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인첨공에 사연 한둘 없는 이 없겠지만, 유독 저지먼트나, 그의 옆에 있는 후배같은 경우에는 꽤 사연이 많은 듯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도움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그저 이렇게 놀면서 조금이라도 기분 전환 시켜주는게 그의 할일이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던가.
"아- 뭔지 알지. 저런거 혼자 타면 어색하니까."
놀이공원에서 짝이 안 맞아서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탈 때의 어색함이란. 이해한다는 듯 고개 끄덕거린다. 도착하면 줄이 생각보다 길지만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기다림이 짧은건 아니라서,
"혹시 네 능력으로 코 앞까지만 몰래 이동하면-"
같은 양아치같은 발언도 농담삼아 했을지도? 인첨공이니까 그런식의 새치기는 금방 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리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워터슬라이드 코앞까지 왔을 거고, 막상 튜브에 탈려니 그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린걸 그녀가 봤을수도 있을 것이다.
"후...후후... 기대되네.."
자신과 같이 탔을 수경이에게, 어쩌면 혼잣말일지도 모르지만,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원래 비워져있어야 옳을 클라우드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폴더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죽은 자의 심장, 깊은 불신, 아름다운 유작……. 클라우드에 자리한 불청객만으로도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람 심리지만, 이런 제목까지 있다는 것을 평범한 사람이 알았더라먼 찜찜해서라도 읽지 않고 삭제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 속내를 들여다 보았다.
3학구 스트레인지의 상세한 지도는 어디에 어떤 스킬아웃이 있는지, 어느 경로에 지름길이 있는지 적혀있었거니와 장부는 절대 정상적인 것이 기록되지 않았다. 실탄, 총, 약물……. 안티스킬에게 넘기면 훌륭한 공적을 세워 당장 스카웃 제의가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것이었으니.
[H: 2xxx.12.05, 담당 연구원 H. 새벽 2시 집도 완료.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소체 코드 '필리'의 뇌세척을 오늘도 성황리에 마무리. 후속 작업은 소체 임시 코드 '나비'에게 위임하기로 했으나 '나비'의 이상 반응으로 연구원 C에게 위임함. (잠시간의 정적) H: '나비'의 이상 반응이 정화 작업 이후 발현된 것 같은데, 조만간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녹취록의 내용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텍스트 파일은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 아무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뇌사자로 판명이 났다지만 한 시간 전에는 분명 숨을 쉬었다. 꿈을 꾸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평온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개떼처럼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수술실처럼 당신이 껍질만 남았을 때, 나는 당신의 가죽을 직접 꿰맬 사람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불 꺼진 병원을 돌아다녀도 사람이 없어 결국 직접 손을 대야만 했지만. 나는 당신을 꿰매며 깨달았다. 외로운 마지막을 배웅해 줄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과, 그 사실이 제법 참담하다는 것을. 그 사실을 인정했을 때, 나는 텅 빈 수술실에서 울었다. 안구도 적출되어 눈두덩이 움푹 파인 가죽이라고 해도, 당신의 감긴 눈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아, 어째서 평온하게 갔는가! 차라리 고통에 표정이라도 일그러뜨렸더라면, 그 사람들이 당신을 이 꼴로 만든 걸 미안해 하기라도 했을 텐데!
아니, 섬뜩한 내용이라면 모를까. 태오는 핸드폰이 울리자 손목을 두드렸다. 그리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나 코마야. 라는 단어를 보더니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입에 물었다. 실내에서는 흡연을 할 수 없으니 막대 과자라도 물고 싶었던 탓이다.
[음… 설마 내가 그런 어두운 곳까지 발을 담갔을까요.]> [그렇다고 설마 내가 남의 손목을 짓이겨서 중고 칩을 가져와 이식할 사람도 아닐 테고.]>
태오는 어느 날을 떠올렸다. 손목은 생각보다 잘 부러지지 않는다.
[예전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쓸어와서 비축했는데 그걸 찾은 것 같네요.]> [축하해요, 쓸 곳은 없겠지만.]> [이스터에그 맞아요.]>
실로 태평한 소리와 함께 태오는 막대 과자를 짓씹었다. 어떠한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다른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가령 별이 자리를 잡고자 거대한 꼬리와 함께 추락하는…….
"굳이 지금 말할 거 뭐 있냐. 준비되면 이야기 해. 그런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니까."
누구나 사연있는 법이고, 말하기 싫은 법이다. 괜히 주변인에게 불똥 튀길까봐 두렵기도 하고, 자신의 치부일수도 있고, 나름의 사정이다. 말하지 않는 것 정도야 그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조차도,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너야 텔레포트가 있으니까...!!"
부럽다. 수경이가 이렇게 부러웠던 적이 없었다. 설령 떨어진다 해도 텔레포트로 샥 지상으로 가면 되니까 걱정이 없겠지. 그러니까 손을 튜브에서 떼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했을까?
