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라라 일상 있기 전까진 파이팅전 있었다는 걸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지 뭐야....................🤦♀️ 내일 얼른 파이팅 결투 해볼까 싶구.................................................
평소와 달리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 주인님, 아야나를 다정하게 꼬옥 껴안아주시는 주인님, 살짝 목을 깨물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빨로 깨물어주시는 주인님. 그 주인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아야나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나는 꿈속의 주인님의 품에 안긴 채로 주인님께 마구마구 입맞춤을 해드리려 하였다. 이마에도, 눈가에도, 뺨에도, 입술에도.
사실, 평소처럼 입술에 상처를 내시는 주인님이어도, 머리를 꿍 하고 내리치는 주인님이어도, 아야나를 와앙 하려 하시는 주인님이어도, 여기저기를 마구 깨물어 피가 날 정도로 아프게 하는 주인님이어도 괜찮아, 단지 우리는 서로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니까. 서로를 아끼는 방식이 다를 뿐이니까.
아야나는, 그런 주인님을 정말정말 좋아하니까.
“…….좋아하여요, 주인님……. ”
무언가를 잡으려듯 허공에 대고 손짓하려 하며, 카와자토 아야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입술을 입맞추듯 삐죽이려 하고는, 잠결에 이렇게 후히히 하고 중얼거렸을 테다. 대관절 뭐가 좋다고? 하기에는 꿈속을 들여다 볼수도 없고 하니 난감한 상황. 무엇이 그리도 좋을까, 무엇이?
자, 슬슬 이 어린 요괴를 깨워볼 시간이다. 머리를 꿍 해도 좋고 뭘 해도 괜찮을 것이다. 아무튼간에 이 요괴를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부실 문을 의식하는 시선, 그러나 유우키의 걱정은 실재될 일 없다. 그야, 문을 단단히 잠가두었으니까. 교내에서의 불순 이성 교제는 용납할 수 없다며 떠들어대던 것이 이런 꼴이라니, 우습지 않은가. 선도부실이란 공간, 모순적인 행적, 목구멍 간질이는 달콤한 배덕감. 네코바야시는 이 모든 요소와 상황이 너무나 즐거웠다. 숨결이 탐난다는 부끄러운 문장, 욕심내지 않고 살며시 놓아주는 손길. 다리에 어정쩡히 기대어 앉았던 자세를 바로하고, 딱딱한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의자에 앉아있는 소년의 측면에서, 허리를 끌어안으려 했다. 가슴팍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대어 따듯한 온기를,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탐하려 했다.
"선배는, 욕심쟁이네요. 제가 당연하게 내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요?"
새치름한 목소리, 머리에 얹어지는 손길은 마다하지 않았다. 품 안에서 머리를 비비적거리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아래서부터 위를 올려보았다.
"카와자토 가에 대해선 신경 쓰고 있지 않으니까, 사귀는 동안에 걱정일랑 말아요. 그것이 당신의 업이니까. 좋아해 보도록 허락해 준 것으로, 마음을 내어준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들보다 나를 더 위해달라는 욕심은 부리지 않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고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지는 목소리. 이만 끌어안은 허리를 놓아주며, 아쉬운 품에서 벗어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를 숙여 무릎을 탁탁 털면서, 괜히 흐트러진 머리칼이 제 연인의 얼굴에 스치게 했다. 귀이개 따위로 어질러진 테이블을 정리하고,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힘껏 걷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비쳐드는 여름의 햇살, 선명히 생겨난 비스듬한 그늘. 새파란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하기 그지없다.
또각또각 로퍼 소리 찰칵, 쇠 부딪히는 소리 삐걱, 돌아가는 문손잡이 새어드는 눈부신 햇빛 뒤돌아 내밀어진 작은 손
레이스 2차전. 이번에도 제비를 얻는 데까지는 누구보다도 빨랐던 무신이었으나, 종잇장에 쓰인 내용을 보고서는 황당을 금치 못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가방……? 이딴 허황스러운 내용은 뭐지? 당혹한 것도 잠시 승부욕 가득한 머리는 즉시 해답을 내어 주었다. 조금 전 음료수 뜯어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나 붙잡고 가방을 빼앗으면 된다고. 그러나 무신의 발 쉬이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 있었으니, 바로 '좋아하는 사람'이란 대목이다. 눈길만 들어 일대를 죽 훑어보았다. 어딜 봐도 맥아리 없고 흐느적거려서 성에 안 차는 녀석들 천지다. 한데 이런 녀석들 중 아무를 골라 좋아하는 사람이라 치라고? 무신 화문제천, 양심은 없어도 존심은 있었으니.
어느샌가 이 바득바득 맞물린다. 승부욕 가득한 신격으로서의 본능과, 하잘것없는 녀석을 좋아하는 놈으로 치란 상황 불만족스럽단 심정이 상충했다. 그치고는 제법 오랜 지체가 있었던 끝에, 무신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바쁜 달음질 어디론가 향했다. 육중한 군마 달음박질하듯 서둘러 향한 곳은…… 다른 어디도 아닌 1학년 교실이다. 교실에 들어서서는 빠르게 가방 하나 낚아채어 돌아왔다.
