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구경, 꽃놀이, 하나미花見인가― 꽃을 보며 풍류를 즐기는 풍습이라고 하면 내가 또 할 말이 많은데 (-꼰-으로 이하생략) ...그래서, 천 년은 훌쩍 넘도록 이런 탈 저런 탈 잘 견뎌내며 여기까지 전해져온 문화가 언뜻 대견하게도 여겨진다 하고. 한편 앞으로는 어찌되려나, 하고 생각하게 되고 마는 것은, 천 년은 훌쩍 넘도록 살아온 신의 어쩔 수 없어 떼어낼 수 없는 묵은 습관이었다. 애초에 지금만 해도 심하게 꼴이 왜곡되었고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하나미라고 하면 자고로―(이하생략)
높은 신이 낮은 신을 참배한다니(???) 그런 것은 듣도 본 적도 없는 것 같지만, 인간 신분을 덧써 인간으로서 참배를 드린다 생각하면 그 의미가 다르다. 이야, 그나저나 동전이라. 라떼는 산해의 진미幸와 아무리 줄인다 해도 흰 종이에 씻은 쌀을 틀어묶은 오히네리御捻り였는데. 그래도 청동을 쓰기도 하니 이것은 눈 감아주도록 할까... 10엔은 금기라고???????? ...아...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이 알못들... 죽여버리겠어...(???) 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아니 겨우 10엔이 금기인 것 따위로 이 내가 눈물을 흘릴 리 없잖아, 그것은 보는 네 눈의 착각이다...☆
잠깐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 같아서 소매로 문질러주고, 테미즈手水를 마친 나는 마지막 오기로 5엔 두 닢을 살며시 새전함에 두고 방울소리와 함께 둘 둘 하나의 예를 따랐다. 인두겁을 덧쓰고 인간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므로 인간으로서 가진 기원을. 예법서를 고스란히 가져다 옮긴 듯한 정갈한 동작을 뒤로(아니아니 그야 나 제사의 신이기도 했으니까???? 이 정도도 못하면 신의 이름이 울어버리고 나 신 그만둬야하고????????) 가만히 물러나서 오미쿠지는 뽑지 않기로 결정지은 끝에...
"으와아악 악! 악! ..............아학... 네... 네? 가, 가, 가, 감사합니다아아... 이, 이렇게 꼴사납게 넘어질 작정은 아니었는데... 헤헤헤... 넵, 넷...? 오미쿠지요??? 오미쿠지는 저기, 저, 저, 그, 별로랄까아... 앗, 아, ㅇ아니 굉장히 별로 뽑고 싶달까~~ 별로 엄청나게 뽑고 싶달까~~ 그런 생각을!!! 넵...?? 방향은 이쪽이라구여? 앗, 아아아... 그랬구나, 그랬구나... 이쪽으로 따라오라구요...? 앗, 네네넹... 에헤헤헤헤..."
................사회력 제로 커뮤력 제로 응변력 제로의 은둔형 신이었던 나는 그만 달변인 지나가던 무녀의 화술에 그대로 코가 꿰여 반강제적으로 오미쿠지를 뽑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기어이 나는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린게츠를 먼저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하다못해 지도라도 그려달라고 했을걸... 닥닥닥닥, 딱딱, 닥닥, 닥닥, 딱딱딱딱... 손톱 깨무는 소리도 점차 옅어지고 머릿속이 아예 새하얘지려고 할 때, 그 목소리는 들려왔고... 이것은...?!
"...야아, 와아아아아― 너 한번 잘 왔다!"
구원자!!!! 잘 보니 벤치녀였다든가, 그때 그 싸가지였다든가, 아저씨💚 아저씨💚 매水각희였다든가 그런 것이 어디 상관인가? 중요한 것은 나는 길을 잃어 학교는커녕 다시 길을 전전해야할 뻔했다는 것, 그리고 때마침 그런 타이밍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줬다는 것이니. 게다가 상대는 내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듣고 따르기로 한 요괴 시종?! 이만한 요행이 없는 것이다. (진짜로?)
"학, 학교 갈 때 따름요괴가 필요한 참이었거든... 히, 히히히히히... 자! 여기 가방!"
뭐라 묻기도 전에 냅다 가방을 품안에 던져넣으려 하고 어깨를 덥썩 잡아 같은 방향을 보도록 돌렸다.
"자아, 출발출발! 난 부채나 부치면서 느긋하게 따라갈 테니까 말이야... 우히히히히..."
카와자토 아야나.....아니 아야카에루. 무릇 인간 집사에게 섬김받고 자라온 고귀한 아가씨요괴가 한순간에 신의 셔틀이 되버린 썰 푼다. 가방을 받아들면서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눈앞의 아 저 씨 를 바라보고 있는 아야나 돠시겠다. 뭐어? 따름요괴????? 따 름 요 괴?????
아니 그보다, 여기 학교 가는 방향 아니잖아. 지금 어깨 잡고 틀어진 방향! 이건 아예 학교 밖으로 내려가는 쪽이잖아!!!!!!!
"에에잉 싫사와요. 아야나는 반대쪽으로 출발할 것이와요. 학교 가는 방향은 이쪽이와요. 바💚보 아저씨. "
삐죽 메롱을 하며 아야나는 아저씨의 가방을 들고 반대쪽으로 출발을 하려 하였다. 아무튼 출발은 했으니 말 들어준거다. 아무튼 그렇다. 나는야 착한 요괴맞사와요 파파.
역시 그때 들었던 것은 환청이 아니었어... 5252 이 자식 진짜로 매水각희였잖아...?????? 그런데 내가 이 단어를 어떻게 알고 있지? 크윽... 괴전파가... 잠시 휘청거려 뒷목을 잡고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견뎌내고 반대쪽으로 향하는 따 름 요 괴를 따라잡았다.
그나저나 의외로 내 말에 충실히 따르는군... 후후후후후후... 속으로 어깨가 우쭐해진다... 절로 도야가오를 짓게 된다! 그러다가 고작 이것으로 어깨가 우쭐해지고 도야가오를 짓는 내가 불쌍해져서 정신을 차리자 다시 시무룩해졌다.
"이, 이렇게 된 거 통성명이나 할까? 같은 학교도 다니는 것 같은데에... 나, 나, 나, 아오이거든. 인명人名으로 아카가네 아오이. 아저씨 같은 게 아니고..."
힉힉호무리 장족의 발전! 무려 통성명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3인칭으로 이미 아야나라는 이름은 잘 기지하는 바였지만, 굳이 통성명을 반대로 시켜서 나쁠 것은 없어서 그 뒤로 하?오?리나 정돈하면서 기다렸다.
가방을 든 채 종종걸음으로 교문으로 향하는 아야나. 신님의 가방은 의외로 가벼?운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가방에 대체 뭐가 들은 것일까 싶지만 그건 제쳐두고. 슬슬 교문이 코앞인지라 가방을 꼬옥 안은 채로 아야나는 살짝 뒤를 돌아보고는 아 저 씨 의 질문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