"안...괜찮....아...!!!!!!"
공중으로 발사될때 겨우 말하다가, 떨어지면 다시 살떨려서 말이 끊기고, 다시 올라갈때 말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완성된 문장이 단 네글자였긴 하지만. 결국 몇번이나 오르내리고를 반복하고서야 밑으로 내려오고, 물살이 반겨주면 유한은 그대로 튜브 밖으로 몸을 던졌다. 슬라이드가 끝나는 부분에 있는 자그마한 수영장에, 그대로 얼굴을 쳐박아버렸나. 그렇게 해서 결국 정신을 차린게 수십초가 지나고서야, 였을 것이다.
"...한번 더 타자고 할건 아니지?"
그럼 나 진짜 죽을지도 몰라... 라며 부쩍 자신감 없어진 모습이다. 선배의 위엄따윈 고소공포증 앞에서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인천첨단공업단지의 마법 같은 의료기술로도 신속하게 복구시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개중에 가장 대표적인 영역은 정신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상담, 때로는 전기치료나 기술력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직면 요법 따위의 방법을 동원해도 정신은 여전히 아주 느리게 아물고 쉽게 덧나는 예민한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건 때때로, 아니. 사실은 꽤 자주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밤중에 탁상 위에서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 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진동 소리가 하나 더 울렸다. 잠기운 덜 가신 눈을 대충 비비면서 이불을 조심스레 젖히고 구석으로 걸어가 화면을 켜면 읽지 않은 알림 여러 개를 딛고 가장 상단에 떠 있는 메세지 하나가 보인다. 길지 않은 내용은 굳이 잠금을 풀지 않아도 미리보기로 하여금 충분히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리라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여 잠금을 해제하고 메세지 앱을 켰다.
[너는 그 사람을 믿고 있어?]
"......"
위아래로 스크롤. 당연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즉시 뒤로가기 버튼을 연타한 후 요즘 통 들어가지 않았던 SNS를 열어 DM란을 확인한다. 결과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멍청한 짓이었다. 한바탕 소문이 들끓을 때 마구잡이로 날아왔던 쓰레기 같은 내용의 메세지들까지 보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누구야. 이거 누가 보낸 거야. 떨리는 손가락을 겨우 옮겨 다시 메세지 앱으로 돌아가면 지워지지 않은 메세지가 그 자리에 아직 남아 있다.
너는 그 사람을 믿고 있어? 라는 한마디를 곱씹고, 뜯어보고, 이런 장난 문자를 보낸 배후를 유추하려고 졸음 덜 가신 머리를 억지로 굴리기 위해 뇌를 쥐어짤 때마다 두통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두근두근 하는 감각은 누군가를 앞에 두고 느끼던 기분 좋으면서도 다소 아릿한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슴 속에 나비가 나부끼는 듯 간지러운 감각은 온데 간데 없고, 다만 빗장뼈를 갈라버릴 것만 같은 지독한 흉통이 진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고요히 어둠 깔린 방 안을 휘젓던 팔이 뒤로 뻗어져 문고리를 잡았다. 조용히, 조용히, 조용히 움직여야만 한다. 몇 번을 스스로에게 당부한 리라는 이윽고 문 닫히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
"—!!"
그리고 문고리가 소리없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치미는 격통에 리라는 그 자리에서 상체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아슬아슬하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허리를 펼 수가 없어서 벽을 짚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가구 모서리 따위와 정강이가 둔탁하게 충돌하는 소리에 더불어 어딘가가 깊이 긁힌 것도 같다. 그러나 그 정도 통증은 몸속을 실시간으로 장악해 나가고 있는 지독한 압박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서, 리라는 꿈결에 풍겨오는 듯 어렴풋한 피 냄새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가까운 욕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갔다.
"......아니,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혀끝을 살짝 깨물어 현실감각을 깨우기 위해 노력해본다. 알고 있다. 이런 걸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안다. 몇 번이나 겪어본 일이니까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내가 겪는 모든 건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일이다. 사실이 그렇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리라는 건식 타일 바닥에 웅크려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때로는 파악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 법이다.
너는 그 사람을 믿고 있어? 너는 —... 를 믿고 있어? —... 는 —... 를 믿고 있어?
객관적인 위험 요소가 없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자꾸만 일어나면, 심지어 죽을 것 같은 감각마저 야기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매뉴얼은 정해져 있지만 가끔은 따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정신은 여전히 아주 느리게 아물고 쉽게 덧나는 예민한 영역이니까. 그리고 그건 때때로, 아니. 사실은 꽤 자주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지금의 리라는 온전히 안전한 곳에,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메세지 하나를 제외하면 한없이 안락하고 만족스럽기만 한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박호수는 저지른 일에 대한 처벌을 받았고 부원들은 그를 격려해주었으며 해명문까지 발표한 것으로 사건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마음의 상처 또한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걸로 깔끔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만 괴로웠던 어제가 가능성 충만한 오늘과 내일에 영향을 끼치는 게 싫어서 안간힘을 쓰며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처럼 행동하고자 했는데, 그 대단한 다짐도 고작 얄팍한 문장 하나에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안팎으로 따끔거리는 감각이 가라앉은 뒤에도 리라는 좀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멍하니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인천첨단공업단지의 마법 같은 의료기술로도 훼손된 마음은 빠르게 메꿀 수 없을까.
