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의 규율이나 대신의 눈치 같은 외압에도 이제는 질렸다. 학교라 손 쓰지 못한다, 보는 눈이 많아 아쉽다, 그깟 핑계는 개나 주라지. 저 요괴로 인해 수각황망하게 된 처지도 모두 첫 대면부터 보는 눈 많단 이유로 저 녀석 잡아먹지 못해 이리 된 것이다. 무신의 것이 되었다면 그 숨과 피와 명과 혼까지 모조리 이 수중에 놓여야 함이 옳다. 상황 이리 된 차라면― 그래. 차라리 내 것도 거슬리는 놈들도 한 번에 다 잡아 죽여버리자. 답지도 않은 초조감 따위에 시달리느니 죽음조차 완전히 가져 더는 제 상정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자고. 적연하게도 지금 이 자리엔 저것들 외의 인기척 느껴지지 않았다. 시체 따위를 남겨 인간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 문제라면 가장 좋은 방도가 있지 않은가. 한 입에 삼켜 쥐도 새도 모르도록 먹어치운다면 요괴 둘 죽인 정도야 천기의 영역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 가죽 아래에 눌러 둔 본성 터져나오기 직전이다. 그런 와중에 입 겹친 행동은, 적어도 타마토의 죽음을 유예했단 측면에서만은 옳았으리라. 요괴의 얼굴 부숴버릴 듯 짓누르던 손 아야나의 목으로 옮겨 간다. 그대로 힘 주어 조이니 맥동하는 핏줄과 숨줄 제 손에 온전히 쥐인다. 조금만 더 힘 더한다면 이것의 목숨 제게 완전히 붙들려 죽을 테지. 그 감각 지극히 흡만하여 입아귀 절로 당겼다. 이내 잔뜩 벼렸던 모든 욕欲 난폭하게 짓쳐들었다. 맞붙은 서로의 숨 어김없이 혈성으로 가득찼다. 혀를 짓씹고 살점을 뜯어버릴 듯 긁는다. 고조된 흥분과 격양으로 인해 흔적 새기는 강도 통상에 비해 더욱 극렬했다. 목을 조이고 입안으로는 순식간에 한가득 피 넘칠 듯 차오르건만 여력 주지 않고 숨 가쁘도록 몰아친다. 아찔한 질식이 가까웠을는지 모르겠다. 사나운 탐식 한 차례 행하고서야 마침내 숨이 트였다. 질척한 핏물 입가에 가득 번진 얼굴, 이미 한 번 탐했음에도 되레 온갖 욕망으로 어겹이 져 두 눈만 광괴하게 번들거린다. 목을 쥔 아귀힘 곧장 더해지려 한다.
"아프다 하니 시은해 주마. 네 목 이대로 꺾이거든 더는 괴롭지 아니하리니 이보다도 현철한 은덕 어디 있겠느냐? 곁에 두고 장락하지 못함은 아쉬울지라도 원할 때 고스란히 취하지 못할 바에야 이쯤에서 거두는 편이 낫겠지."
시라카와 선배의 연락처가 꼼꼼히 저장되어 있단 말을 듣고, 품에 안은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본모습을 보이면서까지 협박하고 혁악하고. 그러는 중에서도 남겼던 한마디, 인간관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결국, 돌아보면 먼저 무례하게 굴었던 자신의 잘못이었을까, 먼젓번에도 그렇고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네코바야시였다. 냉랭하기보다는 무감정한 것에 가까운 표정을 하고서, 손 얹은 머리를 상냥한 손길을 흉내 내어 쓰다듬으면서.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니 다행이지만, 저 같은 사람은 별로 달갑지 않을 텐데.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이유가 있나요?"
"그야 네코바야시 쨩은 유우군의 여자친구 이니까 인것이와요. " "유우군의 친구는 아야나의 친구! 나쁜 분이 아닌 것이와요. 당연히 잘 해 드려야 하는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히나의 물음에 별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이 어린 요괴. 곧 쓰다듬으면 쓰다듬을수록 서서히 뒷다리와 앞다리가 쑤욱 쑤욱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나쁜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냐고? 그렇고 말고. 비록 아야나에게 살짝 이상한 말을 하셨긴 하지만 유우군이 선택하신 사람이니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참, 핸드폰에는 아야나의 연락처도 저장되어 있는 것이와요. " "만약에 도움이 필요하실 때에는 카와자토를 찾아주시면 아야나가 냉큼 달려가도록 하겠사와요. 아야나는 학생쨩들의 수호천사 이니까요. "
이 조그마한 녀석이 무슨 수호천사 노릇을 한다고 싶겠지만 본인은 나름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서있다. 보면 볼수록 역시 이상한 녀석이 맞는것같다.
손가락에 닿는 낯선 감촉, 살살 쓰다듬을수록 자라나는 팔다리.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존재에서 자라난, 자그마한, 손이라고 해야 할 것을 만지작거리려 했다. 일단, 지금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구나. 시라카와 선배와 엮인 것으로, 이 요괴도 일부는, 품에 들어온 것이구나. 솔직히 말해, 귀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 기괴하다고 생각하지만, 목소리나 하는 언행이 무척이나 호의적이었기에. 얌전히 대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잘 알겠어요.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런데, 당신 같은 존재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도 문제없나요? 아무리 아야카미에 귀신과 요괴가 산다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