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후우...이제 마지막인가? 연산을 준비하다가, 청윤선배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모여드는 공모양의 물의 흐름, 거기에 맞춰 탄환모양으로 물을 끌어모아 채운다. 그리고 그 공기탄의 겉면에도 일종의 탄자를 씌우듯 물을 코팅해서 공기를 우겨넣기 더욱 편하게 한다.
"...터트려 볼까요?"
둘러싼 사람들에게 수분으로 가벼운 방어막을 쳐준 후, 단숨에 날린 물폭탄...으음...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 공기물탄? 아무튼, 그게 딱 사이에 들어왔을때. 손가락을 튕기며 탄 내부의 물을 팡하고 터트린다. 겉을 둘러싸던 물은, 하나의 커다란 운동에너지를 담은 파편이 되어... 사정없이 서있는 사람을 날려버릴것이다.
"...와..."
세삼스러운 결과에 놀란다. 강하게 쓰긴 했지만...이렇게 8명정도가 한번에 쫙 하고 나갈줄은... 어느세 링 안은 우리 둘밖에 안남았고.
"썩어도 레벨4...아니, 저지먼트가 이상한거지, 사실 레벨4는 엄청 희귀하긴 하죠???"
새삼스레 본인의 위치를 다시 깨달은채 이 앞 참사를 잠시 바라보다...
호쾌하게 발걸음을 옮겨 링 밖으로 걸어나간다. 완전히 걸어 나간 이후, 홱하고 180도 돌려 언니를 바라본채,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쳐준다.
유한이 커리큘럼을 끝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갑자기 올린 핸드폰의 벨소리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시간에 연락이 올만한 사람은 없었지 않았던가? 저녁이기도 하고, 딱히 급한일도 없어 저지먼트의 일인가 싶었는데... 그에게 연락을 한 것은 번거로운 우정 그 두번째 사내였다. 최근 급성장(말 그대로 급성장이다. 그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도 없고)을 이뤄낸, 그의 소중한 친구.
[ 스트레인지에 잠입해야 되는데 누구한테 조언 구하는게 좋을까? ]
그런 그에게서 상당히 의심스러운 연락이 도착했다.
제 친구도 상당히 비밀이 많고, 얽힌게 많은 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스트레인지에 잠입해야 한다는 그 말이 결코 가벼운 무게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밀이 많을수록 위험해지는 쪽이다.
그렇다 하여 그가 무시할 수도 없는 법이었고.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연락처를 뒤지더니 하나의 번호에 전화를 건다.
- 하이~ 이번에는 왜 연락했어? 저번에 못 다 날린 지건이라도 날리게?
"뭐, 그것도 있긴 한데... 너 지도 아직 가지고 있냐?"
- 스트레인지 구역 지도? 그건 왜?
"좀 오래된거긴 해도... 필요할 것 같긴 해서."
- 엥?
> 자경단_지도_최최최최초치ㅗ치ㅊ최초최종.png > 스트레인지쪽 지도. 우리가 예전에 활동할때 만들던거라 구역도 한정되어 있고, 딱히 최신도 아니긴 한데. > 그래도 잠입한다면 도움은 될거다. 큰 세력들의 위치는 아직도 그대로일테니까. > 잠입하는 법은 그쪽 출신에게 물어보고. 난 다 쳐부수는 쪽이여서 그런건 몰라. > 다치지 말고 멍청하고 몸만 커진 번거로운 우정녀석아.
>>33 거 난이도 높은 걸 원하는구려? 캡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보자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다들 그랬나보네. 오해하는 게 있는데 나는 네 오빠를 버린 적 없어." "동기가 뭐라고 생각하니? 친구보다 더 친구같은 사이지만 달리 말하면 딱 그뿐인 관계라는 거야." "억지부리지마. 화낼 상대는 제대로 찾아." 정도?
양아치, 아니, 유한은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워터파크에 온 기념으로 제 친구들중 하나를 워터파크에 입수시키고 싶었는데... 문제는 제 친구들이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현태오 방이라도 알아내서 쳐들어가볼까."
동월이나 성운이는 나름 이곳저곳 돌아다닐 것 같아서 방으로 찾아가봤자 이득이 없을 것 같았다. 리라나 혜우, 금이는 애초에 여자쪽 숙소니까 논외. 한아지는 괴롭히기에는 양심이 찔렸다. 정당한 소거법(?)에 의해 현태오나 찾으러 다시 돌아가려는 찰나-
"...저기서 뭐하지?"
후배님이 저 멀리서 혼자 있는게 그에게 포착되었다.
"그래서 찾아와 봤습니다-"
나름 반갑게 인사하며 수경이에게 다가오는 그. 수경이와 다르게 수영복 차림이 상당히 익숙한지 수영용 검은색 반바지정도만 입고도 아무렇지 않아보였던가. 뭐, 애초에 수경이와 달리 딱히 그는 평소에 긴 차림으로 다니지도 않았고, 운동부다보니 어쩌면 아무렇지 않은게 당연하겠지만.
"저 멀리서 봐도 숨어있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지. 그런 후배님을 혼자 두기에는 마음이 쓰여서 말이야."
─ 결국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유가 필요할까? 내 앞날을 위해서 당연한 것인데! 물론 다른 장황한 이유를 꾸며낼 것이다. 세상은 자극적인 걸 원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없는 이유보다 더 잔인하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유를 만들어낼 것이다. 언젠가 잡힐 때는 세상에서 쑥덕이는 음모론 중 하나를 적당히 집어주면 환호할 게 분명하다! 나는 비로소 조각이나 뚝딱대는 가짜 예술가가 아닌 진짜 예술가가 되어 우뚝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서한양. 결국 누리랜드에서 나와, 근처의 설렁탕 전문점으로 가버리다. 갓 나온 설렁탕의 간을 본 다음에 소금간을 조금 해주고.. 깍두기국물은 안 넣었다. 이렇게 간을 맞춘 다음에 국물 몇 숟갈을 떠먹은 다음에 " 어우~~ "라며 감탄사를 낸다. 따로국밥이 취향이 아닌 한양은 밥 한 공기를 바로 말았다. 그렇게 소고기와 소면 밥이 전부 숟가락에 모여있다. 한 입 먹어본 한양은 작게 " 허..X이바알.. " 감탄사를 낸다. 이어서 밥 한 숟갈 위에 깍두기를 얹어서 먹어보고, 삼킨 뒤에 오이고추를 한 입 베어문다.
" 하..진짜 미쳐불것다.. "
몇 숟갈 먹어준 뒤에 조각이 큰 깍두기를 한 입 베어문다.
" 아오.. 저 깍두기 씹는 소리.. 거지새X가 왔냐? "
스킬아웃으로 보이는 무리들 중 하나가 뒤에서 한양의 뒷통수를 푹 눌러버린다. 한양의 얼굴은 뚝배기로 직진했고.. 국밥도 버렸고, 얼굴도 젖어버렸다. 그렇게 스킬아웃들은 낄낄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한양은 휴지로 얼굴을 닦으며 그들을 따라나갔다. 아, 물론 계산은 하고.
" 아이고- 손님.. 저 놈들 따라가지 마세요.. 진짜 지독한 놈들이라.. "
" 수고하세요, 사장님. "
한양은 사장의 만류에도 미소를 보이며 감사인사를 드린 뒤에 밖으로 나갔다. 스킬아웃들은 한양이 따라온 것을 보고 낄낄거리며 한양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 푸하하- 저 새X 따라왔어! 저 녀석 4학구는 처음인 건가? "
서한양은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 3학구 놈들도 밥 먹을 때는 안 건드렸는데.. 4학구 당신들은 진짜 진장이예요.. 진상.. 본론만 말할게요. 사과는 필요 없어요. 아까 그 설렁탕 한 그릇값이나 내놔. "
스킬아웃들은 한양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잠시 보다가 모두들 푸하하 웃기 시작했다.
" 야!!! ㅋㅋㅋㅋㅋ 쟤 3학구 녀석이라 우리 잘 모르네ㅋㅋㅋ "
" 3학구 녀석 신고식 좀 치뤄주자. "
서한양도 녀석들을 따라서 소리없이 표정으로만 웃기 시작했다.
" 아아-- 그래요. 그러면 이래야겠다. 제가 초반에 3학구 스킬아웃들의 기강을 어떻게 잡았는지 보여드릴게요. "
이에 한 녀석이 한양에게 다가가서 오른쪽 주먹을 뻗었다. 한양의 얼굴로 말이지. 한양은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꺾으면서 주먹을 피한다. 대놓고 오른쪽 주먹으로 얼굴을 칠거라며 들려있는 어깨. 눈에 뻔히 보이는 움직이었다.
" 아무리 근본없는 길거리 막싸움이어도 , 이 거리에서 직선펀치를 날리면 어떡하나요 - "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펀치를 뻗었다. 녀석의 뻗은 팔 이두박근의 옷깃을 서한양의 오른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한양은 그대로 그 깃을 당겼다. 펀치를 뻗느라 앞으로 실린 녀석의 무게중심이 앞에 실렸기에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대로 둘과의 거리를 완전히 좁힌 다음이었다. 한양의 왼쪽 주먹을 마치 옆구리를 나이프로 쑤시듯이 반복해서 푹푹 찔러넣기 시작했다.
이제 너보다 머리 한 개는 더 큰 키를 하고도, 소년은 벽에 등허리를 기대어 가만히 네 가디건을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일정 비율로 일시적인 피로로 치환되는 체질인데다, 네 세수하는 소리며 코끝에 묻은 네 가디건 향기가 잠깐 눈 붙이기에 절묘하게 좋았던 탓이다. 키가 작을 때보다 묘하게 곱슬기가 더 생긴 것 같은 부들부들한 하얀 머리카락이 복실복실 쏟아져있는 게, 마냥 인상이 날카로워지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조용히, 딱히 코도 골지 않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내며 네 연인은 그렇게 앉아 얕지만 편안하게 잠들어있었다.
그리고, 짧은 접문. 그것은 그를 깨우기 모자라지도 않았고 지나치지도 않았다. 톡, 하고, 아까의 그것보다 확연히 좀더 달고 부드러워진 접촉에, 성운의 감겨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들리는 게 느껴졌다. 채 졸음이 가시지 않은 눈동자가 분명히 보라색임에도 왜인지 블랙 크로우 결전 이전에 너를 더러 프리허그 어떻냐고 뜬금없이 물어오던 그 까만 눈동자 같았다. 졸음을 다 떨치지 못한 목소리가 나직이 너를,
“혜우야.”
하고 불렀다. 좀더 옛날에 너를 부르던 그 어조로. 그리고는 네 강아지 어르듯 하는 손길에 얼굴을 무심코 기대다가─ 잠이 다 깼다. 손끝에 와닿던 성운의 거칠지 않은 피부의 온도가 에스컬레이트하는 게 느껴진다. 다시 이제 네가 좀더 익숙하던 그 눈빛이 새치름하게 가늘어져서는, 귀와 뺨이 온통 발갛게 상기되는 것이다. 헤실헤실 풀어진 모습을 들켜버린 게 부끄러워, 성운은 더 딱딱하게 네 손에서 얼굴을 쑥 빼며 정색했다.
“또 까불지, 천혜우. 내가 무슨 강아지냐.”
하고 툴툴대며 일어난 성운은, “잠 다 깼다. 금방 들어갔다 올게.” 하고는 후다닥 욕실 안으로 도망쳤다. 물 트는 소리며, 물이 얼굴에 부딪는 소리가 요란하다.
성운은 너를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고, 얼마 가지 않아 그는 말끔해진 얼굴을 하고 푹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욕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머리를 감싼 수건을 털어,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감싸 한번 박박 비비고는 팡팡 털었다.
그리고는 네 옆을 지나 거실로 향하면서··· 네 손을 가볍게 꼭 쥐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엄청 많았어. 오늘 이 자리에서 다 이야기하라고 재촉할 생각은 없어.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는 것쯤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너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 혹시라도 너에 대해 뭔가 오해하거나 하고 싶지 않아.”
당신이 미웠지만, 그렇지만 보고 싶었다. 당신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으로 갈팡질팡하는 상태였으니, 당신을 보았을 때는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웃어보아야 할지. 어떠한 표정과 태도로 당신을 마주해야 할지 확실히 정하지 못했을 때. 일주일이 한 달 같았던 그 긴 시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당신이 고개를 내밀면, 명도 낮은 푸른색 눈동자가 당신의 채도 높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오랜만에 보는 당신의 부드러운 미소. 금은 시선을 잠시간 당신에게 두며 눈을 감았다 뜨니, 굳어있던 당신 앞의 후배의 입가에 비스듬한 미소가 걸린다.
"긴장 한 적 없습니다."
여전히 일상적인 당신의 모습이었지만, 금의 마음은 당신을 만났다는 기쁨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상을 찾지 못했다. 더 메세지를 보내지 않았던 자신의 불만과 불안이 당신에게 닿았을까. 금은 아직 물에 젖었을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떼어낸다. 입술을 비죽이며 당신을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선다. 내부를 둘러보던 금은 다시 당신을 향해 돌아선다. 제 문자에 막 준비한듯한 모습이라. 기쁨이 피어올랐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금은 당신에게 다가가, 당신의 손을 갑자기 잡아들려 한다.
