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행실 때문에 이렇게 아이같이 칭찬받은 기억은 잘 없는 터라. 나는 조금 부끄러워져선 얼굴을 붉히곤 볼을 긁적였다. 머리가 헝클어지는게 느껴진다만, 뭐...원래부터 헤어스타일에 예민한 것도 아니고. 위로 받는 기분이 내 생각 이상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했기에, 얌전히 있기로 했다.
".....기다린다라. 과연...."
씨앗과 겨울의 비유는, 에브나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어서. 나는 어느정도 안심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나는....."
에브나의 믿음에, 잠깐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이 손으로 이미 여태 꽤 많은것을 해왔다. 돌이켜 보면, 이성적으로는 믿을 수가 없는 일들을 해왔고. 이 다음에도 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기도 하다.
"나는.....나답게 살고 싶어. 결과가 모두 완벽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살아가는 방식만은 스스로가 고를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 세상은 매서운 겨울처럼 차갑다. 내 머리도 차가운 편이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다소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건 잘 안다. 다만 결과가 어찌되었던, 살아가는 방식만은 스스로 고를 수 있다고.
그 마음가짐이, 나를 달리게 하고 있었다.
"뭐...그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고마워. 얘기하니까 한 결 편하네."
다만 그게 어린 나이에는 다소 벅찬 무게감인 것은 사실이라, 가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금처럼 무거운 한숨과 쓴 웃음 정도는 짓게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묵묵하게 담아뒀을만한 감정이지만, 지금은 옆에서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어 털어두니까 한결 편해졌다.
내가 마우나를 쓰려뜨릴 수 있었다면? 젠장.. 폴러 베어의 유통기한이 끝나다니.. 패착이다. 하지만 여기서 머뭇거릴 순 없다. 다음 수..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망념은 차오르고 있다. 아직 성자는 건재하지만 패가 줄어든 상태. 마우나와 솔렛타가 합체한 저 녀석을.. 필사적으로 없애야지. 토고는 총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부서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웠지만 다행이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하하, 꼴에 쓸만은 하네. 이윽고 총구를 겨눈다. 마우나와 솔렛타가 합쳐진 저 괴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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