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유우키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왜 저런 자세로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운동이라도 하는건가? 아니. 그런데 운동을 굳이 저렇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유우키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두 눈을 깜빡였다. 일단 만들어진지 1시간도 안 지났다는 말에 두부 자체는 상당히 신선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란 표정을 관리했다.
"후훗. 좋은 타이밍에 온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쿠로누마 씨가 추천하는 두부로 두 모 부탁해도 될까요?"
두부 장인의 두부인만큼 오늘따라 잘 나오는 것이 있고, 못 나오는 것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너무 범위가 넓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유우키는 이내 원하는 두부를 이야기했다.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자신은 그저 두부를 사러 왔을 뿐인데 왜 갑자기 비기가 들리는 것일까? 쿠로누마 일가에게 전해지는 비기에는 저런 것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두부 2모를 가지고 오는 테츠오의 모습에 유우키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면서 손뼉을 쳤다.
"대, 대단하시네요. 쿠로누마 씨. 하지만 다음에는 천천히 잘라도 괜찮아요. 아무튼 대금은 여기에 있어요."
이어 유우키는 지갑을 꺼낸 후에 카운터 앞에 있는 돈을 놓아두는 쟁반에 딱 가격을 맞춰서 돈을 넣었다. 이 두부 가게에 자주 온 만큼, 가격 정도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돈이 부족하거나 더 넘쳐났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유우키는 돈을 제대로 냈는지 알기 위해서 테츠오가 두부 포장을 마치고, 돈을 확인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학교에서 편지 관련으로 이것저것 유행하는 것 같던데... 쿠로누마 씨도 편지를 보내셨나요?"
자신은 아마 하나를 보냈었지. 누구에게 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조금 당황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자신도 모르게 절로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특훈의 장점과 특훈의 독려라. 후훗. 운동을 좋아하는 이가 받았으면 좋을 것 같네요. 그 편지는."
누가 받을지도 모르는 식으로 쓴 모양이니 가급적 그 편지가 그런 이에게 가면 좋겠다고 기원을 하며 유우키는 미소를 보였다. 자연히 자신이 쓴 편지가 문뜩 그의 머릿속에 또 다시 떠올랐다. 자신이 보낸 그 편지는 과연 누가 받았을까. 하지만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 편지를 받은 이를 찾아나설 수도 없었기에 그는 그 궁금증은 곱게 마음 속에 접어 남기기로 했다.
"저 말인가요? 저는... 비밀이에요. 일종의 암호를 보냈거든요. 암호의 내용을 말해주면 암호로서의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비밀."
내용을 알려줄 생각은 없다는 듯이 유우키는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가며, 조용히 쉿- 소리를 냈다. 물론 특별한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작은 축복을 기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암호를 푼 이는 조금 허무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유우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숙이고 못 참겠다는 듯이 끅끅거리는 것은 길었다. 그 덕?에 나는 방금 충격으로 멍해졌던 얼굴과 고르지 못하게 된 호흡을 갈무리하며 반추를 할 수 있었고... 내가 무슨 어록을 갱신하고 나왔는지도 기어이 떠올릴 수 있었다... 아...
아...
"읏즈므르......... (웃지마라.........)"
넓은 소매로 얼굴을 덮어버리고 부들부들 떨며 최후의 발악을 해보지만 경이로울 정도로 연약한 어깨만 툭툭 치는 손길을 따라 눈치없게도 흔들릴 뿐. 그가 진정했을 즈음에 얼굴을 가린 채 깊은 한숨을 쉬는 것밖에 내게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지친 듯이 눈을 반쯤 감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 애초에 화장실은 생각에도 없었고, 그런 말을 쩌렁쩌렁 외쳐버린 이상 당장 교실로 돌아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니까.
"어차피 시간만 지나면 뭐든지 잊혀버리고 마니까..." 나처럼. 한숨처럼 중얼거린 말 끝에 나는 땡땡이나 칠까 이야기하는 그를 슬쩍슬쩍 내리는 소매 너머로 보며 꽤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통찰력으로 사알짝 짐작해보니 대애―충 매점이나 가려는 듯한 눈친데, 당연히 무언가 받아먹을 수 있겠지 하는 지극히 오만한 사고방식이었다. 오래된 습관은 도무지 고치지 못하는 것이니까. 무엇보다 신세도 졌고! 갚지 않으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게 아닌가?
역시나 여신이 생각한대로였는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꽤 말문이 트이는 소년이었다. 에도가와 란포인가. 일본 추리소설 쪽에서는 꽤 유서깊은 작가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세이시과 더불어서. 한참 유행할 시절에는 오히려 순문학을 파던 쪽이라 깊게는 알고 있지않지만서도.
"오시에와 여행하는 사나이는 봤던 기억이 있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도않으니 조금 요 근래 세대의 작가 이름을 이야기해본다.
"요근래에 요코미조 세이시 이후의 민속학을 섞어넣은 추리소설론 교고쿠 나츠히코나 미쓰다 신조라고 생각해요. 소녀는 본격 추리보다는 역시 그쪽이 취향이라서."
사실 여신은 그 민속학들의 계보에 영향을 주는 존재이지만서도, 인간이 거기까지 장광론을 펼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인간에 대한 호감도랑은 별개로.
대체 무슨 특훈인 것일까. 정말로 팔 운동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어쨌든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특훈으로 결론이 난 모양이니 그는 굳이 더 찝지 않기로 하며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가 되었건 그에게 있어선 정말로 특훈일 수도 있는 법이었으니까. 굳이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낳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 자신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의 흥미를 끈 것은 그 다음 대답이었다.
"후훗. 그렇다면 그 답을 알기 위해서라도, 당신이 러브레터를 받는 것을 기대해봐야겠는걸요? 그 뒤의 일은... 그때가 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안 그래요?"
과연 그는 어떤 대답과 어떤 반응을 보일까. 조금 궁금하다고 느끼며 그는 일부러 얄궂은 미소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살며시 테츠오를 바라보며 두부에 대해서 물었다.
포장된 두부를 내밀자 유우키는 조심스럽게 그 포장된 두부를 받아들였다. 두부가 무너지거나 부서지면 안되기에 그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두부를 잡았다. 혹시라도 자신의 힘으로 두부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요리를 하기도 애매해질테니까.
"후훗. 당연히 빨리 먹을 생각이에요. 오늘 저녁 반찬으로 쓰려고 이렇게 구입한 것이거든요."
나중에 맛있는 두부조림으로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는지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당연하지만 자신만 먹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현재 모시고 있는 캇파에게도 나눠줄 생각이었다. 김에 오이 반찬도 하나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어 채소 가게에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결과도 알려주셨으면 좋겠는데. 후훗. 물론 알려줄지 여부는 쿠로누마씨의 자유겠지만 말이에요."
일부러 웃음소리를 내비치면서 그는 테츠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장난스럽게 꺼낸 물음이긴 하지만, 정말로 러브레터 한두장 정도는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슬슬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럼 전 가볼게요. 다음에 만날 때는 러브레터 받았는지 알려주기에요. 알았죠?"
이어 그는 손을 천천히 흔든 후에 가게 밖으로 나서려고 했다. 테츠오가 붙잡지 않으면 아마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을 것이다.
/일단 흐름상...막레에 가까울 것 같아서 막레 느낌으로 썼다!! 물론 좀 더 붙잡을 생각이라면 붙잡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