"손바닥 좀 봐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하였지만,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에. 그동안 어딘가 다친 곳은 없는지. 잘 드러나지 않은 흔적의 일부를 조금이나마 살피려는 생각이었다.
>>217 >>115에서 보듯 I 성향인 태오는(오너가 E라 I를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도 암튼 I임) 혼자 잘 쉬고 있는데 냅다 쿵쿵쿵 하는 순간+그리고 장난 치려고 다른 사람들 문까지 두드렸다는 거 알게 되는 순간 "장난도 사람 봐가면서 치세요. 다른 부원들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혐성 ㅈㅅ합니다 오너는 얘 사상 동의 안하고 같이 놀고싶음) 하고 문 밖에서 눈도 안 마주치고 얘기할 녀석이라
(7살 이후) " 기회 될 때마다 부모님이랑 연락해. 아버지가 엄청 힘들어하시는 시기가 올거야. 꾸준히 목소리 들려줘야 더 빨리 힘내신다. 끼니는 꼭 거르지 말고. 문제집 별로 안 비싸니깐 교과서로만 공부 안 해도 돼. 돈이 없으면 혼자 낑낑대지 말고 부모님한테 연락드려. "
칩셋 클라우드에 연결되어 있고, 폴더는 각각 따로인데 이름은 시리즈를 구성하는 책 제목으로 되어있고, 그 안마다 스트레인지 지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불법 거래 정황이 드러난 장부, 녹취록 옮긴 파일과 함께 txt파일이 하나씩 있는데... 파일 내부에 극야의 서 인용이 하나씩 있고 막 아무튼 알지 내 마음(?)
>>264 스킬아웃이었던 걸 밝히지 않고, 성운이가 먼저 스트레인지 관련 자료들 싸들고 머리싸쥐고 낑낑대거나 스트레인지에 대해 다른 부원들에게 캐묻고 다니던 걸 금이가 보고 "그건 왜...?" 같은 반응 한다거나..? 👀 (어디까지나 전개를 한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썰풀이에요..!)
>>275 그런 '자경단에 가까운 온건파 불량서클로 시작했던, 하지만 갈수록 심연 범죄조직으로 타락해간' 어떤 스킬아웃 서클이 그렇게 타락한 원인이 지금 목화고에 재학중인 어떤 2학년 학생에게 있다는 제보를 받고 물증을 수집 중이라서, 스트레인지에서 다니는 데에 대한 조언이라면 뭐건 도움이 될 거에요.
>>282 그런데 한양이라면, 성운이가 이거 어쩌지 하고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한양이부터 찾아갔을 거라는 생각이 있긴 해요 👀👀👀
(△△△어디까지나 전개를 한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썰풀이에요..!)
>>280 에헤이 거 뭘 다시 주워담고 그러시나 시나브로 조금씩 하나둘씩 풀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 되는거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성운이 자기도 마실 건 다 마시는데 필사적으로 제정신 유지하면서 혜우 집사 해주고 있고.. 혜우한테 뭐 권하는 애 있거든 외우주 시선으로 쫓아내거나 그럴지도 ㅋㅋㅋ
무슨 소리인지 모를 그는 고개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래도 수경이가 멀쩡해보이니 다행이었던가. 넋이 나간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면 질질 끌다시피 파도풀에 데려가야 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소장님이 너랑 짱 친한가보네.."
저번에는 대타도 뛰어주고, 수영복 추천까지 해주는걸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니다. 나도 우리 소장님하고 보통 사이는 아니지. 젠장. 차라리 보통 사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유한의 의도를 모르는 채 좀 더 가까이 가는 수경을 흐뭇하게 뒤에서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라고 생각하며 마침내 수경이가 좋은 포인트에 위치하고 적당한 크기의 파도가 밀려올 때 쯔음.
"용서해라... 사스케...!"
수경이의 양 어깨를 뒤에서 툭 밀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드립이나 치는 못된 선배. 아마 드립치자마자 직후 몰려온 파도에 의해 휩쓸려 완전히 잠겼을 것이다. 그 다음에 곧바로 일어났겠지만. 그리 수심이 깊은 위치도 아니었고 말이다. 일어나고선 흠뻑 젖은 물기를 대충 닦아내며 수경이가 어디있는지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을까.
>>278 그런 식이라면.... 가능하겠네요. 그런 자료들에 묻고 다니는 걸 보면 신경이 많이 쓰일 테니까요. 지금에서야 다치고 오고 그러진 않을 것 같긴 한데. 하여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법이나, 숨어서 다니는 방법, 주의해야 하는 대상들에 대해서 짚어줄 것 같아요.
>>216 그렇다! 하드한 내용이 주가 되는 소설이지! >;3 머야머야 영화에서... 뭔지 알아맞추는 재미도 있겠는걸...😲
>>224 전부 속에 특별... 이 앙큼캣 어쩜 좋아 달다구리 캣.... 그런데 먹고 토할 것 같아서 지금 좀 내 안의 아이구 혜우야 스트레스성 먹토는 안 된다 아이고와 음. 게로. 심해취향 플텍계 갈게~ 자아가 머리채 잡고 싸움 하아... 아니... 아... 으악 으아악 혜우 머리 복복복 하다가 뚝 떨어지는거 보고 굳는 현머시깽이 생각남
>>228 이것이 바로 디스토피아 이상한 것만 생각하는 자의 뇌에서 나온 책 속 사건 리스트입니다 (음습한 취향이라는 뜻)
>>240 미친건가 싶은 눈으로 쳐다보는 음침남은 있는데... 그... 얘가 연락은 할지가 문제라 선톡 갈겨야만 하는...?
>>251 아악 인첨공을 메워야만 아악 부모님이랑 연락해 아버지가 힘들어하셔 악 아악 현실적이라 더 괴로워 아아악... 혼자 있을 때 운다는 것땜에 두배로 슬퍼 아아악... ... (모에모에뀽 보고 죽음)
>>253 >>260 알고도 콕콕 찌르는 게 정하 매력이니까~ 이 말벌집 조만간 불태워서 없애버릴 테니 걱정 말어... 어? 말벌은 어쩔 거냐고? 너무 많은 건 알지 말고...
태오 그 소리 듣고 한숨 팍 쉬다가 나중에 사과하면 받아주면서 평상시처럼 잠잠해진대... 정하가 어케 받아들이냐에 달렸음 이제... 흑흑 우리 쿨민트T걸아...
>>286 수경이 그래도 배곯고 그럴 일 없어서 다행인데 다행인 건가?(긴가민가) 하는데 아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아니 크아악 플라잉 이과다(비명) 그래도 지각하면 솔직하게 보고하는구나 귀엽구 장해...(복복이
A. 1. 성운이가 시트 내고 나서 한 첫 훈련에서, 어떤 3레벨 애한테 무진장 두들겨맞았음 2. 성운이가 4레벨 되고 나서 한 훈련에서, 그 3레벨 애가 스킬아웃 무리한테 린치당할 뻔한 걸 구해줬음 3. 그런데 다음날 열살도 안된 꼬맹이가 성운이 찾아와서 우리 오빠누나들한테 왜그랬냐고 소리빽지름 4. 알고 보니 그 3레벨 애가 3금융권 대부업체와 연관이 있었고, 고액의 빚을 목줄로 그 스킬아웃 집단을 지속적으로 핍박해오고 있었다는 증언을 받았음 4-1. 최근에는 그 3레벨 애가 스킬아웃 무리에게 오즈 밑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는데, 3레벨 애는 그 댓가로 오즈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반면에 스킬아웃 무리들은 오즈가 박호수와 함께 검거당해버리는 바람에 한 푼도 못 받음 + 은우한테 한 3명이 잡혀갔음 4-2. 스킬아웃 무리들은 오즈에게서 받은 보수로 이번 달치 상환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계획이 공중분해당했고, 그래서 3레벨 애한테 따지러 갔다가 정 돈 못 갚겠거든 내가 아는 연구소에 한 3명 실험체로 팔라고 했다가 폭발한 스킬아웃들에게 린치당할 위기에 처했음 4-3. 2번으로 돌아감 5. 알고 보니 그 스킬아웃 집단은 원래 파산한 연구소의 남겨진 아이들에서부터 시작한 꽤 건전한 공동체였는데, 한번 사채를 쓰고 난 이후에 사채에 목줄이 잡혀 범죄조직으로 전락해갔다는 것을 알게 됨 6. 그 스킬아웃 집단이 어떻게 전락했는가에 대한 기록은 얻었으나, 그 스킬아웃 집단에게 그런 전락을 강요한 게 3레벨 그녀석 혹은 그 녀석의 뒤에 있는 대부업체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없음 7. 그 증거를 찾으러, 3레벨 아이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스트레인지로 들어가려고 계획하는 중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싶었다.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훌쩍 사라지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안전한 곳에 잘 있노라며 일방적인 설득과 이해를 요구했던 자신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대해야만 했다. 한번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어도 이렇게 빨리 얼굴을 마주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마주하는 명도 낮은 푸른 눈동자에 혜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조금 더 진하게 머금고 바라보다가 금의 비스듬한 미소에 키득거리는 웃음을 짧게 터트렸다.
"다행이야. 긴장했으면 어떻게 풀어줘야할지 몰랐을걸."
준비가 덜 되어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로 젖어있는 어깨에 손이 올라왔을 때, 부드럽게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려던 혜성의 말문이 잠시 막힌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요구했던 설득과 설명을 덧붙히지 않는 통보와 이해에 지쳐있을지도 모르는 애한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군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혜성은 자신을 보는 명도가 낮은 자신과 비슷한 눈동자를 바라보다, 설핏 눈가를 찡그리며 잠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어렴풋이 지어보이고 옆으로 조금 물러났다.
금이 방안으로 들어오면 혜성은 방문을 닫았을 것이고. 금은 조금 어지러운 방안의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침대 위의 비스듬히 구겨진 시트나 끌어안고 잤다는 게 명확히 드러나는 베개. 화장대에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에스테틱 제품들. 그리고 방안에 가득 배어있는 옅은 머스크향까지. 방문을 닫고 머리를 다시 말리려 방을 가로 질러가려던 혜성의 걸음은 갑자기 돌아서는 금의 손이 자신의 왼손을 잡았을 때 멈칫했다. 말없이 사라지기 전 있었던 후배의 일에 끼었다가 다친 상처가 손바닥에 남아있는 손이었다.
"다친데 없어. 금아. 진짜로 一 안전하게 있었어."
보여주더라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손을 잡은 금의 행동에 순순히 손을 펼쳐 보이며 속삭이듯 부드럽게 이야기하며 혜성은 수건을 놓고 금의 손등을 자신의 다른 손으로 감싸려했을 것이다.
물을 싫어하는 건.... 좀 나아졌죠. 원래는 튜브에 타면 조난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나아졌다고요 *보트형 튜브가 바람에 밀려서 해수욕장 경계선에 걸린 채 몇시간동안 조난당한 일상(아지랑 돌렸다)이 이전에 있었다. 잠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수경은 눈을 감고 촉각으로 유한이 건드렸는지 알아차렸기에 나았지만요.. 그래도 살짝 발갛게 되긴 했을지도?
"....그런 것 같네요." 무언가가 속삭이지만 지금은 차단해둘 것입니다. 지금은. 정말로 편하게 있고 싶어요. 뭐. 원래 가장 높은 곳에서의 추락이야말로 진정한 것이잖아요?
"한번 더 받으세요." 한 번 더 물을 끼얹으려 시도하는 수경입니다. 모자가 떠내려간 걸 알아서 그렇습니다. 저 멀리 있어서 그런가봐요.
>>305 어여 풀구와 청년 그리고 태오한테 한 번은 그... 경멸은 아니고 그걸 뭐라고 하냐 그 포상 말고 아무튼 그... 아 그래 한심함 태오가 유한이 보는 듯한(유한주: 님아) 시선 받을 준비는 해야함(사유: 북 치고 장구 치더니 결국 얼씨구나 화해했구나 이 구원 받지 못할 필멸자들아)
자캐가_요즘_영화관에_간다면_영화_초이스는 : 서울의 봄 아직도 하나? 그거 보는 거 아님? 현태오 볼만한 영화 취향은 다 고어 혹은 호러 이슈로 청불이라 안 된다(이러기)
수련회_캠프_파이어_때_자캐는_운다or안운다 : 교관: 인첨공 밖 부모님을 떠올려봅시다……. .oO(생물학적으로 구성되게끔 그 요소를 충분히 제공한 존재들.) 교관: 나를 낳아 길러주시고 품어준 어머니와……. .oO(그 외에는 정서적인 유대가 희미한데.) 교관: 가정을 굳건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품에 안아주시는 아버지! .oO(춥다.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
칩을 건드리다보면 여러가지 독특한 설정들이 속속 튀어나왔다. 자신이 쓰는 인지저해 시스템과 보이스 체인저 시스템을 상세히 지정할 수 있는 커스텀 설정을 발견한 것도 이것저것 눌러보며 발견한 것들이었다.
