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힘이 상승한 점원의 기세에 눌려 탈의실로 끌려가 문이 닫히고, 몇 초 동안 협상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수영복을 노려보던 린은 한숨을 살짝 내쉬면서 상황과 타협을 하고 만다. 어릴 때 받은 교육이 지금 와서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킬 줄이야. 막상 입어보면 짧은 크롭에다 숏팬츠를 입은 것과 느낌이 크게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다 갈아입고서 문을 열고 머리를 뒤로 넘기며 살짝 수줍어 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걸어나온다. 오랜 내숭과 가식과 가면을 써온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중간 부분을 끈으로 연결하고 또 위와 아래를 끈으로 교차하여 묶은 수영복을 입고서 나오고는 당장이라도 겉옷을 찾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거울을 바라본다.
막상 거울을 보니 여기다 어떤 머리장식을 하는게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제 막 성년에 가까워진 소녀같은 반응을 보이며 이리 저리 살짝 돌아보며 거울을 본다.
"아, 그 수영복 정말 어울릴 것 같았사와요." 마침 여선이 아까 전에 처음 추천해준 옷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반가운듯 말한다. 저 멀리서 점원이 같은 디자인의 검은색 수영복을 제게 가져오고 있는 것도 모르고서 웃는다. //12
다갓께서 건-전을 명하셨다 흑흑... 어쩐지 처음에 건진 수영복이 묘하게 흡족하지 못한듯 말끝을 줄이며 탈의실에 들어간 여선에게 말을 건내려다 바로 같은 디자인의 검은색 비키니를 들이미는 점원에게 입이 막히고 만다.
점원의 성화를 적당히 말솜씨로 만류하고 흰색 숄을 걸쳐보려다가 나온 여선을 보고서 방금 전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한다. "한번 지금 소녀가 입은 것과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어보시는 것은 어떠한지요?"
여선이 호기심을 보인 수영복을 나열해 보았을때 조금 더 시원시원하고 과감한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마침 점원이 시무룩해 진 모습이 살짝 신경쓰여 자신이 검은색을 입어볼테니 자신이 지금 입은 것과 디자인은 같지만 사이즈는 다른 수영복을 입어보는 게 어떨지 권유한다. //14
태식은 결심을 마치고 손 위에 동전을 올린 채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어쩐지. 이번에도 별로 좋지 않은 일로 이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팅 -
청명한 소리와 함께, 코인이 하늘 위로 뛰어오릅니다. 하늘 위로 코인이 움직임과 함께, 곧 태식의 눈 앞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합니다.
....... 솨아 - 솨아 -
짭짤한 바람냄새,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Cya - !!!!!!!!!!!!!!!!!!!!!!!!!!!!!!!!!!!!!!!!!
청각을 때려오는 거대한 무언가의 소리. 급히 태식은 카쥬교햐쿠를 꺼내듭니다. 새하얗게 물들었던 시야가 걷어지고, 태식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어둠을 휘감은 대왕오징어였습니다. 태식의 몸이 선명하게 저릿거리는 것으로 보아, 상대와의 레벨 차이는 30 이상. 오자마자 죽을 기회라니. 엘터 선생이 자길 죽이려고 보냈나? 라는 짧은 생각이 듦과 동시에..
해양 마도
바다가 출렁이기 시작합니다. 짧은 너울이, 파도가 되어,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하늘 위로 치솟습니다.
괴물의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눈으로 쫓는 것이 한계일 법한 속도로, 괴물의 팔이 휘둘려집니다. 그러나, 그 공격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분쇄되고 맙니다.
카가가가강!!!!!!
고압으로 압축된 물줄기는 그대로 그 팔을 갈라버리곤, 그대로 나아가 괴물의 몸을 반쪽내 버립니다. 그 몸체가 바다로 추락하며, 거대한 물줄기가 터져올라 태식의 옷을 적십니다. 약간의, 먹물 비린내 같은 것이 나긴 하지만.. 지금 태식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 아이고.. 하필 청소 나왔을 때 사람이 휘말린 모양이구만? "
낚시꾼들이 쓸 법한 햇볕을 가려주기 좋은 모자를 쓰고, 옷은 마치 아무 져지를 걸쳐 입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턱에는 듬성듬성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듯한 수염들이 보였고 그 모습도 위엄이 넘친다기보다는 마치 바닷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평범한 낚시꾼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어느 종교의 기적을 재현하기라도 하듯 무심하게 바다 위에 서 있다는 점이나, 그의 주위에 수많은 괴물의 육편들이 널린 채 표류하고 있었으니까요.
19살과 16살(만), 별반 크지 않은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린은 그 나이대 자신이 어땠는지 무의식 적으로 떠올렸다. 아마 그 나이대의 저라면, 아예 래쉬가드를 입거나 반항심이나 승부욕으로 과감하게 고르고 나서 후회할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하루카를 보는 것 같네.' 친하게 지냈던 몇 살어린 전 길드원을 떠올리면서 여선 본인이 안다면 자신은 장녀라고 얘기할 법한 생각을 한다.
여기서 캐릭터의 사이즈를 밝히는 것이 과연 맞는가... 아무튼, 전투를 버리고 미인 서브를 고른 건 이유가 있다 정도로 메타?적인? 얘기는 마치고(). 다른 사람이니 자신이 입은 것보다는 새로운 옷을, 맞는 사이즈로 입어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점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다.
"소녀는 처음에 보았던 옷이, 음, 생각해보니 지금 점원분이 골라주신 옷도 괜찮아 보이어요" 결국 두 사람의 기세에 밀려버렸다. 여선의 추천대로 덜 비치는 시스루 가디건이나 숄을 고르며 될거라 생각하며 디자인은 같지만 색이 다른, 검은 비키니를 들며 말한다.
"여선양도 잘 어울려보이어요. 줄팔찌나 발찌랑 같이 맞추어도 좋아보이고..." 생각을 하며 슬슬 장신구에 대한 얘기를 해본다. //16
"그쵸~ 저녁에는 좀 쌀쌀한데 안 입었다가 감기 걸리면 안되는걸요..." 바보는 안 걸린다고 들었지만 바보가 아니라도 걸리기는 싫어! 라고 생각한 것처럼.. 고개를 조금 과하게 끄덕입니다. 땋은 머리카락이 조금 무겁게 팔랑!
"전 후드집업이.. 가장 괜찮아 보이네요~" 좀 낙낙하게 입는 느낌으로요.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쪽을 슬쩍 보긴 하지만. 그냥 흰 티 큰 걸로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같이 보러 가자는 것에 따라가면..
"숄은.. 좀 아닌 것 같아용.." 여선이 한번 걸쳐는 보지만 음. 아니에요 라면서 다시 걸어놓습니다. 그리고 파레오도 둘러보기는 하지만 여선에게는.. 그다지인 것 같네요. 어딘가 여선은 바지나, 치마여도 미니스커트 계열이 어울리는 느낌이지 긴 편인 파레오는 영 아닌가봅니다... 그렇지만 어찌저찌 잘 고를 수 있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