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빗방울로 적신 유리창. 창틀에 걸린 날씨 인형은 오늘도 무력했다. 고요한 복도 사이, 소년의 얼굴은 날씨를 닮아 먹구름이 드리웠다.
"어이, 오사카."
낡은 미닫이 문이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건너편으로 다가오는 야속한 인기척. 시선이 닿는 곳에는 낯설지 않은 선배의 얼굴이 저를 향하고 있다. 날이 선 목소리에 자그마한 어깨는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져 천천히 고개를 낮춘다.
잠시간 동안이 지나, 복도 바닥에 내던져지는 지갑. 열린 틈새로 1엔짜리, 10엔짜리 동전들이 하나 둘 튀어오른다. 몇 지폐가 가쓰 선배의 손에 쥐어지면 거친 손길이 뒤통수를 아릿하게 파고든다.
"뭐야? 진짜로 이게 다야? …너, 용돈 안받냐? 응? 거지 새끼야?"
사냥감을 몰듯 낮게 깔린 목소리는 두렵기보다 가슴을 거칠게 후벼파 아팠다. 고작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아, 아닌데예.' 그런 작은 한마디 뿐이라. 그러나, 그마저도 용납받지 못해 선배의 낯빛은 더욱 어두워진다. 마치 제 우위를 넘보지 말라는듯 거친 뺨소리가 이어지고. 소년은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감춘다.
"너 건너온지 꽤 됐다면서. 그 X같은 말투 컨셉 아냐?"
한마디. 한마디가 이어질때마다 심장은 쿵쾅쿵쾅 뛰어오르고, 작게 햐약, 들어찬 숨소리는 다가오는 살기를 뒤덮을 정도로 커다랗게 느껴진다. 체육제가 끝난 이후론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무슨 대답이라도 해보라는듯 날선 시선이 소년의 정수리를 집요하게 내리꽂지만, 두근거리는 가슴 때문에 도통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하아, 됐다. 야, 꺼져."
옅게 잠긴 물살이 튀어오른다. 보드 위에 오른 소년은 비를 무시한채 집요하게 다리를 놀렸다. 눈을 가릴듯 따갑게 쏟아지는 빗방울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적실수 있도록.
교정을 벗어나 신사를 지나 강가를 달려. 숨이 멎을 정도로 달리다 보면. 좁게 깔린 시선 안에 작은 간판이 홀리듯 들어찬다. 언젠가 즐거운 기억을 남겼던 그곳. 카페 블랑. 비에 흠뻑 젖은 소년은 제 키높이만한 보드를 끌어안은채 잠시동안 우두커니 고개를 들어 간판에 새겨진 문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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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발걸음이 현관 매트 위로 떨어진다.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소년은 조심스럽게 우산꽂이 옆에 보드를 내려놓고 카운터로 향한다.
언제나 그렇듯 잔잔한 분위기와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로 어우러진 이곳. 숨통이 트이듯 깊게 한번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입을 열었다.
장마가 시작된 아야카미쵸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낡은 아스팔트 도로는 비에 흠뻑 적셔지고, 짙은 녹빛을 띄는 숲에 하늘거리는 나무 역시 힘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카페 블랑도 오늘은 할일이 제법 있다. 바로바로 매우 귀찮은 우산꽂이와 빗방울을 최대한 막아주는 매트를 까는 것 이다. 이 우산꽂이가 바로 요물인데, 항상 텅빈 상태로 문 옆에 배치해도, 가게 마감 때는 최소 한자루 이상 덩그러니 남아있다는 점이 이 녀석이 카페 블랑의 비일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무튼 장마철 대비를 완벽하게 해두고 습도 조절까지 체크하던 나에게, 나의 아버지 사토 소이치로가 낡은 CD 한장을 내밀었다. 요즘 시대에 무슨 CD인가..싶어도, 오늘은 이걸 재생하라는 아버지의 말이 있었으니, 군말없이 '하나비 톤즈'라고 적힌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재생했다.
