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적인 의미도 맞긴 하다고 생각해. 다만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닌게 여태 알렌의 검술은 카티야의 아류였잖아? 캡틴이 계속 '여태까지 처럼은 안된다' 라는 언급을 해줬으니. 무언가 확실히, 여태 형성된 검술 중에 부족한게 있고 그걸 채워서 '알렌의 검술'을 완성시켜야만 한다고 봐. 그러면 무기술 A에 도달하는데 큰 중요성을 미친다는 것도 설명되고.
흠. 그러게. 검의 스승이자 오래 함께 했던 카티야라면 '여태까지의 알렌'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알 수 밖에 없어. 실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손패를 훤히 읽을 수 있다는건 지기가 어려운 환경이지. 그러니까 카티야를 뛰어넘기 위해선, 여기서 '자신만의 검'을 완성시켜서 노선을 달리하는 것이 방법인게 아닐까?
>>28 지금 상황은 외통수입니다! 도망치기 위해서는 부상자들을 추스려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만 도망친다면 살 수 있지만 시윤은 에브나를 버리고 도망쳐야합니다!
" 또. "
별로 향기롭지 않은 담배를 배우게 된 것은 그 안개따위가 하늘로 이어지며 내 한탄을 담아주는 것 같았던 이유였다. 입에서, 불꽃의 발화점에서 천천히 타올라 오르는 연기를 따라 내 마음속에 있는 불만이 흩어지는 그 감각이 필요해서였다.
" 많이들 죽어나갔군. "
이런 세계에서 사람의 이름보다는 사람의 숫자가 더 쉽게 와닿는 법이다. 생각해보자. 민간인 OOO 사망이라는 문장과 민간인 1명 사망 중, 우리가 더 많이 본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후자의 것일 것이다. 이름. 그 요소가 있음과 없음에 따라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지는지 보통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알던 이의 죽음이 내게 알려졌을 때. 그것은 좀 더 직관적인 죽음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나는 오늘도 죽어버린 사람들의, 시체조차 남지 못해 겨우 나무토막으로 이름을 기록한 곳에서 눈물을 흘린다.
" ... 년! 소년!!! 정신차려라냐!!!! "
이드는 시윤을 열심히 흔듭니다. 하지만 그 충격마저도 시윤에게는 별로 가까운 감각이 아닙니다. 아니. '당신'에게는 별로 가까운 감각이 아닙니다. 마치 먼 곳에서 서로를 흔드는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감각.
당신은 한 소년을 들춰업고 어떻게든 도망칠 준비를 하는 여인과, 창을 들어올리며 몬스터의 돌진을 막아내려던 기사를 향해 손을 뻗은 여인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 수가 희생된다면, 그럭저럭 저들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쪽 몬스터들의 구성을 보아할 때. 방어를 맡을 법한 큰 몬스터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화력이 조금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수류탄에 의념을 불어넣어 그것을 던지거나. 아니라면 기름을 가득 먹인 화염병에 의념을 넣으면 그럭저럭 효과를 볼 것도 같습니다. 그 후에 어느정도 적의 움직임을 봉쇄한 후. 2개 분대를 투입한다면 8명 정도 희생을 거쳐 적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후퇴를 하긴 해야겠지만. 당장 저들에게 모두 죽을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 중위 님.... ' ' 형님..... ' ' 하...... 돌아가면........ '
마치 사인펜으로 마구 낙서해둔 것만 같이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
' 말해주이소. 내가 하믄..... 우리 아는, 아들은 살 수 있습니까? ' ' 괜찮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오래 남아주지 않았습니까. '
날카로운 지적이다. 머리...가 될만한 사람들은 많다. 애어른 같지만 윤시윤도 머리가 될 자질이 충분하고 태식 아재도 그렇다. 다만, 안된다. 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야 개인주의 성향이 너무나 강하니까. 거기다 카리스마가 없으니까. 끄응. 토고는 다시 답답함을 느낀다. 버릇처럼 뒤통수를 긁적인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더불어..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없다고 생각했다." "돌아가면, 전부 다 한 번씩 만나보면서 이야기 나눠야겠네. 내 선입견과 맞서 싸워야겠다."
소중한 인연들은 이제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고귀한 이들의 희생에 기대서 목숨을 건져서. 마지막에 나를 좋아했던 누군가와도 이어지지 못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자신또한 잊혀진.
'실패자'의 인생.
"싫, 싫어....."
소년은 눈물을 흘린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싫다고 울며 떼를 쓴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그다지 없다.
"싫어!!!!"
소년은 울음을 터뜨리며 비명을 지른다. 무엇이 그리도 싫은걸까. '나'는 의아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나는 죽고 싶지 않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 희생 따윈 결코 좋아하지도 즐겁지도 않지만, 도저히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미련하게 전멸을 당할 수도 없으니까 . . .
적은 강하고. 우린 약하다. 신은 위대하고. 나는 나약하다.
그러니까― .
"그러니까―, 그러니까 싫어...!! 이제는 싫단 말이야!!"
'나' 가 겪은 또 다른 광경이 떠오른다. 자신이 사랑하던 딸을 살리기 위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불러오기 위해. 죽음을 택하던 노인의 모습을. 나는 거기서도 울었다. 참, 많이도 울었다.
내 곁에서 누군가 떠난다는 것을 실감하고, 함께 보낸 시간들이 다시는 재현될 수 없는 추억으로 변함을 느끼고. 나는, 울었다. 언젠가 그들의 묘비를 대신한 허섭스레한 나무토막의 앞에서 그리 했듯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력한 인간이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다. 실패하고 잊혀진. 서투르고 어린.
그렇기의 곁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가슴에 담아. 그 무게에 흘러넘친 눈물을 흘리던.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 나처럼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데로 다뤄야만 성에 차는 사람도 있고, 미리내고의 학생회장처럼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이들도 있고. 베니온의 사자왕처럼 강렬한 힘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하는 사람도 있다. 선천적은 사람을 다루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
그는 조용하게 답합니다.
" 모두가 사람을 다루는 법을 깨닿진 않는다. "
천천히, 그는 말합니다.
"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를 찔렀다. 아버지는 중경 한가의 보물을 들고 도망치려 했고, 난 그런 인물을 찌르고 방계로써 인정받았지. 직계에선 의념 각성자가 나타나지 않는 탓인지 난 빠르게 중경 한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 두렵거나 힘들지 않아. "
이야기합니다.
" 다만, 그 순간. 아버지를 찔러야만 했던 그 순간. 그 순간만은 여전히 내 고통 속에 존재한다. 그런 '변수'를 만들지 않고싶단 내 생각은 여전히 내 지휘나, 계획의 이유가 되었다. "
그는 가볍게 발을 털어내며 떠날 준비를 하고, 토고를 바라봅니다.
" 왜 그들은 특별반이 되려 했는지. 그리고 왜 그가 너희를 이끌어야 할지. 그걸 알아봐라. 단순히 될 것이다. 머리가 될 법 하다가 중요한 게 아냐. '목적'이 없다면 결국 머리가 잃은 길을 나아갈 뿐이다. "
그는 곧, 채비를 마친 후 토고를 바라보며 웃습니다.
" 또 보도록 하지. 다음에는... 더 성장했으면 좋겠군. "
>>63 어.... 헌팅 네트워크로 확인을 해보니 이곳은 어... 전주네요. UHN까지는 뭐.... 한 20망념 정도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