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할 정도로 가방 속에 불룩하게 들어가 있는 무언가가 보이는가? 그렇다. 검은 공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공 또다시 누군가의 가방에 잠입해 있는 상태 이다. 원래대로라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니고는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마철. 캇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 견딜 수 없는 시기! 아마 누군가가 찾으러 오지 않는 이상 이 개구리……아니 검은 공은 계속 떼굴떼굴 공 의 모습으로 만 해서 가방에 짱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여튼간에 그래서, 이 공은 3학년 B반의 누군가의 가방에 잠입해 있는 상태다 그 말이다. 마침 시기는 방과후. 사람이 거의 없을 시기. 그러니까 이 공 패기넘치게 공 모양으로 떼굴떼굴 들어와서 가방에 들어갔을 테다.
가방을 안고 튀 어 나 가 셨 습 니 까? 잘 살펴보십시오......껴안고 나가셨습니까? 만약에 껴안았다면 볼링공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말랑말랑하고? 공이라기엔?? 지나치게 누르면 쫀득한 느낌이 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공...... 보통 공이 아니다. 아무튼간에 아니다. 게다가 내부에서 흔들 흔들 흔들리고 있다.
정체불명의 공 때문에도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 내! 가방에! 내 소유물이 아닌게 있다고! 게다가 그냥 들고 냅다 달린 것도 아닌 껴안고 달렸던 것 때문에도 그것의 질감을 확실하게 알수 있었다. 슬라임이라기엔 너무나 완벽한 형태를 유지했고, 평범한 공이라기엔 너무 매끈하고 쫀쫀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
누가 이런 장난을 친건진 몰라도 주인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거나 분실물을 따로 보관하는 곳에 놓아둬도 되겠지만 패닉상태인 나에겐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평소에도 그랬듯이 학교 어딘가 최대한 사람이 없을 법한 장소까지 다다라 주저앉아있을 뿐이었다.
"뭐야뭐야뭐야뭐야뭐야뭔데뭔데뭔데..."
방금 전까지 생각도 못하고 뛰어다닌 탓인지, 아니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인지... 고장난 메트로놈이 고양이에게 마구 할퀴어지고 있었다. 그걸로 진정할 수 없다는건 알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레 손이 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참을 떨리는 시선으로 내것이 아닌것만 같은 가방을 바라보다가 조금 진정이 되고나면 깊은 심호흡과 함께 다시 가방 속을 살펴보았을까...
검은 공은 계속해서 웃고 있더니 이내 폴짝 하고 가방 바깥으로 튀어오르려 하였다. 순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검은 공에게서 뒷다리가 쑤욱 앞다리가 쏘옥 하고 순간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이 공 팔다리가 달려 있는 공이라고. 몸통 이 있다 고 !!!!!!!!!!!!
하여튼간에.....그렇게 튀어오른 이 공......아니 개구리? 비스무리한 무언가는? 냅다 튀어오르자 마자 목 을 껴 안 았 다. 그렇다. 붉게 달아올라 있는 목 부분을 냅다 껴안으려 하였다. 그리고는 귓가에 속삭이려 한 맑고 또랑또랑한 어린 목소리.
"학생쨩 괜찮사와요? 목 많이 빨갛사와요. "
어라, 이 말랑말랑하면서 어딘가 끈적끈적하고 촉촉한 느낌. 간지럽지 않다? 물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말이다.
다급한 목소리는 가뿐히 묵살해 주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허공에서 다리 힘이 엇갈리는 순간부터 나란히 고꾸러지는 결과가 나왔겠으나, 무신은 힘으로 네코바야시의 다리를 끌고 나아갔다. 이제까진 일체에 가깝도록 네코바야시의 걸음에 정확히 내딛던 행동과는 달리 숫제 붙들린 다리가 강제로 이끌려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 과격한 질주도 반대쪽 다리 놀리는 네코바야시의 재주가 있어 가능한 것이니 아슬아슬한 도박수를 던진 보람이 있다. 이 녀석 제법 날래군, 무신의 내심으로 곁에 있는 인간의 평가가 조금은 더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슬아슬하던 선이 결국 끊어지는 때가 왔다. 여전하게도 힘으로써 넘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상대의 다리를 달고 몇 걸음 더 나아가지만, 끝까지 이렇게 갔다간 '협동'이란 종목의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이다. 무신은 결국 제자리에 우뚝 멈추었다. 기이하게도 멈추는 반동조차 없고, 걸음을 놓친 네코바야시 또한 손 하나로 단단히 붙든 채였다. 결승선은 이제 제법 가깝다. 재정비를 마치고 곧장 달려간다면 1등은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하지만 어느덧 적응을 마치고 추격해 오는 상대 선수들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2인3각의 치열한 전망, 과연 어떻게 될는지.
뒤이어진 모습은 더욱 더 괴기스러웠다. 방금 전까지 날 보면서 웃고있던 그 공이 스스로 튀어오르더니 이제와선 공이란 형태 자체를 버리고선 몸통에 팔다리까지 붙어버린게 아닌가, 뭐야뭔데뭐야뭔데뭐야뭔데뭐야뭔데뭐야뭔데
"......"
사람이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면 도망치겠단 생각이나 행동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처럼, 개구리면서 개구리가 아닌 그 존재가 내 목을 껴안으려는듯 찰박 안겨오자 그때서야 난 염소들이 소리를 지르면 몸이 굳어 쓰러지는 것처럼, 사슴이 자동차의 전조등을 보고 그자리에서 멈춰버리는 이유를 깨달았을 테다.
"어... 그게..."
말랑말랑 끈적끈적 촉촉한 개구리 같이 생긴 무언가가 목을 껴안은 채로 말을 걸어왔다. 들리는건 연잎 위에서 도르륵 굴러다니는 물방울같이 또랑또랑한 소녀의 목소리였지만 그걸 지금 이 생물에게 대입해봐도...
왜 어울리지...?
"실례지만 지구인을 암살하려고 찾아온 외계인이신가요?"
그렇게 생각하니 도리어 제정신으로 돌아올수 있었을까, 그도 그럴게 외계인이 아닌 존재가 이런 짓을 하는건 너무... 신이나 요괴 같잖아....
그런데 왜 하필 나지? 보통 나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게 하면서 맨 나중에 천천히 죽일텐데...
보드라운 팔결 그대로 목에 끌어안긴다. 힘 없이 안긴 그 팔 당장이라도 내칠 수 있을 정도로 가느다랗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을 함부로 내치기는 어려운 것이 이 개구리인지 개구리아닌 무엇인지 모를 녀석 뒤에서 손을 꽉 깍지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꽉 팔을 껴안은 채로 이녀석 서서히 목을 어루만지듯 팔을 비비려 하였다.
서서히, 붉은 기가 가라앉는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야나는 학생쨩들을 지키고 보듬아주는 수호천사쨩인 것이와요. 아야나에 대해서 궁금해지신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이녀석 목을 더 살짝 꽉 껴안으려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지나칠 정도로 편안하다.
// 미리 스포해 두지만 이번 코유키 일상은 카가리 일상 끝나고? 독백 나온뒤 이후 시점입니다. 이걸로 독백에 대한 궁금증이 좀 늘겠군
situplay>1597039348>877 오늘 미치게 바빠서 김쓰미 얼굴도 못밨네 글고 특별취급 맞지 바빠도 무조건 보러 와주자나 내가 ^^ 일하면서 해바라기 해줄테니까 약속 조심히 다녀오고 누가 번호 물어보면 핑크 아이폰으로 걍 대가리 찍어버려 알지? 카트 ㅋㅋ아 맞네 듣고 보니 그렇네 울 자기는 그 뭐야 배찌 맞나? 걔랑 똑같이 생겼을듯? ㅋㅋ 아니 미안한데 조유리가 누구야? 머리에 쓰미랑 김쓰미밖에 없어서 암만 생각해도 누군지 몰겠네; 조유리가 머임? 하 조유리가 세상에서 젤 싫다 앞으로 내 앞에서 조유리의 ㅈ짜도 꺼내지마 알았지 내가 슬리데린 할테니까 자긴 후플푸프해 ㅋㅎ 앤오님한텐 후푸가 딱이다 울 쓰미는 슬데니까 그거랑 대비되고 좋네 어쩔 수 없다 일순위는 어머님께 양보드리고 난 두번째 자리 먹어야징 ^^ 나도 강의 들을 거 좀 듣고 우리 그땐 열시쯤 만날까용 ? 너 그 전까지 못 끝내면 뭐 내가 주인 기다리는 멍멍이 모먼트 함 찐하게 보여주께 하 백화점 잠깐 들렀다가 집에서 답레 이어올게요 김쓰미는 오늘 나가서 뭐했는지 보고해놔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걸 정면으로 부정하시면 어떻게해요!!! 물론 나 혼자 멋대로 생각하는 거지만 하다못해 합리화 시킬 여유 정도는 달란 말이야!!!!!!!
지금 내 목을 휘감고 있는 이 말하는 개구리를 당장이라도 떼어내야 할지, 그래도 외계인이 아니라면 적어도 나를 갑자기 죽이려들진 않... 아니, 아니야... 이상한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으면 안될 일이지...
하여간 이 개구리의 정체가 무엇이든 일단 제대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떼어낼 필요가 있었는데, 이 개구리이자 개구리가 아닌, 스스로를 아야나라고 3인칭으로 지명하는 존재 역시 고분고분하게 떨어져줄 생각이 없었는지 아얘 손깍지까지 끼고서 목을 매만지는 것처럼 팔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니 잠..."
안그래도 가려운데 끈끈이 장난감처럼 찰박 달라붙어선 그런짓까지 하면 상처가...
쓰라리지 않아...?
게다가 도무지 기분탓이라 넘길수 없는 가라앉은 열감이 방금 전과는 다른 의문이 들게 했다. 혈관이 꾸물거리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뜨겁거나 아프지도 않았다.
"수호천사...?"
수호천사요? 저기요? 요즘시대에도 그런게 있나요? 아니 뭐, 신 나부랭이도 있는 세상에 수호천사라고 없진 않겠지만... 만화나 게임에선 보통 이런 비주얼이... 긴 했네 젠장.
넉살좋게 팔에 힘까지 주며 더 안으려는 모습은 어째선진 몰라도 편안함을 넘어 나른함까지 전해주는거 같았다. 아, 이 감각 알겠다. 마취유도제구나..... 무서운 수호천사 개구리야...