"하."
혜성은 K를 비롯한 스킬아웃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서브계정을 만들어 설정하고 있던 중, 처음보는 클라우드가 눈앞에 펼쳐지자 어이없다는 듯 숨을 토해냈다. 이놈의 칩은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뭐가 이렇게 숨겨져 있는걸까. 섬뜩한 제목들로 이뤄진 클라우드 속 폴더들. 건드려야하는가, 건드리지 말아야하는가. 잠시 생각에잠겨 있던 혜성의 손이 폴더 하나를 터치해 새 홀로그램 창으로 띄웠다.
장기밀매 스캔들 이라는 제목의 폴더였다.
열린 폴더 속 내용을 주욱 읽어내려가던 혜성의 그늘진 파란 눈동자가 잔뜩 구겨지더니 이마를 감싸고 한숨을 토해냈다. 뭣됐다.
"...아..."
이거 지뢰 밟은 거 아니겠지. 한번 더 한숨을 내쉬고 폴더 속 스트레인지 지도와 장부, 녹취록으로 추정되는 파일. 그리고 텍스트 파일들을 보며 혜성은 눈가를 찌푸리며 짧게 생각을 정리했다. 곧 혜성은 자신의 본계정에서 한 연락처를 찾아 서브계정으로 옮겨서 연락을 보냈다.
>[애들이 네 방문 두드리는 소리 시끄럽더라.] >[(삭제된 메세지)] >[(클라우드 폴더와 폴더 속 파일들을 캡쳐한 이미지 파일)] >[네가 말한 이스터에그가 이거야?]
입가를 덮은 손 아래로 혜성은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치켜올렸다. 일순 여름의 하늘같은 눈동자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삼켜진다.
가끔 연구소를 못 가거나 안 가는 날이 오면 그 전 날, 유준의 사무실에 그 날 입은 겉옷을 놓고 가곤 했다. 아메가 나를 기다린다는 걸 알게 된 후로 그렇게 했다. 그러면 다음 날 내가 연구소에 가지 않아도 나를 대신한 옷에 쏙 들어가 편안히 자고 있는 아메의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성운도 그럴까.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가슴 안 쪽이 간지러워졌다.
부드러이 깨운 성운이 눈을 떴을 때 살짝 과거 생각이 났다. 그리 오래 전은 아니었다. 성운이 아지와 프리허그를 다녀왔다던 그 날, 나를 보며 허그할래요? 라고 묻던 순박한 소년의 눈빛이었다. 나직하게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도 조금 낮아졌지만 그 때 그 부실에서의 울림이 남아있었다.
아아, 역시 성운은 성운이구나. 그 때도, 그 때도, 그리고 지금도, 전부 서성운이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별빛 소년이었다.
조금 더 귀엽게 있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곧 잠이 다 깬 성운의 얼굴이, 호르르 달아오르는 걸 보았다. 그러더니 부끄러웠는지 툴툴대길래 그만 작게 웃어버렸다.
"히히! 강아지마냥 좋다고 부빌 땐 언제구."
후닥 욕실로 도망쳐버리는 뒷모습이 새삼 귀엽게 보여 또 웃어버리긴 했다.
금방 다녀오겠다더니 정말로 금방 나온 성운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세수가 아니라 아예 머리를 감아버린 걸까? 머리를 털 때 물이 안 튀게 살짝 떨어졌다가, 성운이 손을 잡아오자 그대로 내어주고 같이 거실로 들어갔다.
잠 다 깼다고 했으니 다시 소파로 가서 앉을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성운이 먼저 말했다. 눈물 범벅으로 두서없이 쏟아냈던 말들을 평소처럼 차분히 정리한 말이었다. 나 역시 그러려고 온 것이기도 해서, 잡은 손은 살짝 흔들며 대답했다.
"나 있지, 남에게 내 얘기 하는 거 너무 오랜만이라, 묻지 않으면 말해주기 어려워."
그래도 있지-
"네 말대로 오늘 전부를 말해주긴 어렵겠지만, 묻는 건 있는 그대로 대답해줄 수 있게 노력할게."
내가 성운에게 물을 건, 당장은 생각나는게 없기도 하니 오늘은 아마 오롯이 내 얘기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잡은 손을 톡톡 당겨 나를 보란 신호를 주었다. 돌아보면 생긋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잡은 손을 이끌어 소파로 가서 앉으려 했다. 성운 먼저 앉히고 나도 그 옆에 앉아 테이블에 놓은 편의점 봉투를 열어 탄산과 이온 음료수와 과자 몇 봉, 판초콜릿 여럿, 그리고 얼음컵 두 개까지 꺼내놓곤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뭐부터 물어볼래? 한 번에 하나씩 아니어도 돼. 제일 궁금한 것부터 차례대로 알려줘."
그것이 휴가를 출발하기 전날이나 전전날쯤이었을 것이다. 방학 중이라고 해도, 저지먼트 부원이라면 이따금 저지먼트 부실에 들릴 일이 있었다. 방학 중 순찰 일정을 확인하거나, 순찰을 시작하거나 마감하러 부실에 들리거나, 뭔가 필요한 서류를 열람하거나 발급받는-정확히는 부실 컴퓨터에서 출력하는- 등 말이다. 아마 윤금 역시도 그런 일이 있어서 부실에 들렀겠지.
거기서 금이 본 것이 이상한 공책이었다. 보통이라면 금의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이고, 금에게 남의 공책을 허락도 없이 훑어보는 습관이 있지도 않았을 터이나, 우연히 펼쳐져 있던 어느 한 페이지에 스크랩되어 있던 사진들이 금의 시선의 초점 정가운데에 들어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리고 그 스크랩된 사진들이 금에게 대단히 익숙한, 스트레인지의 어느 특징적인 구조물을 찍은 사진이었다는 것도.
다행히도 그 공책에 스크랩된 그 사진은 우연히 그것을 찍었을 뿐이었고, 공책에 정리된 내용은 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거기에는 단정한 필체로, 스트레인지에 잠입하는 법 등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해서 정리한 것이 적혀있었다. 문제는, 거기 정리된 내용 태반이 스트레인지에 대해 수박 겉핥기로 아는 초짜의 뇌피셜이거나, 아예 스킬아웃 조직에서 어중이떠중이들 걸러내려고 흘린 역정보거나 하는, 아주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공책 내용대로 하면 한 시간만에 외지인에게 적대적인 스킬아웃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일 게 자명해보였다. 그나마 거기에 ‘확실하지 않은 정보. 부원 중에 스트레인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자.’라는 메모가 적혀있다는 점이었을까. 거기에는 부부장인 서한양 외에도, 현태오, 류애린, 유한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 윤금의 이름은 없었다.
금이 그 공책에서 신경을 끄고 다시 자신이 보려던 용무로 돌아갔을 때, 그 공책의 주인이 부실로 들어왔다. 서성운. 초여름 섬에서 휴가 보냈을 때에는 작은 토토로던 친구가, 못 보던 새 무슨 일이 있었나 원령공주의 모로가 되어 있는 이상한 동기였다. 성운은 윤금에게 가볍게 목례해보이고는, 부실을 가로질러 그 노트를 집어다 가방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모자를 줍고, 다시 자신의 앞으로 온 수경이. 볼 수는 없었지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대충 능력을 썼겠거니 싶었던가? 그리고 그 반응은, 부러웠다...였지. 텔레포트 능력 부럽다.
"뭐, 워터파크에 파도풀만 있는건 아니니까!"
말끝을 흐려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수경이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니 워터슬라이드 종류가 보인다. 근데, 너무 크지 않나 저거. 수경이는 텔레포트가 있으니 언제든 탈출할 수 있어도 그는 능력을 쓰면 빠른 속도로 날아갈 뿐이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조금 쫄리긴 한데...
"후배님이 타러가자고 한건데 타러가야지. 선배가 뺄 수는... 없지. 응."
두렵긴 한데, 막상 두려운걸 티내자니 그의 억지에 어울려준 후배가 처음 부탁한거에 부담주는 것 같고. 결국 어색하게나마 웃는 모습으로 수경을 바라보는 유한이었다.
"그럼 가볼까?"
어깨 으쓱하고, 걸어가야한다면 자길 따라오라는 듯 앞장서서 갔을 것이다. 수경이가 편하게 텔레포트 시켜준다면 잡고 이동시켜 달라는 듯 손 내밀었을 것이고.
인첨공에 사연 한둘 없는 이 없겠지만, 유독 저지먼트나, 그의 옆에 있는 후배같은 경우에는 꽤 사연이 많은 듯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도움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그저 이렇게 놀면서 조금이라도 기분 전환 시켜주는게 그의 할일이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던가.
"아- 뭔지 알지. 저런거 혼자 타면 어색하니까."
놀이공원에서 짝이 안 맞아서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탈 때의 어색함이란. 이해한다는 듯 고개 끄덕거린다. 도착하면 줄이 생각보다 길지만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기다림이 짧은건 아니라서,
"혹시 네 능력으로 코 앞까지만 몰래 이동하면-"
같은 양아치같은 발언도 농담삼아 했을지도? 인첨공이니까 그런식의 새치기는 금방 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리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워터슬라이드 코앞까지 왔을 거고, 막상 튜브에 탈려니 그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린걸 그녀가 봤을수도 있을 것이다.
"후...후후... 기대되네.."
자신과 같이 탔을 수경이에게, 어쩌면 혼잣말일지도 모르지만,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원래 비워져있어야 옳을 클라우드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폴더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죽은 자의 심장, 깊은 불신, 아름다운 유작……. 클라우드에 자리한 불청객만으로도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람 심리지만, 이런 제목까지 있다는 것을 평범한 사람이 알았더라먼 찜찜해서라도 읽지 않고 삭제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 속내를 들여다 보았다.
3학구 스트레인지의 상세한 지도는 어디에 어떤 스킬아웃이 있는지, 어느 경로에 지름길이 있는지 적혀있었거니와 장부는 절대 정상적인 것이 기록되지 않았다. 실탄, 총, 약물……. 안티스킬에게 넘기면 훌륭한 공적을 세워 당장 스카웃 제의가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것이었으니.
[H: 2xxx.12.05, 담당 연구원 H. 새벽 2시 집도 완료.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소체 코드 '필리'의 뇌세척을 오늘도 성황리에 마무리. 후속 작업은 소체 임시 코드 '나비'에게 위임하기로 했으나 '나비'의 이상 반응으로 연구원 C에게 위임함. (잠시간의 정적) H: '나비'의 이상 반응이 정화 작업 이후 발현된 것 같은데, 조만간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녹취록의 내용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텍스트 파일은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 아무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뇌사자로 판명이 났다지만 한 시간 전에는 분명 숨을 쉬었다. 꿈을 꾸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평온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개떼처럼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수술실처럼 당신이 껍질만 남았을 때, 나는 당신의 가죽을 직접 꿰맬 사람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불 꺼진 병원을 돌아다녀도 사람이 없어 결국 직접 손을 대야만 했지만. 나는 당신을 꿰매며 깨달았다. 외로운 마지막을 배웅해 줄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과, 그 사실이 제법 참담하다는 것을. 그 사실을 인정했을 때, 나는 텅 빈 수술실에서 울었다. 안구도 적출되어 눈두덩이 움푹 파인 가죽이라고 해도, 당신의 감긴 눈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아, 어째서 평온하게 갔는가! 차라리 고통에 표정이라도 일그러뜨렸더라면, 그 사람들이 당신을 이 꼴로 만든 걸 미안해 하기라도 했을 텐데!
아니, 섬뜩한 내용이라면 모를까. 태오는 핸드폰이 울리자 손목을 두드렸다. 그리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나 코마야. 라는 단어를 보더니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입에 물었다. 실내에서는 흡연을 할 수 없으니 막대 과자라도 물고 싶었던 탓이다.
[음… 설마 내가 그런 어두운 곳까지 발을 담갔을까요.]> [그렇다고 설마 내가 남의 손목을 짓이겨서 중고 칩을 가져와 이식할 사람도 아닐 테고.]>
태오는 어느 날을 떠올렸다. 손목은 생각보다 잘 부러지지 않는다.
[예전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쓸어와서 비축했는데 그걸 찾은 것 같네요.]> [축하해요, 쓸 곳은 없겠지만.]> [이스터에그 맞아요.]>
실로 태평한 소리와 함께 태오는 막대 과자를 짓씹었다. 어떠한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다른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가령 별이 자리를 잡고자 거대한 꼬리와 함께 추락하는…….
"굳이 지금 말할 거 뭐 있냐. 준비되면 이야기 해. 그런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니까."
누구나 사연있는 법이고, 말하기 싫은 법이다. 괜히 주변인에게 불똥 튀길까봐 두렵기도 하고, 자신의 치부일수도 있고, 나름의 사정이다. 말하지 않는 것 정도야 그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조차도,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너야 텔레포트가 있으니까...!!"
