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맞아 맞아, 이해해요. 오늘은 도저히 못 가죠. 에너지 많이 소모해서 힘들기도 하고 속 시끄러운 건 피차일반일테니까. 현장까지 나왔는데 들어가서 또 서류 처리까지 해야 하는 거면 너무 피곤할 거고... 그래도, 그럼 나중에 서류 처리 끝나고 여유로워지면. 그때는 내키면 꼭 같이 가는 거야?"
'내키면' 이라는 세은의 말을 분명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라는 이 약속이 확정이라도 된 것 마냥 순식간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노래하는 건 재밌으니까. 그게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고!
"그 정도면 최소 두 자릿수 계수겠네요. 일렉트로키네시스라..."
막연한 미정 약속의 존재 때문에 들떠서일까. 이어지는 세은의 말을 듣는 동안 리라의 눈동자는 세은의 얼굴을 떠나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상대의 몸짓과 돌아가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건 약간의 의문으로 자리잡는다. 뭐지. 너무 직설적으로 물어봤나?
"아, 하긴 그렇겠네. 나이 차이도 나고... 알았어요, 알았어요. 넘겨짚어서 미안해! 사실 아까 그 선배님이 말 걸 때 표정이 좀 안 좋았어서 오해했어요. 만약 부담스러운 거면 앞으로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도록 해 주려고 했지."
아니면. 리라는 다소 어색한 느낌이 감도는 세은의 말투를 곱씹다가 톡 쏘아져오는 말에 한발짝 물러서며 머쓱한 웃음을 띄웠다. 조각났던 입안의 사탕은 어느새 다 녹아 사라져 있다.
"세은아. 있지, 고민이나 도와줄 거 있으면 꼭 얘기해요. 들어줄테니까."
다만 그런 말을 맥락없이 던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민우가 했던 말을 고려하고, 대기실 안에 있었던 세 사람과 퍼스트클래스의 관계를 유추하고, 조금 전 이 대화로 인해 마음 한구석에 새겨진 의문을 생각하고. 그러면 어쩔 수 없는 위화감이 애매하게 남기 때문이다.
>>457 어제 일로 태오 입원했고요 데 마레 권위자인 안 소장님이 급하게 박 교수네 병원으로 뛰쳐나갔단 소식도 들릴 거고 당연히 무슨 일인가 싶어 병원가면 1차 보호자인 안 소장님이 울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상황이고 박 교수는 내가 이럴 줄 알았단 표정으로 애 안 죽었으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표정이 안 좋았다.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했다. 그 말을 조용히 곱씹다가 이어지는 그녀의 말. 고민이나 도와줄 것이 있으면 꼭 얘기하라는 말에 세은은 눈을 꽈악 감았다. 이어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손의 손목을 꾸욱 잡았다. 자국이 남을 정도로 아주 강하게, 고개는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리라 언니."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지 입술을 살짝 움직였지만 그 너머에서 무슨 말이 더 튀어나오진 않았다. 뭔가를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그래도 그 끝에 무슨 말을 더 하지는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긴 힘들지 않았을까. 당사자인 세은만 제외하면 지금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지 않았을까.
"저와 그 오빠 사이에서, 그리고 선혜와의 이야기에서 뭘 봤는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뭔가를 느낀다면 그건 기분 탓일 뿐이니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다른 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게 제 부탁이에요."
다른 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신경쓰지 말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진 알기 힘들지도 모르나, 그녀의 말은 상당히 진지했다. 허나 목소리 끝이 살며시 떨리고 있었고, 세은은 누가 봐도 명백히 리라의 얼굴을 피하고 있었다.
"언니가 뭘 생각하는진 모르겠지만, 언니는.. 그리고 다른 이들은 들어오면 안되는 영역이에요. 그 이상은. 저는 괜찮아요. 아무것도 문제 될 거 없고, 도와줄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이니까."
아마도 다른 이라면 이런 말조차 하지 않았겠으나, 세은은 그녀에겐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도 태오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라면 읽을 수 있었겠지.