요즘 왜이리 바뻐 ;-; 밖에서 나기주 서치만 몇 번을 해봤는지 (^^;) 나두 바쁜 일 다 집어치우고 어장에만 살구 싶다 🥺 일하면서나 일하구 나서 커뮤 들어오는 거 힘들텐데 항상 보러 와줘서 늘 고마운 거 알지 (^^*) 나 근데 신천지한테 엄청 잡혀서 정말 찍어버려야 하나 고민이다,,, (ㅋㅋㅋ) 그래두 오늘은 사이비 없었어 (﹡ˆ﹀ˆ﹡) 안이 왜 하필이면 제일 맹하게 생긴 배찌를 골라? 하 근데 애들한테 물어보면 맞긴 해서 짱나네 😠😠😠 나 자기 이럴 때마다 안절부절 몬한다,, 조유리 분 팬이 어딨을 줄 알구 이 사람아,,, ! ㅋㅋㅋㅋㅋ 근데 나 예전에 인터넷에서 해포 기숙사 테스트 하는 거 해봤거든 후플푸프 나오긴 해 ㅋㅋㅋㅋ 자기두 해봣서? 해포 기숙사 테스트?? 근데 나기는 빼박 슬데고 앤오님두 슬데 나올 거 같애............ (ㅋㅋ) 그럼 나두 일순위 어머니 드리구 앤오님 2순위 차지할래 시켜줄거지?? 아, 찐~한 주인 기다리는 모먼트 보구 싶은데 내가 지금 집 가는 중이네 내가 더 빨리 집가겟다 아숩 ( ._.) 나 오늘 칭구 만나서 옷이랑 립 골라주고 카페에서 수다 왕창 떨었지 다들 기력없음걸들이라 항상 앉아서 놀아 ㅋㅋㅋㅋ
대체 뭐야, 이 부담스러운 웃음소리랑 움직임은... 게다가 이 개구리 같은 존재가 들러붙어서 팔 몇번 문댄거 가지고 갑자기 목이 가라앉을 리가...
"......"
의심이 들 수밖에 없겠지만... 주머니에 있던 거울을 펼쳐 목 언저리를 비춰보아도 상처는 커녕 붉은 기운조차 없었다. 저기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습니까... 개구리 점액이 상처를 낫게 한다던가 붓기를 뺀다던가 하는건 들어본적 없는데요?
"그 말은 평소엔 다르게 돌아다닌단 것처럼 들리는데..."
그야 자칭이던 타칭이던 수호천사란게 쉽게 눈에 띌 리는 없을테니까, 그보다도 이 양서류 특유의 차갑고 말랑거리고 끈적한 촉감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덜 되었다는양 말하는걸 보면 가만히 있어야 하긴 할거 같은데... 손가락을 댄게 아니라 가까이 할 뿐인데도 반응할 정도로 외부자극에 민감한 나로서는 도통 적응하기 힘든 스킨십이었다.
"... 아..."
나왔다. 포지티브한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잔혹한 질문... 츠구나가 코유키, 18세.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 자주 물리는 체질이긴 한데..."
어차피 거짓말은 젬병인걸 알고 있으니 최대한 에둘러 표현할 뿐이었다. 그치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 설마하니 말 돌리지 말라고 갑자기 칼 들고 협박할 리도 없을테고...
>>349 비중이 큰 건 아니구, '그림자에 들러붙은 요괴'라는 느낌인데, 히나가 어렸을때부터 안좋은 일을 겪어온 것이 이녀석의 영향인 것으로 하면 어떨까 싶었거든. 요명 같은 건 따로 없고, 히나의 그림자에 들러붙어서 주변에 약간의 영향을 끼치는 느낌이야. 인간을 직접적으로 해할 수는 없지만, 히나에게 있어서 안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그런 느낌...?
"흐흥, 이 아야카에루님의 본모습을 보신 것을 영광으로 여기도록 하시는 것이와요. " "이런 날씨에는 항상 보건실에만 있고 보건실 밖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
이 개구리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의 스킨십은 아마 전혀 가렵지 않을 것이다. 그저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고? 어딘가 끈적할 뿐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이다. 마치 사람의 것이 닿는 게 아니라는 듯 차가운 기미 계속해서 비비적거리기를 반복하였다. 마침내 아무런 흔적도 가려움도 느껴지지 않게 될 즈음에야 이 녀석 팔을 떼려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는 살며시 이 인간 소녀의 품에 안겨오려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 아야카에루님이 행한 첫 [ 치유 ] 를 경험하신 소감은 어떠시와요? "
마치 자신이 한 일을 살면서 처음 해본다는 듯 품에서 바스락거리며 이 작은 녀석이 물어왔다.
아니 잠깐, 거기서 걱정이라던가 하는게 맞는거야? 게다가 본모습은 또 뭐고... 아야카에루라던가 수호천사라던가, 마치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아 등장인물들이 자기들만 아는 고유명사를 남발하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다른건 몰라도 그거 참... 신이나 요괴의 진명처럼 들리네. 솔직히 그건 좀 소름돋긴 하는데...
아무래도 좋은 건가... 솔직히 뭐, 그래... 영광이라면 영광일 수도 있고...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고, 차갑긴 하지만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는 개구리의 스킨십은 마치 사람의 것이 아닌듯한 이질적인 촉감을 계속 안겨주고 있었다. ...아니, 일단 사람이 아닌건 맞잖아.
"어..."
그동안 쭉 달고 살아왔던 가려움이라던가 열감이 한순간 사라진 것에 대해 얼떨떨한 기분이 들다가도 그때서야 팔을 떼고서 품에 안겨들려하자 적당한 대답을 찾기 위해 한동안 눈을 이리저리 굴릴 수밖에 없었다.
"뭔가... 엄청나게 엄청나네..."
네, 뭘 바라셨나요. 제 어휘력이 이정도입니다. 수호천사씨에겐 면목이 없습니다만...
"그런 특별한 걸, 나 같은 애가 받아도 되는 건지... 라고 말해버리면, 그건 분명 모처럼 치유해주려 한 사람에게 실례되는 말이 될테니까... 응..."
품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스스로를 아야카에루라고 칭한 그 개구리 비스무리한 작은 존재를 어르듯 팔을 둥글게 말았다.
"...고마워. 신경쓰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반사적으로 나오는 네거티브적인 말이라던가, 살짝 뒤틀리는 입꼬리가 느껴졌지만... 그래도 최대한 웃어보이려고 노력했다.
>>412 과거의 시라카와 선조님들 말이야? 그거라면 죽을 뻔 한 것을 구해줬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 난! 다이묘가 자기 성이나 땅 뺏기고 패주하고 도망치고 그러면 사실상 살아남긴 힘들다고 들었거든.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보호를 해주고 구해줬다는 느낌이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욕欲이라면 몇 번이고 진탕 쏟아부었기에 받아줄 용의 또한 생겼다. 벅차도록 무겁게 짓누르던 입맞춤 멎은 자리에 신애 가득한 요괴의 입술이 닿아 온다. 이미 난폭하게 몰아치는 행위에 익숙해진 터라, 제게 바치는 숨결 모조리 뺏어 버릴까 하는 충동 짧게 스친다. 허나 제 것에 비하자면 간지러운 입맞춤일지라도 그 흥취 나쁘지 않아 가만 받아주기로 했다. 그것으로 마침내 줄곧 길었던 행작 끝이 난다. 제법 평정해진 낯을 하면서도 은근한 뒷맛에 제 아래의 요괴를 물끄럼 내려다보다, 문득 들린 말에 반사적으로 눈매 좁혔다. 대단히 심기 상한 눈치는 아니었다. 그저 늘 그래 왔듯 공연스레 못된 심보 튀어나온 것에 불과한지라. 당장 싫다 하며 이 녀석 괴롭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참 호식한 덕에 제법 배가 부른 참이니 해 달라는 대로 해 줄까도 싶어졌다. 상대는 수줍은 기색 잔뜩 묻어난 투로 말하고 있건만 낭만 따위 없는 신은 눈에 힘 빼고 대충 털썩 몸 뉘이기나 한다. 시선이 잠시 허공을 향했다. 생전 보건실에 들락거린 적이 없었으니 누워서 보는 광경 새삼스럽게 낯설다. 새삼스러운 장소 눈에 익히고 있을 무렵, 곁에서 들린 말에 무신의 고개 곧장 옆으로 기울었다.
"하, 그 음험한 놈."
담담하고 평온하던 표정 별안간 와락 일그러진다. 흐물거리는 체 속 시커먼 놈 얼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탐탁하지 않아서 그렇고, 하필 그놈이 꺼냈단 말이 '카와즈가리'라 하니 더욱 불쾌했다. …생각난 참에 마주치거든 더 두들겨 주어야지. 무신 제 형제란 놈처럼 뭇 신사神事에 통달한 것은 아니라지만, 오래된 역사와 제사에 관해서는 당대의 상식으로써 아는 바가 제법 있었다. 특히나 시나노의 이치노미야一宮로 꼽혔던 대사大社의 제의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노릇이다.
"새해 아침의 개구리 사냥. 신년 밝은 아침에 개구리를 죽여 무사와 풍작을 기원하는 제사다. ……듣기만 해도 그 늙어빠진 자식 꿍꿍이속 품었음이 뻔하군. 그 이야기 나온 계제 소상히 고해 보아라."
무신 누운 채로 장탄하다 반쯤 상체를 일으켰다. 곁으로 몸 돌린 채 한쪽 팔로 제 몸 지탱하며 답 기다렸다. 그 녹슨 철쪼가리 같은 그 자식도 그 자식이지만, 이 맹랑한 녀석도 눈만 떼면 사고를 쳐 대니 만만찮게 괘씸하다. 생각하자니 또 짜증 치밀어서 한 대 먹여줄까 싶으나 우선은 참기로 했다. 무엇이 되었든간에 골치아프게 될 일임은 분명하니 골아플 준비는 미리 마쳐 둔 참이다.
비는 끊이지 않고 오늘도 어김없이 내리고 있었다. 학교가는 날은 아니었기에 굳이 우산을 쓰고 비를 뚫고 외출할 이유는 없었으나, 유우키에게는 비가 오늘 날이라고 할지라도 일정을 빼놓을 순 없었다. 이런 휴일에는 카와자토 저택으로 가서 이것저것 일을 돕고는 했으니까. 물론 꼭 그래야만 하는 의무는 없었으나, 이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행동에는 귀찮음이나 마지못해서 하는 분위기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주룩주룩. 빗방울을 온 몸으로 받은 푸른색 우산을 접은 후, 물기를 탈탈 털어낸 그 우산을 유우키는 현관에 조심스럽게 두었다. 오늘은 뭐부터 할까. 일단 엉망이 된 곳은 없는지 확인부터 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러는 와중에 복도에서 한 여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사가라 테루. 카와자토 아야나의 식객. 정확히 어떤 이인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 데리고 온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인간? 아니면 요괴? 그것도 아니면 신? 어느 쪽이건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야나의 손님이라면 자신이 카와자토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대접할 손님이라는 사실만이 그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사가라씨."
언제나처럼 팔을 한쪽 접어 허리를 굽히는 모습에선 기품이 흘렀다. 흘러가는 물처럼 어색함이 없는 자연스러운 인사를 마치며 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옆에 털썩 누인 제 주인의 몸에 어린 요괴 살그머니 다가가 기댄다. 꼬옥 제 주인의 몸을 껴안으려는 손길 한없이 조심스럽다.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제 주인의 모습을 한없이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던 이 어린 요괴, 제 주인이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전히 몸은 제 주인의 품 옆에 누워있는 채로, 말도 안된다는 듯 서서히 말하기 시작했다.
“……에? ” “죽여……요? 바치는 것이 그런 의미 인것이와요? ” ”그냥 누워있다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개구리를 죽여버리는 것이와요? 진짜로?”
서서히 울먹이기 시작하며 이어지는 말, 무엇이 있었는지 능히 추측할 만 하다.
“아야나……죽어요? “
떨리는 목소리, 물기 어린 푸른 눈. 그리고 이어지는…개구리 우는 소리.
”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어린 요괴의 울음소리 보건실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아직 어린 녀석 우는 소리 요란한게 시끄럽다. 우에엥 소리를 내며 파닥거리는 몸 영락없는 어린 존재의 행태다.