부럽다. 수경이가 이렇게 부러웠던 적이 없었다. 설령 떨어진다 해도 텔레포트로 샥 지상으로 가면 되니까 걱정이 없겠지. 그러니까 손을 튜브에서 떼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했을까?
"안...괜찮....아...!!!!!!"
공중으로 발사될때 겨우 말하다가, 떨어지면 다시 살떨려서 말이 끊기고, 다시 올라갈때 말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완성된 문장이 단 네글자였긴 하지만. 결국 몇번이나 오르내리고를 반복하고서야 밑으로 내려오고, 물살이 반겨주면 유한은 그대로 튜브 밖으로 몸을 던졌다. 슬라이드가 끝나는 부분에 있는 자그마한 수영장에, 그대로 얼굴을 쳐박아버렸나. 그렇게 해서 결국 정신을 차린게 수십초가 지나고서야, 였을 것이다.
"...한번 더 타자고 할건 아니지?"
그럼 나 진짜 죽을지도 몰라... 라며 부쩍 자신감 없어진 모습이다. 선배의 위엄따윈 고소공포증 앞에서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인천첨단공업단지의 마법 같은 의료기술로도 신속하게 복구시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개중에 가장 대표적인 영역은 정신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상담, 때로는 전기치료나 기술력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직면 요법 따위의 방법을 동원해도 정신은 여전히 아주 느리게 아물고 쉽게 덧나는 예민한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건 때때로, 아니. 사실은 꽤 자주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밤중에 탁상 위에서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 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진동 소리가 하나 더 울렸다. 잠기운 덜 가신 눈을 대충 비비면서 이불을 조심스레 젖히고 구석으로 걸어가 화면을 켜면 읽지 않은 알림 여러 개를 딛고 가장 상단에 떠 있는 메세지 하나가 보인다. 길지 않은 내용은 굳이 잠금을 풀지 않아도 미리보기로 하여금 충분히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리라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여 잠금을 해제하고 메세지 앱을 켰다.
[너는 그 사람을 믿고 있어?]
"......"
위아래로 스크롤. 당연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즉시 뒤로가기 버튼을 연타한 후 요즘 통 들어가지 않았던 SNS를 열어 DM란을 확인한다. 결과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멍청한 짓이었다. 한바탕 소문이 들끓을 때 마구잡이로 날아왔던 쓰레기 같은 내용의 메세지들까지 보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누구야. 이거 누가 보낸 거야. 떨리는 손가락을 겨우 옮겨 다시 메세지 앱으로 돌아가면 지워지지 않은 메세지가 그 자리에 아직 남아 있다.
너는 그 사람을 믿고 있어? 라는 한마디를 곱씹고, 뜯어보고, 이런 장난 문자를 보낸 배후를 유추하려고 졸음 덜 가신 머리를 억지로 굴리기 위해 뇌를 쥐어짤 때마다 두통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두근두근 하는 감각은 누군가를 앞에 두고 느끼던 기분 좋으면서도 다소 아릿한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슴 속에 나비가 나부끼는 듯 간지러운 감각은 온데 간데 없고, 다만 빗장뼈를 갈라버릴 것만 같은 지독한 흉통이 진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고요히 어둠 깔린 방 안을 휘젓던 팔이 뒤로 뻗어져 문고리를 잡았다. 조용히, 조용히, 조용히 움직여야만 한다. 몇 번을 스스로에게 당부한 리라는 이윽고 문 닫히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
"—!!"
그리고 문고리가 소리없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치미는 격통에 리라는 그 자리에서 상체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아슬아슬하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허리를 펼 수가 없어서 벽을 짚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가구 모서리 따위와 정강이가 둔탁하게 충돌하는 소리에 더불어 어딘가가 깊이 긁힌 것도 같다. 그러나 그 정도 통증은 몸속을 실시간으로 장악해 나가고 있는 지독한 압박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서, 리라는 꿈결에 풍겨오는 듯 어렴풋한 피 냄새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가까운 욕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갔다.
"......아니,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혀끝을 살짝 깨물어 현실감각을 깨우기 위해 노력해본다. 알고 있다. 이런 걸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안다. 몇 번이나 겪어본 일이니까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내가 겪는 모든 건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일이다. 사실이 그렇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리라는 건식 타일 바닥에 웅크려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때로는 파악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 법이다.
너는 그 사람을 믿고 있어? 너는 —... 를 믿고 있어? —... 는 —... 를 믿고 있어?
객관적인 위험 요소가 없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자꾸만 일어나면, 심지어 죽을 것 같은 감각마저 야기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매뉴얼은 정해져 있지만 가끔은 따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정신은 여전히 아주 느리게 아물고 쉽게 덧나는 예민한 영역이니까. 그리고 그건 때때로, 아니. 사실은 꽤 자주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지금의 리라는 온전히 안전한 곳에,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메세지 하나를 제외하면 한없이 안락하고 만족스럽기만 한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박호수는 저지른 일에 대한 처벌을 받았고 부원들은 그를 격려해주었으며 해명문까지 발표한 것으로 사건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마음의 상처 또한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걸로 깔끔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만 괴로웠던 어제가 가능성 충만한 오늘과 내일에 영향을 끼치는 게 싫어서 안간힘을 쓰며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처럼 행동하고자 했는데, 그 대단한 다짐도 고작 얄팍한 문장 하나에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안팎으로 따끔거리는 감각이 가라앉은 뒤에도 리라는 좀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멍하니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인천첨단공업단지의 마법 같은 의료기술로도 훼손된 마음은 빠르게 메꿀 수 없을까.
이 소년은 이미 네 흔적에서 너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아니, 진작부터 그랬다. 이런 가디건 같은 직접적인 게 아니더라도, 이미 그는 네게 한번 말한 적이 있지 않았는가. 인첨공의 별 없는 밤하늘을 보면, 네 생각이 난다고. 너는 어떻게 될까. 네게 달렸다. 네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네가 이 소년의 집에 놀러가서, 성운의 여벌 후드티를 빼앗아입고는 무릎 위에 올라타서 과자를 까먹으며 성운이 게임하는 것에 뭐라 쨍알쨍알 훈수 두는 미래가 현실이 될지도. 어느 날에는, 소년이 폐공장이나 네 집에 두고 간 것들을 매만지며 그 소년을 그리는 날이 네게도 올지도.
그 소년이 너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너를 얼마나 마음속에 깊이 새겼는지, 알게 되는 날이 올지도.
그러나 일단, 성운은 네게 가디건을 다시 쥐어주고는 토ㅑ 하고 욕실 속으로 호다닥 달려들어갔다. 가디건에 옅은 피톤치드향을, 이젠 네게도 조금 익숙한 그 체향을 조금 남겨놓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성운이 세수에다가 머리까지 감고 나오는 데에는 정확히 약 십여 분 정도가 걸렸다. 일단 그 머리 길이에 비해서는 확실히 빠른 게 맞긴 맞다. 수건을 다시 가지런히 걸어놓고, 성운은 네 손을 쥐고 가만가만, 네 보조에 맞춰서 다시 거실로 되돌아갔다. 네가 가볍게 손을 톡톡 잡아당기자 성운은 네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성운은, 대답하는 대신에 가만히 허리를 숙여서 아까 네가 했던 것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성운은 다른 한 손으로 자기 배낭 앞주머니를 열고 거기에 손을 쑤셔넣었다. 손끝에는 깡통 립밤이 하나 쥐어져나왔다. 성운은 그것을 쥐고 먼저 소파에 앉아, 네가 옆에 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네가 옆에 앉으면 립밤 뚜껑을 열고 그걸 네 아랫입술에 발라주려고 손가락을 내밀었을 테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씩 되새겨본다.
“뭐가 제일 궁금한지 순서를 고르는 것도 쉽지가 않아. 불렛 경호 임무 때, 그 그림자가 무너뜨린 건물에서 빠져나왔을 때, 내게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선배랑만 계속 이야기하던 거라던가, 네가 공황발작 때문에 쉬었던 그날, 뭐가 널 그렇게 몰아세웠냐던가, 박호수 체포작전 이후로, 왜 그렇게 날 피해다녔냐던가.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저마다 따로따로 원인이 있다면, 네가 지금 꽤 복잡한 상황이라는 뜻이니까. ─동월이나 유한이랑도 자주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그건 굳이 신경쓸 일은 아닌 것 같고.”
복잡한 상황이 맞다. 불렛 경호 임무 때 태오와 있었던 일은, 성운과 맺은 관계에 ‘알량하다’는 단어를 써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깊은 태오와의 관계 때문에 있었던 일이니까. 공황발작은 네가 이야기도 꺼내기 힘들, 거만하고 오만한 네 아비 때문이었고, 박호수 체포작전 이후에는 서로 스케줄이 자꾸 엇갈렸던 것도 있고 그 수상쩍은 이들이 성운의 사진을 갖고 네게 접근해온 탓도 있었으니까.
“그러면 순서대로 이야기해볼까. ─쫌스럽다고 해도 되는데, 사실 이게 제일 섭섭했거든. 그때 제로가 후퇴한 직후에 태오 선배를 구급차에 태우면서 너랑 무슨 관계냐고 물어봤는데, 같잖은 놀이에 자기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화내더라고.”
네가 립밤을 발라주는 손길을 받아들였건 거절했건, 성운은 립밤 뚜껑을 닫고 먼저 음료수 병을 집어들었다. “넌 탄산 마실 거냐, 아니면 이온?” 그리고는 얼음컵을 뜯고, 음료수를 따른다. 그러면서 성운은 네게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로 결심하고 입 안으로 문장을 골랐다.
“태오 선배랑은 정확히 무슨 관계인 거야? 태오 선배가 말하기로는 칠 년 전에나 알고 지냈다고 하던데.”
확실히 오해할 만도 하다. 태오와 네가 데 마레에서 보냈던 시간은 아직 이 소년이 인첨공에 들어오기도 전의 이야기 아닌가.
한편으로는 자신 역시 당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했으면 좋았겠지만, 자신에게 일방적이기만 했던 당신에 대한 미움. 그리고 그 미움에서 이어지는 아직 우리 사이에 말할 수 없을 비밀들에 대해, 현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또 자책으로,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거짓말. 좋아한다는 감정을 모른다면서 자신의 이마에 입 맞추어 왔던 그때처럼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풀어주려 나왔을 것이 분명하다고. 속으로 생각하던 금은 당신에게서 천천히 시선을 거두며 방 안을 조용히 살폈다. 방 안의 풍경은 당신의 구겨진 시트 같은 일상적인 생활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었을까. 방 안의 공기는 당신으로 인해 너무나도 좋아진 머스크 향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당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도요."
그 말을 쉽게 믿지 못하겠다는 듯. 허나 순순히 손을 펼치는 당신의 행동에 금은 당신의 손을 잡은 채 돌리며 유심히 들여다본다. 흰 당신의 손과 달리, 이런 상처가 나있다는 것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손가락 끝으로 그 상처를 훑던 금은 당신이 자신의 손을 덮으며 감싸면 고개를 들었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당신의 눈을 마주하면, 후배의 눈에는 푸른빛의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금은 그 말에 혜성의 손을 놓고, 조금 주저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 예."
말을 끝낸 금은 다정하면서도 간절한 손길로 당신을 꼭 껴안으려고 했을까. 당신이 밀어내지 않는다면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거진 반 묻은 채 있다가, 살짝 놓으며 가까이서 당신을 바라보니, 마치 많은 것을 참고 있던 사람처럼, 얼굴에 일그러진 미소를 띠고 당신을 바라보았을 것이었다.
백업을 해놔야겠다는 것도 그렇고, 방금 고개 끄덕인 것도 그렇고. 짓궂은데 짓궂지 않은 척 하는 건가, 아니면 본인이 그렇다는 것조차 모르는 건가... 어느쪽이든 무섭다.
살짝 후배를 놀려줄려고 했을 뿐인데 어느샌가 본인이 놀림받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유한이었다.
"아, 그렇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탈 수는 있을지도?"
유한만 해도 덩치가 성인 남성 평균보다도 큰 편이고, 수경이 역시 키는 일반 남성들보다도 더 큰 편이었으니... 둘이 타면 상당히 좁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성인 남성 두명이 타는 것도 가능한 크기인만큼, 적당히 그가 몸을 구긴다면 좁더라도 둘이서 탈만은 해보였지.
"한번쯤은 타볼만 하겠지. 자, 가보자고."
아까처럼 텔레포트 시켜달라는 듯 손 내미는 그였다. 어쩐지 조급해보였던건 빨리 이 악마같은 워터슬라이드에서 벗어나고 싶은 까닭이었다. 두 사람이 텔레포트해서 이동하면 아까보다는 줄이 길지는 않지만, 상당히 천천히 줄어드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여러명이 동시에 탈 수 있던 방금 것과는 다르게 이건 두명씩만 탈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인점은 줄이 길지 않아서 빠르게 탈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점?
정말 모르는건지, 아니면 연기력이 뛰어난건지. 둘 다일수도 있고. 하지만 진실은 그가 알 수 없었다. 그냥 정말 모르겠거니 하고 넘어갈 뿐.
