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 첫 만남부터 감이 왔댔지, 내가. 저놈이랑은 필경 상극일 것이라고. 이곳은 탄내가 그득한 태양신의 홈그라운드고, 공기는 건조하고, 대지는 버석이 말랐으며, 이 모든 것을 주관한 신이 목전에 있음에 스스로의 위장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가 간격을 좁혀올수록 인간보다 기본적으로 많은 수분이 휘발되어가는 듯한 감각이 증대한다. 달갑잖은 감각이다. 위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떨어졌을 땐 숫제 이까지 갈렸다. 더욱이 이 갈게 한 점은 저 격. 하필이면 상징성 하나 지독하게 확고하시다. 태양 따위 살 만큼 사셨는데 얼른 폭발이나 하실 것을. "해 닿지 않는 곳 오직 바다일진대 구태여 헛일할 필요가 있겠어. 인어가 곧 바다인 것을." 존귀하신 태양일 지어도 인어한텐 닿지 않으니, 내 언젠가 노도가 되어 그대를 집어삼키리라. 불경한 함의 그득한 발언이 사뭇 오만함을 알고 있으나 어차피 격에서 밀릴 거 입으로라도 패악질을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광견병 걸린 지네 — 무카이 카가리 — 를 맞닥트릴 줄 스미레가 어찌 예견해. 그리고 손대지 마." 희미하게 새어드는 빛마저 차단되자 안대 밑 눈가가 움찔거린다. 냉담히 대꾸하며 눈 가린 손을 찰싹, 하고 쳐내려 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 신놈, 손대는 게 몹시 빠르다. 귓전을 타고 들어오는 불경 읊는 소리와 비준되어서 퍽 배덕하다. 하기야, 신이 도덕적인 존재라는 건 편견이지(저가 아는 신들만 생각해도 말이다). 그것도 아주 잘못된. 이어 꺼낸 부적에 표정이 일변한다. 경멸, 한, 분노, 짜증 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소거되고 의문만이 서렸다. "뭐니? 가만 불로 불사르지 않고." 인어들은 물속에서 사니 뭍으로 나간 이들 외엔 저렇게 잿더미가 될 일이 없다. 괴짜로 보이는 저 신이라면 번거로운 짓 않고 전부 다 태워 죽일 것 같았는데 뭐람? 휘날리는 재 가루에 두어 번 기침을 뱉고 나면 드물었던 의문은 전무하고 다시금 특유의 찬 인상이 드러난다. "개소리 말고 내 자리에 그대로 가져다 놔. 욕 듣는 게 취미라면 이번엔 달리해주지. 미쳤니? 목 따여 죽던, 말라죽던 죽는 건 매한가지겠지." 불교의 교리는 마음에 차나, 간간이 들리는 것은 괜찮아도 오래 있기엔 좀 그렇다. 어느 정도의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점도 그러한 대답에 한몫했다.
포옹을 받으시고 저를 용서해주시는 것이와요. 마침내 눈 앞의 어린 요괴는 작은 공 모습에서 온전한 갓파의 모습이 되었다. 제법 당돌한 말을 하며 두 팔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꽤 흥미롭기도, 귀엽기도 해 그만 웃음을 참지 못 하고 푸핫ー 하고 웃음을 터뜨려 버리는 것이다. 하필이면 크기도 껴안기 좋은 봉제인형 사이즈다 보니, 만화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한동안 웃다 보니 짓궂은 마음으로 이 어린 요괴를 괴롭힐 생각은 어느새 전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이가 안겨들려 한다면 순순히 그 품을 내어 주겠지.
"농이니라. 내가 어린아이를 잡아먹어 무얼 하겠느뇨?"
내 지금 바라는 것은 팥밥과 곧 나올 게임 신작 타이틀밖엔 없으니. 톡, 하고 눈 앞 어린 요괴의 미간 사이를 가벼이 두드리려 하며 말을 잇는다.
"허나 조심할 필요는 있을 게야. 정말로 갓파를 잡아먹으려는 이도 있을지 어찌 알겠느뇨."
미간이 쿡 쿡 두들겨 져 요 어린아이를 잡아먹어 무얼 하겠냐고? 아니 그렇게 잡아먹힐 뻔한 게 한두번이 아니니까 그렇지!!! 이미 신에게 두 번 이나 잡아먹힐 뻔한적 있는 카와자토 아야나. 눈앞의 요괴님도 잡아먹으려 하는 줄 알고 순간 겁에 질려 있었다. 그렇지만 잡아먹지 않는다? 고 한다면 OK입니다. 후히히 하고 웃으며 바로 오토아의 품에 안기려 하는 아야나 되시겠다.
<투표 방법> 웹박수에 [반티] 말머리와 함께 캐릭터 이름과 인증코드(반드시 키워드 공개)를 기입한다. 그리고 자신의 소속 팀을 확인하고 원하는 종류의 반티를 최소 1개, 최다 3개 지목한다. 투표권은 3장 있는 것이다. 얼마큼 쓸지는 제군들의 자유다.
(중요) 인간 캐릭터의 경우 : "팀 변경"을 신청했거나, "밸런스 수호천사"를 신청한 등, 『팀이 변경될 수도 있는 인간』은 본인 판단에 따라 홍팀에 들어갈 경우와, 백팀에 들어갈 경우로 나누어 두 번 투표할 수 있다. 즉, 홍팀과 백팀으로 각각 3장씩의 투표권을 지급받는 것이다. (최종 소속에 따라 홍팀/백팀 중 한쪽만 표가 유효하게 된다) 물론 자유롭게 이 권한을 포기해도 괜찮다. 이 경우에는 현재 소속된 팀으로 투표를 진행하길.
