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이누는, 부슬부슬 봄비 내리는 기분 좋은 흙내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여전히 차거운 신당 마루에 배를 깔고 엎드려 벚꽃이 나리는 분홍 편지지 한 장을 앞에 두고서 양손에 펜과 붓을 쥐었다. 하나는 아야나 공이 사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린게츠 공이 사준 것이지. 누구에게, 무어라 적어 보낼까. 작은 강아지는 벌써부터 혀를 샐쭉 내밀고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하고서는 마루에 엎드린 채 양발을 번갈아 느리게 흔들어 발끝으로 나무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종이 위에 삐뚤빼뚤한 글씨를 한 글자씩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 사랑과 관심을 담아、시로사키 하나로부터。 】
앞으로 너는, 내 발닦개가 되어줘야겠어.
그 아래에는 발자국까진 아니고. 빗내에 젖은 작은 엄지발가락 자국만이 콕 찍혀있다. 나름대로 발자국이라 낸 것이긴 하지만. 냄새를 맡아도 꼬순내는 나지 않는다! 느리게 등교를 하고서는, 장난스럽게 쿡쿡 웃으면서, 흰 강아지는 2학년 반으로 올라가 신발장 앞에 서성거리며 아직 얼굴도 마주하지 못한 누군가의 실내화 아래에 편지지를 끼워 넣고 있었는데. 뒤편에서 저벅저벅 들려오는 발소리. 화들짝 놀라서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시금치를 떼며 마주 오는 키 큰 소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조심한 발걸음으로 옆을 지나가려 한다. 방금 편지를 넣은 신발장의 주인이라는 것은 꿈도 모르고서.
죽이진 못해도 꽤나 아플 정도로 물려고 했는데, 이건 대체 뭐지? 이 요괴가 물컹하게 생겨서는 의외로 단단했거나, 그가 힘을 너무 약하게 조절했거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
야마후시즈메의 신생 일천하고도 이백여 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부수고 저항하는 것들은 죽이며 산 평생. 폭거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아왔기에 지금처럼 남을 죽여서도 해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는 역설적으로 어찌 행동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헤실헤실 웃으며 좋다 하는 요괴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심지어 이 녀석은 위협조차도 좋다며 달라붙는다. 무신은 오늘 지금껏 그의 삶에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강적을 조우하게 되었다.
"……하."
신이 얼핏 헛웃음 같기도 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쉬는 숨 따라 그사이 또, 또 개구리인지 도롱뇽인지가 된 요괴도 툭 뱉었다. 그는 그 이상 말 꺼내지 않으며 무덤덤한 낯으로 아야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길었다. 속에서 스멀스멀 배어나오는 어떠한 감정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무신의 생애 아마 이토록 절절히 느낀 적은 다시 없을 이 감정. 무신은 미처 알지 못했으나, 그 감정에 가장 근접한 표현을 붙이자면 그것은 '현타'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옛적에 아주 오래도록 느꼈던 권태감과는 다르다. 현타는 무량한 허탈감과 함께 상당 수준의 지성을 동반하는 증상이니. 그렇다. 야마후시즈메는 깨부술 수 없는 아방함의 벽을 마주한 작용으로 보편적 의미의 제정신에 다소 가까워진 상태가 된 상태였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무신이 말이다!
……뭐,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낙백해 있던 시간은 짧았다.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있던 것도 잠시, 불현듯 두 손이 아야나를 향해 뻗어진다. 무의 극의를 엿본 신만이 다룰 수 있을 신이한 기술을 담아. 그는 주먹을 굳게 쥐고 아야나의 양 관자놀이를 꽈아악눌러서 빙글빙글 주먹 돌리기를 먹이고자 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아플 정도를 노려서. 신적인 경지의 기교와 묘리를 고작 이딴 짓에……? 하지만 무신 나름으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히히 웃는 꼴 계속 지켜보자니 왠지 열받는 것을 어쩌나! 그런 한편으로도 무신은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변에서 폭주열차와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채 실내화를 꺼내기 위해 그 근처에 갔더니 편지가 있었다.
"오!! 이것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부두집에 자주오는 손님은 말했다. 러브레터를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이느냐고. 그리고 그는 대답했다. 러브레터를 받은 자에게 가겠노라고..
"아니지, 일단 내용부터다."
힘차게 혼잣말을 하고는 곧바로 '부욱-' 하고 엄청난 기세로 편지를 찢어발겨, 그 내용을 확인했다. 이것은 확실하게 러브레터였다. 사랑과 관심을 담아 라는 단어는 평범한 편지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표현이 아닐지? 표현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이해못 할 내용은 아니었다.
뱉어짐과 동시에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아야나! 이번에는 본체의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인간형의 모습을 취하라며 던져졌을 때와는 정반대다. 다시 인간형의 모습을 취할 생각을 하기도 전에 머리에 주먹이 닿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장 아픈 부위인 관자놀이를!!!!!!! 후히히 웃던 카와자토 아야나, 아니 아야카에루는 갔다!!!!!!
“히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프와요 신님! 아야나를 놔주시와요!!!!!! “
전력을 다해 버둥거려 요 하지만 놓아질리가 없다. 상대는 그 무신!!!! 잡아먹히기 직전 마지막 발버둥에 불과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 당시 나는 강해지길 원했다. 그것이 물리적인 강함인지, 권력 같은건진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튼간에 강해지고 싶었다.
먼저 누굴 건드리진 않았지만 시비를 걸어오면 아무리 사소한거라도 주먹다짐으로 해결했다. 그 때 당시에는 강해지기 위해서라고 멍청한 소리를 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았던거다. 자신의 처지가, 날 무시하는 녀석들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으면서 떠드는 무리들이.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봤고 모든것에 화풀이했다.
착한척하는 사람도 싫다. 은연히 무시하는 사람도 싫다. 신도 밉다.
하지만 어렸던 그 시절에도 알고 있었다.
내가 제일 싫다.
아무것도 못하던 내가 제일 싫다. 무력하게 울고있던 내가 제일 싫다. 다 잃고 나서야 찌질하게 남한테 화풀이하는 내가 제일 싫다.
강해지고 싶었다.
적어도 어떤 일이 생겼을때 힘이 없어서 지켜보기만 하는 그런 일은 다시 겪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강해지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찌질한 어린아이일 뿐인데.
ㅡㅡ는 다른 사람이 곤경에 빠지면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날 믿는다고 하셨다. 옆집 아주머니는.. 사장님은... ㅡ.. 는 ㅡㅡㅡ.. 는...
- 일단 그 미간의 주름부터 치워봐라. - 왜 도와주냐니, 거 삐딱하게도 보네. - 그냥이다, 그냥.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도 강해진다는게 어떤건지 모르겠다.
그저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됐으면 하고 어두운 방안에서 달빛을 뒤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