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러듯 팔짱을 꼭 끼고, 방을 나선다. 널찍한 료칸 내부를 조금 걷다 보면 식당이 나온다. 맛있는 냄새가 입구에서부터 풍겨나온다. 식당에 도착하고서, 안내를 받아 따로 마련된 방으로 들어간다. 적당히 분위기 있는 방 안에 좌식 테이블이 놓여있다. 둘만의 식사를 즐기기에 딱 좋을 공간이다. 역시 비싼 값 하는 곳이라 그런지. 자리에 앉아 잠깐을 기다리면, 첫번째 코스가 내어진다. 형형색색의 접시들이 테이블 위를 장식한다. 꽤나 먹음직스러운 요리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리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면 둘이 먹기 딱 좋은 아늑한 방이 마련되어 있다. 아아, 이래서 내가 이곳에 꼭 오려고 에약을 해 둔 거구나. 이번 여행은 최고의 여행이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면 첫번째 코스가 나온다. 형형색색의 맛있는 일식 요리들이 내어지는 모습은 볼만한 모습이었다. 젓가락을 뜨기전 한가지 들어야 할 것이 있어, 미즈호는 잠시 손을 들어 종업원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하려 하였다.
젓가락을 들려다, 멈칫한다. 10병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한다. 모처럼의 여행이고, 게다가 이번은 특별한 여행이니까. 잠깐 놀란 표정을 하긴 했지만, 금세 즐겁게 미소짓는다. 둘이서만 오붓히 마시는 게 싫을 리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술병이 상 위로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 앞의 잔에 사케를 따라준다. 넘칠 정도로 가득.
문득 몇 해 전의 그날이 떠오른다. 경쟁하다시피 서로의 잔에 술을 잔뜩 따라주었던. 그때, 네가 뭐라고 했더라.
문득 서로의 진심을 고백했던 그 날이 떠올라, 기분 따라 한잔 주문하려 하였던 게 손이 커서 10병을 주문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단 둘이서만 마시는 것이고, 각자 주량도 꽤 되는 편이니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각자 5병씩 각각 마시면 어느정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술병과 잔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우 씨의 잔 따르기. 정말로 [ 사랑하는 만큼 ] 따라주셨다. 그렇다면 이쪽 역시 [ 사랑하는 만큼 ] 따라주는 수밖에. 부드러이 웃으며 사케병을 들었다.
피식 웃으며 뺨을 제 쪽으로 돌렸다. 눈빛을 그대로 또렷이 응시했다. 노란 빛에 제 보랏빛만이 온전히 담겨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바로 입술을 겹쳤다. 서로가 서로를 얽매듯 하는 그것은 평소보다 좀 더 격정적이었고, 거칠었다. 굳이 따지자면 니시카타 미즈호 쪽이 그러하였다.
내가 여기 있는데, 어째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나요?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그런 생각 자체를 못 하게 해드리겠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저만을 생각할 수 있도록.
술 10병을 각자 5병씩 비우는 데는 시간이 얼마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잔으로 얌전하게 마시던 미즈호가 두 병을 비울째 될 무렵부터는 아예 병으로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러 온건지 술을 마시러 온 건지 모르겠는데, 이래뵈도 착실히 뭔가를 먹기는 했다. 아무튼 뭔가를 맛있게 먹기는 했다.
“코우 씨……”
잔뜩 술에 취해 뺨이 붉어진 채로, 미즈호는 코우가 앉은 자리에 다가가 목덜미에 팔을 걸다시피 껴안으려 하였다. 참으로 사랑스러우신 분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저, 이곳의 문, 착실히 닫혀 있는 것이겠지요? “
그도 아니라면, 당장 올라가고 싶어지는 마음인 지라.
"한잔 더, 하시겠어요? "
다섯병 째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한잔 더 할거냐고 권하고 있다. 아아, 하지만 아무튼 이정도면 멀쩡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