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1. 정지호와의 관계(같은 소속사, 같은 그룹, 그룹 내 따돌림 주동자, 정지호 흉터의 비밀) 2. 뭔 말도 안되는 루머 해명(사장이랑 연애(당시에 그룹 내 따돌림 한참 진행중이라 상태 안좋았는데 마침 마주쳐서 정신차리라고 충고듣고 격려받은거임), 중학교때 날라리였다(중학교를 애초에 제대로 안다님 검고 침))
등등... 🤔 그때(훈련레스)만나서 정신없이 얘기했을거 같다 좀 흥분상태라 알아먹기 어려웠을지도
혜성은 스틱을 입에 물고 숨을 들이마시고 흐린 연기를 정자의 처마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향해 한숨처럼 토해냈다. 달지 않은, 라임향은 거리가 멀어지는 향처럼 느껴진다. 짧게 한번, 두번째는 처음보다 길게. 퍼지는 연기만큼 부드러운 웃음기 한점 없는 얼굴로 뻐끔거리고 있던 혜성은 눈길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날 이야기나 해보자.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이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 모두가 긴장했고 그래서 다들 예민해져 있었지."
웃음기 없는 얼굴이었으나, 혜성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럽고 차분했다. 방금까지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끊어내듯 대화를 섞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온화하기도 했을 것이다. 라임향 섞인 연기가 시야를 자욱하게 물들임에도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는 미약한 깜빡임도 보이지 않았다.
곧 졸업해서 저지먼트를 떠날 사람이 해야할 이야기가 맞는지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경고와 제지를 할 뿐, 쉽사리 공격하려 들지 않았고. 시간을 들여 설득할 수 없었겠지만 적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어. 동의하니?"
후배의 말에 설득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어갈 생각도 없었다. 스틱을 갈아 끼우는 혜성의 손짓은 평이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후배님에게 한번도 길을 안내해준 적 없어. 선택한 건 후배님이고, 그로 인한 결과를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후배님의 선택이야.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도, 네가 할 일이야."
>>19 앗 세계수 해도 돼? 그럼 할래 헤헤헤 전부 한다리씩 걸쳐주마(?) 고양이는 그럴듯한데 늑대는 애들이 쉽게 안 불렀을거 같아 흠 으르랑이/낑낑이? 삑삑이? 이러지 않았을까 랑이 어릴때 골목대장 같댔으니까 애들끼리 으르렁 대는거 자주 있었을거 같아서 혜우가 그렇게 불렀을거 같고 어릴 때 혜우는 랑이한테 좀 까칠하고 그랬을거 같아서 ㅋㅋㅋㅋ 자주 대들고 빼애액 이랬을거 같고 ㅋㅋㅋㅋㅋ
이제 막 훈련의 중반으로 들어설때즈음, 테스트룸의 재정렬을 위해 잠깐 비는 시간을 놓치지 않았던 소녀가 안으로 따라들어왔다.
"......" "항상 저랑 얘기하실 때만큼은 표정이 굳어계시던데, 아무리 저라고 해도 상처받는다구요♡" "그런것 치고는 항상 히히덕거리던데?" "설령 그렇다해도 이렇게 둘이서 있다는게 좋으니까요♡"
소녀의 시선은 광적인 집착을 보이듯 빛나고 있었지만 그 모든것이 익숙했던 그녀는 예삿일이라는듯 그 시선을 넘기며 옆에 놓인 다른 방패를 집어들었다.
"그럼 방해 안되게 나가있어줄래? 슬슬 쉬는 시간도 다 끝났으니까," "이참에 응용도 해보자구요~ 지루하잖아요? 듣기론 얼마전까지만 해도 요인경호라던지 하는 명목으로 돌아다니셨다던데..." "...그거, 저지먼트로서 한 일인데다가 한 사람만 빼고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있었고, 무엇보다 난 사람들 대피시킨거 말곤 한게 없으니까." "그래도 대피요령 정도는 알고 계시네요~" "...'사전경고도 없이 터뜨렸던 때랑은 다르다' 라고 하고싶은 거라면 빨리 나가줬으면 하는데," "그래도 최소한 그 전까진 평범한 스킬아웃이었잖아요~ 안그런가요? 토끼씨♡" "......!"
소녀를 노려보는 눈빛이 순간적으로 붉은 빛을 흩뿌렸고, 쥐고 있던 방패를 들어 그대로 집어던지려 하자 소녀는 그 사이에 잔상을 남기듯 빛속으로 숨어들었다.
"진짜 성가셔. 능력도, 너도." "그러도록 부탁받았으니까요♡ 그치만... 그렇다고 해도 늘 이정도까지만이잖아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확실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주변을 빙빙 도는 작은 숨소리에 그녀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집어던졌던 것을 다시 주워들었다.