>>469 우 와웅 와아아아아웅 (동공확장)(꿍실꿍실) 안 소장님이나 박 교수는 그러녀니 하겠는데 한결쌤은 첨 보는데도 보호자로 있다고 하니까 당연히 말 걸었을 듯 공손하게 인사하고 자기소개하고 어느 소속 누구신지 물은 담에 왜 이런 일이 됐는지 혹시 뭔가 알고 계신지 좀 꼬치꼬치 캐물었겠지 한결쌤 실어증? 인거 알아도 아 그럼 패드나 폰에 써서 보여주세요 하고 담담했을거고
"왜? 이 정도는..." "아무리 그래도, 사과 타르트 위에 크림 얹은거랑 저 초콜릿들 위에 얹어진건.. 크림 귤. 생강, 저건 파인애플? 어쨌든 이렇게 단숨에 다 먹어치우는 건 별로.. 몸에 좋은 것 같진 같은데. 저번에 스킬아웃 추격한 것도 그렇고 몸 조심을 하는게.." "뭐, 단걸 싫어하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이거랑은 그렇게 관련이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청윤은 분홍색 머리카락이 한가닥 올려진 걸 보고 그 머리카락만을 노려 공기탄을 몰래 발사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스스로의 손목을 부러뜨릴 듯 강하게 붙들고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치지 않게 하고, 그를 불렀지만 그 뒤에 다른 문장은 이어지지 않았다. 리라의 눈은 앞으로 살짝 기울어져 커튼처럼 흘러내린 세은의 보랏빛 머리카락에 고정된다. 불안해 하는 걸까. 아니면 두려워 하는 걸까. 혹은 둘 다? 떨리는 목소리와 의중 읽기 어려운 문장 속에 내포되어 있는 뜻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나도 세은이 네가 뭘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으면 왜 불안해 하는 거야?"
다른 이들은 들어오면 안 되는 영역. 리라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입을 닫은 세은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왼손목에 얹힌 세은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 가능했다면 손에 힘을 풀게 하고 풀어진 손을 맞잡으려고 했을 것이다.
"대답 안 해줘도 돼요. 그게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죠. 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네게 도움이 된다면야... 하지만 나도 부탁 하나만 할게요."
남은 손으로 세은의 어깨를 토닥이려고 하며 리라는 미소지었다.
"만약 괜찮지 않아진다면, 문제 될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해진다면 언제든 얘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그게 뭐라도 상관없어요. 주제넘은 소리인 거 알아요. 말해봤자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가끔은 얘기하고 머리 맞대며 해결책을 찾아갈 수도 있는 거니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사람은 살아가면서 마음 터놓을 곳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 말이 어떻게 다가갈지는 모른다. 주제넘고 오만한 말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리라는 단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멍청하고 허황된 소리를 하는 사람도 한둘쯤 필요하지 않나. 이 도시에는.
>>472 보호자로 있던 한결쌤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하면 잠시 기다려 달라는 듯 손 하나를 들더니, 수화로 뭔가 말했겠지만 혜우는 수화를 할 줄 모를 테고, 자기 입이랑 목을 건드리고 손가락으로 X자 만들어서 자기는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한 뒤에 핸드폰 꺼내서
[태오 학생의 커리큘럼 담당을 맡은 백한결이에요.] [데 마레 산하 텔레파시 연구소 아니무스의 수습 연구원이고, 안 소장님께서 직접 커리큘럼을 명하셨어요.] [스스로 시도한 것 외에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모든 커리큘럼 이행자들이 자신의 능력에 적응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능력을 쉽게 놓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죠.] [아마 그게 원인이 아니었을지...]
왜 불안해하냐는 물음에 세은은 괜히 그렇게 톡 쏘듯이 툴툴거렸다. 물론 그럼에도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리라를 제대로 볼 자신이 없는 듯 했다. 자신의 오른손을 잡고 힘을 풀게 하고 손을 풀려고 하자 손은 힘없이 풀어졌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맞잡으려고 하면 아마 자연스럽게 맞잡혔을 것이다. 시선을 살며시 회피하지만 눈동자는 옆으로 데굴 굴러 리라를 향했다.
부탁 하나만 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어깨를 토닥이는 그녀의 말을 세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들었다. 문제 될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해진다면 언제든 얘기를 해달라는 그 말에 세은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또한 거부하지 않았다. 허나 호흡이 살짝 거칠게 바뀌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호흡을 정리하면서 세은은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 누구도, 오빠조차도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가 있는 법이에요. 모두가 힘을 합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해결되는 문제도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또한 존재하고 있어요. 리라 언니. 이 인첨공에는... 그런 문제를 안고 사는 이들도 있는 법이에요."
그럼 그게 대체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것에 대해서 또 세은은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입안에 있는 딸기 사탕을 완전히 녹여서 목구멍 속으로 꿀꺽 넘겨버리면서 세은은 다시 입을 열었다.
"혜우도, 수경이도, 정하도, 다른 1학년 아이들도, 2학년 선배들도, 3학년 선배들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법이에요. 그러니까... 언니도 그 이상 들어오지 말아요. 들어왔다가, 다시 발을 빼려고 해도 뺄 수 없어지니까."
이어 세은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더니 헛기침 소리를 여러번 냈다. 어흠. 쿨럭. 쿨럭. 그렇게 말하면서 세은은 평소의 새초롬한 표정을 내면서 이야기했다.
"뭐... 사춘기 여학생에게는 이런 고민, 저런 고민 있을 수 있잖아요? 여자의 비밀은 같은 여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법이잖아요? 언니도 그런 거 한두개는 있을거면서. ...그런 거예요!"
