정도는? 가벼운 일탈이니까 봐줄 수 있다고? 하지만 한 번 뿐이니까. 다음에는 절대 용서 안 하고 태워버릴거야. 하여간 이런 건 전생이나 현생이나 완전 똑같잖아! ...뭐, 그런 점이 유우가 답다고 할까. 변함없이 유우가라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응~ 기분 좋아졌다! 전부 풀렸어!
"그러엄 오늘 밤 기대하고 있을게~? 그래, 저녁은 굴 요리로 할까?"
자연스럽게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으로 저녁거리를 생각하며, 이번엔 유우가의 손을 잡고 함께 계단을 오른다. 자연스럽게 깍지끼기도 시도하면서. 당당하게 중앙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자— 따스한 햇살이 가득 퍼진다. 으음~ 날씨 진짜 좋은데.
성교육이라던가 종이계집으로 이런저런 예습은 자주 했지만, 실전에 들어서는 건 처음... 오늘 처음으로 실전 하는 건가... 뭔가 이 녀석은 어설프게 굴면 비웃을 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네가 늘 말하는 녀석만큼 그... 그렇진 못할테니까 기대하지 말라고!"
...뭔가 과거의 나 자신에게 패배한 기분이 들어. 얼굴도 화끈거리고 엄청 더워져서, 웃옷을 벗어버린다. 젠장... 중얼거리며 옆을 보면 어느새 손에 깍지를 껴오는 통에 새빨간 얼굴이 가라앉을 틈이 없다.
이렇게 보다보면 메이사 녀석이 익숙해졌다곤 하지만 한참 연상인데다 미소녀이기까지 하단게 실감난달까. 등굣길에서도 메이사 녀석 얼굴을 흘끔이는 애들도 많았고. 그 옆의 나를 보고는 '으에? 얜 누구래?' '몰라, 듣보인데?' 하는 시선으로 변화하는 건 꽤나 마음에 타격이기까지 했지.
...게다가 지난 며칠간은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면서 짐덩이인 나를 구해주기까지했고. 이런 팔방미인인 대요괴가 나에게 잘해주는 건 솔직히― 그래, 이 녀석 말마따나 우리가 부부이기 때문이다. 그거밖에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깍지를 당겨가며 앞서가는 메이사를 잠깐 바라보다가, 망설이는 느낌과 함께 말을 걸었다. 아까 말해야 할 것 같았던 건 이거일 거야, 아마.
"―저기, 메이사."
"그... 아까 미안해. 거짓말이라고 해서." "그리고 그저께 나 구해준 것도... 아직 고맙다고 못 했었지, 참." "...고마워."
"후후후. 괜찮아 괜찮아~" "유우가의 처음은 항상 나였으니까. 오히려 처음이 아니면 슬프니까?"
누구냐, 먼저 손을 댄 녀석은?해버릴지도 몰라. 뭐 아무튼... 나름대로 오래 환생하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 우리는 늘 그랬단 말이지. 그보다 매번 그렇게 처음이니까... 하고 걱정하는 것도 똑같네 정말로~ 금방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도, 손깍지를 끼면 그렇게 되는 것도 말이지~ 응, 유우가 맞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달까.
"응? 왜 그래 유우가?" "...헤헤헤, 유우가는 정말로 상냥하네."
갑자기 건네진 사과, 그리고 감사.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아아 그건가~ 하고 납득했다. 정말이지, 상냥하다니까. 조금 서툴러서 그렇게 말해버려도, 잊지않고 미안하다고 해주는 점이 말이지. 그 밖에도 이것저것. 넌 언제나 상냥했어. 마지막엔 그 상냥함이 독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테니까...
"——좋아! 거짓말은 용서해줄게! 그리고 구해준 건 뭐, 부부잖아? 서로 돕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그럼~ 어디가 좋을까~"
해가 따듯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양지에 누워서 자면 익어버릴테니까 말이지. 너무 어둡지 않고 적당히 비치는 그늘 정도가 좋은데... 오, 여기 좋은데. 마치 여기서 자라고 준비해둔 것 같은 완벽한 자리를 찾아 유우가를 이끌었다. 그리고 먼저 자리에 앉아서, 무릎을 꿇고 앉은 후에 허벅지를 통통 두드렸다.
