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돌아온 당신의 품은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긴 시간동안 혼자 있었다가 안긴 타인의 품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다. 당신의 속내가 어떠할지는 몰라도 니시카타 미즈호의 마음은 평범한 연인들의 마음과 같았다. 아주 살짝 뒤틀렸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살짝 목덜미에 닿는 느낌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다가, 이어지는 잘근잘근 씹는 느낌에 미간을 아주 잠깐 찌푸렸다. 물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은 채 찌푸린 것이기에 당신이 보기에는 어려웠을 테다. 짓이겨지고 짓이겨지는 감각은 완벽한 고통이다. 앓는 소리가 선연하게 흘러나왔다. 당신에게는 쾌락일지도 몰라도, 미즈호 자신에게는 고통. 하지만 감내해야 하고 견뎌내야만 하였다. 이 또한 당신에게는 사랑일 수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이렇게 해야만 당신이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잠깐의 고통 끝에는 다시금 편안함이 찾아온다. 고개를 들고는 무해한 웃음에 맞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 선물 ] 을 보고 살짝 놀란 듯이 눈을 크게 키웠다. 저것이, [ 나 ] 에게 주어지는 선물? 이미 차여질 것은 충분히 차여있다. 발목에 차여 있는 족쇄가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더 채우고 싶다는 것은, 아직 당신이 미즈호 자신을 온전히 신뢰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 온전히 당신을 안심시키지 못했다는 증거. 좀 더 자책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마음에 드냐는 당신의 물음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 수밖에 없다. 마음에 들어야 한다. 나는, 당신의 그녀 이니까.
“무척이나……마음에 든답니다. 코우 씨도 그러하시지요? ”
새는 새장에 갇혀 있어야 아름답다. 그리고 새는, 족쇄 하나로는 붙잡기 어렵다. 주인을 위해서는 새는 또다른 족쇄를 차고 있어야 한다.
“자, 어서 채워주시어요. 코우 씨. 저,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줄을 잡고 있는 팔을 잡아끌어 자신의 목으로 향하려 했다. 감히 새가 직접 목줄을 찬다거나 하는 것 하지 않는다. 오직 새장에 가둔 당신만이 나를 채울 수 있다. 나는, 당신 안에서 안온하다.
역시, 마음에 들어할 줄 알았다. 목줄을 채워달라 하는 부탁도 기쁘게 받아들인다. 끌어당겨진 손으로, 목덜미를 잠시간 어루만진다. 소중한 것을 다루듯 하며. 그리고, 끝내는 그 목에 목줄을 채워놓는다. 목걸이를 바짝 조여맨 탓에, 약간은 숨이 막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아름다울 게 분명하니 썩 만족스럽다.
"훨씬 보기 좋네, 응."
활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잠시. 순순히 「선물」을 받아들인 네 모습을 보니, 다시금 사나운 욕망이 고개를 처들어서, 목걸이에 달린 줄을 손으로 그러쥐었다가 확 잡아당긴다. 그리고, 그 입술을 단숨에 집어삼킨다. 다정함이라곤 없는, 진득한 키스가 이어진다. 거칠게 혀를 얽고,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는다. 호흡이 가빠져오는 와중에도 손에 쥔 목줄은 결코 놓지 않았다. 이제야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으니.
처음에는 부드러이 받아들였으나 그 끝은 고통이다. 제아무리 소중한 것을 만지듯 한다 한들 무언가를 채우는 것은 썩 좋은 느낌이 들 리가 만무하다. 훨씬 보기 좋냐는 말에 “그러한가요? ” 라 베시시 웃어보이나 숨이 예전보다 더 가빠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를 테면, 지금 줄을 냅다 잡아당겼을 때라던가. 커헉,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고, 숨이 막혀오는 그 순간 다시 숨이 앗아가졌다. 이로써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었다. 고를 틈도 없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온전히 당신에게만 휘둘리는 오로지 당신의 것. 조심스레 팔을 목덜미에 걸듯 감으며 파도를 받아들였다. 파도가 잠잠해진 다음에야 입이 떼어졌을 것이나, 떼어지는 것은 용납 못한다는 듯 이번에는 미즈호 자신 쪽에서 다시 맞춰오려 하였다. 코우에 의한 것보다는 한층 더 부드러운 얽매임이 이어졌다. 조심스럽게,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듯 하는 입맞춤. 양 팔로 꼬옥 목을 감고 이어지던 것은 어느새 한 쪽이 뒤로 엎어지며 누운 상태로 입맞추는 상태가 되었다. 그제서야 제 연인을 놓아주려 하며 미즈호는 나른히 미소지었다.
“코우 씨. ”
물론, 팔을 걸은 것은 풀지 않았다.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려 하며 다시금 코우를 불렀다. 소중한 것을 부르듯, 한 발음 한 발음 조심스레.
“……코우 씨. ”
목덜미에 다정하게 살짝 입을 맞추려 한 뒤에, 고개를 들어선 그제서야 똑바로 바라본 채로 미즈호 웃어보이려 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