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류지는 아야나에 대해서 뭔가 정보를 조금 더 알아내려고 하는 성향이 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유우키가 아마 자주 아야나랑 있을테니까 그쪽으로 접근하거나 알아내려고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유우키가 먼저 다가와서 가방에 들어가거나 하는 거 양해를 구하기에는 유우키가 그것까진 아무래도 파악을 못할 것 같아서...
혹은 단순히 유우키가 카페에 찾아와서 얼굴을 트는 방식도 좋을 것 같고 말이야. 일단 초면이니까 얼굴부터 알아야...뭔가 이것저것 가능할테니.
??? 앗 미안 나 앵커를 잘못 봐서 류지주한테 건 걸로 봤어(망충) 음..........................으으으으으으음........... 뭐지뭐지 계획하고 있는 게 뭔지 궁금해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오늘은 텀이 평소보다 더 느릴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태양이 심해에 닿지 못함은 자연한 이치일지인데, 내 지척의 심해는 이따금 무력하다 느낄 만큼 쉬이 손 아래 쥐어지곤 했다. 나는 여전히 우미 스미레를 형용할 방법을 모른다. 너는 내가 몸담은 적 없던 미지에서 나고 자랐으니, 이후로도 나에게 줄곧 생경한 존재일 것이다. 본디 낯선 것을 대할 땐 조심스레 어루만져 주는 게 상책이라 들은 날이 있다. 그런데도 나는 지랄 떨 줄만 알아서 우리는 영영 섞이지 못 하리라 단언한다. 이전에는 부드럽기만 했던 뺨이 오늘은 네 근원처럼 눅눅하다. 지금도 네 속에선 부아가 끓고 있겠으나 나는 이 역시 가볍게 무시하겠다. 네 명줄 끊기는 날까지 집요할 만치 못살게 굴 테니, 너는 제발 내가 이름 모를 길에서 객사하기를 빌어라.
"멍멍, 왈왈. 하루 이틀이야? 맥없이 지랄은."
이제껏 파다하게도 들었던 지칭에 원한 한가지 잇대 봤자 별 감흥도 없다. 지고하신 존재라면 길길이 성이라도 내줘야 마땅하겠으나, 자신이 그따위 신경이나 썼었나. 뭣보다 개새끼 소리 틀린 말도 아니기에 바람대로 짖어줬다. 불쌍한 인어 위장 타는 소리가 벌써 귀에서 자박거리는 기분이다. 시퍼렇게 올려 뜬 눈발 하며 저를 바라보는 기색이 역한데, 미안하지만 참 보기에 흉하다. 당장 제 목이라도 쥐어짜겠다면 고이 내어줄 의향은 충만하니, 목선 전부 드러나도록 고개를 치켜들었다. 손바닥에 든 물기에도 익숙해질 즘에 엄지만 살살 굴려 뺨 부드럽게 쓸었다. 쳐내든, 손목을 잡아 비틀든 뭘 해도 좋다. 근거 없음에도 종국엔 제 뜻대로 흐르리란 확신이 있었다. 볼에서 꿈틀대던 것이 턱선 타고 내려간다. 만끽하다 보면 제 손가락에도 물기가 넉넉하다. 얼마 못 가 이물감을 맞닥뜨린다. 파스는 진득거렸고 즉각 합의 없이 떼어냈다. 부어오른 자취 위를 두어 번 간질이면 살이 본래 색을 되찾는다. 하물며 붓기 또한 평면으로 가라앉은 지 한참이다.
"억울해 죽겠지? 걱정하지 마. 내가 복수해줄게."
웃으며 시선은 정면에 두고 걸음만 뒤로 물렸다. 양동이 가득 물을 길러 미련 없이 제 위에다 쏟아부었다. 생소한 한기가 온몸을 감쌌다. 수십 초 정제한 와중에도 실소나 뱉다가 이내 축 늘어진 검은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머리채 가닥가닥이 시야 위로 뭉쳐진다. 새빨갛게 발하는 눈을 반달로 휘어 시선 넘어 상대를 직시하던 와중 다 젖은 꽁초를 입 밖을 내보냈다.