”아오이 아저씨가 아야나가 카가리 신님께 제 모든 것을 바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카와즈카리에 아야나를 바쳐버리겠다고 했는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싫은 것이와요. 절대로 싫은 것이와요. 아야나는 카가리 신님만의 것이와요.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오로지 카가리 신님의 손에만 있는 것이와요. 절대로 싫어. 절 대 로 싫어어어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훌쩍훌쩍이며 이 어린 요괴 잔뜩 물기 머금은 영롱한 푸른 눈으로 제 주인을, 자신의 신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는 이렇게 속삭인다.
“정말로……, ” “아야나의 마음까지 해서, ” “아야나의 모든 게 카가리 신님만의 것이란 말이와요…..”
이대로 끌고 달려간다면 협동이 아닌 독주가 될 듯해 말이다. 그리 되면 무신의 격으로서도 아쉬워진다. 그런 사정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해 줄 정도로 무신은 친절한 성격도 못 되니 어깨만 한 번 으쓱하고 말 뿐이다. 여하간 준비를 마칠 시간도 주었고, 어서 가자며 따지고 재촉하는 것 봐선 다시 달려도 될 듯싶다. 평소라면 다그치는 상대에겐 건방지다며 위압하는 것으로 답 돌려주었겠으나 승부를 위한 것이라면 말이 달랐다.
"그래, 가마."
돌연 멈추어 섰을 때와 같이 다시금 달려나가는 동작 또한 기묘할 만치나 갑작스러웠을 테다. 그럼에도 이번엔 가겠단 말 정도는 꺼내주었으니 한결 낫기는 했으리라. 지체하는 동안 어느새 후발 주자들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그럼에도 신의 기색은 서두르던 때와 조금의 달라진 데 없으니, 승부의 향방은 과연……?
일단 그는 그녀에 대해서 이름과 얼굴, 그리고 존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에 대해서 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잘 잤다는 말을 들으며 유우키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를 하려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유우 군이라는 말이 나오자 유우키는 두 눈을 깜빡였다. 이어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 아마 맞을 거예요. 제가 시라카와 유우키. 아가씨는 유우 군이라고 부르니까 유우 군이 맞을 거예요."
다시 한번 팔을 접고 그는 허리를 숙여 예의바르게 인사를 그녀에게 보냈다. 그리고 다시 허리를 편 후에 그는 팔을 원래대로 돌리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살며시 물음을 던졌다.
"테루테루보즈. 당신이 썼다고 했었던가요. 후훗.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맑은 날씨를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이름이 테루라서?"
아야나라고 지칭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눈앞의 이 여성이 요구 물품으로 썼었던가. 난감하게 웃음을 내뱉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그는 가만히 창밖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봤다. 비는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일하면서 테루테루보즈라도 달아야하나 싶네요. 이 시기는 비가 너무 많이 오거든요. 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야나님은 이렇게 비가 오면 너무 힘들어하시니 말이에요."
물론 신이라던가 요괴라던가가 어느 누구도 모르게 인간들의 일상 속에 숨어살 수도 있다는 설화는 귀에 박힐 정도로 듣긴 했지만... 솔직히 누가 그걸 진짜라고 믿겠냐고... 모계가 신사쪽 분들인 나도 그건 쉽게 못믿어요...
""
들릴듯 말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혼잣말이었다.
물론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별것도 아닌 걸로 매번 찾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뭐라 해야 할까... 그게 일상이니까,
당장 지금도 내 목을 보고서 치유해준다거나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품을 파고드는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했을런지 알수 없는 일이다. 이 이질적인 정체에 대해서 판단하는 내 머리는 당장 뿌리치고 싶어하겠지만, 그렇다고 호의를 보인 대상을 냉대할 정도의 무뢰배인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
와중에 품에 있던 개구리에게서 들려온 것은 카와자토 아야나라는 인명... 인명이라... 네, 그럴줄 알았습니다... 이건 다른 의미로 물린 거네요....
상대방이 조심성이 없는 것인지, 내가 소통능력이 부족한건진 알수 없겠지만 아마 후자가 아닐까? 게다가 내가 있던 반... 3학년 B반을 굳이 거론한다는 것은 아무 생각없이 내 가방 속에 있었던건 아니란 거겠지... 그게 누구 가방이었을진 몰라도 최소한의 목적성은 있었을테니까.
"츠구나가 코유키..."
그렇게 대강 내까리고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어쩐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서 말야. 물론 이쪽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말하는 사람에게 실례되는 행동이란건 알고 있지만...
>>501 난 이렇게 나왓서 우리 나란히 놓고 보면 진짜 다르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자기 슬데 96%? 현실 슬데 일케 많이 나온 사람 처음 봐 ㅋㅋㅋㅋㅋㅋ 근데 후플이 젤 안 적은 건 의외네욤 ( 0v0 ) 후플이 38퍼나 있어서 다행이다 자갸,,, 슬데 96에 글핀 79,,, 인간 전차야? 찐사 인정할게요. 근데 걱정마 5로 바뀔 일 없어 ㅋㅋㅋ 40까지 쫙 뺄 거거든 😎
그냥 가는 이들의 성향이 조금 다를 뿐이지. 그리핀도르는 용감하고 정의감 강한 애들이 많이 가고 레번은 머리 좋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많이 가고 후플은 조화나 어울리는 거 좋아하는 그런 마음씨 따뜻한 이들이 많이 가고 슬리데린은 야망이 많고 자부심이 강하고 그런 이들이 많이 가는 성향은 있지.
>>530 역시나 할머니와 손자한테 나란히 뽀뽀를 갈긴 계략 캇파답구나.....😏 아야나 평소엔 우에엥 순진하지만 사실 눈치 좋고 머리 잘 돌아간다는 설정이니까 꽤 어울린다 헤헤 역시 우리 개구리 최고야
>>551 음... 대충 야망이 강하고 교활하며 지략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배정되는 기숙사 정도로 보면 된다! 하지만 야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은 부정한 권력에 쉽게 심취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이 기숙사 출신에는 악당이 많은 편이지🙄 일단 설립자부터가 지독한 마법사 혈통 순혈우월주의자(현실로 치면 대충 KKK단 급 강경 인종차별주의자 정도....?)거든...
>>566 와 근데 쓰미는 진짜 공주가 말했던대로 나왔네? 슬데 래번 비율 엇비슷한데 기쎄고 핏줄 좋아서 슬데 갔을 느낌이거든? 지고 못 사는 거랑 당하면 똑같이 보복해야 직성 풀리는 성격도 그냥 슬데 그자체긴 해 하..자기 친구분들 말이 정확했다.. 작이 인쓰 취향이네..
>>564 내 자식이라 꿰뚫고 있지 (*^^*) 맞아 사실 래번가면 더 맘 편히 있을 수 있을 듯한데, 슬데 비율이 좀 더 쎔+순혈 가문이라 슬데 가서 기 쏙쏙 빨릴 상이야... 나기는 슬데는 예상했는데, 글핀이 79까지 나올 줄은 몰랏네 세상 무서울 게 없어서 그런가? ㅋㅋㅋ 어쩌다 이러케 되어버린거지,, 어쩌다 나기라는 남자한테 홀려가지구.........
자신의 물음에 묻지 말아달라는 답을 하는 것에 유우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테루라서 테루테루보즈인 것일까. 어느 쪽이건 묻지 말라고 하니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일단 표정으로 보아 딱히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없었으니 특별한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테루테루보즈해서 떠오른 거지만, 사가라씨는 장마 좋아하시나요?"
아야나가 데리고 온 식객. 과연 그녀는 어떨지 궁금했었기에 유우키는 별 의미는 없었으나 그렇게 물음을 가볍게 던졌다. 이어 그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저 비는 과연 그치기는 할까. 불꽃놀이가 있을 나츠마츠리때도 비가 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여러 불안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기적으로 그칠 것 같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비가 계속 내릴 수도 있을테니까.
"...그쳤으면 좋겠네요. 조만간에 여름축제도 있으니 말이에요. 사가라씨는 같이 가는 사람 있나요?"
혹은 같이 가고 싶은 이라던가. 그렇게 괜히 물어보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자신도 약속을 제대로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핸드폰을 집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그는 살며시 핸드폰을 손에서 놓았다.
"나츠마츠리... 불꽃놀이 날에 만나면 괜히 서로 어색해지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네요. 후훗."
>>578 일단 결단력, 행동력 좋으니까 글핀 비율도 높았던 게 아닐까? 성향이 생각하고 계획하면 바로 움직이는 쪽에 가까우니까 하 기 쏙쏙 빨리고 남은 것마저 히무라 머시기가 빼앗아 가겠다 그치 ㅋㅋㅋ 하 근데 작2야 나 후풀+슬데 조합 좋아하거든? 작이 래번 비율이 높게 나왔지만 그냥 후플푸프로 하자 ㅎㅎ 울 공주 인내심 좋고 인간미 넘치잖아 ^^ 쓰미랑 반대로 ㅎㅎ 하 내 앤캐랑 앤오 둘 성향 완전 반댄데 둘 다 내 거네 수고해~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잔디를 적신다. 적시다 못해 웅덩이를 여러 군데에 만들었다. 카와자토 가의 사용인들은 어느 때와 달리 인간의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제아무리 인간의 모습을 죽어라 유지하려 하는 카에루족 캇파라 할지라도 이 시기만큼은 절대로 바깥에 나설 때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모습을 포기하고 지내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기는 결코 인간의 모습으로 견딜 수 없는 시기, 하나같이 모든 인형人形이 무너지고 이지러들 것같은 고통을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용인들 하나같이 바삐 물수건과 대야를 들고 일제히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하나같이 다급하게 움직인다. 하나같이, 일제히 이렇게 외친다.
“빨리빨리, 빨리빨리 움직여! “ ”아야카에루 아가씨가 쓰러지셨다! “
휘둥그레진 눈, 동여매듯 대야를 잡은 손길, 누군가는 수건을 들고, 누군가는 대야를 들고, 누군가는 닦을 것을 든다.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는 누군가들과 달리, 모두와 달리 여기 침착하게 물수건을 들고 걷고 있는 검은 가죽의 개구리가 있다.
”수장님께서는 정말로 괜찮으신거야?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자녀이신데 어떻게 그렇게……! “ ”쉿, 소리를 죽여. 모두가 듣는다. “ ”지금 누구에게 괜찮으냐 하고 있는 건지 알잖아…..! “ ”안다. 그러니 진정하도록. 별 일 아니니까. “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우나, 모두가 겪어야 하는 일이니. 짙푸른 눈빛을 지긋이 거실 문 앞으로 향한 채로, 이 작은 존재 주먹을 꽉 쥐곤 나직이 중얼인다.
”……때가 왔구나. “
모든 카에루족 캇파가 겪곤 하는 때가.
바닥을 붉디 붉게 물들이고 있는 피웅덩이와 달리 그 위에 누워있는 몸 놀랄 만치 깨끗하다. 붉게 흐르는 피 차츰 잦아들어가고 끝에서부터 중심에 이르기까지 사라지는 상처가 특히 도드라진다. 검고 자그마한 몸 힘 없이 축 늘어져 있다 서서히 조금씩 움직이려 하는 모습 마치 이제 갓 잠들었다 깨어난 모습과도 같다. 천천히 눈을 뜨는 것 물기를 은은히 머금었다. 푸른 빛 청명하게 다시 빛나오른다.
