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된 사정인지 그 시퍼런 놈과 이야기는 나눠 보아야 했으니 엄밀히 따져 상황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녀석에게 다소 오해의 소지 있도록 말하는 습관 있다는 것 무신도 익히 아는 고로, 즉시 확답은 하지 못했다. 단지 품 안에 파고든 녀석 너그러이 두고 끌어안은 손길에 힘 더할 뿐이다. 푸르게 생동하는 체온 팔 안에 깊이 가두기를 잠시. 서로가 짐작했듯 변덕적인 마음 오래진 못했다. 온화하던 상에 미소 가시자 더욱 냉하고, 오래지 못한 정안이기에 더더욱 심고가 도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이제 되었다며 거칠게 내치는 일도 없었다. 무신 끌어당겨 안던 손을 놓고 가볍게 떨어뜨리기만 했다. 이제는 그저 적요해진 찰나나 들이마시려던 차에 나직한 목소리 들려 왔다. 앞선 말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고, 뒤는……. 일순 말문이 막혀 저를 올곧이 향하는 푸른 눈 가만히 마주보았다. 무정하던 낯으로부터 눈살 좁아든다. 숭배와 경애라면 익숙하다. 결국 그것들은 강대한 존재를 향한 공포와 외경에 맞닿아 있으므로, 이들은 그에게 있어 더없이 당연하게 받아 온 감정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랑은, 절애로써 이끌린 연모라면 다르다. 누구도 두려워하는 존재를 애욕으로서 사랑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위름하여 모신 신을 애틋하고 사무치도록 그릴 수는 없었기에. 막연히 낯설기만 한 어절을 입 안으로 묵묵히 따라 굴려 보았다. 시선 잠시간 허공 어딘가로 돌다 다시금 어린 것의 두 눈 마주보았다. 사랑한단 말 들었음에도 설핏 찌푸린 표정은 못마땅한 듯 탐탁잖게 몰정하기만 하다. 요괴의 사랑 몇 번쯤 더 곱씹길 한참, 결국 장고는 그만두었다. 두 눈 한 차례 내리감기고 뜨이자 불퉁한 감정 서렸던 기색도 모두 사라졌다. 한숨처럼 나직한 말마디만 짧게 떨어진다.
"모르겠군."
당장은 심고해 보아도 답 구할 수 있을 화두도 아니다. 하여 숙고는 미루기로 했다. 그 대신 돌아간 것은, 사랑 같은 애매모호한 감정과는 달리 지금의 무신이 가장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행위였다. 옆으로 반쯤 몸 일으킨 채 끌어안은 뒤였기에 안은 자세를 푼 지금도 반절은 상대의 위에 드리운 채였다. 무신의 손이 요괴의 턱 그러쥐더니 그대로 당겨 다시금 입술 맞닿도록 한다. 다만 사나운 해상害想 마구잡이로 닥쳤던 예사와는 사뭇 기세가 다르다. 아야나가 신에게 처음 입을 맞추어 왔던 때와 같이, 그저 길게 맞닿아 숨 오가는 부드러운 입맞춤. 신망과 소유, 지극히 욕망하는 마음으로써 전하는 애착이다.
어찌 산과 물이 어울릴까. 여인의 말을 듣고 동감한다는 듯이 소매로 입을 가리고 수줍음을 흉내내기라도 하는 양 살짝 웃은 신은 곧이어 음료가 나오자 아, 하고 표정이 풀리며 조심스럽게 컵을 양손으로 받아들었다.
"고마워... 그읏... 뭐랬더라? 라─무네에─ 으음, 라떼였던가."
이인의 말은 여전히 입에 익기가 어렵다. 라떼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서 가만 실없는 고민을 했지만 현재 중한 고민도 아니라서 금시에 치워버렸다. 카페 밖은 신이 은총이라도 내리듯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어머니 쪽을 닮은 인간의 아이에게서는 어긋난 잔열이 느껴졌음에... 눈앞의 인간의 아이에게는 실로 이런저런 신세를 지게 되어서.
"네에, 물론이지요. 상담이라면 이래 봬도 저의 특기랍니다? 마침, 우연히, 가게도 한산하니 우선 자리를 옮기도록 할까요..."
산뜻하게 시치미를 뚝 떼면서 여인에게 실례하겠다는 눈인사를 건네는 것을 마지막으로 드문드문 사람 소리가 들리는 카페를 질러 평범한 창가 자리를 잡았다. 컵을 내려두고 소매를 정돈하며 다소곳하게 앉았다.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 학생인 쿠로누마 테츠오. 그는 학생의 신분에 맞게 어느정도의 용돈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으나 그 대부분의 용돈을 구두를 구매하는데에 탕진하는 어리석은 자. 하지만 요즈음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러가지 행동으로 인해 용돈을 많이 탕진해 버렸다. 게다가 한 신과의 약속으로 그럴듯 한 일본주도 한 병은 구해놓아야만 했다.
"돈이.. 돈이 부족하다고!!"