"흠. 닿는게 싫은거지?"
아까부터 쭉 수경이의 반응을 살폈는지 수경이가 꺼리는 것을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먼저 타서, 최대한 몸을 구겨보려고 했지. 성인 두명이 애초부터 탈 수 있는 튜브이기도 하고, 수경이가 마른 체형이기도 했으니 자세를 잘 잡으면 아마 접촉 면적 없이 깔끔하게 탈 수 있었을까?
그렇게 두 사람이서 탔다면 직접 튜브를 발로 밀어서 출발했을 것이다. 튜브는 아까 전 워터슬라이드에 비하면 상당히 느릿느릿한 속도로- 하지만 유한이라던가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할 정도의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경사가 상당히 완만했기에 한숨 돌리기에는 꽤나 적합한 코스였다.
"이게 아까 것보다 재미있지 않아?"
상당히 여유로워진 것인지, 다시금 목소리에 생기가 돌아오는 유한. 확실히 그에게는 이렇게 느릿한게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수경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닿는게... 싫다라기보다는.. 어색하다에 가깝습니다." 물론 수경이도 특정 관계라면 닿아도 괜찮겠지만(ex. 친한 친구관계인 세은이라던가) 어색하다는 점은 아예 숨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유한이랑은.. 나름 친함에 가깝긴 해도.. 그렇게 어찌저찌 접촉면적이 거의 없이 타는 데 성공했지만. 타는 도중에 좀 쏠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음.. 아까 것 보다는 아니지만. 이것도 괜찮네요." 아래를 제대로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요. 라고 말을 하는 수경입니다...
"내리고 나서는.. 좀 쉬면서 간단하게 식사라도 해야겠네요." 얼마 안 돌아다닌 것 같지만 물놀이는 체력을 많이 뺏습니다...
그래도요, 하는 단호하게 느껴지는 대답에 혜성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대답을 하는 대신 희미한 쓴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신했다. 손금이 있는 위치에 덧대듯 희미하게 남은 상처를 손으로 훑어보는 금의 행동을 그저 내버려둔 채, 혜성은 말을 아낀다. 한마디 언질도 없이 사라져버린 주제에 평소 주고받던 일상적인 연락을 해오는 자신에게 무슨 기분을 느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에, 어느순간 답을 해오지 않던 이유를 함부로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유는 붙히려면 수십개 가져다 붙힐 수 있었다.
푸른빛의 정적을 담은 눈빛을 그늘이 드리워진 여름 하늘과 같은 파리한 눈동자가 면목 없다는 듯 살짝 찡그려진 채 마주한다.
"一 미안해."
간절한 표정으로 그 어떤 고백보다 애틋하게 고백해오던 그날과 같은 느낌이다. 다정하게, 그러나 애틋하리만치 간절한 포옹.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을 때, 혜성은 양 팔로 마주 감싸 안으면서 천천히 느릿하게 속삭였다. 이 행동으로 금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은 기다렸는지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고 어깨에 기댄 금의 머리에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를 기댔다.
"응. 다친데 없이 돌아왔으니까 이제 걱정하지마. 나도, 보고 싶었어."
혜성은 손등으로 금의 뺨을 살짝 스치듯 건드렸다가 이내 손바닥 전체로 미소를 짓고 있어 일그러진 얼굴을 감싸며 톡- 기대듯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부드럽게 속삭였을 것이다. 다만 이어지는 말이 혜성으로 하여금 하던 행동을 계속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안데르: 이건 저희 쪽 잘못은 아니에요. 칼리스: 아 우리 잘못 아니라고. 로벨: ...강경파에 의해 사라진 것들과 잃은 것이.. 재해가 된 것이지... 안데르: 강경파 중 일부라고 해주시겠나요? 수경주: 엄밀하게 말하자면 짖궂은 면은 방어기제 중 하나지. 항상 상냥하고 다정한 맏언니적인 면과 함께.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온 가디건은 내가 걸쳤을 때와 달리 따뜻했다. 포근한 온기와 함께, 숲을 연상케 하는 향이 덧입혀져 있었다.
온기도 향도 사라지기 전에 다시 걸치자 살며시 피부 위를 감싸는 감촉이 순간, 안겨있을 때 같았다. 언제까지고 이대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거실로 돌아갈 때는 나름의 다짐과 결심을 담은 말을 전했다. 이제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내 말에 성운은 말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물기가 채 가시지 않아 촉촉한 살결은 잠깐 닿는 것으로도 충분히 달콤했다.
"응?"
소파에 앉았는데 옆에서 성운이 뭔가 내밀었다. 정확히는 손에 뭔가 들고 그걸 찍어 내게 내밀고 있었다. 반투명한 크림 같은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가 발라달라는 의미로 턱을 살짝 들었다. 입술에 반지르르하게 립밥이 발라지거든, 대뜸 성운의 옷깃을 잡아 슬쩍 끌어당기고 성운의 입술에도 그 반질함을 덜어주려 했다. 제대로 되었거든 키득키득 웃으며 옷깃을 스륵 놓아주고.
그리고- 성운이 꺼낸 질문들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었다. 지나온 나날 속 의문점들을 하나 하나 나열해가는 성운을 과자 봉지 하나 들고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 나 탄산."
성운의 질문이 명확히 끝날 때까지 그 외의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얼음컵에 채워지는 음료수를 보고, 들고 있던 과자 봉지를 열었다. 파삭 열린 봉지로부터 고소한 감자칩 냄새가 확 올라왔다. 먹기 좋게 접합부를 고대로 뜯어 테이블에 펼쳐 놓고 제일 큰 사이즈의 판초콜릿 하나를 재차 집어들었다. 바스락 바스락, 은박 포장을 만지며 나 역시 대답할 말을 잠시 골랐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근원으로부터 시작해야 했다.
"딱 그것만 대답하자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네가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까, 응. 내 얘기부터 해줄게.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뚜둑
손 안에서 판초콜릿이 반으로 부서졌다.
"나는, 다섯 살에 인첨공으로 보내졌어. 집안에서 필요없는 아이였거든. 완벽한 부모님에겐 이미 완벽한 자식이 있었으니까, 나는 필요없는 아이라서, 그래서 체면상 구실과 형태 만은 갖춰져서 여기로 보내졌어. 그 때 맡겨진 연구소가 지금 2학구의 데 마레야. 거기서 만났어. 태오랑 다른 한 사람과 첫 번째 선생님을."
또각 또각
큼지막한 초콜릿을 먹기 좋은 크기로 부수며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집에 있긴 했지만 그리 좋은 대우는 못 받았어. 어렴풋이 나는 기억엔 늘 차갑고 어두운 방 안과 희멀건 죽 같은 밥과... 어쩌다 보면 항상 혐오의 시선을 보내는 가족, 밖에 없었어. 그랬다가 인첨공에, 데 마레에 보내지고서야 진짜 가족 같은 생활을 하게 됐어. 선생님은 진짜, 아버지 같았고, 태오와 또 한 사람은 늘 양 쪽에서 내 손을 잡아주던 남매였어. 다른 선생님들은 이모삼촌 같았고. 가끔 다른 연구소 아이하고도 놀고. 그 모든게, 어두운 방에서 문 틈새로 내다보며 그토록 바라던 밝고 따뜻한 가족이었어. 우리는."
가족, 이었지.
"그랬는데, 태오가 먼저 다른 곳으로 나갔어. 아무리 잘 지낸들 결국 능력 생각하면 데 마레는 안 맞았거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행방불명이 됐어. 그게 7년 전이야. 그게 내 첫 번째 상실이었어. 여기, 인첨공에서."
후두둑
조각난 초콜릿들이 과자 봉투 한켠으로 쏟아졌다.
"그 7년 동안, 태오가 살았는지 죽었는 지도 알 수 없었어. 연락은 오지 않았고, 모습을 보지도 못 했어. 지난 7년간 그리워하고 원망하고 몇 번이나 속이 타고 애가 끓었는지 몰라. 그게 태오 한 명 뿐이면 모르겠는데, 중 1 무렵, 또 다른 남매도 사라졌어. 초등학교에서 만났던 세은이도, 점점 연락이 줄어들고 볼 수 없게 됐어. 중학교 때는 나도 연구소를 옮겨야 했던 터라, 자연스레 데 마레와 접점도 줄었고,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다시 혼자 남겨져 있었어."
하아-
내쉰 숨이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너무나 차가웠다. 한여름이고, 별도의 냉방도 하지 않는 방 안이지만 몸이 떨리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습관적으로 내 팔로 나를 감싸려다, 대신 옆으로 뻗었다. 성운의 팔을 잡아 내 쪽으로 당기며, 감싸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다, 그렇게 혼자 속 태우다가, 작년이 끝나갈 무렵에, 이제 서서히 내려놓아야지, 하고 생각했어. 누구도, 기다리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랬는데 대뜸, 목화고에 와서 만나버린 거야. 전부. 그렇게 찾고, 기다릴 때는 보이지도 않더니... 나는 정말로, 미쳐버리는 줄 알았는데. 각자의 사정? 있겠지.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앓았던 시간이 의미 없는 건 아니잖아. 적어도 그 시간 만큼의 보상은 받을 자격 있잖아. 정말 나를 소중하다 생각했다면."
점차 격렬해지려던 목소리였지만 스스로 다잡은 듯 뚝 끊겼다. 잠시 조용해졌다가, 작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태오와의 관계는 정리하자면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야. 유년시절 잠시 뿐이고, 지금은 아닐, 지도 모르지만."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 천천히 숨을 쉬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일은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성운도 얘기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새로운 질문이 올 때까지는 어떤 말도 없이 숨만 쉬었다.
자- 그래요. 오늘은 지난 날에 못 다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도록 하지요. 제가 작은 아이를 만났던 그 날 이후의 이야기랍니다.
- 아이스크림 좋아하니?
저는 그 허름한 놀이터에 홀로 앉아있던 아이에게 그렇게 물었지요. 열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그것 만큼 말이 잘 통하게 해주는 간식은 없으니까요. 푸르스름한 머리를 곱게 내린 그 아이는, 곧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서 저는 웃으며 말했답니다.
-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겠니?
아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저는 얼른 가까운 푸드트럭에서 초코마블 소프트 콘 두 개를 사왔어요. 허허,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저도 제법 단 것을 좋아하는지라 아주 신나게 다녀왔답니다. 다녀오는 길에 아이가 가버렸으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다행히 아이는 그대로 앉아 기다려주고 있었지요.
그렇게 그 날은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걸로 시간을 보냈답니다.
"선생님." "왜." "내 능력은 세포를 활성화하는 건데, 왜 맨날 카데바하고만 이러고 있죠." "그야 너 전공이 의학 외과잖아. 그러면 몸뚱이 샅샅이 알아야지." "그것도 그런데, 그러면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가는게 낫지 않나요." "네가 원하면 갈 거다. 여기 방침 잊었냐." "그럼 전에 간 건 뭐에요." "체험학습." "아하."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묵묵히 먹고, 잠시 앉아있다가, 먼저 떠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봐주었지요. 아이는 예의 바르게도 감사와 인사의 말을 공손히 해주었어요. 그러나 고작 아이스크림으로는 아이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지울 수는 없더군요.
그 뒤로 저는 그 낡은 놀이터를 자주 찾게 되었지요. 갈 때마다 아이가 있지는 않았어요. 어쩌다 마주치는 날이 있거나, 아니거나, 마주치면 그 전과 같이 간단한 간식을 같이 먹고, 다 먹으면 아이는 공손히 인사하고 떠났어요.
그러기를 한, 1년 정도 했을 즈음, 그 해 여름이었어요. 비가 억수 같이 내리던 날, 빗소리에 숨어 우는 아이를 발견했지요.
"좋아. 오늘은 제대로 끝냈어요." "그래. 그럼 거기 정리하고, 아 거기 선 있으니까 조심-"
와장창!
"...어떻게 말 끝나기도 전에 사고를 치냐." "그러길래 미리 말 좀 해주, 쿨럭!" "야 야 말하지 마. 어떻게 거길 베여가지고." "그, 케헥." "말하지 말고 회복이나 해. 그래. 옳지. 다 됐으면 가서 씻고." "으... 목은 진짜, 어지간하면 손도 안 대는데." "얼씨구. 성질 나면 온 몸을 조져놓는게 무슨." "다 나으니까 상관 없잖아요." "확 그냥 불어버린다 너." "X 같이 치사하네 진짜." "이게!" "악!"
오기 전 처방받은 약을 입에 넣고 물을 마셨다. 걸리지도 않고 넘어갔음에도 걸린 것 같은 기분이다. 실내에서 피지 못하면 밖으로 나가면 되지만 나갔다가 후배들이나 동기를 만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혜성은 껌처럼 생긴 사탕을 쓴맛이 어슴프레 감도는 입안에 던져넣었다. 어금니 사이에서 부드럽게 사탕이 짓뭉개진다.
누가 보낸걸까. 순수한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사탕을 뭉개서 씹어먹으며 문자를 바라보던 혜성은 눈과 눈사이를 지긋하게 눌렀다.
