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발악. 유예. 도피. 네게 한없이 무자비한 네 운명의 시점에서 지금 이 순간을 비난하고자 한다면 그런 말들을 갖다붙일 수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너도 그도 알량하나마 신의 힘의 한 편린을 쥐고 있다고는 하나, 결국에는 어떤 전능자나 신 같은 것이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고 불안한 한 쌍의 아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 아닌가. 어느 순간에 다가올 죽음과 불행으로부터 평범한 이들보다 한결 더 가깝기까지 한, 이 비극의 도시, 인천첨단공업단지 한가운데에 서있는─ 그러니 너희는 죽음에서도 삶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이 내거는 불문의 법칙의 준엄한 무게를, 서로가 서로의 옆에 있다는 사실로 잠시 잊으려고 하는.
그러나 이것이 발악이면 어떤가, 유예나 도피면 어떻단 말인가. 그 어느 것도 하지 말고, 담담히 운명을 맞이해 어린 양처럼 죽기라도 하란 것인가. 그것은 그것대로 포기요, 체념이요, 또 다른 형태의 도피가 아니던가. 네게서 그럴 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만, 이제 네 옆에는 너를 구원으로 삼고자 하는 불쌍한 길 잃은 별 하나가 하늘을 헤메다 지쳐 네 옆에 내려와 있지 않은가. 가장 위대한 이도 가장 소박한 이에게서 어떤 구원을 구하는 것이 사람이지 않던가. 그 무엇도 죽음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서로는 삶에서 서로를 구해낼 수 있지 않던가.
그러니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발악이라도, 유예라도, 도피라도··· 괜찮다. 네가 무엇을 하건, 이제 네 손을 꼭 쥐고 네 옆에서 함께 걸어줄 이가 있으니.
한겨울 얼어붙은 손을 온수에 녹이는 것마냥 찌르르한 순간을 잠깐 뒤로 놓고, 성운은 너와 함께 좀더 편안한 분위기를 보내고 싶다는 듯 자세를 바꿨다. 좀더 편하고 느긋하게 자세를 바꾸고, 네가 얼굴에 건네어오는 손길에 커다란 털짐승이라도 된 것마냥 거리낌없이 볼을 부빈다. 단 둘만 있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그리고 내어놓는 이름들. 만유 인력을 발견한 위대한 물리학자, 끊임없이 돌을 밀어올리는 형벌을 받게 된 왕, 지하를 다스리는 겨울의 여신. 마지막 것은 성운도 특히 엉뚱맞다고 생각했는지, 희한하네, 하는 네 지적에 맞장구치듯 어깨를 으쓱한다.
“하데스나 플루토가 벌써 다른 사람 이명으로 나간 모양이지.”
4레벨, 대능력자. 인첨공의 능력자들 중에서도 상위 1%에 속하는 이들이라지만 그래도 5천 명은 된다. 여기저기 영단어나 신화, 설화 등에서 이름을 끌어다 쓰다 보면 이름으로 쓸 단어가 모자라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승의 대표적 신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이명으로 삼는다면 그 이름을 갖고 5천 명 중에 한 대여섯 명은 경쟁이 붙지 않겠나. (※ 잠깐 나레이터의 본분을 잊고 메타발언을 덧붙이자면, 뒷사람이 하데스보다 페르세포네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기본적으로 구린데다 어디가 엇나가기까지 한 작명센스의 소유자인 탓이다.) 그런데, 그건 일단 뒤로 하자. 네가 건네어준 트리스트람이라는 이명이 썩 어감이 좋았던 탓이다.
“─「소저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트리스트람」도 좋네.”
···그리고 이제 성운은 두 개를 두고 고민하게 됐다. 트리스트람. 이루지 못한 사랑에 엮인 비극을 독으로 품고, 줄기는 무성했으되 꽃은 피우지 못하고 삶을 등진 자. 성운은 비록 트리스트람과 이졸데의 비극을 알지 못했으나, 왠지 그 이름이 적잖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번의 트리스트람은, 과연 자신의 발로 병상을 떨치고 일어나 수평선을 가르며 다가오는 하얀 깃발을 자신의 두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인가? 성운은 입을 뗐다.
