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부모님을 아는 건 꽤나 불합리하지만 납득은 가능했다. 정확한 기록도, 근거도 없는 그저 한 사람의 주장일 뿐인 얘기를 진실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그 쪽이 더 놀라웠다. 만일 누구가를 감시한다면 그 인적사항을 파악함은 기본이지만 그 생활습관을 일일히 들춰봄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같았다.
절연한 부모까지 감시하에 두고, 그들은 단순히 육성을 목적을 한다 말하기엔 상당히 불온한 의도로 느껴지는 대비를 해두고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니 위험해보여 제거하겠다는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대하는 태도만 객관적으로 놓고 보자면 인질을 잡아두고 한 명씩 표본을 두고 우수한 전투원을 육성하기 위한 실험을 하는 느낌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저희는 자발적으로 특별반에 입학했으며 겉으로 보기에는 꽤나 대우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겠지. 그 대우로 인한 교내에서의 고립까지는 그들도 의도한 바는 아닐것이다. 우호라는 것도 서로간의 대등한 관계가 어느 정도 가능할 때나 쓰이는 말이지, 사실상
'협박이네요.' 게다가 그들은 정확히 테러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해명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융통성 없고 고집이 쎈 반장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고라고 보기에는 꽤 미심쩍었다.
'우선, 헨리 파웰을 사칭하는 자가 있었다는 것부터.' 헨리 파웰의 무덤에서 헨리 파웰을 사칭하는 자가 나타났고 약속한듯이 진상규명이 아닌 그 자리에 남은 태식을 범인으로 몰아갔다. UGN이 물러서라 할 정도로 김태식이 위험한 인물인가. 일반적인 각성자 기준에서야 그렇겠지만 그 당시 30레벨 초반대였던 그는 막 임관한 가디언 한명의 적수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영웅도 아닌 하필이면 최초의 헌터로 칭송받는 헨리 파웰을 사칭했다는 것도 수상했다.
'왜.' 그 테러로 대운동회의 미진한 성과로 위태롭던 특별반이 대놓고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그저 편집증에 가까운 추론일 뿐이지만 일련의 과정이 한 집단을 갈아치우기 위한 것과 형태가 비슷했다.
'아니면 일종의 더 이상 멋대로 굴지 말라는 경고이거나.' 시윤의 말을 들어서는 아마도 완전히 제거한다는 측보다는 후자의 추론에 가까울 것이다.
"이번 바티칸의 일은 가디언 측에서 직접적으로 의뢰한 건이 아니에요. 토고씨의 말씀과 강산군의 말씀을 종합해보니 그와 별개로 발생한 사건인게 확실해요."
시윤의 말을 얌전히 듣다가 잠시 정적이 흐르고서 남은 음료를 마시며 화두를 던진다.
"표면적으로 uhn의 공로로 돌리거나 바티칸과 우호적인 관계에 협조하겠다 얘기해 보겠어요." //15
상당히 심각한 얼굴로 고충하는 상대에게, 가볍게 톡 하고 손날로 정수리를 두드렸다. 물론 그런 부분에 있어 열심히 사고하는 것은 나쁘지 않고, 필요로도 한다마는. 눈 앞의 여자애는 그런쪽에 있어서 사람을 불신하고 다소 부정적으로 경계하는 편향이 있기에. 환자의 손날로나마 잠깐 생각을 환기시켜줄 필요는 있는 것이다.
"린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신경질적이지. 말했듯, 나는 담당자에게 위협 당하긴 했다만.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것엔 충분히 공감했어. 비위를 맞춰주려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어쨌거나 그들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성심껏 지원 해줬고, 우리는 그에 대한 의리를 갚기보단 불만을 떠올린게 사실이지."
저쪽의 태도가 고압적이거나, 우리에게 말도 안되는걸 시킨 감도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부분은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 우린 사실 그다지 '억울한 입장' 이 아닌 것이다. 무언가 의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려면 먼저, 그 부분의 차이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게 그렇게 쉽진 않을거야. 왜냐면 거짓말이니까. 그럼에도 하고 싶다면, 당연하지만 UHN쪽 사람과 접촉해서 그런 의사를 전달해봐. 결국 우리가 우리 의사로 일으키는 일들로는 안 돼. 여태 그래와서 여기까지 온거잖아? UHN과 사이가 좋아지려면, 이젠 그 쪽의 의사를 명확하게 들을 때가 온거야. 나처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