"그러게."
믿어? 누구를? 자신이 무엇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지 알면 믿지 않을 사람들을?
"믿고 싶네."
혜성은 메세지를 삭제하며 중얼거렸다. 누군가를 믿는 믿음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고 그런만큼 누군가가 자신을 믿지 않을거라는 각오도 되어있었다. 그래도, 네가 믿어주지 않는다면 조금 안타까울지도 모르겠어.
situplay>1597032605>947 단순 이미지만 생각해 보면 조금 의외다. 일단 한양의 겉모습은 단정한 모범생(속된 말로는 샌님) 같았고, 성격이나 생각하는 것들을 보면 일 외에는 좀 바보같다든가... 게다가 직접 손을 쓰지 않더라도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염동력자이기도 하니 굳이 체력 단련을 해야 하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체력은 일단 모든 걸 체력 없이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 같은 게 아닌 한 단련해서 나쁠 건 없고, 근력도 마찬가지인데다가 누구든간에 그런 운동을 하지 말란는 법은 없었으니 한양이 이 장소에서 땀을 흘리며 무거운 기구를 들어올리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의외였을 뿐이지.
"그러냐, 나도 안에만 있기 좀 그래서."
옅게 웃으면서 계속 방에만 있기 아까워 운동을 하러 왔다는 한양의 말에 자신도 비슷하다고 대답한다.
"그렇지."
방금 전까지 체조에 가까운 동작을 하며 몸에 자극을 주고 있었으니 운동을 하고 있던 게 맞다. 지금은 물을 마시면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지만.
"너도 운동하고 있었나 보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데는 안 가 보려고?"
그나저나 왜 방에만 있었을까... 혹시 아무도 데리러 와주는 사람이 없었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한양을 쳐다보았다.
섬에 다녀온지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누리 리조트 숙박과 자유이용권이라니!! 아지의 생각에는 저지먼트에 들어와서 큰 일도 많았지만 신나는 일도 그만큼 생기는 것 같았다. 크리에이터를 만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어쨌든 리조트 숙박권과 자유이용권은 감사히 쓰기로 했다. 다음에 만나면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서 다녀오면 편지라도 쓸 생각이다.
4학구의 누리랜드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형편이 나았을 때는 인첨공 밖의 놀이공원에 가 보았지만 인첨공에 오고 나서는 놀이공원에 대해서 듣기만 들어보았지 그곳은 그야말로 꿈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오전에 리라와 함께 회전목마를 탔기는 했지만 오후에도 놀고싶어서 또 와버린 아지였다. 아지는 누리랜드의 대표 캐릭터가 그려진 풍선을 들고 놀이공원을 즐길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혼자 놀기에는 역시 김이 빠지고 하여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다.
마침 저쪽에 지나가는 누군가 보여서 손을 마구 흔들면서 다가갔다.
"유ㅎ..."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저지먼트 부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그 말은 유한이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는 뜻!!
워터파크를 전날에 한껏 즐긴 그는, 막상 다음날이 되니 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틀이나 연속으로 같은 곳을 가기는 질리고, 막상 다른걸 하자니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고... 호텔에서 혼자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던 그는 아지의 연락이 상당히 반가웠을까.
"아지야아아아아-"
그렇기에 유한 역시 아지를 발견하면 밝은 표정으로 아지를 향해 뛰어갔을 터였고.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덕분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못본 나머지 그대로 전력의 아지포砲에 큰 내상을 입은 것은 덤이었다.
"하하하...아지야...아침부터 기운도 좋구나..."
차마 원망은 못 하겠고 아지의 양쪽 볼을 쭉쭉 당기는 그였다. 입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긴 한데... ...기분탓일 것이다. 으마.
아지어 번역기로 하면 힘이 빠지면 볼에 탄력이 없다는 얘긴가 보다. 볼따구를 조물조물대는 것을 기분이 좋아서인지 딱히 놔두지 않았더니 유한이 만진 자리가 양볼에 빨갛게 남았다.
"머리띠~!"
유한의 충격적인 표정과 아지의 해맑은 표정이 대조를 이룬다. 아지는 어울린다 아닌다보다 즐기는 것을 중요시하는 편이므로 마X석과 함께 가더라도 머리띠를 권할 사람이기는 하다.
"아니야~ 같이 해야 흥이 살지~"
이렇게 회피를 단칼에 차단해버리는 아지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오니 기념할 만한 인형이나 망토 등도 보이지만 아지는 제일 먼저 머리띠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거대한 리본 모양도 있고 부담스럽게 귀여운 너구리가 달린 머리띠와 토끼 귀, 피자, 햄버거, 상어... 다양하게 있다. 아지는 이것저것 들어서 유한에게 대어보려 한다.
"우리 서로 하나씩 골라주면 어때~?"
그러면서 귀여운 미키마우스 귀가 있는 머리띠를 써 보라며 유한에게 건넨다. 아무래도 키가 커서 대어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나 보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에 악의는 없어 보인다.
>>648 아니 역시 귀신의집 결투였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한이 귀신의집 슥 보고 에이 저런거 다 가짜인데 시시해서 안해 하면서 센척하다가 리라가 도발해서 결국 해버리고... 첫 귀신에서 바로 비명질러버림(?) 나오면 하얗게 불태워있다 ㅋㅋㅋㅋ(유한: 슬러시...돈줄게 사와.....다리에 힘풀렸어...)
>>673 사실 텔포면 그래도 되긴 하다(?) 개근을 못 했다는거 보면 수경이는 선천적으로 몸이 안 좋았다는 거기도 하려나요...?
>>674 어쩐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모두 리라주의 빅픽쳐였구나... 유한이는 거기에 당했구나...(?) 원래 찐친의 쫄?은 안 할 수가 없다구요 이거 쫄리면 한달내내 놀림받는데 못참는다 ㅋㅋㅋㅋㅋㅋ 결국 먼저 지른게 유한이 뿐이지 둘다 비명지르면서 도망쳐 나왔겠네요 ㅋㅋㅋㅋㅋ 둘 다 상처뿐인 결투... 즐겁다(??)
저정도면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힘없을때 아지 모습도 궁금하긴 하니 나중에 힘없는 아지를 만들어(?)볼까 싶은 유한이었다. 아지 체력을 빼기 위해서는 그도 보통 힘들어야 하는게 아니긴 하겠지만... 나중의 그가 감당할 일이니.
"아니, 싫은건 아니지..! 아지가 하자고 하는거니까 응."
유한은 불행하게도, 밀어붙이는 타입보다는 이렇게 혼자 쭈글대는 타입에게 훨씬 약했다. 더군다나 뭐라 하기 힘든 아지같은 얼굴을 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이전에도 몇번이나 끌려다니면서 다시는 따라주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해도 이런 얼굴과 말투를 보면 어쩔 수 없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뭐. 왜. 안 어울리는거 나도 알거든!"
미묘한 얼굴로 보자 괜히 성낸다. 부끄러운지 얼굴 살짝 빨개졌고.
"고정관념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해줄래? 한아지가 강아지인건 상식이다!"
방실방실 웃는 아지를 보며 당당하게 말한다. 이름뿐만 아니라 행동도 강아지나 다름없는데 강아지 머리띠인게 당연하지 않은가?
"...진심으로 이거 쓰고 다녀야 하는거니."
그만 눈이 죽어버린 유한이다. 이런거... 견디기 힘들다. 차라리 동물귀가 낫지 이건 정말 주변의 시선이 한 몸에 쏠리는 머리띠가 아닌가.
>>0 " 좋아. 너희들. 완벽히 숙지 했겠지? " [물론입니다.] " 그럼 질문. 너희들의 의무는? " [이 놀이공원에 출입하는 인간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즐거울 수 있도록 여러가지 것들을 제공하는 것 입니다.] " 좋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너희들과 함께 구상중인 계획은 어떻지? " [관람객 '동 월' 님의 계획은, 대체적으로 볼 때 인간들의 즐거움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맞아. 활동적이어서 건강하고, 적절한 공포는 사람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며, 승리가 정해진 전투 행위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테지. " [맞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저희가 검색한 일부 학술 자료에도 서술이 되어있는 내용입니다.] " 하지만 스케일이 너무 컸다간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어. 그러니... " [알고 있습니다. 현재 누리랜드에서 상주중인 3학구 저지먼트. 통칭 '코뿔소들' 에게만 적용하라는 말씀이시죠?] " 쿠후후후후.... " [방금 웃음은 '무언가를 계획하는 악당의 웃음' 과 일치합니다.] "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려는데 악당일 리가 있겠어? " [맞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무언가를 계획하는 히어로의 웃음' 으로 수정하겠습니다.] " 마음에 들어! " [쿠후후후후....] " 아니 이걸 따라하네. "
>>686 ㅋㅋㅋㅋㅋㅋㅋ 리라 눈 제대로 못 떠서 느려진다 하니까 유한이는 리라보고 무서우니까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데 리라는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하고 결국 우왕좌왕하다가 고통받는 시간만 더 길어지는 두명이 떠올라요(?) 오너들은 즐겁다... 캐들은 몰라도 오너들은 만족했다(나쁨)
빨갛게 손자국이 남은 뺨으로 우기고 있는 아지다. 아무래도 아지 체력을 빼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것이다. 오버리미트란 한계까지 힘을 사용하고 이후에 반동이 오는 특성이 있으니 아무래도 아지의 능력을 한 번 사용하게만 하고서 기다리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다.
"진짜~? 와아~ 다행이다아~"
그리고 아지는 불행하게도 이렇게 따라와 주는 사람이 있으면 속도 모르고 휘두르고 다니는 타입일까. 순진한 게 이럴 때는 독이다.
"아니야~ 귀여워어~"
서둘러 손을 내저으며 화내는 유한을 달래는(?) 아지다.
"하지만 이건... 흐음~" "역시 이게 나아~!"
팔짱을 끼고서 곰곰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어든 게 괴상한 공룡 머리띠다.
"사람이거든~ 두 발로 걷거든~" "내가 강아지인 게 상식이면 유한이는 뭔데~"
그러면 네 발로 걸으면 진짜로 강아지가 된다는 뜻이 되버린다는 것은 모르고서 어쩄든 연약하게 반박해보는 아지다.
"응~! 멋지다~" "멋져~! 멋져~! 카리스마 있어 보여~"
폴짝폴짝 뛰면서 박수쳐주는 아지다. 정말 맘에 들었나보다. 강아지 귀가 펄떡펄떡 아지의 움직임에 맞추어 따라 팔랑거린다. 공룡에게 잡아먹히는 사람이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는 것은 믿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유한이 발버둥치지 않았다면 팔을 끌고서 계산대로 가서 머릿속 칩을 통해 금방 계산해버렸을 것이다.
태오 기린 머리띠 https://img.kwcdn.com/product/Fancyalgo/VirtualModelMatting/670777a126fd8530943334196ba91ed0.jpg?imageMogr2/auto-orient%7CimageView2/2/w/800/q/70/format/webp 이런거 그런데 기린머리띠인줄 알고 샀다가 나중에 돌아오고 나서 너 왜 벌레머리띠 쓰고있냐고 누가 그래서 벌레머리띠인거 알았으면 좋겠어
사실 한양이 애초에 능력에 대한 재능이 없다면 육체를 왜 단련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하지만 한양은 올해 초부터 다른 부원들에 상대적으로 능력과 계수가 높은 학생이었다. 재능이 없는 학생은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면 왜 단련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레벨 외의 영역을 단련하는 재미가 있으니깐. 단순히 '전투'라는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관점을 넓혀서 '삶'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말이 달라지지. 단순히 잘 싸우고 싶어서 단련하는 것이 아닌, 오랜 기간 동안 해오면서 그저 삶의 일부가 된 것 뿐이다.
수련의 계기도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어릴 적에 ADHD가 의심될 정도로 집중을 못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담당연구원이 커리큘럼을 진행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고. 그렇기에 해결책으로 각종 격투기나 운동을 시킨 것이다. 커리큘럼을 하기 전에 미리 힘을 빼놓을 목적으로 말이지.
" 나만 방구석 날라리가 아니었네. 확실히 방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깝단 말이지. "
비슷한 처지구만. 사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호텔에 와서 할 게 없다는 이유로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씁쓸하기도 하네. 분명 마음만 먹으면 나도 즐길 수 있을 거리가 있을 텐데. 랑의 경우는 왜 방에만 있나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 붐비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 응. 오랜만에 웨이트 좀 해봤어. 시설은 참 좋더라. "
사실 여기서 웨이트를 한 이유는 차마 이 시설들을 그냥 보고 가기에는 아까워서였다. 철봉이나 평행봉은 학교에도 얼마든지 있으니깐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많은 덤벨들과 바벨 그리고 질 좋은 웨이트 머신들은 동네 헬스장에서는 절대 못 보는 것들이잖아.
" 음... "
한양은 다른 데는 안 가보냐는 랑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끽해야 10초 내외의 시간이었지만.
