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저에게 배팅했었나요? 후훗. 그렇다면 죄송해요. 워낙 긴장이 되어서 미처 못 본 모양이에요."
자신과 반대되는 쪽에게만 배팅이 되는 줄 알았는데, 자신에게도 배팅한 이가 있었던가. 그건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당시엔 그래도 바로 떨어지는 것은 부끄러우니까 열심히 하려고 한 것 뿐이었는데.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모시는 카와자토 아야나에게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었을지도 모른다. 뭐가 어찌되었건, 자신의 실력이라기보다는 운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괜히 고개만 도리도리 저을 뿐,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후훗. 자기긍정감은 충분한걸요? 하지만 이번 나리야는 그다지 멋진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강하고 자긍심도 강했다. 그렇기에 나리야의 결과는 괜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결승에 가고 싶었기에.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후회한다고 한들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잔잔한 미소롤 답을 대신했다. 그러는 와중, 그녀 쪽에서 귀를 빌려달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살며시 귀를 가져갔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어린 캇파.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유우키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떨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도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바라보며 들려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던 유우키는 눈을 감고 후우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야요이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당신은 요괴인가요? 아니면 신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아야나와 알고 지내는 사이인 인간? 하지만 인간보다는 요괴와 신. 이 둘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유우키는 판단했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디까지나 감일 뿐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아마도 제가 맞을 거예요. 방금 당신이 말한 것이 정말로 사실이라고 한다면요."
한숨에다 혀부터 찼으나 스스로 듣기에 성음은 퍽 살가웠다. 열로 쪼갠 벚꽃마냥 흐드러진 살점 너머로 이형의 불길 솟구친다. 직후에 입매가 곡선 드리우는 감각 또한 반색에서 비롯한 수순이었다. 그 손에 힘주어 쥐여진 월도야 으레 상현 닮아 흉흉했고. 저 무신 제 측근에서 팔열 익히 체득했으니, 머리칼엔 탄내가 득실거린다. 눈에 넣은 기색 짐승만치 영맹해서 곧 달려들 기세인데. 모성을 숙명에 비유할지언정 제 배 아파 빚어낸 자식도 아니다. 뭣보다 스승의 덕에 비하지 못함을 알리라 믿는다. 네가 짐승에게 쏟은 정이라 함은 한낱 치기에서 비롯된 얄팍함이라 단정하는 바이며, 무신 미물일 적에 내가 바친 부성은 올곧이 진실했다고 치부한다. 혹여나 유기 극복 못해 스승이자 아비 된 자 면전에 날 들이민다면, 천륜으로 너를 벌할 테니 그 업보 달게 받기를 소원한다.
해후 목전에 두고서 인어에게 걸음 했다. 암만 불 먹고 사는 인어라 한들 난장에 어울리기엔 태생이 분수에 안 맞다. 단판에 입술부터 맞댔다. 밀어내려 팔이라도 뻗으면 손목 단단히 그러쥐고서 뒤로 꺾었다. 네 핏줄에선 여전히 바다로써 긍지가 흐르는 듯하니, 여태에도 완전한 내 것은 못 된다. 그마저 짓밟으려 열기 모조리 앗아갔다. 입술에 서리 내려앉음에 쓰러진 인어 안아들고 도제 응시했다.
"가르치는 재주일랑 옛적에 팔아다 유녀랑 바꿔 먹었어."
"기대하지 마."
주언 외면 제 육신 불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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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사찰이다. 계집 안은 채 주변 두루 살피면 동자승 뛰어와 손 내민다. 당과라도 바라는 요량임에 지긋이 고개 저었다. 주지가 옆에 선다. 몰래 고기라고 처먹었는지 낯빛 번듯하다. 하나 더 올 것이니 예 갖추라 일렀다. 끄덕인다. 걸었다. 뒤따라 법당으로 들어섰다. 부처 앞에 인어 눕혔다. 진녹 머리칼 가만히 쓸었다. 손 내려 가슴팍에 올린다. 맥이 뜀에 안도했다. . "얼마 만이지."
무신은 퉁명스럽고 꼬장 많은 할머니임 그래서 남들을 부를 때도 웬만해서는 이름을 안 불러 주는 편. 부른다고 해도 너, 여봐라, 어이, 이런 식이고... 그나마 친밀도? 아니면 호감도?로 나눈다면
보통- 너, 여봐라, 어이, 이봐, 네 녀석 낮음- 놈, 자식, 아무튼 욕은 아닌데 낮잡아 부르는 말(아오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하- (욕설) (멸칭)
이 정도...? 생각해 보면 제대로 이름 부르는 상대는 류지랑 소이치로(류지 아빠)밖에 없는 것 같아🤔 당연한 이 인간들은 자기 손주임..... 아야나도 아직은 이름으로 안 불러서 나 진짜 얘 멱살 잡고 싶거든..... 그치만 이런 캐가 이름을 불러주는 서사야말로 맛있지 않습니까? 아야나주는 나를 견뎌 주길 바란다(?)