...이 색골엣치치여우는 얼마나 내 O정을 가져간 거냐? 처음이 아니면 슬프다니 농축된 정기를 받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 같은 대사를 상상하게 되어버린다. 아니, 이 녀석이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분명 그렇다니까.
그나저나 처음이 항상 자기였다고 단언해 말할 정도면, 우린 얼마나 오래 지낸 거야? 이게 다 지어낸 말일 수도 있지만, 뭔가 말꼬리 하나마다 묻어나는 옛 자신의 흔적을 찾아내게 돼버린다. 이런게 귀에 밟히는 것도 인연인가.
"꼬리로 얼굴을 문지른다고 좋아하겠냐..."
하면서도 토실토실, 매혹의 허벅지에 머리를 뉘였는데... 우와아 뭐냐 이거. 적당히 탄탄하고 말랑한 허벅지가 뒷통수에 착 달라붙다시피하고, 적절한 높이여서 목도 편안한데다 얼굴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봄바람... 이거 낮잠자기 최고잖아. 그리고 얼굴에 엎이는 푹신한 꼬리까지. 뭔가 간질간질해... 눈을 감은 채로 감각만 즐길 뿐인데 최고다.
뭔가 엄청 어리광부리고 싶어진다... 그러면 안... 되는... ...그렇게 잠깐 잠에 빠져들었다. 아니, 요즘 밤에도 한참 긴장하고 뛰어다니고 누워도 여우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으니까 그만. 긴장이 풀리니까 바로 잠에 들어버렸다고 할까...
그나저나 뭐야 이거. 꿈? 흐릿하게 지나가는 풍경. 1인칭 시점으로 둘러보면 뭔가 옛날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내가 잔을 들고 뭐라뭐라 말을 하고 있다. 옆에는 어른 버전의 메이사가 살풋 웃으면서 날 바라보고 있고. 나는 건배사를 끝내고 위로 잔을 높이 든 다음, 입에 가져다 대는데―
눈앞이 핑 돌다가 엎어졌다. 고개를 힘겹게 들면 메이사가 날 울먹거리며 내려다보다가, 이내 귀신같은 얼굴로 변해 마을사람들을 노려본다.
―말해야 해. 잔에 든 걸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퍼뜩 눈을 떴을 때, 나는 눈에 잔뜩 고인 눈물과 거대한 가슴이 드리운 그늘, 그리고 그 너머에서 걱정스레 날 바라보는 메이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퍼뜩 일어나서 메이사의 어깨를 잡고,
"―마셨어?!"
하고 대뜹 물어본다.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에 횡설수설 내가 봤던 걸 설명하다가 힘이 빠져서 다시 무릎 위로 엎어진다. 허벅지에 코박죽하련다...
히죽 웃으면서 무릎 위에 놓인 유우가의 얼굴을 꼬리로 간지럽힌다. 바람도 살랑살랑, 꼬리도 살랑살랑. 적당히 따듯한 햇살에 적당히 부는 바람. 적막한 옥상의 분위기... 거기에 요즘은 밤마다 쳐들어오는 녀석들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수면부족이었지 유우가. 그래서 그런지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 유우가에게 있어서는 전생의 일이자 나에게 있어서는 생생한 과거의 일이 문득 생각나는 것이다.
