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아야카미 중학교 입학식날! 오늘은 아야나의 첫 중학교 생활이 시작되는 날이다. 교대하고 고대하던 유우군과 같은 학교 생활! 비록 반은 다른 반이 됐지만 아무튼 간에 신나는 날이다. 마침 친해진 친구도 있었으니까! 풀의 기운이 유난히 짙은, 좋은 향기가 나는 아이!
“아이코 쨩~! 좋은 아침 이와요! ”
아이코 쨩은 붉은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귀여운 요조숙녀 아가씨다. 아야카미 초등학교 6학년에서부터 같은 반이 되었던 아이인데 마침 이번 학년에도 같은 반이 되었다. 기쁜 낯빛으로 이 어린 요괴 ‘아이코 쨩’ 을 향해 활짝 웃으며 인사한다. ‘아이코 쨩’ 역시 웃는 얼굴로 인사를 받아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어린 여자아이들의 시시콜콜한 대화. 오늘 뭐 먹었사와요? 아야나는 오이 후토마키. 나? 오이 토스트. 어라? 우리 제법 입맛이 잘 맞는 것 같사와요? 후후후, 아하하하하.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제법 청량하고 듣기 좋은 소리다.
첫 입학식 행사가 끝나고 돌아온 이후 수업시간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인간 아이들의 수업시간은 알기 쉬울듯 하면서도 알기 어렵다. 끄응 하면서 필기하는 것을 옆에서 아이코 쨩이 도와줬다. 아이코 쨩은 정말 좋은 아이인 것 같다. 입맛도 잘 맞고 말도 잘 통하고 무엇보다 공부도 잘하고 모든 면에서 좋은 아이인것 같다. 정말정말 좋은 아이다.
좋아, 첫 등굣날이기도 하고 오늘의 하교길은 이 아이와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유우군과는 오늘은 바이바이다! 유우군의 교실에 가서 먼저 가겠다고 미리 얘기를 하고 나오기로 했다. 크게 팔을 흔들며 아야나는 교실 문 앞에서 유우군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바이바이 인것이와요, 유우군~! 내일 뵈는 것이와요!“
카와자토 아야나는, 그 이후 3일동안 종적이 묘연해 졌다.
어두운 거실에 촛불만 달랑 킨 채로, 자그마한 카에루족 캇파 열댓명이 둥근 상에 둘러 앉았다. 각양각색의 각기 색깔이 다른 가죽을 덮은 이들이었으나, 하나같이 나이가 어느정도 있는 성년임을 외양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들 중에 유년 혹은 미성년의 이들은 단 한명도 없다. 중앙에 방석을 높이 하고 앉은 검은 가죽의 캇파를 중심으로, 모두들 사뭇 진지하게 표정을 굳힌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옆에 앉은 암녹색 가죽의 캇파, 조심스레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꺼낸다.
“선택의 시간이 왔습니다. ”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내쉰뒤, 이 나이 지긋한 캇파 옆의 검은 가죽의 캇파를 향해 말한다.
“후루카에루시여, 부디 결정해 주시옵소서. ”
‘후루카에루’ 는 그 말을 듣고는 깊이 조소하며 잔을 들었다.
“내 딸아이를 내 손으로 결정지으라니 웃기는군. ”
ー 타악 - !!!!!
쾅 하고 잔을 내려 놓음과 동시에 후루카에루, 암녹색 가죽의 캇파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그 아이가 어찌 행동하고 움직일지는 그 아이의 판단에 달렸다. 지금으로썬 살의가 없다는 것이 보이니 괜찮을 터. ” “하지만 수장이시여…………! ” “오사카에루. 자네는 잔걱정이 많아. ”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찻물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 둥근 잔에 담긴 모든 물이 일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고여있던 물이 서서히 천장으로 올라 정확히 동시에 모두 동그란 구체로 변한다. 또렷히 뜬 청보랏빛 눈 오사카에루를 향한다.
“그 아이가 인간 학교에 입학한 첫날에 어땠는지는 나 또한 알고 있다. 카에루족 캇파 수십 마리를 풀어서 3일 만에 겨우 찾았지. 자기가 캇파 녀석의 먹잇감이 된 줄도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더군. 지하 깊은 곳에서. ”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위험한 겁니다! 일족 중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아이입니다. 그런 어린아이를 고작 신의 소유물 따위로 바칠 순 없습니다! ” “스스로 제발로 걸어간 길이다. 그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냅두어라. ” “수장이시여!!!!!! ” “오사카에루. ”
찻물 순간 수많은 송곳으로 변해 일제히 오사카에루의 목으로 향한다. 연녹색 송곳 언제든지 이 저 가녀린 목 꿰뜷을 기세로 향해 있다. 오사카에루 일순 침묵한다. 또렷이 바라보는 청보랏빛 눈동자가 암청색 눈동자와 마주한다. 검은 입술 천천히 열리며 묻는다.
“우리 카와자토, 아니 카에루족 캇파의 철칙이 뭔지 아나? ” “살아…..남아라. ” “그래. 그 아이는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걸로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셈 아니겠느냐? 그 무신에게 스스로를 바쳤음에도 무사히 살아남았다. 살아남을 능력이 있는 거다. 아야카에루는. 충분히 제 가치를 하는 아이다. ”
송곳 그제서야 목에서 일제히 떨어진다. 후두둑, 하고 다시 찻잔에 다시 담기려다가 다시 공중에 띄워올린다. 언제든지 다시 목을 꿰뜷을 수 있다는 듯 손짓해 찻물을 끌어 올리고는 후루카에루, 선언하듯 고한다.
“그러니 아야카에루는 내버려 두도록. 무슨 일을 겪던간에. 그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가게 두도록. ” “이것은 수장인 나의 명령이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겠지. ”
일순간이나 일제히 입을 다물고 침묵한다. 정적이 오랜 시간동안 방 안을 감싼다.
“스스로 성장하게 두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 “그러니 지금은, 우리가 간섭할 때가 아니다. “
아직은. 이라 강조하는 것 사뭇 단호하다. 굳게 입술 닫은 채 수장 일족 구성원들을 찬찬히 둘러보듯 살핀다. 다짐을 내놓으라는 듯이 한 명 한명을 뜷어지게 마주한다. 처음에는 움찔하던 구성원들 주변의 눈치를 보다 곧 알겠다는 듯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인다. 수장의 결정인 만큼 이들 모두 수장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 어쩔 수 없는 카에루족 캇파이기에.
정말로 위험에 처한다면 얼마든지 나설 것이니. 일족은 절대 어린 요괴들을 더 이상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50년전 그 날 이후, 일족은 다짐했다. 더 이상 어떠한 무고한 희생 없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