강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축하한다. 아야카에루. ” “마침내 재생의 힘을 완전히 일깨웠구나. ”
옆에서 지켜보던 후루카에루 나직이 말한다. 짝 짝 짝 정확히 세 번의 박수 소리 울려퍼지고, 그와 동시에 칼을 내려놓는 소리 들려온다. 쨍그랑 하며 떨어지는 소리 흡사 접시 깨지는 소리와도 같다. 그와중에도 쑥스럽다는 듯 어린 요괴 베시시 웃는다. 그리고는 살짝 제 뺨을 긁어보인다.
물의 힘은 치유, 재생….. 다양한 힘을 포함하고 있다. 모두 물의 힘을 쓸 수 있는 카에루족 캇파이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능숙하게 쓰는 힘들이 있다. 모리카와는 생장. 이즈미가와는 절삭. 아사메가와는 빙결. 유우야가와는 침식과 동화同化. 그리고 카와자토는, 치유와 재생.
“후히히 감사한 것이와요. 다 많은 도움과 일들이 없었더라면 이 막힌 힘을 뜷는 것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와요. “
꽃은 이제 완전히 만개하여 피어올랐다. 그리고 이제 자신을 취할 나비를 기다리고 있다. 그 붉은 나비가 자신을 완전히 가질 수 있을 그 날을. 그리고 그 나비에게만 온전히 순종할 그 날을.
”나츠마츠리가, 무척 기다려지는 것이와요…..“
손에 쥐인 아쿠아마린과 에메랄드 각각 박힌 두 개의 반지 청명히 빛을 받아 빛난다. 마치 소중한 이에게 바칠 거라는 듯 한없이 조심스럽게 쥐었다. 영롱한 푸른 빛 부드러이 반달과 같이 휘었다. 순진한건지, 아닌지 모를 눈빛으로 이 어린 요괴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 본다.
>>584 결단력 행동력 좋은 거 너무 발린다 🤦 그리고 대개 그것들이 선의에서 비롯된 게 아닐 거라는 점이… 나기한테 기 족족 빨려서 늘 미간 찌푸리고 예민 MAX 인상으로 돌아다닐거같애 아라써 ㅋㅋㅋㅋ 사실 나 옛날에 영문판 기숙사 테스트 후플 한 번 나왔었고 방금 다른 사이트에서도 한 번 해봤는데 후플 나오드랑,, 즉 자기 말대루 후플 할게 ^^*)9 쓰미만 내놓을라햇더니, 나까지 저당잡혀버리다……… 그래 다 가져 다.... 🤦
아니, 상식적으로 귀찮게 굴어도 상관없다 해도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아니, 양심적으로 백까지 다 받아줄만한 인물이 있을리가...
세상에, 이젠 아얘 품에 파고든 것도 모자라 부비적거리기까지 하고 있어... 이거 맞아? ...그나마 이름을 듣고나니까 다른쪽으로 신경이 쏠리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그 눈빛...
"고... 마워... 카와자토양도 예쁜 이름이니까..."
에휴, 됐다... 부정할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납득해라. 그게 살아가면서 몸에 익힌 처세술이었다.
"뭐... 어느쪽으로 부르던 신경 안쓰긴 하는데..."
아니, 저기요? 그런거 막 말해도 되는 겁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요??? 솔직히 좀 충격이긴 한데... 먼저 보여준 모습이라던가 행동도 그렇고, 물론 멀쩡한 애가 찾아와서 대뜸 자기가 요괴라고 말하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변신하는 것보다야 백배천배 낫습니다만... 어째 뒷목이 간질간질해져버리기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버렸다.
"...... 그걸 나한테 물어봐도..."
아야카미입니다만... 솔직히 지금 방금 들었던 말이 더 충격이어서 요괴니 뭐니 하는건 이제 머릿속에 들어있지도 않은듯 싶었다.
먹구름을 바라보는 기청인형의 미소는 빗자국에 흐리게 번져버린지 오래, TV에서는 온통 장마 예보뿐이라. 꼬맹이는 지루한 표정을 감출수 없었다.
『 “오늘의 날씨상도 먹구름 가득이다냥-” 』
동글동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모를 귀여운 생명체 냐왕코쨩. 전국을 가리키는 지도는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브라운관에서 흐르는 잔잔한 불빛 사이로 빛바랜 다다미나 조촐한 전자기기 따위가 비친다. 소년은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손가락 사이로 자그마한 핑거보드를 굴린다. 손가락을 따라 이어지는 보드는 튕겨져나가듯 데크부터 튀어올라 수차례 턴을 하며 탁자 위에 놓인 허접한 골판지 키커램프에 내려앉는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질주를 마친 손가락은 늘어져라 방바닥 위에 떨어진다.
달칵, 냉장고 문이 열린다. 바나나맛 우유나 인스턴트 함바그, 간단한 간식거리 뿐이라 어딘가 조금 부실해보인다.
"저희 빨리 정문으로 향해야 한단 것이와요. 아야나의 주인님이 정문에서 기다리고 계신단 것이와요. " "아야나의 주인님 분명 제 시간에 안 보이면 엄청엄청 화내실 거란 것이와요. 분명 어디에 있는지 온 아야카미 고교를 뒤지면서 찾으실 것이 분명하단 것이와요. "
말이 끝나자 마자 이 어린 녀석 데굴데굴 굴러서 다시 바닥으로 향하더니, 바닥에 톡 떨어지는 순간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려 하였다. 칼같이 잘린 먹색 머리 휘날리는 것이 누가 봐도 겉으로는 아리따운 미소녀가 맞다. 실상이 작고 검고 끈적끈적한 개구리요괴인걸 모른다면 그렇게 보일 것 같다.
"자, 자! 코유키 [ 선배님 ] , 서둘러 주시는 것이와요. " "아야나를 빨리 교문까지 데려다 주실 수 있으시지요? "
🥺 표정으로 진심으로 간절하게 코유키를 향해 물어 요 손은 이미 코유키에게 잡으라는 듯 뻗어보인 상태다. 자, 우리 이대로 어디로 간다? 정문까지 간다!!!!!
>>617 코이츠 당장이라도 스카대전 일으키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게 분명함 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 사실 나도 엄청 보고 싶긴 한데 그이전에 궁금한 거 물어봅시다 스미스미선배님 지금 불꽃 힘이나 반지 힘 운용법 아직 덜 익숙해져 있는 상태지?
물론 그녀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으나 유우키는 그녀가 신인지, 인간인지, 요괴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테루를 빤히 바라봤다. 감성적인 표현이겠지. 그런 거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표정을 관리했다.
"그런가요? 아야나님도 아마 올해는 다른 누군가와 같이 갈 것 같은데... 저도 선약이 있고 말이에요."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선약을 깰 마음은 없었다.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녀는 그녀대로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혹시 아는가. 아야카미 고등학교의 다른 이와 만나서 볼 수 있을지. 그렇기를 지금 이 순간, 신에게 빌면서 그는 눈을 감으면서 기도했다. 김에 비가 그 날은 그치기도 함께 빌며 그는 침묵을 지키다 다시 눈을 떴다.
"후훗. 그야 본 적이 있죠. 당신은 없나요?"
아마 없겠지. 그렇기에 묻는 것이겠지. 인간으로 살면서 불꽃놀이를 아예 보지 못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물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겠지만, 역시 이 자는 신 혹은 요괴. 둘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테루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가만히 창밖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위에서 불꽃이 펑펑 터져 하늘이 색색의 아름다움으로 물드는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참으로 아름다운 꽃들이 그곳에서 제 모습을 뽐내겠지. 이어 그는 테루에게 말했다.
"그 날은 꼭 보세요. 땅에 핀 꽃들도 아름답지만, 하늘에서 순식간에 피어오르는 꽃들도 보통 예쁜 것이 아니거든요. 같이 보는 이와 더욱 친해질수도 있고, 더욱 특별해질 수도 있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불꽃 자체에 마법이나 신의 힘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 뿐이지. 하지만 그것을 마법이나 신의 힘이라고 표현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메인 불꽃놀이는 힘들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야나님과 함께 조촐한 불꽃놀이라도 즐겨봐요. 아야나님이라면 분명히 같이 하자고 할테니까요. 불꽃은 제가 준비할테니까요."
우렁차게 들리는 울음소리 비명에 가까울 지경이다. 이 녀석 곁에 있으면 이런 일 쯤은 다반사라 무신은 더없이 능숙하게, 반사에 가까울 경지로 귀부터 막았다. 한데 우는 소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뭐라 말하는지는 들어야 하니 결국 하는 수 없이 손을 떼었다. ……하, 그렇게 사정 어찌 된 것인지 들어보니 나오는 것이란 헛웃음밖에 없다. 그 자식, 대가는 이미 치러 놓고선 을러 대기는. 제 요괴를 빼앗긴 대신이라며 짜증나는 장광설 늘어놓았던 기억이 엊그제처럼 선명하다. 한데 이 신의 성품을 생각했을 때 격노해야 마땅할 소리 들었음에도 듣는 태도는 웬일로 평온했다. 진노라면 과경에 잔뜩 쏟아부었으며 공희의 역혈까지 마음껏 취했으므로, 지금의 무신은 드물게도 마음씨 관대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치거라. 그놈이 제정신이라면 제 누이 두 눈 멀쩡히 뜨고 있는 상황에 이언할 리가 없지. 대가라면 내 이미 치렀느니라."
제법 담담한 투로 기다려주었으나 얼른 그치지 않는다면 손 뻗어 아야나의 얼굴을 제게로 향하도록 했을 테다. 그런 쇄사 따위는 지려에 담아둘 틈 없이, 오직 저만을 바라보고 우러러 신앙하라는 양. 그래, 이 어린 요괴가 스스로 한 말처럼 말이다. 목석같이 묵묵하던 태도에 별안간 웃음기 서린다. 무신의 것이라면 응당 명운마저 모두 제 손 안에 쥐여야 하니, 몇 번이고 되새기며 일러주었던 사실 소유물의 입으로 확인하게 되자 자못 심정이 달갑다. 멋대로 다른 신의 제사에 바쳐질 말썽마저도 너그러이 용인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심록빛 형안 온화하게 휘어진다. 신은 뺨을 붙잡았을 손 그대로 당겨 아야나의 머리를 끌어안으려 했다. 그 손길 이제까지완 달리 부드럽게 품고자 할 뿐이니, 드문 변덕 무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낯설었다.
젖어든 눈과 목소리 듣고 있자면 생래의 충동이 마구 요동친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것을 더욱 짓밟아 부수고 상하게 만들어 버리고 싶다. 그러나 동시에 그저 고이 두어 간직하고 싶기도 하니 이 상반된 심정이 무엇인지 통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썩 나쁜 기분 아니란 것만은 알아서, 잠시간은 그 기분 고스란히 느끼기로 했다. 그저 아주 잠시만.
>>658 어린 쓰미면 용납 가능이지만 다 큰 쓰미가 웅니웅니 하는 것은 용납못한다 (내캐한테엄격한편) 그러나 카가리가 웅니 하는 거는 용납 가능하니까 전 카가리로 상상할게요 ^^* 그리구 카가리주의 말랑말투 카가리한테 적용하면 되죠???? 너무갭모에....... 잘 다녀왕~~~ ☺
"아야나, 진짜로 카와즈카리 가지 않아도 되어요? " 라 되묻는 목소리 얼떨떨한 기색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우에엥 하고 울먹이던 낮빛 그대로 제 주인의 품 안에 안기려 하였다. 깊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 그제서야 안도에 찬 낯빛이다. 어린 요괴 제 주인의 품 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여전히 물기 어린 눈동자로 제 주인을 올려다 보며 안도했다.