그때도 이렇게 무릎에 올려두고 상태를 살폈었지. 무어라 말하려던 유우가는 끝내 그걸 전하지 못했고, 나는 그대로 마을을 말 그대로 부수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뭐 다른 녀석들한테 제압도 당하고 벌도 받고... ....빌어먹을 인간놈들에게 복수했단 이유로 인간놈들의 신사에 누름돌로 앉혀두다니. 완전 악취미적인 벌이라고. 이거 고안해낸 녀석은 남 신경 긁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뭐, 이제 유우가도 환생했고 무사히 만났으니까. 이제 그런 누름돌은 나랑 상관없다 이거야. 백귀야행? 알 게 뭐람. 과거의 백귀야행을 토벌하고 돌아온 우리를 죽이려고 했던 건 인간 녀석들이잖아. 그런 녀석들 따위, 백귀야행에 당하든 말든 이제 몰라. 알아서들 하라고 해. 난 유우가랑 행복하게 살 거니까. 오히려 마음 같아서는 눌러놨던걸 풀어줘서 유우가 빼고 다 죽여버려~ 하고 응원하고 싶을 정도라고? 그나마 참고 있는거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무릎 쪽에서 앓는 소리가 났다. 급히 고개를 내려보면 거기엔 눈물이 가득 고인채로 끙끙거리는 유우가의 얼굴이... 에엣, 가위라도 눌린 건가? 깨울까? 어쩌지? 걱정스럽게 보다보니 유우가가 눈을 떴다. 다행이다. 안심하기도 전에—
"에? 마셨냐니?? 유우가.... ......그건...."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하다가 금새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어서 말을 꺼낸다. 그건, 그건 방금 전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났어?" "....나는 마시지 않았었어."
잠시 가벼워졌던 무릎 위로 다시 유우가의 머리가 놓였다. 아까랑 방향은 좀 다르지만. 이건 이거대로 괜찮지. 유우가의 뒤통수를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느릿하게 말한다.
".....신사에 있을 땐 몇 번인가 후회한 적 있었어. 그때 나도 마시고 따라갈 걸 그랬다고."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까, 역시 마시지 않아서 다행이네—"
"알아. 그래도 가끔 떠오르는건 어쩔 수 없었어." "유우가를 죽였던 마을 녀석들하고, 똑같은 인간들이 신사에서 나불거리는걸 듣다보면 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사람을 죽여놓고선, 자기들은 잘 살게 해달라고 비는 꼴이 말이지. 작은 한숨과 함께 흘려보내듯 투덜거렸다. 그런 걸 계속 보다보면 어쩐지 뭔가 울렁거리기도 하고, 아무튼.. 마음이 별로 좋진 못해서. 잠시 아무 말 없이 유우가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부들부들한 감촉은 전생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역시.
"정마알~ 배가 너무 뜨끈해져버린다고?" "...오늘은 어리광쟁이네, 유우가. 헤헤, 좋아~ 전부 받아줄테니까~"
유우가의 한숨이 스며든 옷은 금방 따끈해져서, 배쪽이 뜨끈뜨끈해진다. 계속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 작게 쿡쿡 웃으면서 계속계속 유우가를 쓰다듬는다. 다른 손으로는 등을 토닥이면서.
"그래, 앞으로도 계—속 찾아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유우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반드시 찾아줄테니까."
그렇게 한동안 훌쩍이는 유우가를 토닥이고 있었다. 부는 바람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해의 각도도 꽤 기울어졌을 무렵, 슬그머니 질문을 꺼내본다.
그동안은 메이사의 뿌리깊은 인간혐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들도 유우가의 가족이니까 온정적으로 대해줬다던가, 하트 동공으로 만들어버리고 나서 그렇게 말을 해도 설득력없다고 생각했는데... 기껏 고생하고 왔더니 이렇게 뒷통수를 치고, 행복하기 직전의 둘을 갈라 놓으면 그럴 만도 하지.
그 무녀 녀석이 찾아왔을 때, '백귀야행이고 뭐고 그건 너희들 인간들이 해야 할 일 아니냐?' 라고 하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땐 요괴녀석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고만 여겼는데, 어쩌면 인간보다도 합당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그래도 난 내가 나고 자란 이 동네가 백귀야행에 덮이는 건 싫어. 너를 어떻게든 설득하고 싶었다. 당장 알게 된 지 2주 밖에 안 된 녀석이니까,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 전혀. 그냥 이거 하나만 기억났어."
앞머리를 흔들고 지나가는 봄바람이 기분을 좀 달래주었다. 베고 있는 무릎의 온기라던가, 허리를 숙이면 살짝 이마에 닿는 거대한 허니듀멜론이라던가도.