>>965 우선 불교의 신들에게 꽤 신앙을 뺏긴 신이기 때문에 신불습합의 성격이 깃드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이득 사항이 많지 🤭 불교의 번신도 제 손안에 "확실하게" 들어오는 셈이고, 다른 신 앞에서도 아 무신이 제 신분 보증해줄 거예요^^ 하고 족보를 확인시켜줄 수 있으니 ( 지금은 요괴나 진배없어도 앞으로 자기가 올릴 것이라고 확신하니까 ) 뭐랄까 추락했던 신위가 남매결의만으로도 껑충 뛰어오르는 느낌이랄까. 신격을 서로 보완하여 완?성?도가 높아진 면도 있고. 무엇보다도 이 자식이 말로 교묘한 수작질 치고 인과까지 묶어버린 바람에 일반적인 형제관계와 다르게 소유의 경계도 애매해진 상태라, 소유욕이 강한 카가리가 어떻게 휘젓고 다니냐에 따라 본인은 손도 안 대고 득을 볼 수 있는 면모가 적지않다. 술도 들어간지라 일단은 이 정도로 대답해두는 것으로 할까 😏 반대로 카가리 역시 아오이와의 관계로 인해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 오너견을 들어보아도 괜찮은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했다 🤭
붉은 글씨가 화면 정중앙에 크게 박히는 것이 보이고. ...따이쒸! 승리감 가득 담긴 주먹을 꽉 쥔다. 그제서야 온 몸에 들어간 힘이 훅 풀리는 게 느껴지더니, 뒤늦게 몰려드는 것이다. 제 앞에 있는 어린아이(어찌되었든 자신은 500년도 더 묵은 요괴였으므로)에게 지나치게 군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게임기 너머로 들려오는 억울한 외침에 눈치를 보듯 또 다시 기계 옆으로 고개를 쭉 빼 상대를 살피다가 혹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싶어 금새 다시 고개를 밀어넣는다.
그, 그게, 솔직히 아이를 이겨먹겠다고 지나치게 과몰입한 탓에 뻘쭘하긴 했으니까..!
자아, 그래서, 이제 어쩌면 좋으리? 잠시 턱을 괸 채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려 대다가.
"...좋은 승부였다, 소년."
......가장 최근에 보았던 열혈물 애니메이션의 왕도적인 전개를 흉내내보기로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갑자기 무슨 말이냐며 이상한 것 보는 시선으로 쳐다볼 법 한 행동이었지만, 어쩐지 지금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 두겠다. 꼴에 어울리지도 않는 나름의 늠름한 미소를 띈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년에게 악수라도 하자는 듯 오른손을 내밀었다.
센소 노 치에라는 이름은 군신이 선호하지는 않았다. 장황하고 긴 표현의 보고가 아닌, 명확하고 간단한 보고와 결론을 선호하는 성질 탓인가? 그저 간단히 '군신'이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하였다.
아야나라는 요괴는 무신의 거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눈치였다. 무신을 모시는 것과는 별개로 거처는 잘 모르는 것일까? 상관은 없었다. 직접 발품 팔아서 찾으면 될 터이니. 모르는 자에게 계속해서 재촉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 그렇게 돌아온 답은 무신의 거처가 아닌 인명이었다. 군신은 자신의 턱을 짚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 무카이 카가리.. 고맙소. 내 조만간 무신을 보도록 하지. "
군신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야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군신의 안광은 점점 희미해져갔고, 금색으로 변하던 그의 눈도 다시금 본래의 연두색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싸늘했던 온기도 다시 여름의 온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그러니깐 오늘은 카페에 류지군이라는 분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데에서 먹는 게 어때요?! 나중에 류지군에게 더 맛있게 해달라고 하면 될 거에요. "
나오토에게서 차가운 군신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까처럼 온기 있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말하기 시작하네요! 다시금 무표정에서 싱긋 미소를 짓는 표정으로 돌아왔고요. 다시 온기를 되찾은 기온 때문일까요? 덥다면서 손풍기를 다시 키는 나오토네요.
상대가 신이냐, 요괴냐. 그런 것은 유우키에게 있어선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신앙심이 매우 강한 이는 신이라면 꾸벅 고개를 숙일지도 모르고, 요괴라고 한다면 천하게 보거나 혹은 위험한 이라고 경계할지도 모르나 유우키에게 있어선 모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상대가 밝히지 않겠다고 한다면, 특히나 자신을 좀 무서운 선배 정도로만 소개한다면 자신은 그렇게 알 생각이었다. 신, 요괴. 그런 것은 그에게 있어선 정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오직, 카와자토. 시라카와 가문이 대를 이어서 평생을 모실 존재뿐이었으니까. 상대가 카와자토가 아닌 이상 머리를 숙일 생각은 없었고, 무릎을 꿇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리고, 어떤 신이고 요괴인지에 대해서도 굳이 캐낼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유우키의 마인드였다.
한편 야요이가 명함을 주자 유우키는 그것을 받고 확인했다. 조몬 야요이. 조몬이라는 성이 묘하게 눈에 들어왔다. 조몬 시대의 그 조몬인 것일까. 아니면...
"그 넓은 은혜에는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조몬 선배."
차분한 목소리로, 특별히 경계를 하거나 감사를 하는 일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유우키는 반응했다. 일단 볼을 반죽했다는 것은 그냥 귀여워만 했다는 것으로 알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우키는 숨을 후우 내뱉으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DOG DAY... 기억해둘게요. 조금 바쁘게 살고 있어서 갈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은 갈지도 모르니까요. 후훗. 기타리스트라. 기타 연주를 잘하시나봐요? 조금 기대하고 방문해도 되나요?"
뭔가 상당히 이것저것 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메인은 기타리스트가 아닐까. 그렇게 판단하며 유우키는 그렇게 되물었다. 운이 좋다면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살짝 싹을 튼 탓이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할게요. 아직 경기를 좀 더 나가야 하는데...응원해주면 감사하고요. 선배는 이후에 나가는 경기가 혹시 있나요? 아니면 구경만 하나요? 이후에 물건빌리기 레이스를 한다고 하는데... 전 거기에도 나가거든요. 후훗. 가급적이면 그때 도움을 좀 받고 싶거든요. 물건을...빌려주는 쪽으로 말이에요.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