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제 입장도 입장이기에. 그건 선배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데... 곤란할까요?"
정말 말 그대로 한 존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고, 자신의 삶 모든 것을 투자하는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자신은 카와자토 가의 아야나를 모시는 존재이며, 외부인에게 제 주인에 대한 이러쿵저러쿵을 떠들 수는 없었다. 자신이 정말로 관계가 없는 외부인이라면 조금은 다른 말을 할지도 모르겠으나... 자신은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입장이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짓궂은 것에 대해서는 저도 어느 정도 말을 할테니까 그 부분은 부디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해요. 선배."
한숨을 쉬는 아오이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유우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미움받으면서 살지는 않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안도를 하지만, 그의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은 있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진지하게 진언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괜찮다면 메신저 아이디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아는 바, 그 분은 선배에게 제일 짓궂어보이니...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락해줬으면 해서요. ...라는 명분은 조금 이상할까요? 그냥 그 분이 그렇게까지 친근하게 대할 정도라면... 저도 선배에 대해선 조금 알고 싶어서요."
장난스럽게 메롱하듯 그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가 집어넣으면서 눈을 곱게 접었다. 물론 거절한다면 자신도 더 요구할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영어 못해도 상관없어요. 저도 고전은 엄청 약하거든요. 솔직히 저번 시험도 어떻게든 반 이상을 맞춘 정도였고..."
“후히히히히 어떻사와요 테아쨩? “ “아야나가 테아쨩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딸기케이크 이와요~~~”
먹자마자 바로 굳은 테루를 향해 아야냐는 예와 같이 후히히 웃으며 물어보이려 하였다. 무슨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잘 준비한 것이겠지? 싶다. 조각상은 대리석으로 만드는 것이고 케이크 조각 음료수 조각 기타등등들도 다 대리석으로 준비한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잘 준비해 온 것이지 않을까?
“자, 그런 의미에서 저도 한 입 먹어보겠단 것이와요.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아야나는 눈앞의 진짜 딸기 케이크를 한입 먹어보이려 하였다. 음, 역시 맛있어! 정말로 맛있어. 잘 준비한 것 같단 느낌이 든다.
뭔가 조금 엉뚱하게 전달된 모양인데...... 뭐, 됐나. 화과자 값은 다 했고, 이 정도 선의면 베풀어줄 대로 베풀어준 거니까. 손을 딱 털기로 결심하면서 입을 딱 다물고 고개를 애매하게 끄덕이는 듯 기우는 듯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는 메신저어어? 얘기에는 미간을 좁히며 어버버할 수밖에 없었다...
"아... 으... 아, 아니... 이, 이상하고 어쩌고 하기 전에... 그... 메... 메신저어... 아, 아이디...? 가 대체 뭐, 뭔데...???"
그게 대체 뭔데... 핸드포온?과는 또 무슨 상관인데... 뭐야 몰라 무서워... 핸드폰하면 그건 알지. 전화를 하는 수단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모든 현대인이 필수 지참하고 있다. 그리고... 셀카아를 찍을 수 있다. 일종의 사진기 기능도 겸하는 셈이지. 그리고 또... 편지도... 아마도 보낼 수 있는 것 같던데....? 저 조그마한 것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기능을 혼자서 떠안았는지. 아까 그 메신저어, 어쩌고 하는 것도 아마도 그런 기능 중... 하나겠지...?
"어, 어어어... 그, 그러니까 말이야... 나 말이지, 그 핸드폰이라는 것부터가... 내가 그게..."
...없는데...
개미만한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눈치를 보며 뺨을 긁었다. 헤헤... 하면서 괜히 어색하게 웃어본 것은 덤이다... 안 웃었을걸!!!!!!!!
어쨌든 핸드폰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 영어니 고전이니 하는 이야기는 미처 신경도 쓰지 못했다... 아니 듣기는 했는데 반응할 여유가 없어...!!!!! 커뮤증에게 얼마나 매끄러운 대화력을 기대하는 거냐 너!!!!!!!
눈물을 머금고 아야나는 비장의 수단을 쓰기로 하였다. 그게 무엇이냐?? 그건 바로바로.... 조각칼이다!!!!! 조각케이크를 자를 수 있는 유일한 도구!!!!! 사용인에게 부탁한지 얼마 안지나 들고 온 조각칼을 집어 들어선 조심스레 조각케이크(진짜)를 자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느정도 잘 잘리자 그것을 포크 위에 얹어선 아야나는 테루를 향해 내밀어 보이려 하였다.
생각도 못한 반응에 유우키는 당황하며 두 눈을 깜빡였다. 메신저와 아이디를 몰라? 그건 그렇다고 치고 핸드폰도 없어? 뭐지. 그런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정말로 빤히 아오이를 바라봤다. 물론 핸드폰은 없을 수도 있다. 없을 수도 있지만 메신저와 아이디조차도 모른다니. 현대문명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지에서 온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살짝 당황하면서 그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마치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면서 그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고... 공부에 집중하시는 모양이군요. 선배. 확실히 핸드폰이 없으면 입시나 공부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애써 손뼉까지 치며 유우키는 아오이가 마치 대단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와아~ 와아~ 조금은 어색한 환호와 함께. 하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어색하다고 느꼈는지 그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치웠다.
"그... 그럼 혹시 저에게 할 말이 있거나 한다면 2-C...로 와주시겠어요?"
상대에게 연락처가 없다고 한다면, 이렇게밖에는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그는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긁적이며 정말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봄이 끝나가는 날, 평소나 다름 없었을 법 하였던 그 봄 날의 마지막 순간 남은 이 기억을 나는 영원토록 곱씹을 것 이다 야마후시즈메라 불리는 흉포한 무신이 보인 이 친애를 기억하겠지. 더는 피할 수 없는 비일상의 지대에서 예전 처럼 무미건조하게 지낼 수 있을까는 의문이지만, 당장 지금은 눈 앞의 조상님의 석식을 차려주는게 우선일 것 이다.
"조금만 기다려 줘"
나는 카페에서 나와 가게문에 걸린 팻말을 클로즈로 바꾸고, 아야카미쵸를 바라보았다. 신과 요괴가 있는 비일상 땅. 이제는 제법 덥고 습한 바람이 불어온다. 다가오는 여름 날의 묘한 귀기에 홀려 또 다시 비일상에 빠져 허우적 거릴게 분명하지만 지금은 이 끝 봄에 스며든 시작의 기운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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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블랑의 안쪽, 사토 가문의 가정집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 검은 불단에 향을 올린 사내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레이지가 성불하길 아내가 지켜봐주길
조상님이 류지를 보호해주길
날이 조금 습해져 평소에는 내려둔 셔츠를 말려 올린 사내의 팔뚝에 그려진 지네의 문신을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입시와 핸드폰이 무슨 상관인지는 몰라도 일단 수긍하는 쪽이 빠르겠지. 빠르...겠지...? 불러와서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심기에 거슬리지만 지금은 인두겁을 뒤집어썼으니까 뭐. 2학년 C반까지야 어려울 것 없이 찾아갈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잘 응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