>>481 흐으음 뭐 하나 건드리면 매콤한게 나온다라... 일단 한결쌤 말 다 할때까지 기다렸다가
담당이라면서 모른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도 되나요 모든 커리큘럼 이행자, 라는 건 태오가 무슨 이유로 저렇게 했는지 감도 못 잡으신다는 거네요? 그러고도 담당이세요? 그리고 설마 하는데, 태오도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 이유 중 하나일거라고 지레짐작 하고 계신 건 아니죠? 어느 것 하나 확신도 못 하시고 '말도 못 하시니' 그러고도 잘도 연구원이니 담당이니 하시네요
...한결쌤아 혜우우 싸가지가 이 모양이라 죄송합니다...
>>48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히히 기대된다 그 인형 전달된 후부터 느껴진다 심해냥이시선
힘없이 풀어지는 손을 맞잡자 눈동자가 이쪽으로 굴러오는 게 느껴졌다. 뿌리치지 않아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뒤이어진 말에 거칠어진 호흡은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또다시 돌아오는 목소리.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적어도 이게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봄날, 부실에서 알게 된 충격적 진실. 인첨공의 어두운 부분. 타의로서 생명줄을 남의 손에 쥐여주게 된 두 사람. 그런 사정의 사람이 총 7쌍.
"맞아요. 세상에는 해결 못 할 일들이 많죠.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현실이라는 건 원래 시원스레 풀리는 일이 더 적은 편이고, 불공평이 당연하게 여겨지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건 너무나도 무겁고 민감한 문제니까. 조금만 잘못해도 심장이 터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일지. 그로서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 들이지 말라는 말에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며 발 빼지 못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리라는 워낙에 오지랖이 넓었고, 친구를 아꼈으며, 최세은은 그의 친구니까.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리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마냥 눈 감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거다. 이건 부실에서 노트북을 열었던 그 날부터 정해져 있던 일이다. 다시 새초롬해진 세은의 표정을 지켜보던 리라는 어깨에서 손을 뗀 후 세은의 한쪽 볼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콕 찌르려 했다.
"물론 나도 그런 거 한두개 쯤은 있지. 하지만 사춘기 여자아이의 고민을 들어줄 만한 사람도 또래 여자아이 뿐이잖아요? 꽁꽁 숨겨둔 걸 나눈다는 게 당연히 쉽진 않겠지만~ 뭐, 그냥 그렇다고!"
명확하게 어떻게 하겠노라 선언하지는 않는다. 그건 세은이 바라지 않는 일일테니까. 대신 리라는 맞잡은 손을 살짝 이끈다. 적어도 손만큼은 붙잡고 있어주겠다고,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을 생각을 하면서.
"자! 사탕도 다 먹었겠다~ 슬슬 돌아갈까요! 오늘 고생 많았으니까 남은 일 해치우고 푹 쉬어야죠!"
"그래요. 어떻게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기대를 품을 필요가 없어요. 결국 실망하는 것은 기대를 품은 이니까. 그렇게 살아오는 이들도 있는 법이에요.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아무도 엿볼수조차 없는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딱히 동정을 바라지 않을 거예요. 그냥 뒀으면 할지도 몰라요. 뭐...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세은은 꾹 입을 다물었다. 그 이상 무슨 말을 더 할 생각은 없다는 듯이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시원하게 풀리는 일은 적으며 불공평함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 인첨공은 어떻게 보면 그런 세계의 완전판이 아니었을까. 심장에 폭탄을 설치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이 절대다수가 아니던가.
한편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찌르는 것에 세은은 순간 움찔했다. 자연히 시선이 리라에게 향했다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주제에 맞춰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선배의 천성인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노리고 하는 것일까. 세은은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차라리 일부러라도 팍팍 캐내려고 하고, 더 깊숙하게 이야기하면 좋으련만. 그러면 확실하게 거절하고 내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이를 꽉 악물었다. 정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선배였다. 차라리 오빠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나았을텐데. 그렇게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제 오빠를 원망하며 세은은 숨을 후우 내뱉었다.
"...깃털 앰블렘을 가진 이들을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절대로 다가가지 마시고, 신경쓰지도 마세요. 그게 선배를 위한 길이에요."
그 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정말로 조용히 중얼거린 말에 가까웠다. 리라가 들었을진 모르겠으나, 세은에게 다시 되묻는다고 해도 세은은 재방송을 하지 않고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냐는 듯이 태연한 얼굴로 새초롬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저는 못 쉬거든요? 가서 보고서 작성해야하거든요. 하아. ...뭐, 노래방은 다음에 내키면 시간을 내볼게요. 선배의 양탄자를 타고 가면 되겠네요. ...그러니까 다음에는 다른 이와 노세요. 동갑내기 선배들 많잖아요. 동갑내기."
2학년 중에 친구 없는거 아니죠? 그렇게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 세은은 일단 리라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