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신은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감정을 흔드는 것부터 설사 협박이라 할지라도 그에 굴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 준다. 그래야 하는데.
아아, 당신이 기어이 나에게 미련을 만들려 하는구나.
목에 닿는 느낌에 앓는 소리가 얕게 흘러나왛다. 가벼운 것은 아니었기에 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마침내 목에서 떨어졌을 즈음에 보이는 것은 명확한 욕망으로 일렁이는 노란 빛이었다. 욕망과 간절함으로 불타는 눈빛. 공정의 신이 전혀 취하면 안 되는 눈빛. 하지만, 그 노란 빛이 너무 애처로워서, 신은 그만 자신의 신관의 뺨에 손을 대었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ーーー이 정도로 충분히, 제 답변이 되었겠지요. "
길고 길었을 가벼운 입맞춤을 하려던 것이 떨어지고, 신이 자신의 신관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공정의 신이 결코 하지 말아야 할 말.
"나 역시 사랑한답니다. 당신을.... 코우 씨, 당신만을. "
미련을 남기려 하는 것은 오히려 이쪽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말. 그러니 이어지는 말을 쉽게 납득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뺨을 쓸어보이며 다시금 가볍게 숨을 앗으려 한 뒤 신이 자신의 신관에게 건넨 말은 잔인하다 여겨질 정도로 들릴 말이었다.
가녀린 손이 뺨에 닿고, 입술 위로 온기가 맞닿는다. 당신이 그런 행동만 하지 않았더라도,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무거운 마음으로나마 힘겹게 보내주었을지도 모르는데. 일순 부아가 치밀어오른다. 내게 미련을 만든 건, 다름아닌 당신이면서.
"...날 사랑하면." "나랑 같이 있어줘야지."
억센 손아귀가 허리를 붙들고 다시금 두 입술이 맞물린다. 방금 전의 가벼운 입맞춤보다, 훨씬 진득하고 깊은 접촉이 이어진다. 상대를 얽어매고 그 숨결을 탐하면서도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한참동안이나 이어질 것만 같던 입맞춤은, 맥없이 떨어짐으로써 마무리된다. 이윽고 신관은 사납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신을 응시한다.
"...돌아갈 생각 하지 말아요."
이를 악문 채 겨우 내뱉는 으름장이다. 당신은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평생토록 내 곁에 남아있어야 한다.
"내가 안 보내줄 거니까."
신당은 신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지만, 신을 가둘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 공정의 신은 이 감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리라.
>>316 자신의 신관에 의해 얽매여지는 느낌을 표현하자면,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되려 말하자면 오히려 좋았다. 숨이 끊임없이 빼앗겨지며 그로 인해 당신으로 호흡하는 듯한 기분이 좋았다. 정말 안 좋은 것은 따로 있었다. 안 보내줄 것이라는 그 말. 그게 무슨 소리지? 대신께서는 반드시 신계로 돌아오라고 말씀하셨다. 슬슬 신격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자신을 염려하여 한 말인 것이다. 대신께서 하신 말씀이니 반드시 지켜야 함이 옳다. 그럼에도 이 한낱 신관에 불과한 자의 말을 그냥 흘겨듣고 싶지도 않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풀고 나갈 수 있는 것이 공정의 신의 힘.....아. 정정하자. 이 한낱 신관의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지금의 "나" 는, 더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어떻게, 안 보내줄 생각인가요? "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났음에도 다시금 가벼이 입을 맞대려 하며, 신이 말해오려 하였다.
"나의 신관님. 나는 반드시 돌아가야만 해요. 이는 대신의 명령이니 반드시 따라야만 한답니다. " "그럼에도 그를 거역하려면, 인계에 얽매일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지요. "
벗어날수 없는 것ー아이ー을 만든다거나, 그런 식으로 한동안 머물러 있는 것은 괜찮겠지만, .....아니, 이런 식으로 회피하려 하는 것 자체가 공정의 신 답지 못하다. 신격이 흔들리는 것이 서서히 느껴지고 있다. 불안정한 눈빛이 맞닿는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신의 낯빛은 여전히 어리둥절해있다. 하지만 저를 바닥에 누이려 할 무렵에야 그제서야 무엇을 하려는 지 공정의 신은 눈치채고 말았으리라. 공정의 신을 더 이상 공정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 하지만,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이미 공정의 신의 신격은 점차 흔들리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신관의 손길에 의해서.
"..........코우....... "
천천히 양 팔을 들어 제 신관의 목덜미에 팔을 감으려 하였다. 제 신관을 부르는 것이라기엔 연인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더 가까운 속삭임. 대신께는 어떤 변명을 대어야 이 상황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기까지 한 발짝 건넌 뒤이고, 한 발짝만 더 디디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돌아가야 하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가야만 하는데. 매여버린 자는 누구이고 매어버린 자는 누구인가? 신당의 주인을 역으로 신당에 가둔 자는 누구이고? 체념에 가까운 미소가 흘러 나온다.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