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라는 말은 싫고, 언약 없이도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그 말에 유우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것이 그녀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유우키는 그녀가 뒤로 물러서는 것에 맞춰 앞으로 한걸음 걸어가며 그녀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자신과 그녀는 키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주 살짝 무릎을 굽히는 것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고 했다.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말아요. 처음에도 말했잖아요? 가볍게 시작하더라도 소홀하게 대할 생각은 없다고요. 시작이 어쨌든, 히나. 당신은 제 여자친구이고, 저는 당신의 남자친구에요. 그 자리는 다른 누가 넘볼 수 없는 거고, 당연히 곁에 있을 거예요."
사람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보는 신이라면 좀 더 능숙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고 연애에 대해서는 특히나 서툴렀다. 그렇기에 그저 이렇게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이어 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만약 잡혀준다면 그대로 깍지를 끼려고 했을 것이다. 떨어지지 않도록. 일부러 힘을 조금 줘서.
"있죠. 히나. 나중에 불꽃놀이를 보면서 하려고 한 말이었는데..."
괜히 그녀의 이름을 한번 부르며 그는 눈웃음을 보였다. 여기서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본다면, 오히려 그녀가 불안해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끝에 나온 행동이었다.
"전 영화 주인공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서 솔직히, 당신이 저의 운명이다..라던가 그런 말은 할 수 없어요. 살아가면서 당신을 불안하게 할 수도 있을테고, 때로는 당신과 사소한 의견다툼을 하면서 싸울지도 몰라요. 저는 인간이고 당신도 인간이니까요."
솔직히 그녀에 대해서 정말 모든 것을 다 바칠 정도로 좋아한다, 사랑하냐라고 물으면 그건 No였다. 너무 매정한 것이 아니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제 마음인 것을 어쩌겠는가.
"하지만 저는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당신을 좋아해요. 지금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말이 신경쓰이고, 가린 얼굴의 표정이 너무나 궁금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너무 알고 싶어요. 아마 내일은 지금보다 더 당신을 좋아하게 될테고, 한 달 뒤의 저는 그때보다 더 당신을 좋아하게 되겠죠."
그래프로 그린다면 경사는 완만할지도 모르나 분명히 우상향일거라고 확신하며 그는 히나를 바라보며 차분하지만 나름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를 냈다.
"좋아해요. 히나. 당신이 쭉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오늘 하루는 그대로 나에게 줬으면 좋겠어. 제 하루도 당신에게 줄테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그럴려고 나온거고, 카와자토를 오늘만큼은 잊을 생각이니까."
기쁨 속에서도 다른 감각에 겹쳐 쌓이는 듯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가볍게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였을 뿐 이였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평소보다 훨씬 자주 웃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이들도 그러하듯이. 그리고 웃는 것은 좋음을 뜻하지
"그때의 간식이로군요, 주신다면 받아야겠죠"
그러다 그가 뭔가 생각난 듯 보여주며 건네 보이는 것은 그가 사격장에서 얻어냈던 간식이었다. 내가 그에게 주었듯이 그도 내게 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받은 것이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가 그의 마음을 담아내서는 건네는 것이라면 믿음에서 오고 가는 자에게 이것은 충분히 값진 것이 될 것이다
"그렇네요, 사람들의 기억들이 담겨진 맛이라고도 할까요"
그의 말에 긍정하여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나는 그로부터 건네받은 것 중 하나를 집어 들고는 그 포장지를 풀어내고는 먹었다.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우유의 향이 내 입안을 가볍게 만져준다. 이것은 충분히 좋다. 나는 작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글쎄요, 저는 지루함을 무르고 즐거움을 느끼고자 여기에 있어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저와 놀아 주는 이를 만났지요. 그러니 지금처럼 저와 놀아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내게 무엇을 원하는가 라고 묻는 그에게 나는 한 손으로 나의 뺨에 손을 대고는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고는 고민하는 시늉을 하면서도 곧바로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그가 나와 놀아 준다면 그것 자체로 내게 보답이 될 것이다. 혼자서 놀 수도 있지만 이렇게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모처럼의 축제지 않은가 사람들이 모여들고 열의가 차오르며 새로운 깊은 관계가 피어나기 하는 그런 장소.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자 모여드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저편의 너머에서는 다른 축제가 한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