"다행이다아아아아아아........"
우엥 우엥 거리던 소리 멈추고 어린 요괴 조용히 제 주인의 품에서 비비적거리기만 반복하고 있다. 마치 이렇게 있기를 수도 없이 원해왔다는 양 제 주인의 품에 안겨 누워있으려 하였다. 아주 잠깐, 아주 잠깐 제 주인이 용인하는 시간 동안만. 제 주인이 다시 내치려 한다면 "끼엥" 하고 데구르르 구르려고 하였을 것이다. 후히히 웃으며 어린 요괴 자신의 신을 향해 다시금 속삭인다.
"카가리 신님, 누가 뭘 어떻게 한다 해도 아야나는 카가리 신님만의 것이니까요. " "아야나의 마음도, 모두 카가리 신님의 것이니까......."
말하다 말고는 다소 수줍다는 듯 뺨을 붉히고, 이 요괴 주인을 또렷이 올려다 본 채 제 마음을 나직이 속삭였다.
"......연모하여요. 나의 주인님. "
이 감정이 정말로 연모일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경애에 걸쳐있는 감정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하고 싶으니까. 당신에게만 향해있는 이 마음. 당신에게만 소유되고 싶은 이 마음. 이것이 연모에 가까운 게 아니면 무엇일까.
소녀는 손을 뻗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태양빛을 반사해 이끄는 달빛을 향해서. 자그마한 손으로는 다 가리지 못함을 알면서도.
창문을 거칠게 두들기는 빗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거의 하루 반을 퍼질러 잤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방의 문을 굳게 잠그고 오래 쓴 탓에 스프링이 거의 나간 침대 위에 누워 하루를 보냈다. 눈을 감았을 적에는 건물 너머로 떠오르는 것 같은 태양빛이 보였는데, 눈을 뜨니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컨디션은 전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괜찮았다. 조금 어지럽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있기는 했지만 어쩐지 정신만큼은 각성제라도 한 것처럼 멀쩡했다. 세상에서 빛이 사라지고 이렇게 홀로 서 있는 감각. 어쩐지 친가에 온 것처럼 안심되었다. 별 의미없이, 빗소리를 듣고 싶은 날이다. 오늘은 이렇게 있을까.
그런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서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깨지고 말았다. 감상적이 될 시간은 없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밝은 네온으로 빛나는 시계만이 반짝이며 1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가기에는 적당한 시간이다. 오픈 준비에는 제법 시간이 걸릴 테니까.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야요이.
오픈 전의 라이브 하우스에는 느긋한 피아노 소리가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언제나 있는 일이다. 짙은 갈색의 타일 바닥, 벽돌 흉내를 낼 뿐인 벽. 노란빛에 가까운 조명이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은 조명이 비추고 있는 것은 단 한군데였다. 무대 위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남성이 보인다. 라이브 하우스 DOG DAY의 사장이자, 이 육신의 친부인 후지타 소지로였다.
가벼운 목례를 건네자 그 역시 별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가게에 있다면 기자재의 체크는 알아서 전부 할 테니… 내가 할 일은 딱히 없다. 운이 좋네. 카운터에 앉아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직 오픈 전인데.”
가볍게 손짓하며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가리켰다. 오픈까지는 아직 30분정도가 남았으니, 들여보내지 못할 것은 없지만, 그냥. 지금은 좀 보고싶지 않았다. 나름대로 후배에게 몹쓸 짓을 했으니 책임감있는 어른으로서 아이가 흔들리지 않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게 낫잖아.
………이미 왔다면 어쩔 수 없다. 전이랑 비슷한 일이지. 사람과의 만남이 어찌 매번 감동적이고 감상적일수는 없다. 그리고, 애초에 이 녀석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좋지는 않았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유우키의 입가엔 미소가 조용히 번졌다. 정말로 뭔가를 기대하듯,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불안한듯. 그 입꼬리에 미묘한 어색함이 살짝 걸쳐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유우키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즐거움, 그리고 그에 상반되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만 눈치가 빠르면 알아챌 수 있지 않았을까.
"네. 하늘에 예쁜 꽃이 피어나요. 한가지 색만이 아니라 각각의 아름다운 색으로 펑, 펑, 펑하는 느낌으로요. 그 순간만 볼 수 있는 정말로 예쁘고 아름다운 꽃이에요."
과연 올해 불꽃놀이는 어떨지. 작년에 봤던 것보다 아름다울지, 아니면 딱 그 정도일지. 그것도 아니면 이 비가 끊이지 않아서 올해는 볼 수 없을지. 조금의 불안함 감정을 품으며 그는 창밖을 좀 더 빤히 바라보긴 했지만 무심하게도 비는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내리는 것 같았기에 그의 표정이 시무룩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사가라씨가 더 이어지고 싶은 이가 있다고 한다면...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후훗."
불꽃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계기일 뿐. 당사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저 잠깐 피어오른 후에 져버리는 안타까운 꽃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나중에 저랑 테루테루보즈라도 만들래요? 이 비가 그칠 수 있게 말이에요. 비가 계속 내리면... 불꽃은 볼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유우키는 살며시 테루에게 권했다. 같이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물론 그녀가 거절해도 상관없었기에 유우키는 가벼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말을 하면서 그는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자는 신 혹은 요괴라고. 굳이 말하자면 요괴에 가깝지 않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별 근거는 없었다. 단순히 아야나가 데리고 식객으로 살게 하는 이니까 요괴가 아닐까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그의 태도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자신이 믿고 모시는 것은 오로지 카와자토. 그들 뿐이었으니까.
테루테루보즈를 같이 만들겠다는 그 말에 유우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야나도 함께 불러서 해볼까. 아니면 그녀는 지금 몸이 안 좋아서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으나 결국 아야나는 빼는 것이 좋겠다고 그는 판단했다. 몸이 안 좋은데, 테루테루보즈를 만들게 하는 것은 역시 너무 무리를 시키는 것 같았으니까.
"후훗. 그러면 제가 재료를 모아볼테니까 나중에 같이 만들어봐요. 일단 저는 저택을 천천히 둘러보는 중이었으니까요. 아. 혹시 저택에서 지내면서 불편한 점이나 그런 것은 따로 없으신가요?"
이곳에서 일하는 이로서, 카와자토의 손님은 정중하게 대한다. 그 원칙을 고수하며 유우키는 테루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하라는 듯이.
뭐야, 우리 학교에 막 주종관계까지 맺는 애들도 있는 거야? 아니 뭐... 요괴가 있으면 신도 있을 거고... 인간도 있을거고... 아냐... 생각하는걸 그만두는게 좋을거 같아...
"그... 건 좀 곤란하겠네..."
응, 엄청 곤란할거야...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주인님이란 사람이 화를 내는 것도 별로 보고 싶진 않단 느낌이 들고... 학교 여기저기 다 뒤지면서 찾을 정도라면 분명 엄청나게 엄청난 사람이겠지...
그렇게 다급하게 말하던 카와자토양은 데굴데굴 굴러서 바닥에 톡 떨어지더니 완벽하게 사람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검은 개구리 같은 형태였음을 말해주는 반듯하게 잘린 새까맣고 예쁜 머리카락, 하얀 피부에서도 금방 눈에 띄는 푸른 눈동자... 응, 분명 이런 애를 보고 미소녀라고 하는 거겠지...
"어... 어...? ...... 응..."
간절해보이는 표정과 함께 손까지 뻗어보이며 다시 학교 정문까지 가기를 재촉하는 카와자토양을 앞에 두고 잠깐 얼빠진 소리를 냈다가 이내 정신이 바로 들자 내밀고 있던 손을 잡고서 목적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가 뭔지 제대로 갈피조차 안잡힐 정도로 복잡한 하루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목을 매만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평소보단 간지러움이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그냥 기분탓이려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오랜 장마가 그치고 하늘은 무지개가 내걸렸습니다. 일기예보는 다행스럽게도 오늘부터 있을 마츠리 양일의 쾌청을 알립니다. 이야, 그나저나 아슬아슬했어요.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내렸다니까요?
삑삑─ 삑삑─ 삑삑─ 삑삑─ "왓쇼이─! 왓쇼이─! 왓쇼이─! 왓쇼이─!"
일본 전국에 마츠리가 널리고 널렸듯이, 크고 작은 신사가 간간이 비치는 아야카미쵸에라도 마츠리는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통칭 나츠마츠리, 언급되지 않는 나머지 잊혀져 가는 명칭이지만 정식 명칭 아야카미 신사 예대제라고 하는 행사야말로 아야카미쵸의 하이라이트. 토요일부터 일요일 이틀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열리는 대축제는 예나 오늘이나 지역 주민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가마에 모셔진 신의 정체를 아는 주민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는 차치해두고요.
화려한 라이브 공연을 초청할 정도로 크나큰 행사는 아니지만, 오랜 역사의 명맥을 잇는다는 사명 하 구색만큼은 제법 건실합니다. 먹을거리와 놀거리의 노점들도 제법 즐비해 있고, 꾸밈새도 다른 커다란 축제 못지 않음에, 토요일 행해지는 오미코시御神輿 행차 ─아야카미의 신을 모신 가마를 수많은 사람이 메고 온 아야카미를 순행하는 행사─ 는 가마꾼의 자원자 또한 많아 우렁찬 기합과 함께 열기를 끌어올립니다. 게다가 다시山車 순행은 양일에 걸쳐 눈이 아프도록 행해지고, 축제의 한 켠에서는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 전통 악기 등을 이용한 공연을 볼 수 있으며, 축제의 분위기에 젖을 대로 젖는 일요일 밤에는 정해진 시간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불꽃놀이가 펼쳐지니 이 얼마나 모자랄 데 없는 여름축제입니까?
날이 갈수록 기원이나 역사나 본질 같은 것은 잊혀지더라도, 지역 축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힘껏 손을 보태고 웃음을 높이며 즐기는 지금의 모습도 그 나름대로 좋은 것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잊혀지는 신. 구색만이 남는 축제. 유카타를 입고 뛰어다니는 어린아이. 저마다 고르는 가면. 풍선 터지는 소리. 먼 옛날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 다가오는 왓쇼이 소리. 나이가 지긋하여 지팡이를 짚고 소란에서 조금 떨어진 노인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무릎과 지팡이에 의지해 화단 턱에서 일어나 멀리로 멀어져갑니다.
"우스운 일이 따로 없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야카미의 신 그 자신이 잊혀지다니……."
그 말을 들었는지 모르는지, 축제의 열기는 끝도 모른 채 높아지기만 합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신들의 시간이니까요. 떠들썩한 곳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하니, 그래서 아야카미 고등학교의 숨어든 신들도 나츠마츠리의 소식에 얼굴이 활짝 펴서 노점이 끝도 없이 늘어진 등불의 거리에 홀리든 스며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차─!!" 짝짝짝짝짝짝짝짝……
물결을 치듯한 오미코시. 신앙 되찾이만 순탄토록 된다면, 이런 광경이야말로 만세토록 이어질 테니!
