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저게 무슨 꼴이람. 지금 이 스미레의 옷을 저렇게 입었다는 사실에 눈이라도 감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폐목하여도 눈앞 현실이 거짓이 되는 일 없음을 명백히 알고 있는지라 한숨만 꾹 삼켜냈다. 게다가 셔츠뿐이잖아. 치마와 재킷은 어디에 둔 거야? 설마 먼지 나는 곳에 내팽개쳐둔 것은 아니겠지? 이쪽은 얼마나 깔끔하고 온전하게 가져왔는데! 물론 신장 차이 탓에 구김은 어쩔 수 없다만, 일의 발단은 저가 아니니 책무감은 부재하다. 뒤 돈 그녀를 마주하고 믿을 수 없다는 양 눈을 두어 번 깜빡인 스미레는 지체 없는 발걸음으로 성큼 다가갔다.
누가 무신 아니랄까 봐 다짜고짜 전투태세다. 품위 제로, 기품 제로, 교양 제로. 거칠고 야성적이기까지. 한쪽 눈썹을 들썩인 스미레는 검지로 걷은 소매를 가리킨다. 불쌍한 내 와이셔츠.
"있지,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음 좋겠는데. 신장 차를 의식하고는 있어? 혹 찢어지기라도 할까 이 스미레 심장 떨리거든."
고저 만무한 어조로 뇌까리는 낯은 지극히 무미건조하다. 심장 떨리긴, 과장하는 거지. 하지만 정말 찢어지거나 한다면 수선하는 등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니 걱정은 됐다. 스미레는 살풋 질린다는 낯으로 검지 손가락을 쥔 주먹으로 옮겼다.
"이래서 무신이란……. 좀 치우지? 세상은 이제 야만 사회 아닌 문명사회이니, 그에 걸맞게 굴어야 하지 않겠어."
반신은 동물, 반신은 인간이면서 야생 바다에 사는 인어가 그리 말한다. 태생부터 모순을 떨칠 수 없는 종족, 인어는 다시금 어쩔 수 없이, 또 운명적으로 모순을 입에 담고. 우습게도 인간 같은 사고를 했다.
천 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대답을 내놓으면서, 신은 조금 어색하게 웃으면서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고 보면 한 인간의 생각을 이렇게 가까이서 귀기울여 듣는 것도 처음이다. 비록 친구 맺는 것은─ 솔직히 말해, 신이 인간의 껍질을 쓰고 인간계까지 내려왔으면 인간 학생들이 그렇게 떠드는 「친구」라는 것 한번쯤은 만들어봐야 하지 않느냐는 지극히 경박한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포부였지만, 인간 틈에 스며들고 싶은 것은 진심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두겁을 쓰고 이렇게 있지도 않았으니까. 권력자의 향방을 이 눈에 똑똑히 담아두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그러니까아─ 알고 지내고─ 가까워지고─ 이야기 하고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오─ 맛있는 것도 먹고 말도 걸고오오─... 이렇게 하는 게 맞았었지???? 따, 딱 이렇게만 하면... 히히..."
즉시 멍청한 얼굴이 되어 무식하게 방법론만을 읊는 것을 보면 아직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엔 한참 멀었지만.
>>802 아기올챙이 과거 무슨일이야.......? 연못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거 생각하면....진짜 내 마음 힘들다................ 아기를 혼자 두지 마........ 🥹🥹🥹 >>825 이정도 오케이야? 선 안쪽이야?!!! 다행이야~!!!!!! ;;;ㅁ;;;; (늘 지문 쓰면서 쫄리는 사람) >>828 나기주 잘자 쫀밤~ <:3
그래도 이 선배라면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었으며, 결국엔 자기가 하기 나름이 아니겠는가. 그보다 선배치고는 뭔가 제법 귀여운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살며시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제 주인이 어째서 이 선배를 은근히 괴롭히는지 잘 알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선배가 노력하면 반드시 그 결과가 따를 거예요."
그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잘할 수 있다는 듯이 확신을 가진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후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돌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오이에게 인사를 보냈다.
"그렇다면 저는 슬슬 가볼게요. 연이 있다면 또 보도록 해요. 선배."
꾸벅. 늘 하는 그 인사 자세를 취하면서 그는 살며시 뒤로 돈 후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또 다른 연이 생긴 것에 만족하며... 더 나아가 제 주인에게 조금은 자제를 해줄 것을 부탁하기로 결심하며.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를 줄게! 일상 수고했어! 캡틴! 아오이...귀엽다!! 너무 귀엽다!!
뭐, 태연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해도 그라고 해서 지금 상황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처음 옷 가져왔을 적 대충 훑어 보았던 것보다도 더 낄 줄은 몰랐다. 그러니 옷 다시 바꾸자 한다면 협조할 마음 없지는 않았는데…….
"이다지도 조이는데 의식 않을 리가."
그런데 웬걸. 어쩐지 순순하지가 않다. '이다지도'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지금껏 풀어헤치고 있던 셔츠 단추를 다시 잠갔다. ……셔츠의 재봉 마감과 단추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뻔하도록 공교로운 행동을 봐선 명백하게 고의다.
"비린내 나는 것이 문명 운운은 우습군그래."
사람, 아니 요괴를 앞에 두고 일부러 기분 상하게 굴다니. 무신은 본래 상대를 보란 듯 골리거나 화가 난 꼴 보기를 즐기는 성향이 아니었다. 도발하는 말이나 어쭙잖은 놀림보다는 칼과 주먹이 더욱 빨랐으므로.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러고 싶더라도 그러지 못하고, 순순히 넘겨주기엔 저 요괴 어태가 꽤 괘씸해서 그만. 즉 첫마디가 곱지 않아서, 답지 않게도 속을 긁고 싶어졌다 이 말이다. 기어이 목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단추를 채운 그가, 눈살 찌푸리며 쾌히 웃는다. 그 상태로 팔짱을 끼니 어깨를 고정한 바느질 선마저도…… 차라리 죽여 달라 외치기 직전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리도 간곡하다면 마땅히 숙정한 태도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리 말하며 능청스럽게도 시선 딴 데로 돌리며 딴청 피우기까지. 1200세 먹은 신께서 200세 요괴 괴롭히고 있으니 아주 유치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