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아야카미에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모두 다녔으면서도 인간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궁금한 거냐고. 아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간 아이들의 가방이 각양각색으로 다양한게 들어가기 좋게 생겼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잘못 들켜서 큰 일이 생긴 적이 있었지만 아무튼간에 멀쩡히 빠져나왔으니까!!!!! 상관 없다 이 말씀이다.
"아무튼간에 아야나는 멀쩡하니까 괜찮은 것이와요. 도라아끼? 저는 좋사와요! "
팥빵을 먹겠냐는 말에 좋다는 듯 다시 책상 위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 가 들어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이 주는 걸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뭐, 전교에 갓파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것도 아닌 모양이니... 늙은이의 잔소리는 이쯤 해 두마. 틀딱꼰대란 소리는 듣기 싫은 게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를 보며 픽 웃음을 흘리곤, 곧장 제 가방 앞주머니를 뒤져 도라야키 한 봉지를 꺼내어 아이 앞에 툭 올려두었다. 거 참, 아야카미 고교에 와서 어린 요괴를 만나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간식 먹는 모습을 구경이라도 하려는 듯 가볍게 책상 위에 턱을 괸다.
"다 먹고 나면, 오늘은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구나."
슬슬 밖으로 나갔던 인간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올 시간이니. 교실 밖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니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있거나. 중얼거리듯 덧붙이고 나서 가만히 눈 앞의 아기개구리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609 이런 놈은 생전 처음이다. 급기야 희한하단 감정까지 든다. 저도 이 악물고 싸우거나, 침이나 뱉으며 돌아서거나, 울음을 터트리거나 했지, 한 마디도 안 지면서 시치미 뚝 떼는 놈은 정말이지 처음 봤다. 열을 극한으로 내면 도리어 차분해진다. 연료가 다 됐나. 혹, 눈앞 상대에게 수분을 빼앗긴 탓일까. 이래서 예민한 것들은 속에 오래 독을 쌓아둬서도, 열을 계속해서 배출해서도 안된다. 빌어먹을 신경증이 도지니까. 치켜올라간 눈매가 묘하게 지친 기색을 비췄다. 그에 따라 뺨 지근거리에 다가온 손에 대한 반응이 자못 늦다. 허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을지언정 여전히 형형하여. "그리 말하면서 순응하길 원해? 양심도 없으시지." 제 선전포고를 간단히 짓밟아버리는 작태에 신경질이 적잖이 났다. 지극히 오만방자한데 그에 걸맞은 힘과 격이 있다는 점이 가장 분했다. 입 밖으로 꺼낸 문장들 뒤로 혀뿌리에서 기어이 나가지 못한 온갖 상스러운 욕들이 꿈틀거렸다. "그리 죽고 싶음 목이라도 매달든가, 바닷물이라도 퍼먹든가, 아는 신한테 죽어달라 빌어보든지." 날 선 문장이 매섭게 쏘아나갔다. 믿음 먹고사는 신 따위 되고자 한 적 없건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간절했다. 분명 입만 산 것을 싫어했을 텐데 스스로가 그러하니 극심한 수치심이 밀려오고, 저 자를 소원하는 대로 죽여줄 수 없음이 통탄스럽다. 안면으로 곧장 날아오는 연초 연기에 안 그래도 상태 안 좋은 심기가 심히 뒤틀림은 자연한 수순. 본인 죽음은 무관히 여기던데 타 죽음은 챙기는 꼴이 퍽 의외여서 생소한 기분이 들 때쯤, 세상이 비웃듯 머리 위로 물이 끼얹어졌다. 머리가 확 식었다. 아니, 뜨겁나. 뇌가 수프처럼 녹아내릴 것 같으면서 빙해처럼 얼어버릴 것도 같다. 그러니까, 꼭지가 완전히 나갔다고. 익숙한 한기가 온몸을 감쌌다. 이 초 즈음 아무 미동도 없다가 이내 축 늘어진 진녹색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물기 어린 머리채 가닥가닥이 뺨과 파스 위로 진득하게 들러붙었다. 새파랗게 발하는 눈으로 눈앞 상대를 직시하며 나지막이 뇌까린다. "개새끼."
도라야키를 맛있게 받아들고 냠냠 해 요 전교에 이상한 소문? 나 있긴 나있을 것 같다. 갓파에 대한 소문 말고 다른 소문은 나있을 것 같다 그 말이다. 오물오물 작은 입으로 도라야키를 먹는 모습이 제법 먹음직스럽게 먹는 것 같다. 다 먹은 다음에는 종종걸음으로 다시 오토아에게 포옥 안기려 한 다음에 책상에 다시 선 아야나.
"후히히 저는 이만 가보겠단 것이와요. 커다란 요괴님. 다음에도 또 찾아뵙겠단 것이와요! "
[ 다음에 또 ]. 이건 다음에 또 이 교실에 찾아오겠단 의미이기도 하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동글동글 공모양으로 돌아와서 땅에 탱 탱 탱 착지하려 하더니 그길로 데굴데굴 굴러가려 하는 아야나 되시겠다....
짧게 작별 인사 포옹을 해 주고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다. 작은 요괴는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고선 교실을 떠났...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공처럼 통통 튀어 굴러갔다) 그렇게 검은 공의 뒷모습이 유유히 교실 밖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이 좌부동은 생각했던 것이다. 거 참, 여러 모로 특이하지만 흥미로운 녀석이로고.
그나저나, 그새 무언갈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예비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로 몰려들어왔을 때, 그리고 다른 인간 아이들과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열려 있던 가방 지퍼를 닫기 위해 다시 가방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다시금 깨닫고 만 것이다.
.....본래 자신이 하려던 일이 뭐였는지를! 이런 젠장, 내 이걸 읽으려 한 달을 내내 기다렸건만! 후다닥 가방 문을 열고 뒤늦게 훑기라도 하려 하는데, 하필이면 또 그 때 수업종이 울린다.
".....아."
에헤이, 조졌네, 이거..... 그러나 이미 종은 치고, 수업은 시작되고 말았으니.. 안타깝게도, 이 좌부동이 한 달 내내 기다려 읽으려 했던 만화의 최신화는 슬프게도 한 시간 가량을 더 가방 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