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나는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린게츠를 먼저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하다못해 지도라도 그려달라고 했을걸... 닥닥닥닥, 딱딱, 닥닥, 닥닥, 딱딱딱딱... 손톱 깨무는 소리도 점차 옅어지고 머릿속이 아예 새하얘지려고 할 때, 그 목소리는 들려왔고... 이것은...?!
"...야아, 와아아아아― 너 한번 잘 왔다!"
구원자!!!! 잘 보니 벤치녀였다든가, 그때 그 싸가지였다든가, 아저씨💚 아저씨💚 매水각희였다든가 그런 것이 어디 상관인가? 중요한 것은 나는 길을 잃어 학교는커녕 다시 길을 전전해야할 뻔했다는 것, 그리고 때마침 그런 타이밍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줬다는 것이니. 게다가 상대는 내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듣고 따르기로 한 요괴 시종?! 이만한 요행이 없는 것이다. (진짜로?)
"학, 학교 갈 때 따름요괴가 필요한 참이었거든... 히, 히히히히히... 자! 여기 가방!"
뭐라 묻기도 전에 냅다 가방을 품안에 던져넣으려 하고 어깨를 덥썩 잡아 같은 방향을 보도록 돌렸다.
"자아, 출발출발! 난 부채나 부치면서 느긋하게 따라갈 테니까 말이야... 우히히히히..."
카와자토 아야나.....아니 아야카에루. 무릇 인간 집사에게 섬김받고 자라온 고귀한 아가씨요괴가 한순간에 신의 셔틀이 되버린 썰 푼다. 가방을 받아들면서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눈앞의 아 저 씨 를 바라보고 있는 아야나 돠시겠다. 뭐어? 따름요괴????? 따 름 요 괴?????
아니 그보다, 여기 학교 가는 방향 아니잖아. 지금 어깨 잡고 틀어진 방향! 이건 아예 학교 밖으로 내려가는 쪽이잖아!!!!!!!
"에에잉 싫사와요. 아야나는 반대쪽으로 출발할 것이와요. 학교 가는 방향은 이쪽이와요. 바💚보 아저씨. "
삐죽 메롱을 하며 아야나는 아저씨의 가방을 들고 반대쪽으로 출발을 하려 하였다. 아무튼 출발은 했으니 말 들어준거다. 아무튼 그렇다. 나는야 착한 요괴맞사와요 파파.
역시 그때 들었던 것은 환청이 아니었어... 5252 이 자식 진짜로 매水각희였잖아...?????? 그런데 내가 이 단어를 어떻게 알고 있지? 크윽... 괴전파가... 잠시 휘청거려 뒷목을 잡고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견뎌내고 반대쪽으로 향하는 따 름 요 괴를 따라잡았다.
그나저나 의외로 내 말에 충실히 따르는군... 후후후후후후... 속으로 어깨가 우쭐해진다... 절로 도야가오를 짓게 된다! 그러다가 고작 이것으로 어깨가 우쭐해지고 도야가오를 짓는 내가 불쌍해져서 정신을 차리자 다시 시무룩해졌다.
"이, 이렇게 된 거 통성명이나 할까? 같은 학교도 다니는 것 같은데에... 나, 나, 나, 아오이거든. 인명人名으로 아카가네 아오이. 아저씨 같은 게 아니고..."
힉힉호무리 장족의 발전! 무려 통성명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3인칭으로 이미 아야나라는 이름은 잘 기지하는 바였지만, 굳이 통성명을 반대로 시켜서 나쁠 것은 없어서 그 뒤로 하?오?리나 정돈하면서 기다렸다.
가방을 든 채 종종걸음으로 교문으로 향하는 아야나. 신님의 가방은 의외로 가벼?운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가방에 대체 뭐가 들은 것일까 싶지만 그건 제쳐두고. 슬슬 교문이 코앞인지라 가방을 꼬옥 안은 채로 아야나는 살짝 뒤를 돌아보고는 아 저 씨 의 질문에 답했다.
천 년 묵어 사람이 된 나무가 있었는데, 늘 새끼손가락에 종이 쪽지를 묶어 매달고 다녔다. 이를 보고 희한하게 여긴 벗이 물었다. 「이봐, 아무개야. 그대는 여인이면서도 꾸미기를 즐겨 하지 않아 변변한 가락지 하나 장만하지 않았거늘, 어찌 항상 손가락에 종이를 매달고 다니는가?」 인간이 된 나무는 그제서야 새끼손가락에 매인 쪽지를 풀어 읽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세 번 탄식하고, 세 방울 눈물을 흘린 뒤, 세 번 뒤를 돌아보았다가 숲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곡절은 이렇다. 나무는 사실 벗을 흠모하는 마음이 사무친 끝에 인간이 되어 인세로 내려온 것이었으며, 그 손가락에 매여 있던 쪽지는 그 벗이 젊은 시절 나무에 매달았던 오미쿠지였다. 나무가 펼쳐 본 점괘는 『대흉』. 연애운에는 『그대를 사모하는 이를 반려로 얻는다』라고 되어 있었다. 흉흉한 운세는 나뭇가지에 매달아 떨쳐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 에치젠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게 이야기를 해 주었던 노야는 이렇게 해설했다.
"그 여인이 벗과 정을 통하게 되었다면 대흉의 운세를 돌려주는 셈이 되니, 이를 막기 위해서 스스로 연모의 정을 끊고 숲으로 들어간 거지. 비구니가 되었거나 아니면 도로 나무가 되었을 게야. 하하하!" 나는 그 결말이 못마땅해서 이렇게 대꾸했었다. "나뭇가지에 매달아 둔 시점에서 그 점괘는 이미 벗이 아니라 나무의 운명이 되어 버린 거야. 벗이 도통 자기를 사모해 주지 않았으니 나무에게는 대흉이었겠지. 아마 오미쿠지를 다른 나뭇가지에 묶어 버리려고 숲으로 들어갔을걸?"
요컨대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오미쿠지 뽑기라도 한 해의 연애를 모조리 망쳐 버릴 수 있는 화근이 된단 말이다. 세상 모든 규수와 장정, 여걸과 기생오라비의 사랑을 한몸에 독차지하는 이 몸에게는 이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그러니 잘 뽑아야 한다...! 벌써 3분째 오미쿠지 통과 눈싸움을 하는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무녀 아가씨, 두고 봐라. 연애운이 대길이면 첫 타자는 너니까, 달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