" ..아이돌 그룹인가? "
아무튼 하나비 톤즈의 노래를 들으며 설거지를 하던 도중, 딸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소년이 보드를 내려두며 다가왔다.
" 응, 주문은 받는데.. 우선 그 몰골 좀 어떻게 해야겠다. 기다려봐 "
비 맞은 사람에게, 빗방울 떨어지니까 매트 위에 얌전히 서있으쇼 라고 할 정도로 카페 블랑은 차갑지 않다. 나는 금새 타올을 챙겨와 소년에게 넘겨주곤,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 주문은 뭘로? 작은 점장 추천 메뉴는 아메리카노. 여담으로 지금 잘 나가는 메뉴는 칼피스랑 우유를 차갑게 해서 대충대충 만들어주는 칼피스 쉐이크...라곤 하지만 맥x날드에서 한정 출시했던 그거랑 비슷한거야 "
>>433 하 오늘 몸 너무 많이 써서 곧 죽을 거 같았는데 이거 보고 힘났다 진짜... 스미레 넘 예쁘네.. 역시 쓰미는 뭔가를 조르거나 당기거나 쥐어 뜯어야 매력있거든요(물론 평소 모습도 사랑함 ㅎㅎ) 절케 물으면 너한테 나 빼면 뭐 남냐고 받아칠듯? 자기네 가문 위세가 더 센 거 아니까 파혼 즉시 쓰미 집안에 타격갈 거 상정하고 저래 뱉을 거 같거덩
기다려봐, 한마디와 함께 차분한 얼굴이 커피 머신 뒤로 덮이고. 무언가를 부스럭 꺼내는 소리에 잔잔히 어우르는 창 너머 빗소리. 소년의 시선은 매장 한켠에 놓인 앰프로 기울어진다.
언젠가 세상을 울렸던, 허나 지금은 좁은 플레이어 틈새에 남아버린 그 음악이. 이 자그마한 카페에서 흐르고 있다. 실타래가 엮이듯 촘촘한 캐비넷 틈새로 울리는 반주에 소년은 숨이 멎을듯 커다란 눈이 되어버린다.
이윽고 짧은 감상은 건네어진 수건에 스륵, 덮여 젖은 머리 위를 가볍게 포갠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 위로 조금은 포근한 감촉이 드리운다.
"아, 아! 감사함다..! 으응.. 저, 블랙 커피 한 잔 부탁드릴게예..!"
커피 형아야가 전해준 솔깃한 메뉴에 잠시 눈이 반짝이지만, 가벼워진 지갑은 특별한 메뉴를 감당할 겨를이 없어 가장 저렴한 음료를 고른다. 트레이 위에 1엔짜리, 10엔짜리 자그마한 동전들이 차곡차곡 쌓여 무거워진 쟁반을 앞으로 내민다. 쪼물쪼물 동전 지갑을 헤집던 손가락에는 이제 더이상 잡히는 것이 없게 되어버렸다.
주문을 마치고. 아슬하게 묶여있던 머리끈이 손 안에 떨어지면 마치 이곳이 제 집 욕실이라도 된듯 헝클어진 머리를 열심히도 닦아낸다.
"…카페 마스터분이 옛날 노래를 좋아하시나 보네예."
반쯤 수건과 머리칼에 뒤덮인 시선으로 카페 곳곳을 바라보며 가볍게 전한 한마디. 그 사이에 이미 소년의 정신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린듯 이끌려 바보같은 표정이 된다.
>>437 오늘 수고 많앗어 운동 넘 마니 해서 기절하는거 아냐?? ㅎㅎ 진짜 좋아하는 포인트 한결같네요 이싸람,, 속으로는 가문, 친구(있긴해요), 혈통, 이런거로 뒤죽박죽되는 와중 욕 한 바가지 하고 꺼지라하고 싶은거 한박자 쉬는 걸로 참고 멱살 쥔 목도리 탁 놓으면서 스미레한테 넌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할 거 같애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