"왜 갑자기 기억난 건진 전혀 모르겠지만."
그때 껴안아서 그런 건가? 그때 뭔가 머리에 훅 스쳐지나가는 게 있었지. ...그러면 역시, 오늘 밤에 그렇고 그런 일을 하면... 좀 더 제대로 기억나는 게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건 절대로 기대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걸 더 잘 알기 위해...
전부는 아니고 그것만인가. 모처럼이니 좀 더 즐거웠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좋았을텐데. 훌쩍이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좀 더 쓰다듬어야지. 나데나데~
"음~ 전생의 유우가랑 같은 일을 하면 기억나지 않을까?" "그러니까, 같이 목욕한다던가 같이 자면서 부부의 일을 한다던가, 뭐 그런 것들?"
아까 끌어안고 그랬던 것도 전생에 자주 했던 거니까. 분명 그래서 기억난게 아닐까! 완전 명안! 그리고 이 생각은 유우가도 똑같이 했는지, 오늘 하는 수밖에 없나..라는 중얼거림이 들렸다. 동의의 뜻으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거라고!
"그래, 오늘 하자!" "아니, 기억이 날 때까지 해보는거야. 응. 그러자!"
뭔가 복잡해보이는 유우가와 다르게, 나는 활짝 웃고 있었다. 아니 그치만 그동안은 쭉 등 돌리고 자고 무시당하고 방에 출입금지 당하고 그랬었으니까? 물론 출입금지는 무시하고 들어가곤 했지만, 아무튼간에. 그런데 오늘부터는 해금인거지? 그런거지? 그럼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잖아?
"아무리 해봐도 기억이 안 돌아오면... 그래도 괜찮아! 나는 그래도 유우가랑 백년해로 할 거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그대로 몸을 푹 숙인다. 그대로 꾸~욱 유우가를 누르듯이 안는다. 흐히히, 나, 벌써부터 방과후가 기대되기 시작했다구, 유우가.
―라고는 했지만 곤란한 게 사실. 그야 나는 일평생 여자와 연이 없었고, 있어도 어쩌다보니 떨어져 살아왔다. 결국 절친 다이고라던가 늘 투닥거리는 야나기하라가 여친을 사귈 때까지 나 홀로 모쏠O정이라는 굴욕적인 타이틀을 달아왔지.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도 이 여우의 수작 아니었나 싶지만!
사바가미 신사에 내 썸녀가 '유우가 군이랑 잘 되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를 올리면 왕여드름을 달아준다던가 말이다. ...생각하다보면 정말 그랬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욕탕에 들어와있고, 오늘 우리는 같이 씻기로 했다는 거지.
"이게 맞나..."
물에 머리를 담그고 부글부글부글, 하다가 흠뻑 젖은채로 머리를 내밀면.
"히끅."
솔직히 조금 충격적일 정도의 비주얼이다. 이 녀석은 또 가족들한테 최면을 한 바탕 걸어놨는지 조금의 거리낌도 없어보였다. 그리고 찰박찰박 같은 탕 안으로 들어오는데...
"...타, 타타 타올이라던가. 좀, 그런 거 걸칠 수는... 없던 거야?"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최대한 욕탕 안에서 접점을 없애려고 하는 나. 아니, 보통은 더 닿았으면 하겠지. 나도 만화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의 거대한 허니듀메론은 뭔가 존재 자체로 사람을 좀... 찐따같게 만드는 게 있다고. 나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허공에 두며 딸꾹질을 억눌렀다. 아, 진짜...!
굳이 타올 같은 거 걸치는 의미가 있나아~? 장난스레 웃으며 그대로 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최대한 움츠려서 구석으로 향하는 유우가를 보니 히죽히죽 웃음이 나온다. 지금 그렇게 해봤자 말이지. 어차피 나중에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할 예정인데 말이야. 왜 저렇게 빼는 거지? .....이성에 대해 너무 내성이 없는 거 아냐 유우가? 종이계집이랑 전자계집하고는 이렇고 저런 것까지 하면서? ....하긴, 출판물과 실제는 꽤 차이가 나긴 하지.. 하지만 실제 여자가 유우가한테 접근하는 건 절대 용납 못하고.
