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봄의 나른한 날씨를 즐기며 자전거의 페달을 힘껏 밟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왔기에 서둘러 사온 나는 오늘 하루 만큼은 비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를 느끼고 싶었다.
그렇기에 카페에 바로 돌아가지 않고 벤치에 앉아 막 사온 책을 읽었다 새 책에서 풍기는 향이 너무나 좋았고, 벤치 옆에 있는 커다란 벚나무엔 아직 벚꽃이 잔뜩 피어있었기에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마실 커피라도 있었으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그것까진 사치라고 생각했기에 단념하고 독서에 집중했다.
그러면 안됐는데
"...."
갑자기 느껴지는 오한에 주변을 살핀다 크게 달라진건 없었다. 자전거도 그대로 있고, 벚나무도 그대로 있었다 영문 모를 괴물이 쫓아오지도 않았고, 귀신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냥 그대로였다 벚나무에 벚꽃이 잔뜩 피어있는 가로수 길 그대로였다.
다만, 눈이 시릴정도로 분홍빛인 그 나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
낡은 보도블록으로 이루어진 길에, 견치석에, 분홍의 꽃잎이 잔뜩 뿌려진 이 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벚이 내리는 시기. 명색이 꽃의 신을 자처하는 입장으로서는 학업시간이 아닐때에는 벚나무가 피어오르는 곳을 찾을 수 밖에. 혹시나 무슨 기연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여신은 가로수 길을 걸으며 흩날리는 꽃잎에 손을 뻗어보다가,
"기연을 기대했는데 정말이지 기연이로군요."
미미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이끌리듯 가로수 길을 두리번 거리다 그 근원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번에 만났던 소년보다는 미미하게 체격이 큰 다른 소년.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는 듯하다. 여신은 딱히 여기에서 신으로서의 힘을 빌려 쓸 이유는 없었지만. 문득 호기심이 생겨 하나 장난에 가까운 일을 준비했다.
"그럼 조건은 이렇게."
벤치에서 자세를 바꾼 시점에서 작동하게끔 부채를 펼쳐 환술을 살며시 걸고는, 그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한다. 평범하다면 믿지않아 곧바로 깰테지만, 평범하지는 않다면 글쎄. 조금 긴 시간을 보내지않을까.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로 천천히 다시 주변을 살핀다,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나는 어떻게 된건가 싶어 한쪽을 길을 따라 그대로 걸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조금 다리가 아파오기에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며 이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논리적인 가설을 세워보려 한다 그래 분명 지친 것 이다. 최근 형의 죽음도 있었다. 먼친척의 방문도 있었다. 아야카에루도 있었고.. 나는 분명 지친 것 이다. 그래서 이렇게 환각을 보는거야
눈을 질끈 감고 벤치에 등을 기대 늘어지자 손 끝에 익숙한 양장본의 책이 닿았다.
그것은 책갈피를 꽂아둔 위치까지 동일한, 분명 내가 걷기전에 벤치에 두고 온 책이었다.
"하-"
실소를 흘리며 손으로 얼굴을 쓸듯이 쥐고 숨을 고른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숨을 숨을 가다듬고 기도라도 해야하나?
현대의 선생은 학생들의 제왕인가. 옛날이라고 그리 다르지만도 않았던 것 같지만. 어느새 눈물을 쏙 닦아낸 나는 오래 보니 그렇게 무서워 보이지 않는 인간이 당황하면서 일어났다가 선생 한마디에 앉는 모습을 살짝은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뭇 지배자와 위정자를 손바닥에 올려놓던 그 그리운 시절이 떠올랐다고나 할지. 규모는 상당히 극소해졌지만 근본적인 원리에 있어서는 어차피 큰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학교는 사회의 작은 모조품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난감해하는 얼굴이 유쾌해 조금 더 구경하고 싶어질 법도 했지만 기실 상대는 안팎 불문 굴곡을 기피하는 성정으로 그다지 큰 흥도 못 건져내리라 233998231년간의 통계와 직감으로 어림짐작한 나는 그 대신 얕은 헛기침으로 목을 고르게 하고 ⭐신님⭐(강조)의 작은 자비심을 베풀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손을 들어서 위풍당당한 목소리와 태도로―
"선생...!" 이 때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아... 아.... 앝, 아아아아아아... 긋, 아니여, 그, 그... 선생님, 선생니임... 에헤헤... 저, 저저, 갑자기 화장실, 화장시이이일...이 급해진 것 같은데... 아니요, 그게요, 그그긋 그, 제가 아니라여기 옆에앉은 친구가......"
