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과 소매를 괜히 정리하기를 몇십번. 사람이 많긴 했으나 그럼에도 제 여자친구 모습은 훤하게 보였다.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자 그녀가 다가오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달려오는 것이었다. 자신의 팔을 와락 끌어안으면서 밀착하는 그 모습에 자연히 그의 시선이 옆으로 살며시 돌아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 당고처럼 둥글게 말아올린 헤어스타일이 색달랐으며 묘하게 달달하며 부드러운 향이 조금 독특하다고 그는 느꼈다. 이전에 맡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극적이거나 과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제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에 그는 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고개가 자연히 내려가니 자신을 향해 비스듬하게 고개를 올리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혓바닥을 살짝 내밀면서 하는 말에 그는 조용한 미소에서 작은 웃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예쁜 히나 꼬시려고 잘생겼나? 일방적으로 빠지는 것은 불공평하잖아요?"
자신이 잘생겼냐, 못생겼냐에 대한 고민은 굳이 하지 않았다. 잘생겼다고 하니 잘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이었으니까. 거기에 굳이 나는 잘새기지 않았고 히나는 예뻐요. 같은 묘하게 구차한 느낌이 드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건 그도 자존심이 있었기에. 무엇보다 고등학교 2학년인 남학생에게 있어서 잘생겼다는 말은 듣기 좋은 말이었으면 듣기 좋은 말이었지. 겸손해지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헤어스타일 오늘은 바꿨네요. 향도 좀 바뀐 것 같은데. 이전의 것도 좋았지만 지금 것도 굉장히 괜찮네요. 거기다가 그 유카타도 말이에요."
검정과 붉은색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그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있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과하진 않지만 입은 이의 모습을 빛내주는 화려함을 눈에 가득 담던 유우키는 다시 히나의 모습을 바라봤다.
>>525 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눈물겨운 해방감에 안은 것을 더 강하게 끌어당기며 놓지 않기 위해 애썼다.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 죽지 않게 지켜준 것은 이 존재라고. 어쩌면 16년 생 중의 전부를 보아왔을 수도 있겠다. 조금은, 억울함을 느꼈다. 어째서 나를 그냥 내버려두었냐고. 이럴 때에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비슷한 체구이면서, 부드럽게 안아주면서 세상 상냥한 목소리에 하마터면 넋을 놓아버릴 뻔했다. 없는 엄마가 안아주는 것처럼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는 손길,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았지만, 하나만, 한 개만 묻기로 했다.
거짓말, 세상 어떤 누나야가 이래 얼굴을 곤죽으로 만들어 놓냐고.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것을 간신히 억누르고 마지 못해 웃어버렸다. 그래봤자 어설픈 낯빛을 온전히 가릴수야 없었지만. 딴청을 부리듯 고개나 돌리며 엉망이 된 얼굴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대화 사이 짧은 정적 사이 매미가 울고, 농구대에 절묘하게 끼인 공이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을 가로막는다.
"히, 그렇슴까? 내 엄청 쑥스럽네…~"
달아오르기 시작한 뺨은 두 손 가득 감추어져 흐릿흐릿 손사래를 친다. 체육제를 앞둔 한때, 나란히 시위를 당겼던 두 사람이 또다시 같은 자리에 설줄 누가 알기나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작은 아이가 우승할 줄 누가 알았겠니.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정말 만화같은 일이었다. 시위를 당기면 누군가의 손길이 함께 포개어지는듯 해. 콩닥거리는 가슴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정말로 누군가의..
"아아아아아....... 덥다- 억수로 덥다-!!!"
정말 이상했어요 선배, 그런 이야기는 속에 꺼둔채. 덩그러니 걸린 공따위 어떻게든 되라고, 우와아 소리질러버린다. 예쁘기만 하지 실속은 꽝이네, 라고. 질끈 감긴 끈을 풀어헤치고 시원하게 배꼽을 내놓고 나서야 살것 같다는 표정이 됐다.
테루가 신으로의 승격 희망 여부는 제쳐두고 일단 문득 생각난 건데, 테루 돌 속성 생각하면 요괴 뿐만 아니라 신까지 격 엄청 높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돌과 우주가 결합하면 별이 되잖아. 신격 대체로 지구 범물에 한정하거나 인간에 한정하거나 넓게 봐도 행성 하나 정도에 그치는데 테루 성질이 범용성 되게 넓은 거 같애 솔직히 돌… 개그성으로만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할 수록 되게 낭만적이야 탄생설화도 그렇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