나츠마츠리 배경으로 일상/로그를 돌릴 수 있습니다.
(3月9日~3月23日)
【 불꽃놀이 아래에서 보자 】
마츠리 마지막 밤에는 정해진 시간, 불꽃놀이를 쏘아올립니다. 언제부터 마츠리 하면 불꽃놀이가 된 것일까요? 언제부터 그것을 소중한 사람과 손을 잡고 바라다보면 그만큼 소중한 순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일까요? 인연이 없던 사람과 지켜보더라도 어째서 그 사람이 조금은 소중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버리는 것일까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불꽃놀이를 함께 지켜볼 인연이 결정되었습니다. 당신은 그 상대가 누구이거나 상관없이, 반드시 그 캐릭터와 축제 마지막 밤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일상을 돌려야 합니다.
< 주의사항1 >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정도로 불가피한 사정이 되지 않는 이상, 불꽃놀이 페어 일상을 취소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어영부영 넘기려 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사정에 대한 설명과 양해 없이 페어 일상을 취소하거나, 기간 내 돌리지 않을 시에 최대 시트가 내려갈 수 있음에 유념하시기 바라겠습니다.
< 주의사항2 > 마지막 날 불꽃놀이를 보는 일상은 오직 1번만 돌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전 찌르기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당연히 불꽃놀이 일상은 돌릴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오직 단 1번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사전 찌르기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희망할 시 그 자리에서 불꽃놀이 일상을 구인하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즐거운 나츠마츠리를.
가사 번역 https://blog.naver.com/cifer_siu/220706253806
그 존재는 그치는 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길던 장마가 끝났다. 방 안에서 창가를 보며 그 존재는 끝난 장마에 살짝 성가시다는듯이 째려보고나서는, 포스터를 하나 손에 집어들었다. 나츠마츠리 , 이번에도 찾아왔구나하고 그 존재는 그 포스터를 쳐다보고는 '불꽃놀이'라고 적힌 것에 한번 시선을 갔다가 이내 흥미를 꺼버렸다. 시간이 자나면서 음식의 맛이나 질적인 것은 좋아졌지만, 그 존재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남아있어 이 지역의 마츠리와는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존재는 나츠마츠리보다는 유키마츠리가 더 익숙하였으므로.
"어쨋든 기나긴 장마는 끝나서 다행이네"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넘기자, 머리카락은 고체가 아닌 액체처럼 손을 따라 움직였다가, 이네 원래대로 돌아온다. 긴 장마가 끝나고, 여름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까르르 웃으며 달려가는 전통복의 아이들이 이상한 말을 하기에 돌아보면 아이들은 인파에 숨어들었는지 어디론가로 날아갔는지 온데간데 없습니다.
마츠리의 뒤편이라. 뒤편에도 마츠리가 있는 것일까요? 그 뒤편은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 것일까요?
줄지어선 요사스러운 등불. 저것은 등불입니까, 여우불입니까? 온통 붉은 듯한 열기. 이것은 꿈입니까, 현실입니까? 건너편의 노점에서는 보면 안 되는 것이 손을 흔들고, 주위를 둘러보면 인간 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표정을 바꾸는 가면이며, 요괴 붕어 건지기, 정체불명의 식재료로 만들어진 구이 요리와 혀끝으로 핥으면 평생토록 맛보고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링고아메. 인간의 것이 아닌 노랫소리와 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 텐구의 가면. 잔혹한 듯하면서도 아름답고, 아름다운 듯하면서도 잔혹합니다. 다각거리는 게타 소리가 흥겹습니다. 그것이 두 개의 굽이든 한 개의 굽이든 상관하지 않을 것처럼 빠져듭니다. ───혹은 그것은 공포일까요?
───밤의 마츠리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보면, 아니면 너무나도 현혹적인 등불에 이끌리다 보면, 그곳은 신을 향해 반발하고자 뭇 요괴들이 모여 백귀야행하는 뒷축제. 즐거움에 물들어 너무 깊숙이 들어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답니다…….
뒷축제 배경으로 일상/로그를 돌릴 수 있습니다.
(3月9日~3月23日)
【 뒷축제 】
신조차 모독하는 아야카미 최괴最怪의 뒷축제. ……는 생각보다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답니다. 실제로 신조차 어떻게 건드리지 못해 골머리를 썩이는 축제이기 때문에.
요괴들의 제멋대로의 연회는 언제라도 있어왔지만 아야카미의 뒷축제는 조금 더… 특별합니다. 어찌된 이유인지는 몰라도, 방금도 말했다시피 신조차 이 축제는 쉽사리 건들지 못할 뿐더러 ( 신 자체가 약해진 탓도 있을지 모르지만, 왜인지 조금 더 깊은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 요괴조차 이 축제의 정확한 기원은 모르거든요. 그저 즐거우니까 약속이라도 한 듯 현실의 뒤편에 다들 모여드는 것입니다. 신에게 반발하여 신을 모시는 축제 뒤편에서 몰래 벌이는 또 하나의 축제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면서.
뒷축제는 본축제와 닮아있는 것 같지만 사뭇 다르기도 합니다. 온갖 비현실이 현실처럼 산재해 있는 것은 기본이요, 요괴들이 모습을 감추지도 않으면서 다니며, 어딘가에서는 따르라 마시라 연회판마저 벌어져 있거든요. 낮과 상반되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만 지킨다면, 세세한 광경은 자유롭게 설정 / 묘사해도 괜찮습니다. 표정을 바꾸는 가면도 있는걸요! 무엇이라고 없겠습니까?
다만 당신의 종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부 설정만 지켜주시면 되겠습니다.
< 신 > 당신은 뒷축제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안다면 요괴끼리 도는 입소문을 어찌저찌하여 알아냈거나, 이 축제의 존재를 아는 신으로부터 정보를 들은 적이 있거나, 당신이 예전에 이 축제 때문에 골치를 썩인 적이 있거나, 아니면 당신의 설정상 뒷축제를 모를 수가 없거나, 여태까지는 몰랐지만 축제 당일 누비다가 우연찮게 알아차린 것일 텝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자유롭습니다. 방식은 정해놓지 않았으니 저마다의 간지나는 방식으로 본축제와 뒷축제를 오가세요. 아니면 인간처럼 자의와 상관없이 저절로, 혹은 요괴에게 붙잡혀 들어와도 상관은 없습니다. 물론, 신에게 반발하는 요괴들의 축제다 보니 정체는 숨기는 편이 이롭겠지만요… 인간이나 요괴가 아닌 신임이 드러난다면, 글쎄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 채로 들어온 순진이라면서 시비를 걸거나… 일부는 경계하거나… 적어도 좋은 꼴은 안 나겠네요. 인간이나 요괴의 흉내를 내는 편이 현명합니다. 어차피 가득찬 요기에 분간하기도 꽤 어렵거든요! 추신 - 어째서인지 신조차 건들기 어려운 축제입니다. 축제를 강제로 끝내거나 망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요괴들이 실컷 모여들어 벌이는 판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신의 힘이 100%까지는 아니어도 완전한 제 구실을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드는군요. 이는 요괴조차 아는 사실입니다.
< 요괴 > 당신은 뒷축제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안다면 요괴끼리의 입소문을 들어 알거나, 예전에 이 축제에 참여한 적이 있거나, 아니면 당신의 설정상 뒷축제를 모를 수가 없거나, 여태까지는 몰랐지만 축제 당일 누비다가 우연찮게 알아차린 것일 텝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자유롭습니다. 방식은 정해놓지 않았으니 저마다의 간지나는 방식으로 본축제와 뒷축제를 오가세요. 아니면 인간처럼 자의와 상관없이 저절로, 혹은 요괴에게 붙잡혀 들어와도 상관은 없습니다. 동족끼리 모여 낙락한 백귀야행을 즐겨보세요. 신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니까요! 추신 - 요괴들은 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축제날을 즐기고 싶어합니다. 신을 보더라도 너그럽게 넘어가주는 미덕을 갖추어보도록 합시다. 신이 약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닙니다. 괜히 싸움판을 벌이긴 싫지 않나요.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물론 아니기도 하지만요……. 추신 2 - 일부 요괴는 일부러 인간을 끌여들이기도 합니다. 저마다의 이유입니다. 추신 3 - 동족끼리 실컷 모여서일까, 득시글해진 요기가 즐겁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이나 신을 가려내기 다소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 인간 > 당신은 뒷축제의 존재를 모릅니다. 희박한 가능성으로, 알 수도 있지만, 과거의 뒷축제에서 휘말린 적이 있고 그것을 기억한다는 설정에 한정하겠습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 캐릭터 입장에서 ) 자유롭지 않습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들어오기도 하고 강제로 나오게 되기도 하고, 가끔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절로 드나들기도 하지만, 요괴에게 직접 붙잡혀 들어오기도 하고, 요괴에게 화를 사 쫓겨나기도 합니다. 가끔은 "쫓기기도" 합니다. 어찌됐건 들어오면 축제를 즐길 수는 있습니다…… 마주치는 요괴들이 당신에게 친절하고 상냥하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한없이 즐거우면서도 조마조마한 비현실 축제를 즐겨보세요. 추신 - 돌아오고 난 뒤 기억이 또렷하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합니다. 또렷할지언정 개인적으로 부정할지도 모르겠네요. 꿈으로 여길지도 모르고, 센과 치X로의 행방불명마냥 잊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캐릭터의 서사에 맞추어 편하게 설정하세요. 추신 2 - 요괴 분장을 하면… 어쩌면, 요괴들이 속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전설 흔하지 않습니까? 들킬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주어진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아 헷갈리는 설정이 있을 경우 캡틴에게 문의 바랍니다.
그렇다면, 즐거운 백귀야행을.
가사 번역 https://blog.naver.com/ai010202/222093967513
건반 하나에 이어지는 작은 선율이 빗소리에 젖은 아릿함을 지워준다. 오늘 히데의 날씨는 맑음. 스튜디오에 닿은 그날보다 좀더 높은 텐션이다. 이런거, 직접 눈에 들인 적은 처음이라서. 모든게 신기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오오, 오오오오.......!!! 소지로 아자씨이-! 뭔데, 뭔데. 아재 와 여깄노."
무대 위에서 숨쉬듯 건반을 휘감는 손길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간 쭉 신세를 지고서도 자주 얼굴을 뵙지 못해 아쉬웠는데,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눈웃음을 주체 못한다.
그나저나. 무대란거 정말 멋지구나. 소지로 아저씨. 평소에도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왠지 달라보여서. 키보드를 가리는 손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낯설면서도 두근거리는 이 공간 때문인지. 아니면 음악이라는 마법 때문인지는 몰라도.
좋은 밤이지?
한참 그곳에 시선이 뺏겨 우두커니 다가온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쭈뼛 머리털을 곤두세운다.
"우, 우우우... 조몬 슨배임이네.... 내 귀신인줄 알았다........"
가뜩이나 발도 축축해 싸늘한걸 소오름이,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너무 밝아서 선배의 모습이 흐릿했다.
맞나, 벚꽃이 피어오를때만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나눈 이 작은 벽이 엄청 높아 보였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소년은 어색한 기미 없이 그렇다고, 억수로 멋진 밤이 될거 같다고. 기대에 부푼 얼굴로 이야기를 건넨다. 지난 밤의 울적했던 찰나의 순간, 가슴 뛰는 일탈이나 고마움. 이런 감정에 대한 소감따윈 일절 없이. 다시금 레코드샵에서 처음 마주했던 성가신 꼬맹이가 되어 돌아왔다.
