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끼익, 끽. 매끄러운 바닥과 실내화 밑창의 마찰음. 통, 통. 경쾌하게 튀겨지는 배구공. 사방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머리 꼭대기에선 체육관 조명이 포말처럼 부서져 내린다. 가장 선호하는 수업이라면 단언컨대 수영, 반대로 원치 않은 수업은 지금 이것. <체육>.물살을 가르던 인어가 중력을 배로 받으며 공기를 가르는 짓을 하기엔 자못 버겁다. 무리라는 소리는 아니고, 좀 귀찮은 정도. 관례적인 스트레칭이 끝나고, 보여주기 식 수업이 몇 분 후 종료되니 체육 교사가 자유 시간을 고한다. 학우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학년이 한 데 뒤섞여 피구 경기를 진행하고, 불참 인원들은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당연하게도 스미레 또한 불참 인원. 체육관 구석, 널브러진 매트 위에 앉아 생수만 꼴딱꼴딱 마시던 중 익숙한 인물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도 통통 튀는 분위기, 반짝이는 땡글땡글한 눈. 해서 그제서야 눈치 챈다. 여기 있는 이 학년, C반이구나. 무료하게 생각하며 아야나는 체육 때 무얼 하나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무심코 눈이라도 마주치면 한 손을 들어 흔든다.
다만 자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삼학년 체육 교사가 큰 소리로 모이라 왼다. 학년 구분을 따로 하지 않고 그대로 절반을 나눈 뒤 선언한다. 오늘은 짝피구-두 명이서 짝 지어 무적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지키는 룰-를 하겠노라고. 눈을 느긋하게 깜박인 스미레는 잽싸게 아야나의 체육복 목깃을 잡아채려 하며.
오늘의 체육 시간으로 따지자면 체육관에서 진행하는 것 치고는 특별할 게 없는 수업이었다.......한 반만 진행하는 것이 아닌 것을 제외하고. 다소 길지 않은 보여주기식 수업시간이 끝나고 잠깐의 자유시간을 맞자. 카와자토 아야나는 끼에엥 소리를 내며 주저앉는다. 다만 카와자토 아야나의 주저앉음시간은 길지 않았으니. 익숙한 인영이 저 멀리서 보였기 때문이다.
'스미스미 선배님! '
끼에엥 거리던 와중에 마침 보인 익숙한 인영. 바로 폴짝 뛰며 손을 흔든다. 저 멀리서도 똑같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이자 만족스럽다는 듯 아야나는 미소지었다. 아, 오늘은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은 곳에서 수업하는 날이었구나! 신난다! 다만 이 신나는 것은 오래되지 않았으니, 쉬는시간이 벌써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종료 사인에 끼엥 하며 일어서는 아야나. 터덜터덜 걸어가 오늘의 체육 수업 설명을 듣는다. 어? 그런데 모이라고 부른 사람이 자세히 보니 2학년 체육 선생님이 아니다. 오늘의 체육 수업은......짝피구라고 한다. 짝 피 구. 2명이서 붙어서 하는 피구. 게다가 2학년과 3학년이 모여서 같이 하는 피구라고 한다. 규칙을 얼추 들은 아야나는 이쯤되서 한가지 생각을 했다. 그럼 이 때 아야나 자신은 누구와 짝을 하게 될까?
누구긴 누구야. 스미스미 선배님이지.
"후히히 당연하여요. 아야나의 짝꿍은 스미스미 선배님 밖에 없사와요. "
목깃이 잡힌 것도 기쁘다는 듯 헤실헤실 웃으며 스미레를 올려다 본다. 이쯤되면 순수한 동경이 맞다. 무적은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아야나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스미레를 향해 말을 하였다.
목깃 붙잡힌 채 특유의 웃음소리를 흘리는 녀석을 바라보면 절로 흐뭇함이 몰려온다. 깜찍하긴.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을 깨고 픽, 웃곤 잡은 옷가지를 놔주었다. 애초에 얘 아니면 할 애도 없었다. 친구 없는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대개 마찬가지로 성질 독특하여 제 언사에 신경 쓰지 않을 무심한 것들이라. 괴짜들과 함께 하기보단 무해하고 귀여운 맛이 있는 후배와 하는 게 백만 배 낫다. 그리고 그 후배는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처럼 생겨가지곤, 성향도 덩달아 겁 없이 선언하기에.
"좋지. 스미레의 솜털 하나도 스치지 않을 실력을 기대할게."
이 만한 자신감이라면 부담을 주고 싶은 못된 성정이 튀어나온다. 농조 가득한 어투로 싱긋 눈웃음친다.
