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면일 줄 본인 말고는 누가 알겠는가. 이는 지난날 누군가에게 뼈저리게 배운 사실이다. 아무도 없는 선도부실에서 낯선 이가 혼자 나왔다는 것이 네코바야시는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으나, 꽤나 다부져 보이는 것이 무턱대고 달라든다 해서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되레 위험한 일을 당할까 이름이나 확인하고 얌전히 보내주려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상황을 해명하며 기다린다 하는 것이다.
"타카하시 선배의 친구분이시라고요?"
여전히 의심하는 눈으로 시라카와를 바라보는 네코바야시는, 그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테이블에 놓인 노란색 노트. 선도부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색색별의 노트와 같은 종류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저것이 타카하시 선배의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소녀는 문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 형광등 스위치를 눌러 부실을 환하게 밝혔다. 그리고 과자 박스가 놓인 회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소년에게 말했다.
"네. 잠시만 저기에 앉아 기다려주세요."
소녀는 휴대폰을 꺼내어 타카하시 세이지에게 전화를 걸며, 선반에서 학적부를 꺼내어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저쪽에 앉은 소년의 귀에도 들릴 만큼 고요한 부실에 뚜르르... 뚜르르... 하는 통화음이 이어지는 와중, 책장 넘기는 소리가 멎는다. '시라카와 유우키, 2-C'.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타카하시 선배와 같은 반이기에 선도부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고 적당히 이름을 대어 둘러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일 났다.'
늑장 부리는 선배들 대신해 다과회 준비를 하러 일찍 들른 것이 죄였을까. 누구라도 있었다면 저 사람 센터라도 까봤을 텐데. 어찌할까 데구루루 구르던 소녀의 눈이 소년과 마주친다.
>>337 '전국구로 터진 대형 스캔들'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서 간단하게 서칭되는 느낌이야-!! 나름 00년대 재패했던 인기밴드, 인기 아이돌이라 고교생들은 몰라도 3040으로 올라가면 못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그전에 알게된 계기 잡아보고 싶은데 이렇게 해도 될까?? 히데에게 관심이 생긴 미야비쨩이 이것저것 캐묻다가 엄마가 쓴 소설을 알게 되는걸로.
근데 나기주가 말해준 양키팸 이미지라면 아마 미야비쨩.. '귀여워서 반했다'에 덧붙여서 '귀여운 장난감이 생겼네, 망가뜨리고 싶어.'라는 느낌으로 시작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 엄마가 유명 스캔들에 얽혀 비관사한 인기밴드 가수라는데, 얘가 간사이벤도 쓰고, 어머니는 아파서 아야카미쵸로 요양을 왔대. 히데는 단순하니까 미야비쨩이 은근슬쩍 친근하게 접근해와도 있는 그대로 다 말했을거고, 이런저런게 맞아떨어지다보니까 호기심이 생겨서 서칭하게 됐더니. 어라, 이거 좀 재밌겠는데?? 라는 느낌으로 이렇게 가면 어떨까?? 그리고 히데 양모는 1군 아이돌에 지금은 성공한 의류 사업가니까 이런 점이 미야비쨩의 호기심을 더 동하게 할지도?? 🤔
오늘의 무신은 제법 관대했으므로, 안겨 오는 몸 밀어내지 않았으리라. 이 말인즉 지금은 이렇게 받아주더라도 다음엔 그새 마음 바뀌어서 귀찮다 할지도 모른단 뜻이다. 그렇다 해도 그 언젠가의 미래 논하기엔 아직 때 이르다. 당장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자면─
"방만하게도 주인을 오라 가라 해? 초요招邀는 내 몫이다."
발간 얼굴 쳐다본다 해도 그로부터 감정 읽어낼 줄 모르는 신께서는 그사이 본래의 무뚝뚝하던 기색 되찾았다. 이내 머리카락에 가린 반질반질한 이마에다 공연스레 딱밤 한 대 놓아줬으리라. 한데 방금의 말 돌이켜 보면…… 네가 오란 뜻이니 결과적으로 거절은 아니게 되었다. 무신 역시 그 의미 한발 늦게 깨닫고는 풀어졌던 인상 설핏 구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기분이 더럽다. 아마도 소유물이란 녀석이 주제 넘게도 제멋대로 굴어 그런 모양이다. 네가 오란 말 번복하기도 전에 또 입술 부비려 드니 무얼 하려던 정신도 분산되어서는. 다가오는 입술 손바닥으로 툭 막고는, 무신은 나무라기도 전에 쌩하니 사라지는 뒷모습 가만 눈에 담았다.
"……저런 되바라진 것을 봤나."
한 마디 중얼거리곤 곧장 몸 돌렸다.
수업시간 임박하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빠듯했던 정기고사 이후로는 그 무신마저도 이전보다는 성실하게 수업을 듣곤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입가에 피 칠하고 수업 듣는다면 역시 일 귀찮아질 듯하고, 소란한 녀석 지나가니 정신이 사나워 가만 앉아 있을 기분도 들지 않는다. 하여, 오늘은 하릴없이 땡땡이 치기로 했다.
의심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친구가 맞냐는 듯이 확인을 하지만 유우키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실제로도 자신은 그렇게 부탁을 받고 온 거니까. 한편, 환하게 불을 켠 부실 안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면서 그곳에 앉으라고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요청에 유우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여전히 수상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기에 일단은 따라줄 생각이었다.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들어와 유우키는 비어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얼마든지 확인해보라는 듯이 미소를 비추며 유우키는 히나가 연락을 하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뚜르르, 뚜르르. 통화음이 작게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아무래도 연락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네?"
연락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유우키 역시 살짝 당황했다. 전화도 받지 못할 정도로 바쁜 것일까? 그런 와중에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에 유우키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쁘다고 들었으니까... 연락이 안되는 모양이네요. 그런데, 저 진짜로 수상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정말로 부탁을 받아서 노트만 두고 온거고... 딱히 여기서 뭐 가져가거나 하진 않았어요."
괜히 안으로 들어왔나. 아무도 없길래 그냥 노트만 살짝 두고 나오려고 했는데 그게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만큼,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심스럽게 히나에게 이야기했다.
"저기... 어떻게 해야 그 의심의 눈초리가 풀릴지... 얘기해줄 수 있을까요? 진짜, 진짜, 진짜로 전 수상한 사람이 아닌데."
일단 그녀의 의심의 눈초리를 푸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며 유우키는 그녀에게 그렇게 질문했다.
/일단 이렇게 답레를 하고... 나는 슬슬 들어가볼게!! 일상 이어주면 나도 자고 일어난 후에 천천히 이을게!! 다들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