킁킁, 킁.
어느샌가 지그시 감긴 두 눈에 작은 코는 쫑긋대고, 꼬맹이의 이마는 카운터 바닥 위를 부담스레 침범해간다.
"아. 알았다, 슨배임 또 그거 마시고 왔지예- 으른들이 좋아하는 음료수."
무던한 표정 아래 어른의 향기가 은은히 피어 오르는걸. 놓치지 않고 열심히도 내뱉었다. 한번 기억한 냄새는 절대로 잊지 않으니. 주제 넘게 이런 곳에 그런 재주를 써먹는다.
고작 한철 갖고 놀다 버릴 꽃에 남모르게 깊은 갈망이라도 품었을까. 매번 염불하고 고뇌해봐도 여태 이 기분 정의하지 못하겠다. 나도 모르는 새 미련에 발목이라도 내어준 건지. 어느 땐 너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다가도 곧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고. 철이 지나면 버려야지 하루에도 수백 번 되뇌다가도, 이따끔은 저 너머의 계절까지 함께하고 싶었다. 나는 우미 스미레를 형용할 방법을 모른다. 되짚어보면 너는 관계의 전조에서부터 알아먹기 힘든 존재였다. 내 반경 안에서 살아간다 한들 근간이 달리질리 있겠나. 본질은 미지에 있으니 나로선 네 실태를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영원히 그래야만 했다. 욕지거리를 수십 번 씹어대도 도통 분이 안 가신다. 좆같은 년, 썅년, 개년. 할 말은 많은데 정수리까지 성이 오른 탓에 성대 막힌 벙어리 꼴이다. 성음 없이 입만 뻐끔대며 무수한 욕설을 외웠다. "너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순간 말문이 트인다. 목소리가 죽이 되기 전에 혀를 깨물었다. 다행히도 죽으로 변하지 못하고 멈췄다. 언제적인가 네가 알려준 적 있다. 언어에는 힘이 있다고 했다. 혀에 실리는 감정에 따라 효력을 달리한다고. 가벼운 만큼 옅어지며 무거울수록 강해진다고. 그렇게 들었다. 내가 읊다 말았던 저주는 온갖 지저분한 감정의 소실물이다. 미움, 원망, 미련, 사랑 등.... 모질고 드센 것만 간추려 조합했다. 뱉는 순간 눈 앞에 사람 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입을 다물었다.
열이 오른다. 빗물이 어깨에 닿은 찰나 불타올라 공기로 사라진다. 장마처럼 눅눅했던 몸에서도 물기가 말랐다. 너와 눈을 맞췄다. 나는 건조한데 너는 습하기만 하다. 우리는 같은 계절을 살면서도 이토록 다르다. 이 다음 봄에도, 그다음 여름에도, 그 너머 가을에도, 그 밖의 겨울에도 그럴 거다. 내 곁에선 한 철만 피어날 것을 알면서도 다음 계절을 상정하고 말았다.
이쯤 오면 시인해야 속이 편하다. 나는 여전히 우미 스미레를 형용할 방법을 모른다. 아니,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너는 봄에 피었다가 여름 오기 전에 기우는, 그런 가벼운 존재가 아니었다. 한 때의 미련으로 치부했으나 실상은 평생 안고 갈 상실이었다. 여전히 죽이 싶을만큼 밉지만 결국엔 그랬다. 나는 우미 스미레를 사랑한다.
이래서 쉽게 입술을 맞대면 안 된다. 함부로 숨을 터주지 말아야 한다. 그 형태가 밉던 곱던 정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다. 외면한다 해서 모두 버리거나 끊을 수도 없다. 잠깐 방심하면 치고 들어와 사람을 괴롭힌다. 열 받고 좆 같은 게 진짜 누구랑 똑같다.
네가 일러주었듯 말에는 역시나 힘이 있었다. 내가 원망과 사랑을 할짝였다면 너는 분노와 혐오를 입에 냈다. 하지만 정갈치 못한 저주가 효능을 가질 리가. 그러게 끝에 가서 씩씩거리지 말지 그랬어. 네가 차분히 말 마쳤다면 소원대로 나는 죽었을 것이다.
"그야 걔한테서 네 냄새가 났으니까."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화 풀릴래?"
우산이 한 보 남은 걸음을 막아서길래 밖으로 걷어찼다. 그 무엇도 내게서 널 지켜내지 못한다.
"사랑하거든. 그냥 그렇다 칠라고."
어깨를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네 몸에 붙어 바다 흉내내던 빗물이 폭염에 죽는다. 너나 나나 물기 없이 메말랐다. 비 내리는 하늘 아래에서도 온전하니 이제야 완전히 내 것 같다. 대답 돌아오기 전에 숨통을 겹쳤다. 언제나처럼 호흡을 가로챘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기어코 내가 죽기를 소원한다면 넌 오늘 저녁에 죽이나 먹어라.
//감정상 이때가 제격이다 싶어서 재고록 파왔어 ^^ 예상도 못 했지? 오늘도 내가 공주 이겨먹었다 ㅋㅋ 물론 나중에 재재고록 함 더 파긴 할 거야 ^^ 여튼 돌쇠 WIN
테루가 말한 불편한 점은 유우키로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긴 했으나 갑자기 피부색이 변하더니 의자도, 침대도, 바닥에서도 무너질 때가 많다는 그 말에 유우키는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이건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상당히 고민을 하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아니. 애초에 이걸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한건가? 괜히 물어봤나?
그런 생각이 순식간에 휙휙휙 지나갔고 유우키는 뜸을 들이다가 나름대로 답을 고민하며 내놓았다.
"카와자토 당주님에게 말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혹은 아야나님의 도움을 받아서 좀 더 튼튼한 전용 방을 얻어본다던가 말이에요. 제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네요. 그건."
자신의 집이 아니며, 애초에 자신에게는 그 정도의 재력 또한 없었으며, 재력이 있어도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애초에 상대가 어떤 신이나 요괴인지도 모르는만큼 자신이 함부로 어떻게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고 그는 판단했다.
>>854 음~ 오키! 그럼 그냥 기승전결 다 끝내는 식으로 원하는거지? 흠음 간단하게 상황 설명하고 그려오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포피는 먼저 동행 요청 안할 것 같은 설정이란 말이지 우라라가 그냥 먼저 거기 지나가시는 분! 하면서 말 걸었다는 식으로 날조해서 그려오겠삼
그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무게가 얼마나 되길래 버티지 못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녀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까지도. 마치 종족의 벽이 크게 세워진 것 같아 유우키는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그녀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오랜만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아 그는 씁쓸함을 작게 느꼈다.
"아야나님은 카와자토 가의 자제니까요. 그리고 카와자토는 알아가는 재력가이자 유력가이기도 하고요."
그 어떤 것도 어지간하면 바로 준비할 수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역시 여기서는 아야나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그는 판단했다. 혹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지 자신이 좀 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테고. 우선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너무 이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자신이 모시는 이는 어디까지나 '카와자토'였다.
"후훗.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렇다면... 일단 저는 슬슬 좀 더 저택을 둘러보러 가볼게요. 그 이후에 같이 테루테루보즈 만들어봐요. 우리."
싱긋 웃어보이며 그는 슬슬 발걸음을 옮길 채비를 했다. 그녀가 붙잡지 않았다면 아마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을 것이고, 이후에 천을 수도 없이 가지고 와서 그녀에게 나눠주지 않았을까. 물론 붙잡는다고 한다면 좀 더 이야기할 의향은 충분히 있었다.
/슬슬 이벤트 기간도 되었고... 막레로 받아도 되고 조금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괜찮아! 정말로 더 이어도 괜찮아! 다만 테루주도 이벤트 상황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이렇게 쓴 거기도 하고!
>>799 …긴가민가 했는데 정말로 아는 사이구나. 사장님이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옛날의 일이 그다지도 사랑스러울까. 이제는 없는 친구의 얼굴을 그 아들에서 찾을 정도로.
여름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이제 겨우 오후 여섯 시를 반정도 지난 시간이었지만, 세상에는 어둠이 내려 앉아있었다. 상관 없었다. 조금 처지는 날씨지만 이런 날씨가 더욱 어울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이렇게 지하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면 바깥의 날씨 따위 아무런 상관이 없어진다. 제습기따위를 돌리는 소리는 조금 신경 쓰이지만.
“그건 내가 해야할 말인 것 같은데. 비가 이렇게 오는데 말이야.”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뭐 어때. 다들 저 정도는 하니까 괜찮겠지. 아이자와의 모습에는 변화가 있었다. 굳이 누군가가 짚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녀석이 들어오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일전의 모습은 역시 취기가 올라 버려서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짓을 해버렸던 거겠지. 그때는 분명 건드리는 순간 형체를 잃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달콤한 공포의 향기에 취해 있었는데. 오늘은 그 그림자가 아주 조금은 떨어져나간 느낌이었다. 보기에는, 더 나빠졌지만.
“…그야 어른이니까.”
확신은 없었기에 카운터 위를 침략해가는 꼬마 침략자의 이마를 가볍게 딱밤을 먹여주었다. 그날, 스튜디오에 있던 날. 딱히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신곡의 마무리 작업만이 남아, 언제나 하던 것처럼 영감이 올 때까지 혼자 손이 찢어지도록 기타를 쳐대는.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던 것인지, 그저 아이를 스튜디오의 안으로 초대했고……… 그리고 강렬하게 명치를 두들겨오는 취기에 주인없이 방치 되어 있던 오래된 기타의 주인을 찾아주었다. 사장님에게 말을 했더니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듯이 아무 말 하지 않았더랬다.
그 날은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나를 이끄는 공포의 향에 취해 아이를 밀어 넣으려 들었고… 그리고 그것조차 하지 못해 결국 그냥 보냈다. 지금 당장 향하고 있는 곳의 위치조차도 모르는 채, 말로는 마음을 전하기 어려워 음악을 이용했다. 아이자와가 돌아간 이후에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변모해버린 ‘야요이’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헛구역질을 했다. 내 안에 조금 남아있던 희망을 전부 토해버렸고, 고통과 절망으로 빈 곳을 다시 채웠다가. 그저,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고통과 절망마저 음악에 싣고 토해냈다. 그 아이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줄 건 없는데. 이거라도 마실래?”
적당한 잔에 콜라를 따라서 아이자와에게 건냈다. 기본적으로, DOG DAY에서는 소프트 드링크를 취급하지 않았지만 나름 칵테일종류는 충실하게 갖추고 있어서 그에 따라 기본적인 재료정도라면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런 꼬마한테 술을 권할 수는 없잖아. 뭐 어때, 갑작스럽게 찾아온 녀석이 잘못이지. 3천엔이나 하는 티켓 값도 받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으니까. 음료값정도는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사랑을 형용할 수 있는 낱말과 단어는 무수히 많아. 언니는 분명 그리 말했고, 사랑은 우습게도 반듯하게 잘려 돌아왔지. 언니, 최선이었어? 달의 총기 깃들어 존귀하며 현명하기 그지없었던 우리 언니, 아우렐리아, 맥시, 그게, 그게 정말 최선이었느냐고. 바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해 구천을 떠돌 언니의 멱살을 틀어쥐고 악이라도 쓰고 싶었다. 그놈의 빌어처먹을 사랑! 아둔하기 짝이 없는 그 울림에 비롯된 저주는 인어의 피를 타고 흐르는 게 명백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도 그놈의 사랑이란 게 제 모든 걸 자꾸만 앗아가려는 정당성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따위 것에 달의 총기 깃들게 분명한 그 두 눈 몽롱히 뜨고 멍청한 낯짝을 한 인어들이 그렇게 많았을 리 없었을 테니까. 이번에도 그 유치한 울림 — 사랑 — 이 제게서 앗아갈 준비를 했다.