<예시1> [반티] 아카가네 아오이 #힉힉호무리신 1. 맥도날드 옷 2. 사라시さらし
이렇게 단 두 표만 행사할 수도 있다.
<예시2 - 팀이 변경될 수도 있는 인간> [반티] 닝겐 아오이 #힉힉호무리인간 <홍팀> 3. 종이의 집 코스프레 4. 흑백 기모노에 팀별 컬러 타스키 + 이마에 대표색 머리띠 5. 간호사복
<백팀> 5. 간호사복 이렇듯 홍팀과 백팀의 표 행사가 겹쳐도 상관없다. 6. 평범한 아야카미 체육복 그런데 붉은 얼룩이 묻은
홍팀과 백팀의 투표 수가 달라도 상관없다.
<기타 안내> 표를 최종 결산하여 가장 높은 득표가 나온 복장이 해당 팀의, 체육제 내내 입게 될 팀복이 될 것이다. ( 동률이 나올 경우 다이스로 결정 ) 물론 홍팀과 백팀의 반티가 상이하게 나올 수도, 우연히 똑같게 나올 수도 있다.
거기에 친화력까지 좋은 녀석이로다. 아무리 장난이었다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자신을 잡아먹는단 소리 따위를 해 댔던 이에게 이리도 냉큼 안겨들다니? 그러나 딱히 밀어낼 생각은 없다. 아마 아이를 좋아하는 성질이 인간 아이 뿐 아니라 요괴 아이 또한 해당되는 모양이지. 아이가 안겨 들면 두어 번 등을 토닥여주고선.
하기야, 본디 물 아래 살았을 인어에겐 제 존립 자체가 상극일 테다. 빛 한 줌 들지 않는 여건에 익숙하겠으니, 면전 맞대는 것만으로 숨 비쩍 말라감 또한 확연하다. 회고하면 저 인어와 지척 마주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으나, 늘 속을 들쑤셔 놨다. 호흡마다 불쾌한 심기 뻑뻑 뱉어대는 것도 제 업보라 여기기로 했다. 한차례 내쳐지고도 재차 매만지려 손 뻗음에 빗대보면, 여럿 결단한 이후에도 제 무례는 변함없다. 눈가에 두른 천 쪼가리 벗겨내기 전까지 한 수도 물려주지 않으리라. 속에서 되뇌면, 탄내 나는 것이 허공에서 궤도를 바꿔 인어의 뺨 어귀로 향한다.
"답에 든 기지는 좋았으나 이미 몇 번이고 닿았잖아. 그냥 순응하고 내어줄 생각은 없어?"
제 숨통 막겠다면 기꺼이 잠겨 줄 의향 충만했지만, 그 재량으로 앗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나 앞선다. 미련 없는 삶 격에 기대어 향유는 하고 있으나, 이 불씨 진정으로 꺼뜨려 준다고 단언한다면 당장에 일만 배라도 올리고픈 심정이다. 해가 닿지 않니, 바다니, 뭐니 암만 방만하게 지껄여대도 어림없음을 알기에 기대는 전무하다.
"입만 나불대지 말고 제에발 죽여주십쇼. 나도 저 너머에서 연모하던 이 손 잡고 희희낙낙이나 하게."
이죽거리며 답 내놓고 이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카이 카가리라는 명명은 생소함에도 지네라면 자신과 연 깊은 개체 하나가 실존하기는 한다. 제 아래에 두고 자식처럼 돌봤으니 숱한 세월에도 줄곧 추억 뚜렷하다. 물론 저 입에 담긴 이와 동일인이란 확신은 흐릿하니, 구태여 되묻지는 않았다. 제 낯짝 위아래로 쓸고서 익숙한 양 연초 입에 물었다.
"예우로 성불시켜야 저 새끼 후생엔 인간이든 신이든 격 높게 날 것 아냐."
말 마치니 연초 끄트머리에 불이 붙는다. 기침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폐부 깊이 밀어 넣었다 길게 뽑아냈다. 마침 바람도 동으로 불어오니 연기가 스미레 낯을 때리고 갔을지도 모른다.
"너 말라 뒤지던 목 따여 뒤지던 나는 모르겠고. 토달지 말고 내 말대로 해. 싫어? 그럼..."
거기에 친화력까지 좋은 녀석이로다. 아무리 장난이었다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자신을 잡아먹는단 소리 따위를 해 댔던 이에게 이리도 냉큼 안겨들다니? 그러나 딱히 밀어낼 생각은 없다. 아마 아이를 좋아하는 성질이 인간 아이 뿐 아니라 요괴 아이 또한 해당되는 모양이지. 아이가 안겨 들면 두어 번 등을 토닥여주고선.
"해서, 어쩌다 이런 곳에서 잠들게 된 게야?"
주변에 마침 다른 인간 아이가 없어 다행이지, 혹여나 잘못 들켰다면 당장에 ー해서, ー되어, 결국에는 ー한 결말을 맞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것을. 아이가 듣기엔 비교적 살벌할지도 모르는 말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늘어놓는다. 그야, 더 나이 먹은 요괴 입장에서 어린 요괴가 큰 위험에 처하도록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 그렇지. 도라야키라도 먹겠느냐?"
마침 가방 앞주머니에 누군가 주었던 팥빵을 쟁여 놓았던 것이 떠올랐다. 지나치게 단 것은 좋아하지 않아 먹지 않고 놔 두었던 것인데, 과연 이 아이는 받아 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