구두는 솔직히 포기했다. 이제 구두같은걸 살 재량따위는 이미 그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는 가끔 특훈 후 마실 녹차 값 조차 간당간당한 상황. 그렇기에 그는 계획했다.
일명, '축제다 그렇다면 돈은 돌아다니느니 그 중에 몇개는 나한테 오지않을까?' 작전! 작전의 요지는 아버지의 두부집이 축제에 뭔가를 팔지않는다는 것에 착안하여 몰래 만든 두부를 그대로 가져가 축제장소에서 파는거다! ...축제측에 걸리면 좀 귀찮아지지만 안들키기만 하면 문제없다.
"두부, 두부를 드십쇼!"
그렇기에 그는 돗자리를 펴, 구석진 자리에서 외쳤다! 하지만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한 이 축제에서 두부는 팔릴지 안팔릴지!
비어버린 자리에 새롭게 채워진 익숙한 몇 글자를 손으로 더듬는다. 까끌거리는 콘크리트위에 새겼던 그 시절 우리들의 이름을.
“그렇게 좋아?”
반쯤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가벼운 웃음소리를 더하며 말했다. 라이브 하우스 안을 울려대는 소리와는 반대로 시간은 조용하게 흐른다. 익숙하지 않은 카운터 안의 풍경을 신경 쓰며 나는 실없는 생각을 떠올렸다. 전에 이 녀석이 사갔던 그 촌스러운 앨범, 생각보다 괜찮았었지. 과도기였음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전혀 못 들을만한 음악은 아니었다. 지금의 네가 좋아하는 이 잔잔함 하고는 전혀 반대였지만.
그냥,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목이 탔다. 미친듯이 목이 말랐다. 수분 부족 따위의 육체적인 갈증이 아니라, 단순한 자아실현의 욕구. 원초적인 모습의 ‘나’였다면 절대 느끼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 고장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면 될 거 아니야? 하고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을법한 일이지만, 삶의 본질이 불명한 나에게 있어서 이 병은 아주아주 고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도로 욕구에 충실한 육신을 가지게 된다면 유독 정신적인 부분에서 절제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 욕구 불만이었다. 요 몇일 사이 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같잖은 유동식으로 식사를 때우고 하루 종일 기타를 쳤으니. 일은 나가지도 않았다. 그저 잠들고 깨고 연주를 하고, 다시 잠들고. 그런 삶이었다. 이전부터.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지도 잊어버릴 것 같아서. 내 이름을 부르짖은 누군가의 손을 꼭 붇잡고 한치 앞을 모르는 어둠으로 걸어갔다.
“음악은 좋아해?”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두운 감정을 잘라내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으니까. 도저히 시선을 맞추지는 못할 것 같아 저 멀리에서 반짝이고 있는 무대 위에 갈 곳 없는 시선이 떠돌았다 그랬더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오래된 CD플레이어에 마이너한 음반. 이유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오래 만났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저런 눈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았기에. 가능하면 저 감상을 놓치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만약, 뜻이 있다면 저 순간은 좋은 자극이 될 테니까. …아마 별 생각은 없는 것 같았지만.
철이 들고, 기억이 명확할 무렵에는 이미 기타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왜 음악을 했는지, 왜 하필이면 이런 장르인지. 그런 것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연주했다. 할 수 있으니까. 비어있던 내 안은 이미 그것으로 가득 차버려서, 떼어낼 수 없었다. 조금 멍하니 있다 하면 어딘가에서 시시덕대며 합주를 하고 있었고. 언니의 드럼을 깔고 밴드를 하고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부정할 수 없었다. 행복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 였더라. 이미 흐릿해진 기억의 건너편에서의 나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준비했던 세트리스트를 끝마치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우주였다.
누군가가 묻는다. 음악을 좋아해?
텅 비어있는 공간에서 고민에 빠졌다. 시간은 많았다. 아직 자아가 남아있는 마지막 순간에 쓸모없는 고뇌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는 있었으니. 그 어떤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오롯이 나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것에 방해 받지 않은채로 온전히 내 안의 무엇인가와 마주할 수 있음을 뜻했다.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나의 몸을 받아간 신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골목에서 비를 맞으며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네 곡이 끝날 때 까지 단 한번의 미소조차 짓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을 사랑한다는 감정만은 말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얼굴, 나의 목소리.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달랐다. 나는 저만큼 음악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날, 그렇게 슬퍼 보이는 얼굴의 당신과 만났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취기를 강제로 가시게 하는 일이 줄어든 후로, 자주 있는 일이었다. 끓는 속을 부여잡고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물을 들이켰다. 취기의 탓이리라. 몸에 큰 이상은 없었다. 오히려 살짝 기분이 좋을 정도였으니까.
