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바야시는 집어 든 휴대폰의 빛으로 방안을 비추어보면 안 됐다. 애초 이곳에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문에서 멀어지니 고장 난 레코드처럼 수없이 반복되어 들려오던 '손님'이라는 소리가 서서히 잦아든다. 그러나 시꺼멓게 타버린 고목의 뿌리가 발아래. 평범한 가정집의 방안에 커다랗게 뿌리내린 나무의 기괴한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던 것도 잠시, 기어 온 바닥을 플래시로 비추면 현 올라타있는 고목과 마찬가지로 재처럼 까맣게 타버린 시신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저 위를 그대로 기어 왔다는 거잖아.
헤윽- 입에 새어나는 소리를 손으로 틀어막는다.
정리하자면, 천장에는 거미줄처럼 얽힌 붉은 실들에 매달린, 아야카미 학원의 학생들의 인적 사항이 무던히 적힌 나무 패와 사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방안에는 커다란 나무가 자라나있으며 그 한가운데에는 검게 타버린 시체가 있다.
앞은 커다란 나무 기둥으로 막혀있고, 문밖에는 무언가 위험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도망칠 곳이 없다. 네코바야시는 기괴한 암실 속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것이다.
손님 손님 들려오는 소리는 단지 환청이었던 건가, 밖이 아니라 안쪽에서 쿵쿵 찍어대듯 한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현실감이 없다. 그런데, 더욱 밝아오는 정신이 이것들이 전부 실재라 말해주고 있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면 어째서인지 신호가 잡히지 않다 나온다. 분명 상점가의 한복판일 텐데. 긴급전화를 눌러 경찰에 전화를 하는 것이 현 상황에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겠지. 그러나 뚜루루- 뚜루루- 하는 신호음만 반복될 뿐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고요뿐인 방안이라, 전화 신호음은 밖에까지 들렸겠지. 터무니없이도.
이곳에서 살아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을 열고 나가서 무릎 꿇고 싹싹 빌기라도 하면 목숨은 살려줄까. 아니면 재빨리 도망을 가버릴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러기엔 저 시체를 다시 넘어갈 용기가 없는데.
공포에서 도망치듯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이고 굵다란 고목 뿌리에 걸터앉아 무릎을 끌어안고서 바들바들 떨고만 있는 네코바야시였다.
청춘은 언제나 배고파─ 지나가던 꼬맹이,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이벤트에 합류! 마침 당 떨어지던 차에 잘됐다며 군침싹~! 표정이 됐다.(점심 먹은지 1시간 밖에 안지남) 꼬맹이의 삐쭉 바보털이 고교생 사이로 흐느적거리길 여러번. 그새 케이크를 얼마나 집어먹었는지 입가는 온통 크림 투성이..!
"마─ 무보이소─ 직인디─ 꽁짜 딸기예─" 디저트로 배가 빵빵해지자 갑자기 종이 메가폰을 잡고 시식회의 충실한 바람잡이로 변신!! 이런 댕맛도리를 그냥 지나치는 가엾은 중생들아..! 부끄러워 말고 이리 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슨배임─ 요요─ 달다구리─ 하이─ 맛때리뿌씀다─!!!!" 물론 극찬을 아끼지 않는건 덤! 그냥 너 다 먹어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정이며 손짓이며 완전 100% 진심이다.
스무 번 가까이 이어진 신호음. 끝내 이어지지 않을 것 같던 전화 너머에서는 딸깍 소리와 함께 차갑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에 네코바야시가 안도하기도 전에, 문쪽에서부터 들려오는 금속 마찰음. 분명 여닫이문을 밀고 들어왔는데 방안 어디에서도 이런 소리가 날 일 없다.
'なになになになになになになになに'
"네, 네에... 여, 여기는 아야카미쵸 상점가의 '토코요'라는 포목점이에요. 여기에 불에 탄 시체가 있고... 히익, 저, 저 소리 들리세요? 끼이이- 하는 소리... 무서워요. 무서워요. 무서워요. 무서워요. 경찰관님, 도와주세요...."
축축하게 물기 어린 목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알리며, 도와달라 애원하는 네코바야시. 두려움에 무릎을 바짝 끌어안고 있는 소녀가, 평소 110이 전화에 응답하는 시간을 상정할 수 없었던 것은 비단 엄습해오는 공포 때문만이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