허구한 날 상스러운 말이나 함부로 지껄여대는 입술이 달싹거리다 이내 닫히는 모습 도무지 여상스레 쳐다볼 수 없어서 부러 치켜올라간 눈매에 더욱 힘줬다. 격노라는 포장지로 감싼 두개골 안에서 뇌리는 복잡하게 엉기고 얽혀댔다. 종내엔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난해하고 번잡하게. 분노, 원망, 경멸, 혐오, 증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 순간 우산이 내팽개쳐져 난폭하게 구르는 소리가 사고를 한 박자 끊고. 발치에서 찰랑이는 물웅덩이가 제 발목을 붙드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직후 태양열에 깡그리 메마르고 즉각 깨닫는다. 제 발목을 움켜쥔 것은 칠흑같이 어둡고 깊은 수렁. 뜨겁고 건조한 수렁이 발목을 타고 목을 틀어쥐었다가 뇌리까지 바싹 말려대서 사고가 띄엄띄엄 겨우 잇느라 애쓴다. 진짜 말도 안되는데, 정말 개같은 가정인데 말이야, 너 지금 무슨 꼴인 줄 알고는 있니? 무슨, 마치, 꼭 질투라도 하는 것처럼.
사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묵직하고 밀도 높은 심해의 혼에 태양 격의 불 섞여든 순간부터 제 영혼 지저분해지리란 것은 어렴풋이 예견했었다. 바다의 혼 희미해지고 일렁이니 뇌에 드라이아이스라도 올려뒀다가 이따금 타올라 녹아내릴 듯 엉망이 되리란 풍랑까진 예견치 못했다. 이렇게 비가 억세게 바닥을 내리쳐대도, 너와 나만이 거기에서 유리되어 있으니 희끗해지는 인어의 갖가지 능력의 원인도 너일 것임이 확고하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지, 첫 시작부터 뒤엎어놓고 이어 계속해서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댔다. 좆같은 새끼. 그러면서 감히 사랑을 입에 담아? 스미레는, 나는, 사랑에 눈멀어 경주마처럼 혹 투우사처럼 어디가 종착지인 줄도 모르고 들이박기만 하는 그딴 꼴 따위 되고 싶지 않다. 사랑이건 애정이건, 여하간 그 비스름한 것에 홀린 인어들의 말로는 대개 좋지 않았으므로. 하여, 우린 타 종족과 사랑 따윈 해선 안된다. 헌데 언니, 이것도 사랑이야? 이것도 사랑일까? 저 개자식 심장에 칼이라도 꽂아 영원히 씻지 못할 상흔을 남겨 영영 앓게 해버리고 싶은 것도? 대답 따위 필요 없어. 알 거 같으니까. 사실 모르겠어, 알 것도 같은데, 모르겠어. 현기증이 핑 돈다. 핏기 가신 팔목에 시푸른 핏줄이 비쳤다. 그것을 들어 머리를 쓸어올렸다. 아하, 하고 비식 웃음을 터트린다. 낭만이라곤 전무한 사랑 고백에 돌려줄 대꾸는 냉랭한 비소 뿐이었다.
"그 애한테서 내 냄새가 나서 싫었니? 왜? 것도 사랑이라 말할래? 사랑해서 그랬어? 웃기지도 않은 궤변이지. 감히, 감히 네가!"
일족과의 이별과 한때의 지옥을 다시금 현현시킨 새끼가 감히 누구 면전에 대고⋯⋯. 내 모든 것을 불태우고 앗아가고 꺾어내고, 끝끝내 너 홀로 남아 그 모든 게 사랑이라 읊지. 나는 너무 많은 상실을 겪었고, 절반의 상실을 선사한 저 개새끼가 내게 남은 유일한 동아줄이라고⋯⋯. 잿더미나 벌레 따위같은 절망이 내려앉고, 그럼에도 기어이 태양은 뜬다. 언제고 아침은 왔다. 빌어먹을, 젠장⋯⋯. 날빛이 뜬다고. 희망이 움트기 시작한 새카만 낙망 속에서 단박에 숨을 빼앗긴다. 빼앗긴다, 모든 것을. 장마철 공기를 가득 메우는 빗물 사이 메마른 입술이 성마르게 겹치길 반복했다. 낭만 부재한 채 그저 갈급하기만 한 키스가 빗소리에 묻힌다. 어깨 붙잡혀 허공을 배회하려던 손이 그의 와이셔츠를 콱 쥐었다가 가슴팍을 퍽 밀어내려 하며 호흡 창구를 향해 헤맨다. 산소 따위 없어도 살 수 있던 인어가 이제는 호흡 간구하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숨통 모자라 상기된 눈매 사이로 젖은 눈이 그를 향해 굴렀다. 하, 아하하⋯⋯. 비소 섞인 허탈한 웃음이 샜다.
"네가 말하는 사랑이 이거면, 나도 해줄게. 나밖에 안 남게 망가트려줄게. 그러니까 우리 개새끼, 남들한테 꼬리 작작 흔들어. 주인 심기 예민한 거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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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축제가 다가온다고 했다. 솔직히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지만, 익숙한 풍경임은 부정할 수 없겠지.
딱히 혼자 축제를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이맘때쯤엔 내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니까... 나를 반기는 인자한 미소가 무엇에서 나온 것인지 알고 있기에, 그 가면은 위선과 역겨움 그 자체였지만 그럼에도 거절할 수 없었다.
... 단순히 축제라는 명제에서만 익숙하다는게 아니었다. 아야카미는 내가 몇번이고 찾아왔던 곳이고, 이젠 내가 머무르게 될 곳이었다. 도쿄를 떠나 이곳으로 오는 길에서 어머니께선 '결국 그렇게 되었다.' 라면서 나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셨지만... 그걸 이해 못할 정도로 어린건 아니었다.
오히려 죄송스러웠다. 당신의 짐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물론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비로소 제대로 맞추어진 퍼즐 앞에서 틀렸느니 어쩌느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되는 곳이었다. 범죄자가 족쇄를 풀고 도망친다고 범죄자라는 꼬리표가 사라지지 않듯이, 흉터가 사라졌다고 다쳤다는 기억까지 사라지진 않듯이,
사람은 자기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 그렇다해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드는 의문 정도는 있었다. 자의적이었든 타의적이었든...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게 내 모든 것을 무너뜨릴만한 죄가 되는걸까?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정해졌다면, 과연 그게 나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수 있을까?
침묵하는 신은 여전히 나에게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따르라고만 했다.
... 나도 내가 투정부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른스럽지 못하단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길이라면 순응하는 것이 맞겠지. 회피하고 부정해봤자 내가 처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빨리 납득하고 인정하는게 속 편하니까.
빨라진 템포의 메트로놈, 배수구에 게워낸 감정들, 뜨겁고 쓰라리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내 목에 매인 올가미를 벗겨내기 위해 손이 가는건 어째서일까. 나는 아직도 나를 포기할 수 없어서일까?
... 그럼에도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까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에게 걸린 주박조차도 스스로 풀어낼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기에...
음악이 계속될수록 초침도 빠르게 이어져 높은 하늘에 덮인 먹구름 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고 흘러만 간다. 반가운 얼굴에는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만 보는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 적어도 히데미에게 소지로씨라는 존재는 그러했다.
며칠 전에는 카페 블랑에서 아빠의 또다른 친구. 소이치로씨를 뵈었다. 목소리가 닳을 정도로 눈물이며 콧물을 쏙 빼놓고서도 기쁨이 차올라서. 자랑하고 싶었다. 소지로씨에게.
따악, 얄궂은 장난기의 대가는 언제나 씁쓸하다. 이마에 가볍고도 묵직한 소리가 지나치기 무섭게 좁혀진 거리감을 바로세운다. 맞은 곳을 감싸고. 솔직히 그정도는 아니지만. 이 꼬맹이는 엄살이 심했다.
"우....... 아직 졸업 할라모 한참 남았다 아임까.......!"
혹여나 또다른 딱밤이 날아들까 살짝 소심해진 목소리. 꼬마 같은 고교생에게 선배란 물론 어른스러운 존재였지만.
선배, 그날은 엄청 취해버렸으니까.
까맣게 잊은듯 바보처럼 처진 눈에 입꼬리나 하면서도 금단의 음료에 입술을 적셨던 기억은 아직 머릿속 한켠에 남아 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조금 늦은 밤거리. 동급생을 만났던 적이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낯선 분위기, 그리고 표정. 떨어지는 목소리 하나하나, 모든 순간이 무섭게 느껴져 그만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땐 그랬었는데.
선배가 건네어 준 음료.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차분해져서, 우습게도 그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어버렸다. 좀더 뚜렷하게.
숨이 막힐듯 불규칙한 호흡 속. 소년의 말미가 닿기 직전. 깊은 목소리는 장난스레 거두어졌다.
어쩌면, 닿지 못해 다행이었어.
투명한 잔 위로 시원한 기포가 피어오른다. 소년의 반응은 언제나 단순해서 우와, 정말 받아도 되는거냐며, 감사하다고. 뭐 그런 흔해 빠진 말뿐이겠다. 선배가 건네는 호의에 보답이라도 하겠다는듯 보이지도 않는 꼬리 프로펠러를 마구 흔들어댄다.
"아, 처음……"
처음, 그래. 직접 무대에 선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
혼자뿐인 집에는 늘 작은 브라운관이 켜져 있다. 어둠이 내린 시간. 잠이 조금 늦게 찾아올땐 약속이나 한듯 그 앞에 앉았다.
회색 노이즈가 거두어진 화면 속.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작은 캠코더는 조심스럽게 시간을 되감기 시작한다. 흐릿한 화면 속에 담긴 얼굴들. 언제나 카메라를 드는건 막내인 아빠의 몫이었다. 영상 속 소지로씨,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정말 몰라뵀을거야. 그런 한때를 되돌아보는게 꼬맹이의 취미이자 습관이었다.
"으응, 처음이지예. 하지만… 낯설진 않네예."
히데미는 수십 수백번이고 훔쳐봤던 그들의 잔상을 떠올리며 잔을 꼬옥 붙잡았다.
그들은 그렇게 모였다. 비슷한 인간들끼리, 도서관보단 라이브하우스가. 오후의 카페보다는 24시간 싸구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보내는 새벽이.
남긴 흔적을 쫓다보니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의 발자취를. 소년은 즐겁다는듯 선배의 앞에 얼굴만한 잔을 어깨높이까지 씩씩하게 들어올린다.
>>975 그렇구나...!!! 우주적 공포인 무언가..... 코스믹호러? 킹히려 갓아? 근데 그정도면 마리보단 존재X쪽이 더 간지나보이는...... 흠.... 인터레스팅.... 아무튼 잘자심 야요이주~ >>976 곧 자러간다구~ 후후후~ 아직은 이 몸을 재울 수 없을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