그래. 그러고보니 생각나네. 신사에서 '유우가 군이랑 잘 되게 해주세요!'했던 녀석. 새전도 5엔밖에 안 넣고 말이야. 아니 금액으로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정말로? 단지 그런녀석이유우가랑잘되려고수작을부리는게마음에안들어서잘되기는커녕집에가는길에작은사고가나게해버렸지만.
.......그랬지만! 아무튼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아무래도 좋지 않나?
어라, 유우가가 이성에 대한 내성이 없는 건 전부 내 탓....? ....그래도 유우가랑 다른 여자가 사이가 좋다니 절대 그냥 못 보니까. 응. 유우가의 아내는 나니까 말이지.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샜지만, 아무튼 그렇다. 뭐가 그렇냐면.... 괜히 시선 돌리면서 ○○ 티를 팍팍 내는 유우가가 너무 귀엽다는 얘기지!
"유우가~ 왜 그렇게 움츠리고 있는 거야~?" "안그래도 욕탕은 좁으니까, 자. 좀 더 붙으라구?"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도 옮긴다. 슬쩍 다가가서 유우가에게 찰싹 붙어 귓가에 조곤조곤 속삭이기~
다가오는 거대한 두 짝의 무언가와, 귀에 나른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까지...! 눅눅하고 뜨거운 욕실의 온도와 어질어질한 머리. 뭔가 벌써부터 한계치라는 느낌. 시각적인 자극이 장난 아니라고 이거... 에O망가라던가 보면 이럴 때 정신줄 잡고 주도권을 가져가던데, 그런 거 어떻게 하냐고...!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해야겠지. 전생동안 종이계집들을 더듬어온 호색한 생활이 빛을 발한 걸까? 나는 메이사를 덥썩 껴안고 피부다 닿던 말던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꼬옥 당겨 붙였다. 메이사는 엄청 말캉거리고, 무척이나 좋은 향기가 나서... ...그런데 이 다음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 그게 막막하단 거지. 견문은 견문일 뿐인지 머릿속이 종잇장처럼 새하얘졌다. 슬쩍 눈을 떠보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폭력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고.
결국 나는 머리에 김이 풀풀 나는 채로, 메이사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만 것이었다...
장난이 지나치다고 할 땐 언제고 그렇게 덥썩 껴안는거냐구. 하지만 눈을 질끈 감은 채라는게 또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쿡쿡 웃게 된다. 그렇게 쩔쩔매는 귀여운 모습과는 반대로, 밀착해있는 제법 탄탄한 몸이 말이지... ....응, 나도 백년정도 참던 게 있어서 그런지 꽤나.... 슬쩍 시선을 위로 돌렸다가, 다시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목덜미에 느껴지는, 욕탕의 증기와는 조금 다른 뜨듯한 숨과 무게가....
"괜찮아, 유우가." "느긋하게 하고싶은대로 하면 된다구? 그래. 일단 안는 걸 했으니까.. 다음은 츄- 할까?"
마침 목덜미에 기대고 있으니까, 각도가 딱 좋단 말이지. 짓궂은 웃음과 함께 유우가의 귀에 입을 맞춘다. 귓속말 할때도 생각했지만, 유우가는 귀가 약하지~
"자아, 나한테도 츄- 해줘. 뺨도 좋지만 이왕이면... ....알지?"
......아니 근데 유우가, 이마 너무 뜨거운 거 아냐? 이대로 오래 있다간 현기증 날 것 같은데!? 쓰, 쓰러지는 거 아냐?! 뒤늦게서야 목덜미가 좀 위험할 정도로 뜨끈한 느낌이 든다는 걸 알아채고, 살짝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 근데 유우가 괜찮아? 너무 뜨거운데? 무, 물 온도가 너무 뜨거웠나? 어지럽진 않아?"
