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걸음(이라 쓰고 거북이 걸음) 을 하며 화살을 다시 주워온 아야나는, 다시 과적을 향해 활을 겨누고 연습을 하기 시작하였다. 한 발, 두 발, 세 발......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기며 쏴제끼는 모습은 실로 누군가에게 기도라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모습이었다. 그렇다. 카와자토 아야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우에엥 카가리신님 제발 이것만은 맞추게 해주시와요'
....그렇게 됐다!!!!!
"마지막 한 발.....! 인것이와요! "
아주 아주 가벼운 손길로 마지막 한발을 쏴요 자, 10발을 다 쐈다. 카와자토 아야나는 이번에는 몇 발을 맞췄을까? 놀라지 마시라. 카와자토 아야나는....
무예라 함은 단순히 죽이고 싸우는 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법. 기술과 재미로써 겨루는 승부 또한 그의 소관이니 환영할 만한 이야기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간은 요괴나 괴물 따위의 오명으로 불리곤 했으니 이렇게 올바른 신앙이 닿는 것이 도리어 더욱 낯설 지경이다. 스스로 제 신자를 자청하는 머릿수가 몹시도 귀한 처지이기도 하고, 무엇 때문인지 저 좋다며 따라다니는 녀석 내치는 것도 슬슬 번거로워서……. 하여 무신은, 이 답지 않은 친절을 조금은 더 오래 끌어 주기로 했다. 친절이라고 해도 끽해야 이전처럼 괜히 물거나 아프게 잡아당기지 않는 정도가 다였지만.
"무엇이 그리도 좋다는 게냐."
아니나다를까 헤실헤실 웃는 얼굴 보자마자 금세 떨떠름한 표정 돌아왔다. 기실 무신이 저 요괴에게 조금의 관용을 베풀어주기로 했단들 저러한 행태는 무신과는 생리적으로 영 맞지 않는 종류의 감정이라. 세상엔 4000세나 된 신도 있는 판에 1200년 나이라면 그리 오래 묵은 신도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간의 삶 제법 길다고 자부할 수는 있다. 한데도 신생 통틀어 저런, 위협을 해도 무작정 좋다며 치대는 생물은 처음 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산의 왕이며 주인 되는 흉충에게 말이다! ……물론 자식이라는 예외도 있긴 했지만, 그것은 자신이 그것의 어미였으니 당위 있는 애정이고. 여하간 신이건 요괴건 인간이건, 무슨 생물이 되었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경계하기 마련. 무신은 난해할 만치 올곧은 저 호의와 정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므로 저 행동의 이유를 알고 싶어졌으며 또한 시험하고 싶어진 것이다. 입 열자 날카롭게 돋아난 송곳니 일순 번뜩였다. 처음 만났을 적, 그저 그리하고 싶단 이유만으로 아야나를 죽여 잡아먹으려 했을 때와 같이.
>>525 "빌어먹게 여유롭네, 짜증 나게. 열받으니 뼛속까지 탈탈 털어 받아 가야겠어." 터트린 헛웃음에 기막히단 기색이 역력했다. 신의 손아귀 안에서 구른다 한들 양순히 굴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말본새는 여즉 고약했으나 독을 푼 것 마냥 서서히 퍼져가는 체념에 치뜬 눈매가 다소 누그러졌다. 현 심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제기랄, 될 대로 돼라. 워낙 변덕이 심한 자이니 곧 죽어도 가져야겠노라 탐닉해도 하룻밤 새 마음이 뒤집혀 놔줄 수도 있는 노릇. 희망을 걸 동아줄이 겨우 저거라니 몹시 참혹하기 짝이 없다. 이쪽 심기는 퍽 언짢은데 저쪽은 가만 입술이나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목선 따라 숨 들이키고 앉았다. 바람처럼 헤집고 지나간 숨결에 솜털이 비죽 섰다. 반사적으로 몸을 물리려다 등에 닿아오는 딱딱한 나무 감촉에 막히고, 이내 고개를 슬몃 숙였다. 본디 훌쩍 위에 있어야 할 시선이, 신의 눈이 요괴의 광랑한 눈 밑에 있음이 생소하여 잠자코 눈길만 맞췄다가. 속으로 웃고 만다. 언약은 곧 허상임을 피로 각인했다. 하물며 저 변덕스러운 신의 약속 따위 믿을 가치도 전무하다. 설움은 갑작스레 찾아와 물꽃 같은 상념들을 토해낸다. 풍랑과 노도 따위는 무서운 게 아니다. 실로 무서운 것은─ 생이 낙화한 날로부터, 사람을, 요괴를, 신을, 낱말과 문장을, 약속을, 감정을, 세상을, 삼라만상 모든 것을 믿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늘 의구와 불신으로 뇌를 태우며 산다는 게 얼마나 생을 갉아먹는지. 