그 가방 누구의 것이냐 하면…… 바로 무신 자신의 것이었다. 이 몸은 이 몸을 사랑하느니라. (미안 아야나…….)
결정한 직후로부터는 이 모든 과정에 단 한 치의 지체도 없었으나,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지…….
이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냅다 바닥에 누워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지기 싫어! 지는 거 싫어! 먹는 걸로 지는 건 더 싫어! 따위의 말을 하고 있는 듯 싶다... 이렇게 되면 위로하러 온 백팀 학생들의 입장도 곤란해진다.
한바탕 바닥을 뒹굴며 깔끔하게 복도를 쓸어준 우라라. 어째 아까보다 어둡게 색 바란 셔츠를 입고 일어난다. 눈물콧물을 스윽 닦고는 한다는 말이.
"우울해졌어~ 됐어, 됐어. 체육제니 뭐니 다 그만두고 스위츠 먹으러 갈래."
...아무래도 라멘으로는 성이 안 차는 모양이다. 탁탁 고상하게 ㅡ그냥 그런 척을 하며ㅡ 먼지를 털고는 홱 고개를 돌려 테츠오를 흘겨본다.
"이번에는 제가 졌지만 너무 자신만만하지는 마시죠?! 전 사실 라멘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 것치고는 엄청 맛있게 먹던데... 이것을 흔히 '패자의 정신승리'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정신승리에 테츠오가 무어라 대답 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책상 위에 있는 라멘 그릇 두 개와 수저를 겹쳐 품에 든다. 뒷정리를 할 정신머리는 있는 모양이다.
"책상이랑 의자는 선배가 챙기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무래도 삐져버린 게 분명하다. 처음 말 걸던 활달한 목소리는 어디가고 찬바람 쌩쌩이다. 게다가 입도 미세하게 삐죽 튀어나와 있으니, 이번 패배가 마음에 콕 남아버린 것이 틀림 없다! 지가 시비 걸어놓고 왜 난리람... 어쩔 수 없다. 우라라에게는 스포츠맨십도 없고 뭐, 선의의 경쟁 이런 건 더더욱 없으니 승부 후 배려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마음 넓은 테츠오가 이해해주길 바란다.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제 가슴팍에 귀를 갖다대는 예싱하지 못한 행동에 유우키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하지만 심장이 어디 주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던가. 당연히 심장고동 소리는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크게 울렸을 것이고 귀를 가져갔으니 아마,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을까. 끄응... 작은 신음소리 같은 것을 약하게 내뱉으며 유우키는 시선을 옆으로 살며시 치웠다. 허나 이어 들려오는 그 말에 그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하며 그녀를 살며시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 말에 이어 대답했다.
"허락을 구하고 가져갈 것 같나요? 제가? 내주고 싶지 않다면, 그 날. 저를 밀치거나 뿌리치거나 혹은 아예 멀리해주세요."
지키고 싶다면 그 정도로는 하라는 듯. 그는 그녀의 의사는 굳이 묻지 않겠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평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묻거나 배려해서 행동하는 일이 많았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까지 허락을 구하고 싶진 않은 탓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뺨 세 대까지는 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가 그러고 싶은 거예요. 히나."
나츠마츠리. 불꽃놀이도 화려한 그 축제에서 데이트를 하는데 사귀고 있는 이보다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실례였다. 자신 역시 반대 입장이라면 싫을테니까. 적어도 그 날은 그녀에게 올인을 하리라 생각하며 유우키는 제 자신에게도 굳은 다짐을 보냈다.
허리를 놓은 손이 풀리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그녀의 머리카락이 제 얼굴을 살며시 스쳤다. 간질간질하면서도 묘하게 부드러운 향이 코 끝을 스치는 것 같아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허나 그 충동을 조심스럽게 가라앉히며 작게 미소를 머금었다. 자리에서 온전히 일어나 괜히 자신의 귀를 살짝 손으로 정리하며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이어 히나에게 다가갔고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바라보며 그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깍지를 꼈다.
"오늘은 시간이 조금 더 날 것 같은데... 히나가 바쁘지 않다면 조금만 돌아서 갈래요? 가끔은... 그러고 싶어서요."
그녀가 어떻게 답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되었건 아마 그는 그녀를 데리고 하교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자신 역시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려고 하며.....
"체육제. 서로 열심히 힘내봐요. 후훗. ...같은 팀이기도 하고, 우리... 같은 계주잖아요?"
괜히 그렇게 격려해보기도 하고.
/상황상...막레가 되려나? 그렇게 될 것 같으니 이걸 막레로 올릴게!! 일상 수고했어! 히나주! ...히나의 유혹은 엄청나구나. 진짜 위험했다...