" 스키장이 있었다면 보드를 탔겠는데.. "
전부터 섬에 놀러가서부터 한양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었을려나. 얘는 물에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수영도 안 좋아하고 말이야. 햇빛 쨍쨍하고, 바다내음이 나는 남방계(?)와는 인연이 없었다. 대신에 눈 덮이고, 경사 높으며 추운 북방계(?)를 좋아하긴 했다. 그래서 등산을 좋아하는 것이려나. 햇빛이 쨍쨍한 바다 위의 요트에 누워서 여유를 즐기는 것보다는 눈 덮인 산에서 야영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보면 됐다. 어쨋든 좌우지간에 한양은 지금 갈 데가 마땅히 생각이 나진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거짓말이고 사실 생각은 짧았다. 경진은 그때 웍질의 불꽃에 실수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자신의 옛 친구를 회상해 보았다. 삽시간에 생각에 잠긴 리라를 보곤 유치한 반박이 이어졌다만.
“그럼 입 대고 주스 다 빨아먹었을 건데요? ”
그후 이어진 물총놀이 소리에는 시덥잖게 끄덕이는 것으로 대화에 매듭이 지어졌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입대를 전면부정하던 중, 경진은 리라가 예쁜 분홍이라 추켜세워줌에 머쓱하게 샵의 더욱 깊은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저 흐름타 하는 말임을 알기에 따로 감사를 표하지는 않았다만, 별개로 안도감을 느꼈다. 백금발에 욕심 내 탈색 한번 더 안 한게 다행이라고.
“그쵸? 전 머리빨이 없잖아 있는 부류라 어떻게든 평생 민간인으로 남아야겠어요.”
굳이 리라에게 확인을 시켜줘야 했는지, 한쪽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뒤로 쓸어 고정하며 이마 훤히 까버린다. 머리빨에 대한 것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은… 리라의 미적 가치관이 답해줄테다. 경진은 이제 학기 초의 애쉬색은 한 줌도 남지 않은 리라의 머리칼 끄트머리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가, 무언가 수면 위로 떠오른것마냥 눈이 반짝였다.
“선배 부러워요. 염색 하고자 마음 먹으면 뭔 색이든 완벽하게 소화할수 있잖아요.”
시덥잖다. 죄 없는 리라의 머리통만 가만 보니 뭔가 더 할 말이 있는듯 시선이 보다 노골적으로 뒷통수를 꿰뚫는 것 같다. 곧 자신의 실례를 알았는지 눈길을 거두더니, “전 금발 추천드려요. 제가 금발 해보고 싶었거든요,” 라며, 이루지 못한 제 꿈을 야심차게 하늘같은 선배에게 맡겨버렸다.
“그치만 선배 백발이시니까, 땀은 안 차지 않을까요?”
이런 기적의 논리를 펼치며 팔랑거리는 토끼 귀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더워요?” 라고 묻는 것에 옅은 웃음기 묻어나 놀리려는 의지 다분한 것을 숨기려고 들지도 않는다. 뒤늦게 리라의 시선을 뒤따라, 그녀가 가리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다. 아까 래서팬더 운운하던 리라의 말을 그저 뜻 없는 말장난으로 알아들었던 것인지, 잠시 이해 못했다는 표정이였다가 늦게 느낌표가 떴다.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유레카완 별개로 반응은 솔직하다. 그래도 선배 먼저 머리장식을 써주는 행동을 했어서 그런지, 말로만 그러고선 리라가 골라준 머리띠로 손이 향한다. 그걸 머리에 써 보면, 머리띠에 달린 인형이 그 움직임에 달랑거린다.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그 또한 한번 써봤다는 것은 남들도 다를것 없다는 뜻이겠다. 두번째 문자는 그것이 뇌리에 채 스치기도 전, 노련한 손놀림으로 지워버리며 첫번째 문자를 마저 읽어내렸다. 누가 보낸 것인지 투명해 보이는 문자의 내용을 캡쳐하곤 채팅 앱을 켰다.
이제 서두를 필요 없을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 날도 아닐 테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는 일도, 한 차례 막아냈다. 서로의 체온이 맞물리는 순간도,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는 서로의 향기도 멀어지는 일 없이 서로가 충분할 만큼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 충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건 상관없이. 그저, 그동안 못했던 만큼 서로를 서로에게서 확인받기를 원할 뿐이다. 네게 건네어져 오는 입맞춤도, 네가 향유를 입술 위에 얹고 건네는 입맞춤도, 애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것이었다만 이 두 아이에게는 그것도 절실했다. 소파에 붙어앉아 있는 이 접촉조차도 달가웠다.
얼음컵 2잔에 탄산음료를 채운 성운은, 네 것을 테이블 위에 놓고 네가 입속으로 말을 정리하는 동안 탄산 한 모금으로 입을 축였다. 결코 짧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너무 멀어져있던, 여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만 했던, 원래 시작점이어야만 했던 지점을 목도하는 일이 말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네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인첨공 이전의 삶, 가장 부유한 차일드 에러, 데 마레, 거기에서부터 찾아낸 새로운 가족, 연구원들, 안희야, 그리고 현태오, 그리고 인첨공이 네 동의라곤 전혀 없이 너에게 선고해버린 두 번째 상실. 이 세상은 힘없는 어린 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모든 일은 각오할 수 있다. 하지만 각오하는 것과, 실제로 맞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네가 털어놓은 사실이 너를 사랑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을 것은 명백하고, 오히려 너를 사랑하는 데에 지장이 되던 가장 켕기는 장애물 하나를 뽑아없애 버린 것은 명백한 사실이나, 무엇이 너를 이렇게 차가운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접하는 것은 역시 각오한 만큼 힘든 일이었다. 네 어깨를 감싸안는 소년의 몸이 네가 기억하는 것보다도 좀 더 따뜻해- 아니, 뜨거워졌다. 선선한 에어컨 바람 가운데서도, 그가 깊게 찬찬히 내쉬는 숨이 네게 악몽같은 유년기를 선사한 작자들에 대한 분노로 달아올라 뜨거워져 있는 것을 너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성운이 이 순간 느끼는 것은 결코 분노뿐만이 아니었다. 시선을 들어 성운의 얼굴을 올려다보면, 그의 얼굴이 분노와 착잡함, 슬픔으로 뒤범벅되어 있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나름대로 불행한 삶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네 앞에서 자신의 불행이라는 것은 얼마나 알량한가. 자신의 유년기는 어머니 덕에 다른 이들만큼은 행복했으며, 그런 어머니를 등진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잘못이었다.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여기에 내 발로 들어온 내가 새삼 바보같네. 나는 너에 비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보냈지만, 다른 사람들 다 있는 아버지가 나한테는 없어서─ 그런데 인첨공에 계신다는 말을 들어서, 인첨공이 뭐하는 데인지도 모르고 인첨공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는 서류에 서명해버렸거든. ···그리고 내내 지옥이었고. 학기 초의 나, 아직 기억하지? 144cm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키에, 무능력자······ 인간대접 못 받기 딱 좋은 조건이지. 정말 바보같지,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기묘한 대칭이었다. 불행한 유년기를 보내다 강제로 인첨공으로 보내진 소녀와, 평범하게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다 제 발로 인첨공으로 들어온 소년. 소녀는 인첨공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구원을 마주쳤고, 그 뒤에 그 구원들을 빼앗겼다. 소년은 인첨공에서 가장 먼저 시련을 마주쳤고, 시련 가운데서 삶을 포기할 용기를 내지 못해 결국 여기에 도달했다. 그래도, 그럼에도, 결국에는,
“그래도 그 끝에 이렇게 너와 만날 수 있었다는 거, 그것만큼은 나 기뻐해도 될까, 천혜우.”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 하고 내려놓는 네 말에 나직이 그때 태오가 해준 말을 떠올려 덧붙였다.
“그때 네가 만났던 그 삼류 악당처럼 웃는 음침한 놈─ 그 빨간 머리 미친 ■과 같은 그림자 놈이었다더라. 그 놈 눈앞에서 너한테 살갑게 굴 수가 없었다더라고. 약점잡힐지 모르니까.”
그게 어쩌면 그 날 이후로 네가 만난 태오가 그 때와는 달리 너에게 한결 더 살가웠던 것에 대한 이유이자, 태오를 위한 변호가 될 수도 있겠다. ─이런 말을 하면 태오에게 정말로 부당한 오명이 되겠지만, 성운에게 있어 태오는 새로이 맞이한 삶에 대한 불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를 너에게 변호하게 되었다는 게 성운은 참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너와 그와 이 소년의 관계를 보수하는 날일 뿐만 아니라 그의 오명을 철회하는 날이기도 했다. 성운은 자신의 체온이, 그나마 지금은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체온이 너를 그나마 좀 진정시켜주기를 기다리면서 너를 다독였다. 그리고 네가 조금 안정된 것 같으면, 헛기침으로 다음 질문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때 연주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면 태오 선배와 관련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말해줘.”
가만 보면 차분한 얼굴로 은근히 재밌는 소리를 많이 한단 말이지. 이를테면 그 때, 섬에서 다같이 술에 취했을 적 랑에게 건넸던 외계인 선글라스나 월과 나누었던 만담(?)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리고 지금도. 인형이 집요하게 뒤를 쫓으며 뿜어내는 주스를 입으로 받아먹는 경진을 상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리라는 짧은 헛기침으로 위기를 겨우 넘겼다.
"으음~ 어디 보자~"
그리고 곧장 훤히 드러난 상대의 이마에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일부러 곰곰히 살피듯 눈을 빛낸다. 글쎄다. 머리빨? 솔직히 경진 정도면 올백을 해도 웬만큼 어울릴 거 같은데. 하지만 그 감상은 짓궂음 물씬 담긴 몇 초 정도의 의도적인 뜸을 들인 뒤에야 입 밖으로 나왔다.
"글쎄요? 군대에 끌려가도 미모는 충분히 살아남을 거 같은데?"
이 인간, 아무렇지 않게 무서운 소리를... 그래도 바로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머리색이 예쁘니까 안 가는 게 더 좋겠다." 라고 덧붙이는 걸 보면 먼저 한 말은 별 뜻 없는 장난인 게 분명하다. 아무튼, 토끼 귀를 반복적으로 쉴새없이 팔랑거리고 있자니 경진의 더워요? 하는 한마디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또 놀리지 싶어서 일부러 모자 쓴 머리를 살짝 들이밀고 귀를 팔랑거려 인형 귀로 경진을 톡 치려고 시도한 리라는 이윽고 마주 웃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러게. 경진 후배님 말대로 백발이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덥지 않네요. 이 날씨에 계속 쓰고 다니기엔 좀 무리가 있겠지만~ 그나저나 금발이라... 나쁘지 않은데요? 머리는 알아서 탈색된거나 마찬가지고..."
염색이라. 이제 잿빛 부분이 완전히 사라져 온전히 하얗기만 한 제 머리카락 끝을 바라보던 리라는 눈을 데굴 굴려본다.
"경진 후배님도 금발 어울렸을 거 같은데? 말 나오니까 궁금해진다. 나중에 일시적으로 머리카락 색 바꾸는 아이템 같은 거 만들어볼까요?"
머리핀이나 목걸이 같은 걸로 하면 되겠지. 이거면 머리 상할 걱정도 없고. 드로잉 액츄얼라이즈 라는 능력은 확실히 이런 면에서 유용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리라는 경진이 래서팬서 머리띠를 쓰는 걸 지켜본다. 결과는 당연히—
"엄청 어울리는데요? 귀엽다~ 경진 후배님 그거 가질래요? 다른 거 고르는 김에 사 줄게요. 흐음, 그리고... 어디 보자..."
만족스럽다는 눈으로 경진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래서팬더 인형을 바라보던 리라는 다시 가판대로 시선을 돌렸다. 꿀벌 인형 머리띠 하나, 고양이 머리띠 하나, 오. 늑대 귀 머리띠도 있네. 이걸로 할까. 그리고 마지막은.
"경진 후배님, 이거 월이한테 어울릴 거 같지 않아요?"
리라는 경진을 향해서 착용하면 상어가 깨물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머리띠를 들어올렸다.
>>856 태오? 이혜성이 보는 태오? 혜성:좀..대체 뭘하고 다니는 건지 궁금한 동기? 혜성:(잠시 생각하는 듯 눈매가 아래로 늘어져 가늘어진다) 혜성:신뢰가 없기 때문인지.. 아- 아니, 정정할게. 그 매사에 무감한 성격 때문에 뭔가를 물어보기 편해.누구도 믿기 힘든 나로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믿지 않은 쪽이 좋거든. 혜성:그렇게 치면 비즈니스적으로 교류하긴 좋아. 묻지 않으니 대답할 필요 없고. 캐묻지 않으니 경계할 필요없거든.
"블랙잭 관련한 명언이야. 확률적으로, A에서 K까지 13장의 카드중에, 버스트가 되지 않을 확률이, 버스트가 될 확률보다 높은 마지노선이 14거든."
이렇게 말한 이유는... 이제, 남은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조커라는 변수는 없다. 이제 정확하게
"흑 2랑 흑 1 사이에 그거, 백 1이지?"