메이사가 날 도발하려는 듯이 이야기해댔던 '옛날의 나'라면 이런 데에서 헤매지도 않고, 제대로 잘 해냈을 텐데. 내가 봐도 나 자신이 너무 꼴사납다. 마치 영혼의 반쪽은 몸에 남겨두고, 영혼의 반쪽은 저 하늘 위에서 찐따같은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배꼽 아래에서 뭔가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그 아래는 이미 엄청난 꼴이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하지만, 메이사가 알려준 이상 여기서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뭣보다 '옛날의 나'랑 비교해서 '에~ 유우가 한심해~ 어쩌다 이런 하남자가 된 거야?' 같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아서.
아왓와와 하며 나한테 뭐라뭐라 말을 거는 메이사에게 그대로 입술을 부딪혀버렸다. 물이 철썩거리며 비좁은 욕탕에서 밀려나 떨어지는 소리랑, 실눈 사이로 비친 메이사의 당황한 얼굴이라던가. 그런걸 보고 꼴 좋다... 라고 생각하며, 전원 OFF.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침대 위에서, 메이사가 부채질을 팔락팔락하며 걱정스레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나 기절한 거야? 그대로? 더워... 엄청 후끈거리고 더워 죽겠어. 이마에 올려놓은 물수건 정도가 그나마 시원해서, 거기 위에다 손을 올려놓았다.
나... 혼욕하다가 OO한 채로 기절한 거냐고. 그것도 키스하고서.
"최악이잖아..."
엄청 꼴사납잖아 나... 심정적으로는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긴장이 풀려서 몸살이 와버렸는지, 그럴 기운이라곤 전혀 없이 메이사에게 이마를 기대는 게 최선이었다.
유우가가 이번 생에 기억이 없는 이유는 역시 🤔 전생에서 종료할 때 클라우드 백업을 제대로 안해둬서(?) 그렇겠죠... PC에 임시저장 파일 정도나 있고 😌 전생 히다이(임시저장파일)는 지금 이 꼴을 보면 어이어이어이 장난하냐고!!! 라면서 수치사해버리겠지...😏 그동안은 종이계집으로 예행연습해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마술을 전혀 모르는 유우가는 예행 연습도 못해서...🙄 이런 OO이 되어버렸다고...
역시 물이 너무 뜨거웠던건가!? 키스라고 부르기엔 너무 날것 그대로였던 입술박치기가 끝나기 무섭게 유우가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으, 으, 으아아?! 당황해서 급히 유우가를 들고 방으로 나르고, 차가운 물수건을 준비해 이마에 얹고 부채를 꺼내와서 살살 부채질을 한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기를 몇 분이 지났는지, 유우가가 슬며시 눈을 뜬다. 으, 다행이야아아. 안심 반, 걱정 반이 섞인 눈으로 유우가를 보며 뭐야?라는 말에 대답하듯 말했다.
"그으게... 물이 너무 뜨거웠나봐... 미안 유우가." "아직도 몸이 뜨겁네. 괜찮아? 어지럽진 않아? 물 마실래?"
옆에 떠다둔 물컵을 한 손으로 가리키며 물어본다. 살짝 미지근한 물이지만, 이럴 땐 오히려 미지근한 쪽이 좋다고도 들었고 말이지. 마신다고 한다면 살짝 일으켜 세워서 천천히 먹여줄 생각이긴 하지만. 아무튼... 미안하다는 말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조바심을 냈던 내쪽이 미안할 일인데.
"아니야. 내가 미안..... 이래저래 무리하게 시켜버렸네. 유우가, 수면부족인데다 현기증까지 겹쳐서 이렇게 된 것 같으니까... 미안해." "오늘은 그냥 자자. 헤헤, 사실 이렇게 같이 자기만 해도 난 좋아. 유우가의 옆에서 잘 수 있으니까."
...뭐어, 전생의 유우가도 지금의 유우가도 똑같은 유우가인데 말이지. 백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보냈더니 그만 조바심을 내버렸다. 전생의 유우가가 되라고 강요한 느낌이 적잖게 들어서, 조금 반성하게 됐다고 할까. .....그래도 같이 자고는 싶으니까, 앞으로도 침대에 기어들어가는 일은 멈추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