"그걸 다행으로 생각한다면 넌 확실히 변태야." "원래 사람이란게 다 그런거죠♡" "...가끔은 부정이란걸 좀 해줬으면 하는데," "그건 좀 어려울지도요~ 언니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시는 것처럼, 전 무조건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거든요~"
다시금 시야의 사각을 비집고 나온 소녀는 완벽하게 그녀의 뒤를 잡고선 살며시 기대어섰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은 미움받고 싶지 않단거 아시잖아요? 특히나 언니한텐..." "...만약 그랬다면 그 행사때 진즉에 업어쳐버렸겠지." "데이트 좀 방해했다고 너무 집요하게 갈구시는거 아닌가 몰라요~" "세상에 감시당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너 말고," "칫."
혀를 차며 다시금 떨어져 거리를 벌리는 소녀와 그만 나가라는듯 손사래를 쳐보이는 그녀, 하지만 그럼에도 소녀의 붉은 시선은 여전히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도 누군가를 위해서 뛰어드실 건가요?" "지킬땐 지키고, 구할땐 구하고, 따라야 할땐 따를 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난 또 그때처럼 뛰어들겠지." "어차피 크게 다친적이 없었단걸 믿고서요?" "아니,"
훈련재개를 알리듯 셔터가 내려갈즈음, 그녀의 눈빛은 아주 잠깐 강한 보랏빛을 내뿜고 있었다.
>>53 그치 기생식물은 떼어버리는게 국룰이지 (떼어내짐) 으르랑이는 랑이 이름도 이름인데 애기 발음으로 으르렁이 잘 안 되서 저렇게 됏을거란 적폐야 ㅋㅋㅋㅋ 삑삑이 시끄러워! 하고 꽁! 하면 바로 흐에엥 하면서 희야나 태오한테 달려간다 하지만 희야나 태오가 울리면 랑이한테 달려가는 이 모순 역시 간사한 어린애기
3학구에서 스트레인지로 향하는 골목은 흉흉하다. 여기부터 낙후된 지역이니 어서 돌아가라는 듯 구세대의 것이 분명한 네온사인이 머리 위에서 불길하게 합선되는 소리를 내고, 포토 키네시스의 능력을 응용한 가로등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 음산하기 짝이 없는 곳에 발끝이라도 들이는 것에 경기를 일으키곤 했으나, 가끔은 이 어둠 속을 누구보다 익숙하게 들어서는 사람도 있곤 하다. 스트레인지로 향하는 골목 주변, 막다른 길이 있는 또 다른 통로에서는 누군가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됐다." "네."
붕대를 다시 감는 듯한 앙상한 손과 만족스럽게 무언가를 코트 속주머니에 넣는 장갑 낀 손으로 보아 두 사람은 모종의 거래를 끝마친 듯싶었다.
"늘 나를 만족스럽게 해주어 고맙구나. 이번에도 꽤 좋은 일이 생기겠어." "……." "돌아가는 길에…… 아, 이걸 주지 않았네."
코트 안주머니를 연신 뒤적거리던 큰 체격의 남성은 무언가를 꺼냈다. 딱 봐도 흉흉한 것이 마젠타 빛 네온사인 밑에서 섬뜩하게 빛났다. 태오가 평소 쓰던 디자인은 아니지만, 충분히 날렵하게 모양이 빠진 비살상용 권총이었다. 총알 대신 에너지탄이 나가고, 출력 강도를 조절해 상대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게끔 고통만 느끼게 하거나 심하면 기절까지 시키는 순수한 기술력의 집결체는 남성의 손에서 자유자재로 핑글핑글 돌았다.
"그때 총이 어떻게 됐다고?" "……녹아내렸습니다." "그래서 조금 개조를 해봤단다. 열에도 조금 더 잘 견딜 수 있게 했고…… 아! 그래. 조금 더 충전 시간이 빠르도록 안티스킬에게 납품하는 것과 동일한 모델을 네게 주기로 했단다. 영광으로 알아, 비싼 거야." "……네."
능숙하게 총을 돌리다 강도를 조절하던 남성은 붕대를 감는 태오를 바라보다 대뜸 손을 뻗었다. 윽, 짧은 소리와 함께 목덜미를 부여 잡힌 태오는 이 남성의 성격이 정상인과는 다름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불신과 공포가 스쳤지만 지금은 하는 수밖에 없이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어 입천장에 와닿는 총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진짜 총이 아니라 다행이다. 아니었더라면 저 남성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난을 친답시고 눌렀다가 이 세상과 하직하겠지.