그리고 나서, 흑 2와 백 8 사이의 카드들을 본다. 볼 수 있는건 백2,백3,백4,백5,백7. 이렇게 다섯가지 선택지가 있다.
여로의 다음 패가 백이라면, 백 3,4,5,7,8,9,10 여기서 만약 백 3과 8 사이가 나온다면, 사실상 다음 내턴, 흰색 타일을 뽑는걸로 저기 사이를 거의 확정시킬 수 있다. 내 패에 도움이 안될일이 없어. 여로가 백을 뽑는다면, 거의 무조건 이득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내가 9,10이 나오더라도 무료 공격권으로 활용 가능해.
흑은 모두 공개정보, 0,4,6,7,8,9.이렇게 7가지. 0,9가 나온다면 여로의 무료 공격권, 4,6,8이 나온다면 리스크 있는 공격권으로 쓸 수 있다. 즉, 나는 다음턴 여로가 뭘 뽑든 상관 없이, 백을 뽑는다. 그리고 나서 추리를 확정짓는다.
사실 다 한번씩은 얘기했던 주제 같긴 하네요.. 해리포터는 후플푸프나 그리핀도르 다닐 것 같고 마피아는 전에 아지주께서 제대로 다뤄주셨던 기억이.. (situplay>1597014067>855) 마법소녀의 경우는 공리주의를 실현하겠다는 화이트. 나쁜놈들 저격을 통한 암살을 하고 다니는..?
>>876 마피아 AU는 예전에 신세계풍 AU가 풀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찰떡이라 그거 이외엔 안 떠올라요.. 해리포터는, 응 성운이 이녀석저번에 후플푸프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설표상태로 입학했다면 래번클로가 아닐까요. 마법을 잘 다루는데, 일상 마법들 가지고 결투클럽에서 전투마법들 뚝배기 깨고 다니는 유사 문제아일 거라 생각해요. 마밥소녀 AU는.. 이게 또 맛도리인데 평범한 장신 남고생이 마법소녀 권유받아서 뭐? 뭔 헛소리야? 하는데 거절할 틈도 없이 괴수가 난입해서 변신했더니 144cm 친칠라 돼서 샤랄라 마법소녀 드레스 차림 되는 거 맛도리라고 생각하거든요(비오는 중에 선넘은 키모이)
그렇다. 한양의 말처럼 이런 좋은 시설을 구비한 호텔뿐만 아니라 바깥의 다양한 놀거리를 생각하면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건 다소 아깝게 느껴질 수 있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가만히 누워 쉬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고 바깥의 놀거리가 기대 이하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그게 나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다같이 놀러 오게 된 장소에서 계속 겉도는 건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온 건 아니었지만.
"그런가?"
사실 랑의 눈에는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이, 한양이 사용했던 기구는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워낙 그런 걸 주의 깊게 살펴보는 타입이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양이 그리 말을 꺼냈기 때문에 그제야 한 번 슥, 호텔의 헬스장에 구비되어 있는 기구들을 살펴본다. 잘은 모르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서 고갤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래도 유지하기 어렵겠지."
인첨공의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있을 법 하지만 아무래도 날씨가 잘 받쳐주지 않으면 스키장의 유지비가 어마어마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껏 만들어 놨더니 계속 녹으면 좀 그렇지 않나. 랑 역시 여름철보다는 겨울철이 조금 더 활동하기는 편했다. 계절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옷을 얇게 입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 응. 바벨이나 덤벨은 운동하는 사람의 능력이 중요하지만, 머신웨이트는 기구도 중요하거든. 은근 인체구조 따위는 신경 안 써서 만든 머신들이 많단 말이야. 안 좋은 머신에서 운동하면 관절 망가져. "
이 호텔의 헬스장을 보면 과학의 힘을 깃들여서 심혈을 기울인 머신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첨공이라서 그런가? 인공지능까지 있는 머신이기에 사용자의 체형을 순식간에 분석해서 의자나 받침대의 높낮이와 넓이를 교정해줬다. 얼마나 반복했는지 카운팅도 해주고, 심지어 사용자의 체중,근육량,근밀도 등을 파악해서 적절한 트레이닝량을 제시해준다.
"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드나. "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서한양. 이 시설에 여러 명의 빙결계 고능력자들을 고용해서 스키장을 유지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물보다는 눈을 더 선호하는 한양의 입장에서는 그저 아쉬울 뿐.
" 그래. 가보자. 누리랜드니깐 시시하지는 않겠지. 나 샤워하고 올 테니깐 30분 뒤에 게임장 앞에서 보자. "
한양은 자신의 물통과 수건을 챙기면서 말했다. 땀이 난 채로 어딘가에 가는 것은 별로인지라 샤워를 하고 싶어했다.
마피아 - 성당구역과 빈민가, 상가 일부를 담당하는 신입간부. 간부로써 취임한진 얼마 안됐지만, 항상 경의와 존중으로(그게 설령 상대 조직이라 할지라도)일을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큰 마찰을 빚지 않는다.
단 하나 용서 못하는건, 지역 주민을 건드는것. 단순한 온정 뿐만 아닌 온정과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의 근간에는, 지역의 주민이 있다는걸 항상 명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주민들도, 그녀를 capo di onore(명예로운 간부)로 부르기도 한다.
마법소녀 - 13살쯤에 계약한탓에, 17살이 되어서도 155cm, 빈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본인은 계약 안했으면 173cm까지 컸을거라 주장. 구식 변신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원터치 식이 아닌 플래시처럼 초 고속으로 갈아입는 방식. 이는 사실 일정 영역 안의 시간을 극도로 빠르게 흐르는 시스템인지라, 이제 정체도 다 들켰겠다. 근접해서 변신영역을 가동, 빨라진 시간 속에서 일방적으로 마법을 시전한 뒤, 제로거리에서 쏘아내는 전투방식을 애용한다.
해리포터 - 호그와트 학생은 아니다. 다이애건 앨리에서 연금술자재 상인을 하고있다. 약간은 괴팍한 성격이지만, 젊은나이에도 연금술 실력 하나만큼은 최상급. 입에 달고 사는말은 '아니 그건 니가 못해서라니까?', '내가 파는건 문제 없어'
"뭐? 그걸로 어둠의 마술 방호용액을 조제 못하겠다고? 봐봐... 아오 썅 이건 너무 묽어서 피시앤칩스를 여따가 쳐넣으면 다시 살아나겠다 그지? 봐봐. 여기서 니가 사간거 똑같이쓴다. 봐 보라고! 이거 니네 교수도 나한테 배웠어 이새끼야! 자 자봐. 여기서 불을 천천히 달구고. 물 4방울만 넣어라. 딱 네방울. 어차피 인어비늘에서 물나오니까. 그리고 곱게 빻은 염소 위석을 천천히 뿌리면서... 여기 절반정도 뿌렸을때 픽시 날개가루랑 만드라고라 잎을 싸서 넣으면? 자 먹어봐."
>>876 해포au: 그리핀도르 아니면 슬리데린 마법소녀au: 지금도 마법소녀 아닌가?? 빗자루 타고 다녀요 이제 펜던트에 하트만 모으면 됨(저작권 어쩌고로 끌려간다) 마피아au: 이거 전에 아지주가 해줬던 거 있는데 그때는 엔터 사업 맡는 기업형 마피아 일원이었고 흐음...🤔 정보원... 일지도... 스파이...? 같은 거? 직접 사람 죽이는 일은 많지 않은데 얘가 갖다주는 정보들로 사람들 목숨 여럿이 왔다갔다하는 그런
ㅈㅅ 진짜 어느 기숙사다... 하기가 애매한게 슬리데린 가기엔 이자식 순혈 아닐 것 같아 그렇다고 글핀도 후뿌도 아니고 래번이라기엔 좀... 그럼
근데 아즈카반은 뇌에서 찰떡임~ 이러고 스쳐가서 아 ㅠ 미안하다 태오야 사실 안 미안해 양아치의 업보야(?)
《마피아 AU》 뭘까 이거...🤔 아무래도 정적이거나 기업형 마피아 보다는 좀 왈패의 느낌이 강해서일까, 펍에서 정보 팔고 다닐 놈 같은 인상이라서.🤔🤔 굳이 마피아로 상정하면 얼굴마담이겠네. 히트맨 보다는 응. 대외적으로는 두목이라고 대신 지정되는 방패. 스르륵 나타나서는 수사 당국에게 저것이 보스인가? 싶게끔 정보 혼선 주고 사르르 사라지고. 그리고 붙잡히면 아마 재밌다는 듯 환하게 웃으면서 "나는 사형인가? 제법 나쁘지 않군." 할듯.
마피아AU >"상업지구 쪽에 새로운 카페테리아 생긴 거 봤어? 그래! 그 디저트만 끝내주는 곳 말이야. 거기 주인이 빈민굴에 고아원을 차렸다더군." 디저트로 유명한 모 카페테리아의 마스터이자 빈민굴 고아원 원장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낮동안 달콤한 디저트를 팔던 카페테리아는 밤이 되면 비밀스레 약물을 제조,개량하는 거대한 공장을 운영하는 마약계에 한획을 그은 마약상. >어린아이들을 전달책으로 쓰는 것 아니냐하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이쪽은 순수한 자선사업.
마법소녀AU (뒷사람이 아는 건 마버소녀 마도카 마기카와 유유키 유우나는 용사다밖에 모르기 때문에 패스합니다)
해리포터AU 학생이라면 네 기숙사의 화합의 장으로 보이는 가문 소속. 후플푸프 재질의 슬리데린일듯 학생 외라면 오러로 활동하다가 은퇴하고 머글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것 같음. "자, 수업은 여기서 끝이야. 이번 학년은 시작부터 절반은 푹 자는 것 같은데 모두 예습은 해왔기 때문일테지? 머글들이 사용하는 교통과 그 원리에 대해 양피지 두장 분량으로 조사해서 다음시간까지 제출하도록. 이상." "점심 맛있게 먹으렴."
- 확신의 후플프푸. 머글 혼혈임. 초반부에는 퀴디치전에서 응원만 하거나 동기인 주인공에게 마법에 대한 짜잘한 조언만 해주고 분량이 거의 없는 공기. 위기가 전개될 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함. 주변에 등장하는 재능캐들이나 개성캐들보다 실전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줌. 막판에 주인공에게 해답을 알려주고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등 강력한 실력으로 적의퇴치보다는 사람들의 구조를 더 많이 함.
마피아 서한양
- 경찰간부임. 마피아들의 안티체제. 순경으로 시작해서 노력과 능력으로 간부까지 순식간에 승진함. 그러나 출신성분과 인맥의 한계로 진급이 막히고, 억울하게 징계를 받게되어서 마피아의 도시로 좌천당함. 부패된 경찰들까지 보면서 힘을 못 쓰게되어 좌절을 함. 한동안 부패에 동화되어서 술독에 빠져살다가 부패에 휘둘리지 않아서 조직의 미움거리가 된 막내순경의 모습을 보고, 다시 일어나서 마피아들의 골칫거리가 됨.
마피아 -예전에 어떤 분이 풀어주셨던 게 있는데..(어렴풋한 내용은 기억남) -정보쪽에서 일하고 있는 새하얀 활잡이. 현대 도시가 배경인 마피아치고는 무기가 상당히 특징적이다 보니까 여러모로 이경이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을듯. -민간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반드시 불살은 아니나 화살로 절명시키기 보다는 제압하는 쪽을 선호할듯 -근데 호구잡으려다 정보를 밑바닥까지 털린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습게 여기긴 힘듦. -여기서도 여로 브레이크일 것은 확실하다
마법소녀ㄴ -활이라는 무기가 마법소녀언에서는 꽤 어울리죠? 학의 날개를 형상화한 듯한 판타지 활을 무기로 사용할듯 -여기서는 기억 능력이 아니라 종이 능력을 가졌다고 합시다. -일단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에 성실히 임하고 있지만, 프릴달린 하햔 퓨전한복에 반바지, 가터까지 있고 여러모로 복장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있을듯.... -근접전은 특기가 아니라고 하는데 활대를 휘둘려서 적 괴물 머리를 U자로 만든 전적이 있음.
해리포터 -확신의 허플퍼프 -어둠의 마법 방어술, 마법약, 변신술, 마법학 등의 점수가 높을 것. 퀴디치 '몰이꾼'으로, 가느다란 팔로 처음에는 웃음거리였으나 힘껏 휘둘러 친 블러저가 '꽝!!!!'소리를 내며 멀리 날아간 것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인정을 받았다고 함. -아무래도 '오블리비아테'관련된 과거사가 존재할 것.
아니다 마피아 에유는... 전문 금고털이범 이런거 해도될지도 뭐든지 여는 열쇠를 만들 수 있으니까...🤔 좀 잡범같긴 하군 그치만 금고 안에는 이런저런게 많이 들어있으니까 그거 훔쳐서 돈받고 팔기도 하고 약점 잡기도 하고 음음 이쪽이 더 어울린다 그러다 이제 잘못 건드려서(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