비록 외모뿐인 얘기지만, 그래도 만족하나보다. 은퇴한 연예인 입으로 외모 칭찬을 들은 인물은 손가락 수로도 꼽을수 있다고 감히 뿌듯해 하면서도, “전쟁만 안 나면 제 털은 안전해요.” 라며 리라의 장난을 받아치는 것으로 이 맥락 약한 대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근데… 인첨공 내 인구가 얼마나 된다고. 전쟁 나면 리라도 군에 끌려가지 않을까. 두 사람의 머리털은 캡틴이 징병제가 없다고 못 박아준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리라가 토끼 귀로 톡 칠 즈음엔 그 천에 닿은 부위에 손을 대고 “아야.” 라고 짤막한 반응을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곧 대화 주제에 숟가락 얹는다.
“계속 팔랑거리고 있으면 바람 덕에 시원해지지 않을까요.”
(재미있지도 않은)우스갯소리를 하는데도 목소리는 차분하다. 앞머리를 살짝 집어 눈에 보일 위치로 주욱 집어당겨 보면, 곱슬기 돌던 머리칼이 펴져 그 끄트머리를 각막에 비쳐낼수 있다. 이젠 익숙해진 분홍빛에, 다른 색을 덧입혀볼 창의력도 없어, 경진은 그에게도 금발이 어울릴것 같다는 리라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남에게 채색 덧칠하는 것은 그들의 이미지 선명하니 가능한 것이지만, 본인이 바뀌는 것은 그로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가정이였다. 일생 단 한번도 큰 변화를 겪지 못한 사람이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네, 만들어 주세요. 리라 선배 공인 어울릴것 같다니 당연히 해야죠.”
“유한 선배 닮은꼴이 될 것도 같은데, 재밌을거 같지 않아요?” 실실 웃어보이며 마냥 재밌는 듯 덧붙였다. 리라의 능력은 확실히, 실생활에서도 다방면으로 사용 가능하니 초능력이라는 타이틀에 적합했다.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거나, 강력한 활용이 가능한 공격적인 능력들은 눈에 보이는게 있으니 편리함 외에 멋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 경진과 비슷한 계열 능력자들이 매번 한탄하는 주제였다. 그래서 경진이 자격지심을 품었냐고? 전혀 아니다. 오히려 리라한테 오리 그려달라고 하고 싶은데, 괜한 일 시키는 거라 여길까 맘 속으로 고이 접는 중이다. 드로잉 액추얼라이즈로 그린 동물은 도축 가능하려나, 그럼 전세계 식량난도 -
“제가 살게요. 선배한테 받은게 많으니 이런 기회 생긴 김에 선배 것도 사드리고 싶은데, 안될까요?”
리라의 말에 그 잔인한 상상의 나래가 겨우 격파되어. 여전히 가판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되려 자신이 호의를 보이고 싶다는 투로 거절했다. 머리띠가 딱히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화의 중점을 다른 곳에 둔 탓에 그것에 대한 부정은 못 한 꼴이다. 경진은 이런 관광객 돈 뽑아먹으려 혈안인 곳에서 창렬인 값 내고 예쁘기만 한 잡동사니를 사주는 것으로 보답이 될지를 짧게 고민했지만 결국 결론내렸다: 한순간이라도 재밌으면 된 것이라고. 리라가 손에 들고있는 머리띠와, 그걸 쓴 동월의 모습이 곧 머릿속에 그려져, 그걸 눈치챈 즈음에 경진은 웃음을 작게 터뜨렸다.
“월 선배한테 과분할 정도로 멋있어요.”
그리고 그 근처 진열되어있던 에어버스터 테마 마술봉도 하나 집어, 버튼 하나를 아무런 생각없이 눌러보았다. 그후 경진의 표정변화는 그 어리석은 행동가짐의 곡선을 따라 꺽여들어갔을 것이다. 마술봉의 플라스틱 보석 부분이 녹색으로 눈을 폭격하듯 번뜩이며 아동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흥얼거리는 것에, 경진의 표정은 삽시간에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애초에… 아동용 장난감을 건든 주제에 휘황찬란함을 예상 못한 경진이 바보겠지만.
주위를 짧게 둘러보고 죄송하다고 속삭였다. 아침이라 인프라 전멸하다시피 한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눈빛에 역력했다. 그러나 당혹감 말고도 스친 것이 달리 있었는지, 그 빛무리로부터 금방 추스리고 마술봉을 조심스런 손길로 돌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