앉을 것을 권유하는 가벼운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에 여유를 찾으면, 그제서야 아름다운 풍경이 작은 두 눈에 들어선다.
지저귀는 매미와 야생꽃을 맴도는 여름 나비, 야금 나무를 뜯는 풍뎅이까지. 고즈넉히 가려진 그늘 사이 쏟아지는 햇살 한줄기 아래, 소중한 보물들이 한데 모였다. 땅강아지 앉은 자리에 맺힌 이슬이 미처 가시지 않을만큼 깊고 작은 공간. 그 속에서 소년은 동급생의 응원에 답하듯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진 몸은 나무 기둥, 풀 사이를 열심히 오간다. 채집망에 쏙 들어오는 곤충들은 어느새 큰 통 안을 가득 채운다.
"이라믄 좀 시시한데, 기히히..."
짧은 숨바꼭질이 끝나고. 아카땅이 앉은 자리, 의자를 편채 한껏 으쓱해진 목소리가 되었다. 작은 것들이 꼬물이는 통을 곁에 내려둔채. 헐렁이는 나시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쳐낸다.
그 존재는 그리 말하며 무표정한 얼굴을 풀고 미소짓는다. 어딘가 느긋한 태도로 그의 행동을 지켜본 그 존재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땀방울을 훔쳐내는 당신을 보며 그 존재는 슥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럼 더 쉬었다 돌아갈레? 아니면 지금 돌아갈레?"
그 존재는 그리 말하며 살짝 찌뿌둥한 몸을 풀듯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다만 어딘가 어설픈 것이 '이런게 있었지' 수준으로 보고 따라하는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당신이 바라본 청춘의 풍경을 그 존재는 그저 무덤덤하게 한번 슥 둘러보고는 웃는 표정에서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타케코가 고양이년에게 열을 쏟던 애착으로 붙잡던 알 바 없다만, 충동으로 주홍색이 된 타케코 면상 보기도 차츰 지겹다. 상판 두개 번갈아 보다가 둘 사이에 껴서 검둥이 어깨에다 팔 둘렀다. 꽃도 아닌 주제에 뼈대는 가늘기만 하다. 높이도 턱없이 낮다. 시선 맞추려 허리 절반 굽히는 즉슨 등마루가 뻑적지근하다. 굽은 곳을 여분의 손으로 두드리며 가능한 길게 목을 모로 돌렸다. 끝장에 몰린 토끼마냥 겁먹은 얼굴에선 덜 익은 짐승 잡내가 났다. 입꼬리만 웃었다. 넉살 좋아 보여? 묻고 싶었다. 초면부터 난장 다 부려놓고 인제 와서 네 편이라는 양 웃어주니 좋냐며, 눈으로 신문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쏘리. 근데 네코머시기인지 X발인지 나는 좆도 관심 없거든. 나중에 해, 나중에. 아니면 스미레나 더 챙기던가. 어쨌건 히데미랬지? 잘 먹을게. 답례로 줄 건 없고, 애들도 다 모였겠다. 너도 낄래?"
눈길 돌려 모인 얼굴을 훑었다. 인어 허벅지 몰래 더듬던 때처럼 검둥이 머리털 부드럽게 간질였다. 삐죽 튀어나온 한 가닥이 거슬린다. 검지에 말아서 끊어져라 당겼다. 타케코는 정수리까지 독이 올랐고, 구로키는 한눈에 봐도 뺨이 시뻘겋다. 또 외간 년 무너트릴 생각 한창임이 여부없다. 미야비는 유달리 심술 난 낯짝이며, 사에코 정신머리야 늘 별천지에 살았으니 산통 깨는 소리도 여상스럽다. 가쓰는 두말없이 개병신같았다. 남자 새끼가 땍땍거리며 말에 토닮도. 기생오라비 낯짝 믿고 뭐라도 되는 양 씨부렁거리는 것도. 써먹기 좋아 옆에 뒀지만, 오늘처럼 이따끔 제 성질 드러내는 와중엔 당장 저 반반한 따귀 힘껏 후려쳐야 분이 풀렸다. 미야비와 사에코를 각기 한 차례씩 건너봤다. 여름이 중천인데, 우연찮게 둘이 시선 닿으면 서로 한파만 쏴댄다. 가쓰 저 새끼도 어제 꼬봉 노릇하느라 함께였다고 지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히데미인지 뭔지 놔줬다. 앙금 한데 뭉칠 구실로 가쓰 머리채 낚아 아래로 눌렀다.
"병신아, 네가 처신 똑바로 못해서 우리 공주끼리 저게 뭔 꼴이야."
미동 못하게 힘껏 붙잡아 둘 사이로 머리통 갖다 댔다. 구로키가 가쓰 허리를 걷어찬다. 몸통이 반절 꺾인다. 그제야 미야비, 사에코, 가쓰 셋이서 눈높이 동일하다. 미야비만 애상하는 해바라기 기질 여즉 버리지 못함을 안다. 고개가 미야비 향하도록 잡아 틀어 실컷 보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