그러나 잠시 후……. 스미레는 진실로 솜털 하나 스치지 않고 지킴 당했다. 예상을 상회하는 아야나의 운동 신경에 당황스러울 지경. 물론 보통보다 조금 위의 정도인 듯, 모든 공을 잡는 것은 아니었다(다이스 값에 의거한 서술이옵니다 uu*). 그저 멀뚱히 서서 적절히 피구 공이 튕겨 오르는 꼴만 응시하는 동안 탈락하는 짝들의 수가 급감해 아야나가 집중 공략 대상이 돼서. 아야나 뒤에 서 보호받던 스미레가 그녀의 팔을 그러쥐려 하며 물었다.
"너… 안 아프니? 스미레를 지키느라 꽤나 맞은 듯한데."
아군 측에 있던 공이 몇 번의 공방 끝에 라인 바깥에 서 있던 적군의 손에 들어갔다. 아야나를 살피는 사이, 스미레의 등을 포착한 적팀의 학생이 있는 힘껏 공을 던진다-!
아야나는 진짜로 문자 그대로, 스미레의 솜털 하나도 스치지 않게 지켜주는 데 성공했다. 아니 진짜로,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지켜주었으니까? 물론 모든 공을 잡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정말 잘하는 것은 아니었고 몇몇 개 공만 잡아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아야나가 한 일은 어찌저찌 열심히 뽈뽈뽈뽈 움직여서 스미레를 말그대로 [ 몸빵 ] 하는데 집중해 주는 일이었을 뿐이다. 근데 이 뽈뽈뽈 움직이는 게 의외로 눈에 띄었는지 점점 공이 이쪽을 향해 많이 날아오더니..... 어느새 주변에 짝들은 많이 줄어들고 스미레와 아야나가 남았다. 그렇다.
[ 집 중 공 략 대 상 ] 이 되어버린 것이다ーーーーー!!!!!!!
"끼에엥 아팟"
벌써 공을 몇 개나 잡은 건지 모르겠다. 어찌저찌 공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음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뒤에서 안 아프냐고 묻는 스미레의 물음에는 일단 괜찮다는 듯 살짝 고개만 뒤돌아서 브이를 해보였다.
"후히히 괜찮은 것이와요. 아야나가 스미스미 선배님을 반드시 지켜드리겠사와요. "
하지만 뒤돌아본 틈을 노 리 고 바로 적팀의 학생이 있는 힘껏 이쪽을 향해 공을 던지려 시도하였고......."오잉?" 소리와 함께 아야나는 다급히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자. 과연 아야나는 공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을까?
이 애는 역시 하룻강아지, 아니 하룻캇파라고 해야 할까. 새끼 강아지처럼 낑낑대는 소리에 한 자락 살아있는 양심이 미어지는 듯했다. 이 자그마한 녀석 어디에 때릴 구석이 있다고(엄연히 그저 게임임을 망각한 발언이다). 제 한 몸 불사르는 눈물겨운 광경에 스미레 역시 안절부절. 물론 그러한 기색이 표면으로 티 나진 않고 보기엔 연신 시큰둥해 보이는 낯짝이라는 건 차치하고 말이다.
웃음 잃지 아니하고 승리 사인을 보이는 아야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쩜, 너는……." 숫제 청춘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독백이 이어질 무렵, 아야나가 바삐 움직이고 기습 공격을 막아내었다. 힐긋 반대 진영을 보니 양측 다 한 짝만 남았다. 보아하니 저쪽도 무적이 아니라 지킴 받는 쪽의 신체 능력이 딸리는 듯 지친 표정으로 헐떡임이 보였다. 허나 차이점이라면 저긴 인간, 이쪽은 인어다. 평생을 헤엄만 쳐온 입장에서 육신 지탱하는 하반신 힘 하나는 자신 있었다.
스미레는 바삐 움직여 아야나가 튕겨내기 성공한 공이 선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잡아채 건너편 아군에게 건넸으나 곧장 빼앗긴다. 회피 실력은 이쪽이 능숙한데, 공격은 저쪽이 우위다. 날카로운 공격이 연신 쇄도하다가 이내 어느 때보다 거세게 날라오는 공. 일순 공의 궤도가 느리게 보였다. 마치 주마등처럼. 곧이어 퍼뜩 깨닫는다.
어찌저찌하다보니 남은 사람은 단 두 쌍, 저쪽에 두명 이쪽에 두 명이다. 어쩌다보니 양측 팀 모두 최후의 2인만 남은 셈이 되었다. 어찌저찌 공을 토스하고 막고 토스하고 막고 정신없이 움직이던 사이, 공이 이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저 공을 보는 순간 아야나는 직감했다.
위험하다.
공을 보자마자 아야나는 스미레를 감싸듯 앞으로 나섰고, 바로 공을 막으려 하였으나ーーー막으려 하는 손길보다 공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 공은 아야나를 향해 직격하려 하였다.
"끼이잉"
아, 아파. 엄청나게 아파. 이거.....뭐가 이리 쎄게 날라온거야? 흐려지는 눈으로 스미레를 올려다 본다. 간신히 헤실헤실 웃으며 괜찮다고 웃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