이 소년은 이미 네 흔적에서 너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아니, 진작부터 그랬다. 이런 가디건 같은 직접적인 게 아니더라도, 이미 그는 네게 한번 말한 적이 있지 않았는가. 인첨공의 별 없는 밤하늘을 보면, 네 생각이 난다고. 너는 어떻게 될까. 네게 달렸다. 네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네가 이 소년의 집에 놀러가서, 성운의 여벌 후드티를 빼앗아입고는 무릎 위에 올라타서 과자를 까먹으며 성운이 게임하는 것에 뭐라 쨍알쨍알 훈수 두는 미래가 현실이 될지도. 어느 날에는, 소년이 폐공장이나 네 집에 두고 간 것들을 매만지며 그 소년을 그리는 날이 네게도 올지도.
그 소년이 너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너를 얼마나 마음속에 깊이 새겼는지, 알게 되는 날이 올지도.
그러나 일단, 성운은 네게 가디건을 다시 쥐어주고는 토ㅑ 하고 욕실 속으로 호다닥 달려들어갔다. 가디건에 옅은 피톤치드향을, 이젠 네게도 조금 익숙한 그 체향을 조금 남겨놓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성운이 세수에다가 머리까지 감고 나오는 데에는 정확히 약 십여 분 정도가 걸렸다. 일단 그 머리 길이에 비해서는 확실히 빠른 게 맞긴 맞다. 수건을 다시 가지런히 걸어놓고, 성운은 네 손을 쥐고 가만가만, 네 보조에 맞춰서 다시 거실로 되돌아갔다. 네가 가볍게 손을 톡톡 잡아당기자 성운은 네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성운은, 대답하는 대신에 가만히 허리를 숙여서 아까 네가 했던 것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성운은 다른 한 손으로 자기 배낭 앞주머니를 열고 거기에 손을 쑤셔넣었다. 손끝에는 깡통 립밤이 하나 쥐어져나왔다. 성운은 그것을 쥐고 먼저 소파에 앉아, 네가 옆에 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네가 옆에 앉으면 립밤 뚜껑을 열고 그걸 네 아랫입술에 발라주려고 손가락을 내밀었을 테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씩 되새겨본다.
“뭐가 제일 궁금한지 순서를 고르는 것도 쉽지가 않아. 불렛 경호 임무 때, 그 그림자가 무너뜨린 건물에서 빠져나왔을 때, 내게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선배랑만 계속 이야기하던 거라던가, 네가 공황발작 때문에 쉬었던 그날, 뭐가 널 그렇게 몰아세웠냐던가, 박호수 체포작전 이후로, 왜 그렇게 날 피해다녔냐던가.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저마다 따로따로 원인이 있다면, 네가 지금 꽤 복잡한 상황이라는 뜻이니까. ─동월이나 유한이랑도 자주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그건 굳이 신경쓸 일은 아닌 것 같고.”
복잡한 상황이 맞다. 불렛 경호 임무 때 태오와 있었던 일은, 성운과 맺은 관계에 ‘알량하다’는 단어를 써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깊은 태오와의 관계 때문에 있었던 일이니까. 공황발작은 네가 이야기도 꺼내기 힘들, 거만하고 오만한 네 아비 때문이었고, 박호수 체포작전 이후에는 서로 스케줄이 자꾸 엇갈렸던 것도 있고 그 수상쩍은 이들이 성운의 사진을 갖고 네게 접근해온 탓도 있었으니까.
“그러면 순서대로 이야기해볼까. ─쫌스럽다고 해도 되는데, 사실 이게 제일 섭섭했거든. 그때 제로가 후퇴한 직후에 태오 선배를 구급차에 태우면서 너랑 무슨 관계냐고 물어봤는데, 같잖은 놀이에 자기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화내더라고.”
네가 립밤을 발라주는 손길을 받아들였건 거절했건, 성운은 립밤 뚜껑을 닫고 먼저 음료수 병을 집어들었다. “넌 탄산 마실 거냐, 아니면 이온?” 그리고는 얼음컵을 뜯고, 음료수를 따른다. 그러면서 성운은 네게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로 결심하고 입 안으로 문장을 골랐다.
“태오 선배랑은 정확히 무슨 관계인 거야? 태오 선배가 말하기로는 칠 년 전에나 알고 지냈다고 하던데.”
확실히 오해할 만도 하다. 태오와 네가 데 마레에서 보냈던 시간은 아직 이 소년이 인첨공에 들어오기도 전의 이야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