- 뭐라고 임마? 제대로 들리게 말해.
"아니요사실제가급했던것같습니다!!!!!!! 저, 저저저저저― 친구가 동행하지 않으면 무서워서 도저히 싸질 못하는데!!!! 옆에 앉은 이 친구, 네 이 친구 데려가도 되죠? 데, 데려갈게요...? 히익...! 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친구랑 손에 손을 맞잡고 저는 이만 급해가지고!!!!!!!!!"
그렇게 반을 착각한 불쌍한 아이의 손을 붙잡고 나는 그의 반 탈출을 돕는 구세주 역할을 자처해 복도로 빠져나온 것이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교실 전방위에 걸쳐 무슨 소리를 남겨놓았는지는 교사와의 지옥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충격으로 미처 반추하지 못한 채......................................
/오늘도 착실하게 아오이의 화려한 전적을 차곡차곡 추가하는 캡틴이다 🤭 ( 풉 킥 ) 참. 카즈키가 거부했다고 서술해도 좋다.
그는 평범하게 일단 수업을 듣고서 다음 시간에 반에 돌아가서 상황을 설명해야겠거니~ 하고 있었지만. 뜻밖에도 겁많던 처음보는 옆자리 학생이 특이한 행동을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그 덕분에 반에서 탈출하기는 했으나 그는 웃음을 참기 위해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끅끅 거려야했다.
"큽.. 큭큭....."
"하하하하하..!! 진짜 뭐하는거야~"
그리고는 반에서 떨어져 화장실 근처로 와서야 그는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며 상대방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치고 있었다. 이렇게 웃어본건 얼마만이더라. 그는 꽤 재밌는 학생이 옆반에 전학왔구나 싶어하며 한참후에야 진정할 수 있었다.
"어차피 이미 원래 반으로 돌아가기도 애매했는데. 굳이 네가 그렇게 이상한 변명해가며 나올 필요까진 없었다고."
말은 이렇게해도 그는 재밌는 광경을 봤다는듯이 미소지으면서 벽에 기대서 주변을 살폈다.
"그래도 고맙다. 오늘 처음보는데 말이야. 신세를 졌네."
기왕 나온김에 땡땡이나 치고 갈까?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매점이나 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방과 후에 장을 보는 것. 그것은 유우키의 소소한 일상 중 하나였다. 그리고 오늘 역시 그 일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늘은 뭘 사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고민을 하다가 두부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갈 곳은 정해진 셈이었다. 두부 요리를 한다고 한다면 역시 두부는 그곳에서 사는 곳이 좋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아야카미쵸에서도 이름이 있는 두부장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쿠로누마. 아야카미쵸에 오래 산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을 알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간만에 인사라도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끝에 그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은 어떤 두부를 사는 것이 좋을까. 조림용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연두부를 사는 것이 좋을까. 잠시 고민에 고민을 하며 그는 일단 가게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계시나요?"
가게를 보는 이가 있을지, 아니면 자리를 비웠을진 모르겠으나 유우키는 안으로 들어서며 그렇게 인사를 하듯 사람을 불렀다.
이 환술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걸린이가 이런건 현실에서 일어날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었을 때 풀리는 것을 전제로 두고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비일상적인 일을 겪었다면 아무리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마음 속에서는 비이상을 염두해둬버리는 것이다. 그것을 거름삼아 이것은 오래 갉아먹는다.
"라고 해도,.. 조금 심하네."
여신은 그것까지는 예측 밖이었는지 부채를 접어 환술을 깨뜨렸다. 다른 목격자가 없어서 그렇지. 한참동안 제자리 걸음이다가 도로 벤치에 앉아 다른 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줄이야 알았겠는가. 여신은 사뿐거리는 발걸음으로 벤치에 다가가 그래도 걱정은 된 모양인지 용태를 살피며 말을 걸었다.
유우키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왜 저런 자세로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운동이라도 하는건가? 아니. 그런데 운동을 굳이 저렇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유우키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두 눈을 깜빡였다. 일단 만들어진지 1시간도 안 지났다는 말에 두부 자체는 상당히 신선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란 표정을 관리했다.
"후훗. 좋은 타이밍에 온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쿠로누마 씨가 추천하는 두부로 두 모 부탁해도 될까요?"
두부 장인의 두부인만큼 오늘따라 잘 나오는 것이 있고, 못 나오는 것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너무 범위가 넓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유우키는 이내 원하는 두부를 이야기했다.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자신은 그저 두부를 사러 왔을 뿐인데 왜 갑자기 비기가 들리는 것일까? 쿠로누마 일가에게 전해지는 비기에는 저런 것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두부 2모를 가지고 오는 테츠오의 모습에 유우키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면서 손뼉을 쳤다.