카페 블랑. 아야카미에 있는 수많은 카페 중 하나였으나 유우키는 이 카페에 굳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 특별히 이 카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다른 카페를 이용한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왜 이 카페 앞에 서 있는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카페를 어느 한군데만 지정해서 이용하는 이가 드물지 않겠는가. 그냥 자주 보이는 카페에 많이 가고, 눈에 잘 안 띄는 카페는 안 가기 마련이었다.
저녁 산책을 잠시 하다가 눈에 들어온 그 카페를 바라보던 유우키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안의 분위기는 어떨까. 과연 카페 향은 어떤 느낌일까. 나름대로 기대를 하며 그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이내 보이는 인테리어를 조용히 감상하며, 적당히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ㅡ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ㅡ 내부를 잠시 눈에 담던 그는 천천히 카운터로 향했다.
"안녕하세요.(ごきげんよう)"
꾸벅 인사를 하는 모습이 언제나의 그 버릇 그대로였다. 팔을 살며시 굽혀 허리를 굽힌 후에, 그는 가만히 메뉴를 바라보다가 카운터 앞에 있을 그 사람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 카페에서 가장 잘 나가는... 그러니까 시그니처는 어떤 것인지 물어도 될까요?"
물론 꼭 시그니처를 시킬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어떤 것이 제일 잘 나가는지 궁금한 탓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주문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어..솔직히 스포처리를 해둔 것은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 같으니..나도 간접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내가 아는 그 분위기라고 한다면... 미안하지만 유우키가 아야나를 굳이 더 섬기진 않을 것 같아. 아야나를 섬겨야 할 이유가 그야말로 없어지는 셈이니 말이야. 물론 집안의 사명 때문에 카와자토를 버리진 않겠지만 카와자토의 다른 누군가를 섬기는 것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까 싶어지네.
뭐...이렇게만 쓰면 협박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그냥 나도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면 그렇다는 느낌이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아야나주는 아야나주가 원하는대로 놀도록! 나도 그럴 참이고!
확실히 스미스미 선배님이 아주아주 예쁘시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정도로 인간 아이가 그 정도의 관심을 보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스미스미 선배님에게 심한 짓을 했다? 무슨 심한 짓인 걸까? 특별히 들은 생각이 아니라 한번쯤은 해볼만한 생각. 그 눈빛을 제대로 보았다면 정말로 이렇게 생각이 들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눈빛이 아니라, 탐욕이었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복도를 오가던 도중, 하필이면 저 이야기를 중얼거리던 와중 지나가던 누군가와 몸이 부딪혔다.
"끼엥"
오늘도 어김없이 끼엥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가 요 어라? 근데 이 느낌, 무언가 익숙하다. 평소와 달리 뭔가 생선타는느낌 이 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추천메뉴가 아메리카노. 인기메뉴도 아메리카노. 그 말에 유우키는 잠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메리카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보통 이런 케이스는 둘 중 하나였다. 아메리카노가 상당히 맛이 좋다거나, 혹은 다른 메뉴들이 조금 별로라거나. 과연 여기는 어느 쪽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류지를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학생. 그렇다면 아야카미 고등학교의 학생일까. 얼굴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스쳤던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즌 한정 메뉴라는 말이 나오자 유우키는 흥미를 보였다.
"메론라떼라..."
다른 라떼는 꽤 많이 들어봤는데 메론라떼는 또 처음 들어보는 메뉴였다. 조금 흥미가 생겼는지 그는 그것을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메론라떼로요. 시즌 한정 메뉴라면 역시 그걸 먹어봐야죠. 안 그런가요?"
물론 딱 들어봐도 굉장히 힘들 것 같은 메뉴지만... 그래도 자신은 돈을 내는 손님. 이 정도 요구는 상관없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디저트도 고민을 하다가 류지에게 말했다.
"치즈 조각 케이크도 추가로 부탁해도 될까요? 그건 그렇고 저와 비슷한 학생인 것 같은데... 아르바이트? 아니면... 여기 사람?"