인어의 원천은 물. 젖어있음 젖었지 감성 메마른 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적셔진 숨결이 너무 뜨거워서, 목소리가 너무 나지막해서.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얻고자 하는 이익을 위해 달큰한 문장을 속삭이는 게 명백함에도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의 양 뺨 붙잡으려 한 것은. 온갖 억지로 결속된 관계여도⋯⋯. 뺨 부여잡고 숙인 고개에 이번엔 진녹색 머리채가 아래로 쏟아진다. 오만 모순적인 감정과 뒤틀린 단어와 문장들이 맥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상전이라니, 언뜻 보면 저가 개새끼 목줄 쥔 듯 보이나 실상은 반대라는 점이 못내 우습다. "날 상전 자리에 올린 게 무슨 의미인 줄 아니? 죽을 때까지 내 편이 되겠노라 선언했으면 날 가장 최우선으로 둬. 못하겠으면⋯⋯." 피해. 건조한 두 글자가 내뱉어짐과 동시에 고개가 숙여진다.
파닥파닥 거리며 기분 좋단 듯 웃어 요 좋았어, 이대로 열심히 연습이다! 백 발 백 중 명중해내는 아야나가 되어보이리라! 하고 다짐하는 카와자토 아야나 되시겠다. 그러나 카와자토 아야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무신에게 기도하고 첫 연습에서 고작 3점을 맞춰보이는 일이 일어날 거란 것을 말이다.........
"오이잉? 무엇이 좋다고 말하시는 것이와요? " "당연하지만 [ 전부 ] 인 것이와요. 늠름하게 아야나를 와앙 하려 하신 카가리 신님에게 아야나는 fall in love 해버린 것이와요. "
저기요. 당신을 잡아먹으려 한 사람 아니 신 입니다. 이쯤되면 진짜로 이해가 안갈 것 같지만? 의외로 아야나는 아야나 나름대로 자신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진짜로 솔직하게. 이것이....어린 요괴들의 사고방식??? 이란 것일까??????
"카가리 신님. 아야나가 말씀드렸지요? " "아야나는 카가리 신님에게 와앙 당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이와요. "
이 와앙 당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이 캇파가 알기는 할까? 진짜로 와앙(물리) 일텐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린 요괴들의 세계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야마어쩌구는 그동안은 아니꼬운 건 다 죽이고 패고 공포로서 군림하고 살았는데... 큰 이유도 없는데도 자기가 좋다면서 달라붙는 생물체는 오히려 낯설고 이해할 수 없음 게다가 지금은 학교에서 큰 사건을 일으킬 수도 없는 처지라서 위협을 해도 후히히 신님이 좋사와요~하고 달라붙는 아야나를 폭력으로 떼어낼 수도 없어서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음🤔
아야나를 대하는 카가리의 심정은 약간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햇살아방수를 만난 광공??? 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광공이라기엔 거리가 멀고 하는 행동 보면 사실 표현이 서투른 꼬장 부리는 어르신에 더 가깝지만 말이지. 다음 답레 스포하자면 아야나한테 예끼!!!(때찌!!!!)할 예정이기도 하고...🤦♀️
"힝잉잉 오늘은 역시 날이 아닌 것 같사와요. 날이 맑은 날일 때 다시 연습할까 생각되는 것이와요. "
진짜로 날이 맑게 갠 날! 카가리신님에게 제대로 기도하면서 활을 쏠테다!
아무튼간에..... 화살을 회수하고 돌아온 뒤 추욱 늘어져서는 다시 엎어질 준비를 해 요 이쯤되면 걸어가는것보다는 기어가는 게 더 익숙한 게 아닐까????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엎어져서 기어갈 준비를 마칠 수 있는 것일까??? 카와자토 아야나는 이제 돌아가자는 듯 모노리에게 손짓하려 하였다.
"다시 돌아가는 것이와요 모노리 신님......오늘은 즐거웠사와요........ "
기운이 없어보이지만 아무튼 열심히 기어가서 움직이려 해 요. 자 아무튼 그들은 열심히 기어가서 자신의 교실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그건 알다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