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근대는 마음은. 그때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까. 알량한 취기에 작은 몸뚱이는 기타와 함께 기울어 소파 옆에 내려앉는다. 웅웅 귓가를 울리는 고동 소리에 반쯤 감긴 눈은 이제 막 도입부로 접어든 손짓을 향한다. 그곳에 담긴 의미를 이해나 할는지. 건방지게 기대어진 어깨는 차근한 숨을 따라 작게 오르내린다.
음악은 하나의 이야기. 악기의 울림 사이로 스며드는 음색은 정적인 가사를 숨쉬게 만든다. 그 작은 일렁임은 가공된 이야기와는 조금 달라. 화자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종착지가 정해지지 않은 머나먼 여정은 마치 허공을 걷는 것과 같아. 스스로가 만들어낸 굴레는 자신을 더욱 고독하고 외롭게 만든다. 또 다른 아픔을 낳는다.
같은 일상과 같은 인사, 같은 추억과 같은 시간, 반복되는 풍경 속. 결코 채워지지 않는 헛됨 속에서. 언젠간 말라 비틀어질 물감을 필사적으로 쥐어 비틀어 낸다. 허나 그곳에는 저마다의 색채가 있어 늘 같지 않기에 무상함에도 아름답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전등불처럼 아스라이 빛나는 작은 추억들은 언젠가 사그라들겠지만 소중함을 소중함으로 지울수 없듯. 닿은 그 손길의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싱거운 눈빛 속에 마지막 현의 여운이 흔들리면 소년은 감상 대신 작은 미소를 흘린다.
술기운에 애달픈 가슴은 콩콩대고 조악한 호흡은 뺨에 내려앉은 홍조를 더욱 짙게 태우지만 어째서인지 이 좁은 공간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기분이어서. 작은 숨을 내뱉었다.
"…이제 알것 같아예. 조몬 슨배임의 그 말."
일탈이 아닌 일상, 어수선하고 좁은 공간은 지하 특유의 눅눅한 향기로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가장 눈부시게 빛나던 순간과 깊은 추억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기에. 헤어나올 수 없다. 영원히 과거의 추억 속에 깊게 잠긴채. 지금 이대로 모든 걸 맡기고 싶어.
그럼에도 소년에게는 가라앉지 못할 이유가 있다. 좁은 계단 틈 너머로 보이는 엄마의 얼굴. 비록 지금은 빈 껍질밖에 남지 않았더래도. 소중한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아 언제라도 기다릴 수 있다.
작은 몸뚱이가 기우뚱 일어나면 취기가 잔뜩 올라 불규칙한 걸음 아래 기타가 덜컹, 바닥을 찧는다. 풀린 눈망울에 발그레한 뺨, 헤실거리는 입꼬리가 바보같던 소년의 얼굴을 더욱 바보처럼 만들어 버렸다.
"슨배임, 지 또 놀러와도 되지예?"
일탈의 끈을 놓아준 선배에게 다시금 전하는 한마디. 얼마 안된 짧은 순간동안 너무나 많은 선물을 받아버렸건만. 여전히 염치 불고하고 다음을 기약해버린다.
경기가 한참 펼쳐지고 학생은 삼삼오오 모여 제각기 웃음꽃을 피우고 있을 때, 나는 웅크려서 운동장 구석에 있었다. 그, 그러니까 여전히 제대로 된 친구는 만들지 못했고... 그, 그래도 좋은 아침~ 인사할 만한 상대는 몇 명쯤 만들었으니까 장족의 발전이려나 응응. 무리에 끼지 못했을 뿐이지...
잎틈새빛이 흔들리는 그늘 아래 어벙하게 있다가 통, 통, 굴러오는 농구공. 양손으로 들어올리고 멀거니 주위를 살피지만 찾아오는 주인은 없다. 결국 내 것도 아닌 농구공을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쭈뼛거리는 꼴이 되었는데, 마침 근처에 낡은 농구대가 있기에 언젠가 배운 동작으로 어설프게 휙 던져보았다. 비록 점수는 형편 없었지만...
"이, 이렇게였나...?"
왜, 왠지 지금은 될 것 같은 느낌이...?
.dice -1 5. = 0
1~3 어림도 없지 4 백보드에 맞고 농구대 링 위를 빙글빙글 도는 둥 어설프지만 아무튼 들어갔다 5 놀랍도록 깔끔하게 들어갔다 0 놀랍도록 안정적으로 농구대 위로 안착했다 -1 쾅 튀어서 근처 누군가의 머리로 돌진했다
/체육제 로그다 물론 흰 세라복 차림이고 팔이 허전하다 하여 예의 후드 달린 하오리도 챙겨입으신 채다. 누님에게 맞은 흔적도 아직 건재하고 말이다 🤭 ( 얼굴을 집중공격 당한지라, 안대와 반창고와 기타 등등 ) 편히들 이어주면 된다 나도 일정을 마치고 이을 속셈이니
이어지는 경기 속, 하늘 가운데 걸린 햇빛은 여전히 쨍쨍해서 오후를 지나는 운동장을 뜨겁게 달군다. 아지랑이가 살랑살랑 피어오르는 속에 실속이라곤 없는 반티 덕분에 온몸이 익어버릴것만 같던 그때. 공을 튕기는 소리에 내민 혀조차 잊은채 허공을 가르는 호선에 시선이 닿는다.
백보드를 가볍게 퉁겨 농구대 위에 안정적으로 눌러앉은 공. 어쩌면 그곳에 닿아있을 선배의 시선과 하나가 된듯 우두커니 고개를 들어올렸다.
"에- 영 파잇다. 저거 빼기 억수로 힘든데..."
어느새 옆에 서 가볍게 건네는 한마디. 꼬맹이에겐 몇 곱절 높아보이는 시선에 끄응, 앓는 소리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