결국 결정된 것은 메론라떼 오늘도 메론을 썰고, 갈며 하나의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다 요청하는 치즈케이크..오늘 치즈케이크가 남아있던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조금만 기다려주세...? "
손님은 나의 인적사항이 궁금한것인지 묘한 말을 꺼냈다. 이건 뭐라고 대답하는게 베스트려나. 음
" 사장님이 아버지 이십니다 "
이거면 충분하겠지.
아무튼 계산을 서둘러 끝내고, 장갑을 낀 뒤, 음료를 서둘러 만들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기왕 만드는 김에, 메론을 조금 더 잘라서, 슬슬 방문할 아야카에루의 메론소다도 미리 준비해두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메론라떼를 만들며 짬이 나는 틈에 메론 시럽과 탄산수를 꺼내둔 나는 다시 정신없이 라떼를 만들고, 아침에 준비해둔 조각케이크를 꺼내 접시에 예쁘게 담은 뒤. 트레이에 담아서 내려두었다.
물론 확신을 가진 목소리는 아니었다. 아빠가 사장이라고 해서 자신도 사장이 된다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자신처럼 집안의 사명대로 살아가는 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어느쪽이건 얼굴을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계산을 마치며 열심히 준비를 하는 류지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역시 아무리 봐도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능숙하게 하시네요. 후훗. 고마워요."
트레이에 음료를 올리고, 치즈케이크를 예쁘게 담은 후에 올린 것을 확인한 후, 유우키는 바로 가져가지 않고 류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살며시 뒤를 돌아보다가 줄을 서는 사람이 없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게 물었다.
"고등학생이에요? 왠지 저와 비슷한 나이 같아서. 아야카미 고등학교의 2학년인데... 그쪽은요?"
만약 고등학생이 아니라면...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었고, 비슷한 나이라면 앞으로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겠다고 그는 판단했다. 딱히 카페의 음료나 디저트를 노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렇게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란스러움 끝에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가 휑한 교실, 역시 한 사람이나마 가져주던 관심마저 사라지니 마음이 못내 아쉽다. 어른스러운 체를 하며 옷 사이로 겨드랑이 보일 듯 머리 뒤로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교실 문을 나가던 아이의 뒷모습을 무심코 눈으로 좇고 있으면, 창밖을 지나며 마주치는 시선에 네코바야시 동공이 반짝 빛난다. 놀렸다는 듯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자그마한 소년을 바라보면서.
"그르긴 뭘 글러.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학생 인원수 맞춰 급식 준비했을 거라고. 그 귀한 야키소바 빵을 한 사람에게 두 개는 주지 않을 건데."
정말 급식 먹으러 안 가? 하는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는 또 호들갑을 떨면서 무언가를 꺼내어 얼굴 바짝 내밀어온다. 버섯을 닮은 초코 과자인가. 네코바야시는 소년이 내민 과자를 받아들기보다, "손은 씻었어?" 하고 되물으며 무릎 위에 올려둔 제 가방을 뒤적인다. 이 녀석은 우유를 몇 개나 가지고 다니는 걸까, 유통기한이 한참 남은 신선한 우유이지만 살짝 미적지근한 것을 초코송이 건네는 소년에게 되레 내밀어 보인다.
"하나 먹을래?"
하면서 네코바야시는 소년이 내민 과자를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다. 아주 약간의 거리 두기. 어느 매체에서 보았던 '태닝 양아치'를 상상하기엔 녀석의 키가 너무 작았지. 너무나도 순박한 강아지 같지. 말하는 본새만 보고 있어도 괜히 기분이 말랑말랑해져 마음이 따듯해짐을 느끼면서도, 먼저 다가가고 싶은데도 살짝 밀어내는 척을 하려던 것일 뿐이었다.
//으아아앗 정말 미안해... 어제는 갑자기 일이 있어서 말도 없이 나가버렸네... 답레는 편할 때 이어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힐링인 귀여운 히데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