"대, 대단하시네요. 쿠로누마 씨. 하지만 다음에는 천천히 잘라도 괜찮아요. 아무튼 대금은 여기에 있어요."
이어 유우키는 지갑을 꺼낸 후에 카운터 앞에 있는 돈을 놓아두는 쟁반에 딱 가격을 맞춰서 돈을 넣었다. 이 두부 가게에 자주 온 만큼, 가격 정도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돈이 부족하거나 더 넘쳐났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유우키는 돈을 제대로 냈는지 알기 위해서 테츠오가 두부 포장을 마치고, 돈을 확인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학교에서 편지 관련으로 이것저것 유행하는 것 같던데... 쿠로누마 씨도 편지를 보내셨나요?"
자신은 아마 하나를 보냈었지. 누구에게 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조금 당황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자신도 모르게 절로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특훈의 장점과 특훈의 독려라. 후훗. 운동을 좋아하는 이가 받았으면 좋을 것 같네요. 그 편지는."
누가 받을지도 모르는 식으로 쓴 모양이니 가급적 그 편지가 그런 이에게 가면 좋겠다고 기원을 하며 유우키는 미소를 보였다. 자연히 자신이 쓴 편지가 문뜩 그의 머릿속에 또 다시 떠올랐다. 자신이 보낸 그 편지는 과연 누가 받았을까. 하지만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 편지를 받은 이를 찾아나설 수도 없었기에 그는 그 궁금증은 곱게 마음 속에 접어 남기기로 했다.
"저 말인가요? 저는... 비밀이에요. 일종의 암호를 보냈거든요. 암호의 내용을 말해주면 암호로서의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비밀."
내용을 알려줄 생각은 없다는 듯이 유우키는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가며, 조용히 쉿- 소리를 냈다. 물론 특별한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작은 축복을 기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암호를 푼 이는 조금 허무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유우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숙이고 못 참겠다는 듯이 끅끅거리는 것은 길었다. 그 덕?에 나는 방금 충격으로 멍해졌던 얼굴과 고르지 못하게 된 호흡을 갈무리하며 반추를 할 수 있었고... 내가 무슨 어록을 갱신하고 나왔는지도 기어이 떠올릴 수 있었다... 아...
아...
"읏즈므르......... (웃지마라.........)"
넓은 소매로 얼굴을 덮어버리고 부들부들 떨며 최후의 발악을 해보지만 경이로울 정도로 연약한 어깨만 툭툭 치는 손길을 따라 눈치없게도 흔들릴 뿐. 그가 진정했을 즈음에 얼굴을 가린 채 깊은 한숨을 쉬는 것밖에 내게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지친 듯이 눈을 반쯤 감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 애초에 화장실은 생각에도 없었고, 그런 말을 쩌렁쩌렁 외쳐버린 이상 당장 교실로 돌아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니까.
"어차피 시간만 지나면 뭐든지 잊혀버리고 마니까..." 나처럼. 한숨처럼 중얼거린 말 끝에 나는 땡땡이나 칠까 이야기하는 그를 슬쩍슬쩍 내리는 소매 너머로 보며 꽤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통찰력으로 사알짝 짐작해보니 대애―충 매점이나 가려는 듯한 눈친데, 당연히 무언가 받아먹을 수 있겠지 하는 지극히 오만한 사고방식이었다. 오래된 습관은 도무지 고치지 못하는 것이니까. 무엇보다 신세도 졌고! 갚지 않으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게 아닌가?
역시나 여신이 생각한대로였는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꽤 말문이 트이는 소년이었다. 에도가와 란포인가. 일본 추리소설 쪽에서는 꽤 유서깊은 작가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세이시과 더불어서. 한참 유행할 시절에는 오히려 순문학을 파던 쪽이라 깊게는 알고 있지않지만서도.
"오시에와 여행하는 사나이는 봤던 기억이 있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도않으니 조금 요 근래 세대의 작가 이름을 이야기해본다.
"요근래에 요코미조 세이시 이후의 민속학을 섞어넣은 추리소설론 교고쿠 나츠히코나 미쓰다 신조라고 생각해요. 소녀는 본격 추리보다는 역시 그쪽이 취향이라서."
사실 여신은 그 민속학들의 계보에 영향을 주는 존재이지만서도, 인간이 거기까지 장광론을 펼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인간에 대한 호감도랑은 별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