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무대 위를 향한다. 스태프들의 익숙하다는 듯한 표정을 무시하고, 무대에 올라선 거한을 밀어낸다.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야. 바닥을 보여가던 캔을 단숨에 비우고 관객석에 던진다. 이런 일을 이미 예상한 것인지 이미 내 기타도 임시이기는 해도 밴드 멤버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가게 안의 모습은 의외로 넓었다. 앞이 보이지 않도록 저 위의 조명과 눈을 맞추고. 그리고 기타를 들었다. 입술을 다물다 눈이 마주쳤다. 슬슬 들어오기 시작한 객석의 녀석들은 놀란듯한 눈치였다. 무언가 나의 안에서 무너졌다.
『過去になる今日と僕のこと』 과거가 되는 오늘과 나 『白と黒の音 枯れた喉』 흑백의 소리 말라가는 목 『求める昨日と君の許』 바라던 어제와 너의 곁 『また生きていこうと思えたこと』 아직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호흡을 멈추지 않는다. 한차례 내뱉는 숨에 감정을 담아내면 세상은 아찔하게 기울어간다. 앞뒤와 좌우가 사라지고 위아래도 없다. 저 깊은 어둠을 날아다니는 박쥐처럼 반사되는 소리에 의지해 나아간다.
『何者にもなれない人生と嘆く僕に』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인생이라고 한탄한 나에게 『君が歌うんだ』 네가 노래한 거야 『それでも』 '그렇더라도' 『そう 君はいつだって僕を照らす』 그래 너는 언제나 나를 비추는 『欠けない月だ』 항상 차 있는 달이야 『僕は、』 나는,
그리고, 절정에 이른다. 어느새 깨질 것 같던 머리 속도 진정되어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길게 뻗어가는 소리에 감은 감정은 무엇인가. 알 수 없었다. 그저 있는 힘껏 모든 것을 토해낼 뿐. 계획 되어있지 않던 무언가에 대한 반항이다. 지금 이 복잡한 감정에 대한 절규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노래하는 걸까. 한것 취기에 달아오른 몸이 무아에 빠진다. 멋대로 앞서나가는 기타에 맞추어 임시 밴드가 속도를 올리고, 그리고――――
『何も知らないままでいれば』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으면 『失うものなどなかったと思う』 잃을 것은 없었다고 생각했어 『でも、譲れないものさえもない』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것조차도 없어 『冷めた人間でいただろう』 차가운 사람으로 있었겠지 『誰の人生だって羨まない』 누구의 인생도 부러워하지 않아 『でも何をしても満たせやしない』 하지만 무엇을 해도 채울 수 없어 『嗚呼 神様なんていないけど』 아아, 신 따위는 없지만 『まだ願うのは 何故なんだろう』 왜 아직도 빌고 있을까
견고하게 굳어가는 목소리, 주위를 압도하는 절규. 조금만 신경 쓰더라도 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소녀의 몸에, 뜻밖에 득을 본 이들이 소리쳤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에 무대 조명을 반사해가며 귀기 서린 안광을 내뿜으며.소리를 높였다. 나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고. 남의 것 투성이지만. 그렇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고.
『月が満ちる歌を唄う』 달이 차오르고 노래를 불러 『そんな些事なことで』 그런 사소한 걸로 『生きていたいと思えた』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ああ、間違っていたんだ』 아아, 틀렸던 거야 『夢も愛もお金も明日も』 꿈도 사랑도 돈도 내일도 『何も要らない』 아무것도 필요 없어
>>528 너 일하는 방향으로 해바라기 하다가 목 빠져서 수습 중ㅠㅠㅠㅠ 칭찬 스티커 x9999개 주세용 ㅋ하 나도 모르는 사이 오빠충 돼버렸다.. 이참에 더 자주 쓸게 ^^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이번이 막학기면 중간에 휴학 함 했나? 내년에 자기 취직할때쯤 되면 나도 일+대학원 병행이라 서로 빡세겠다 운동 그냥 수영 빼고 다 줄일라고 그래도 매일 공주 보러올 거니까 걱정마십쇼 돌쇠 함 믿어보세용 ㅋ하 이러다 니 앞자리 3되겠다... 너가 해골 병사라도 사랑할게....... 약간 어떤 느낌인지 윤곽이 잡히는데 ㅋㅋ 맹한 거 + 빵떡상 아냐? 근데 나 진짜 그런 상 좋아해 ㅋㅋㅋ볼살 많고 얼굴만 똥똥한거 나 살면서 도를 아십니까에도 잡혀본적 없는 사람이라 신천지한테 잡혀가기 전에 공주가 지켜줘야할듯ㅜㅜ 하 ㅋㅋㅋ유리씨한테 졌다 졌어 걔야나야쟤야? 롤코류야? 아니면 옛날에 에버랜드에 있던 환상마술인가? 그런 종륜가? 근데 또 자유이용권 안 사면 좀 섭섭하거든? 이상하게 놀공 갈때마다 싸우더라고 ㅎㅎ;그래서 별로 안 좋아하긴 해;옛날에 친구랑 곤지암 맞나? 그거 보고 한 3일 뒤척였다 ㅋㅋ 너무 좋네용 ㅎㅎ빈말이라도 진심으로 들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