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떨어지는 소리 한 번 시원했다. 못마땅하게 잔뜩 차올라 있던 감정마저 개운하게 내려가는 기분이다. 조금은 흡족했는지 입꼬리도 미미하게 올라 있다. 말도 안 되는 기행이며, 동시에 평범한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이적을 선보인 그는 평온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오연한 태도의 뒤로, 주먹 꽂혔던 나무에 선명히 남은 손자국만이 방금의 폭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시원하게 꽂은 한 방으로 분은 충분히 풀렸다. 이제 막 하나를 손봤으니 그 길로 남은 것들도 친히 두들겨 줄 요량이었는데……. 낯선 단어가 돌연 발목을 붙잡는다.
"누나라고?"
혹시라도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 주변에 말을 걸어올 정도로 가까이 있는 자라곤 지금 저 인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되물으면서까지 의문을 표한 까닭은, 방금의 호칭이 무신으로서는 평생 들어본 적이 없다시피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누나라고. 그도 이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 정도는 알고 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남매를 부르는 말. 혈연이 아니더라도 친근감을 표하는 상황에서는 쓸 수 있다 했던 것 같은데. 그가 고개를 홱 돌려 제게 말 붙인 인간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늘어진 시선이 날카롭게 꽂혀드는 기세 제법 살벌했지만, 그저 상대의 얼굴을 분간하기 위함일 뿐이다.
단순히 얼굴을 살핀다 하기엔 다소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저 표정은 아마도 '웃는' 얼굴이리라 추정되며, 나이는 대략… 17세는 되나? 본래 인간 나이는 가늠할 줄 모르는 그였지만 최근 류지의 얼굴 정도는 정확히 외워 둔 터라 액면가를 비교 분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여하간 느껴지는 기척과 외모를 통한 종합적인 분석 결과, 내려진 결론은.
"나는 너와 상친할 사이가 아니다."
직역하면 '처음 보는 녀석이 왜 친한 체를 하지?' 정도 되겠다. 언뜻 듣기엔 아는 척 하지 말라며 벽을 치는 듯 냉랭하게 들릴 수도 있는 반응이었으나 그저 사실을 정정하는 대답에 불과했다. 그리 대답하면서도 묻는 말에 성실히 대답은 해 주는 태도를 보면 확실하다.
"나쁜 일이라면 있었으나 내 친히 물리친 참이니라."
그리 말하는 동안 녹옥색 눈길이 자연스레 얻어맞은 나무로 향한다. '물리쳤다'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는 머리랑 옷에 뭍은 꽃잎들을 털어내려 했으나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벚꽃잎이라는게 다들 알겠지만 종이마냥 말라있는게 아니다보니 말이다.. 아무튼 그는 자신의 말을 듣고나선 그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여성을 보며 그저 머쓱하게 웃을 뿐이었다. 속으로는 역시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해서 그런가~ 하고 짐작하고 있을뿐.
상대방의 시선이 퍽 날카롭긴 했지만. 그는 시선으로 자주 오해받았던터라 그저 자신을 향한 시선이 날카롭단 이유로 선입견을 갖거나 기분이 나빠지진 않았다. 다만 상대가 자신을 보는 시간이 좀 길긴했기에 그 사이에 파묻힌 짐을 찾기위해 꽃잎속을 뒤적거렸다.
"음? 지금와서는 잘 안쓰이는 말을 쓰시네요.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아 말이 샜네.. 아무튼, 그러면 상친할 기회라도 주시겠어요?"
그는 어쨌건간에 꽃잎을 뒤집어쓰게 된 가여운 사람 하나 봐준다고 치고 안되겠냐며 웃어넘겼다. 솔직히 평소에 그가 하던 행동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여기서 혼자 궁상떨고 있는것도 좀 그렇고. 뭔가 눈앞의 여성은 같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흠.. 어떤 일인지는 몰라도 직접 해결하시다니 대단하네요. 그럼 해결된 참에 꽃놀이나 같이 보실래요?"
말투 때문인가, 훨씬 나이 많은 연상을 상대하는 기분이라 느끼며 그는 짐에서 도시락통을 꺼내고 있었다.
사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유우키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야카에루로 주체가 바뀌게 되면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존재니까 사이비 종교로 몰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아야나님은 신이 되고 싶으신건가요?"
물론 유우키는 인간이기에 그 관련은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요괴가 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시라카와 가문에서 배운 것이 있기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모시는 이 여성은 어떨까. 신이 되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그렇게 물으면서 말을 살짝 덧붙였다.
"만약 신이 되겠다고 한다면, 제가 아니라... 당신 스스로를 위한 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만을 위한 신이라니. 그 말에 유우키는 그건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누군가만을 위한 신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할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기왕 신이 되겠다고 한다면, 만인을 위한 신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유우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싱긋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시라카와 가문은 그걸 위해서 당신을 모시는 거니까요. 후훗. 그러니까... 신이 되고 싶다면 얘기햊세요. 도움을 줄테니까요."
물론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진 알 수 없었다. 허나, 뭔가를 할 수 있다면 해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집안의 사명도 사명이고, 자신이 모시는 존재인 것도 있지만... 그냥 눈앞의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의 진심이었으니까.
"네. 가보도록 하죠."
그녀의 말에 그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방을 들었다. 언제나와 다를바 없는 하교길을 맞이하며.
>>93 ㅋㅋㅋㅋㅋ 로그 방식 자체는 알고 있어! 다만 내가 올리기가 힘들다고 느낀 것 뿐이지! 난 최대 2개밖에는 못 돌리는데... 3명, 4명...이렇게 오면 아무래도 그건 못해주니까...뭔가 많이 섭섭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렇다고 선착순...이러는 것도 애매하고! 그래서 앞으로도 로그를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절레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