"우리 선생님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좀 나중에 나올 거야." "……." "그러니 그 디자인으로 커스텀 될 때까지 잃어버리지 마. 내가 주는 선물은 소중히 간직해야지." "……." "그러니 어서 거래의 값을 치르는 것이 좋겠구나. 최소치 충격이라 조금 따끔해요, 태오 학생." "자, 잠ㄲ-!"
태오는 남성이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순간 눈을 홉뜨더니 남성을 밀쳐내고자 했다. 골목의 인영을 본 것도 있으나, 아마 당신 때문일 것이다. 공포심 채 가시지 못한 눈길이 골목 밖을 마주했다.
으슥한 골목. 아무도 좀처럼 발을 디밀려고 하지 않는 음산한 구역. 유감스럽게도 유한에게 있어서 오늘은 바로 그 구역을 순찰하는 것이 저지먼트이기에 수행해야 할 임무였다. 허나 그리 거리낄 것도 없는 것이, 이런 어둠이라면 익숙했다. 아무렴 자경단이라는 것이 밝은 대낮이라던가 남들 훤히 보이는 밤길 밝은 구역에서 돌아다닐 필요는 없잖는가. 어둠 속을 보는 훈련은 이미 유한이 수도없이 한 것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유한의 무장이다. 평소에 입던 가벼운 복장은 어디가고 무릎과 팔목, 어깨에 보호대를 착용한, 가볍긴 해도 무장상태였고,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게 전부를 가리는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등에는 유한의 상체보다도 큰 티타늄제 방패가 유한이 걸을때마다 절그럭거리고 있었으니, 설령 스킬아웃이라고 해도 위압감을 느낄 모습이었다.
"어이."
그리고 태오의 불행은, 그렇게 순찰하던 유한의 눈에 띄었다는 것. 유한은 멀리서도 눈 앞의 청년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자신이 찾았던, 하지만 찾지 못했던, 어느샌가 잠적해버린 빌어먹을 친구.
"현태오 이 X자식아. 넌 왜 여기있냐? 그사람은 또 누구고?"
갑자기 밀쳐낸 모습에 그는 천천히 태오와 누군지 모를 남성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마디 연락도 없이 사라져놓고는 이런 곳에서 있던 것도 열받는데, 알 수 없는 남성이 빌어먹을 귀찮은 친구라고 해도 그 친구 목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열받을게 당연하지 않은가.
>>135 팩트 - 하지만 은우는 한번도 그런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은우는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혼잣말로만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니... 당연히 누군가가 은우에게 그런 말을 하면 은우가 막아도 내로남불은 아니지 않을까요? 실제로 죽으러 안 갔잖아. (절레절레)
>>221 역시 까마득하게 멀어요! 8ㅁ8 그러고 보니 캡틴, 저번 진행 당시 성운이가 굳이 일광예고 저지먼트 리더를 띄우지 않아도 리더는 제로의 레이저에 피폭당할 운명이었나요? 성운이 무중력으로 띄움->리더가 순간이동으로 중력좌표에서 도망감->레이저 맞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방아쇠는 당겨지지 못했다. 입에 쑤셔박혔던 총은 절그럭대는 섬뜩한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입천장부터 시작해 비강, 뇌까지 이어질 고통이 오늘 하루는 지나갔다.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남을 느껴야 했지만 오히려 더 큰 위협이 등골을 스치는 것 같았다. 멀리서 보아도 태오는 저 시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가오는 걸음걸이가 익숙했고, 이곳을 순찰하는 인물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불청객이네." "아, 그, 그게……." "학교 친구인가 보네?"
태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제 친구다. 아무리 봐도 제 친구가 다가오고 있었다. 태오를 놓아주고, 곁에서 총신을 손수건으로 닦던 남성은 한 눈에 보아도 체격이 좋았다. 190에 육박하는 길쭉하고 균형잡힌 체격은 태오 정도는 간단히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얼굴은 평상시의 태오처럼 노이즈에 가려져 있지만 목 너머 가슴팍을 타고 끝이 약간 푸르스름한 백발이 촘촘히 땋여 밧줄처럼 내려와 있었다. 태오는 저 노이즈 너머를 익히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는 많은 것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방패를 꺼낼 적 총신을 닦던 손을 멈추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가치를 매긴 것 같고, 어쩌면 다른 것을 꺼내 선고하며…….
"세상에, 무섭네! 진심인 것 같은데. 태오야, 어떡하지? 나 여기서 객사하긴 싫은데." "그러니까."
태오는 항상 미적지근한 온도를 유지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 그렇구나. 로 넘기며 자신의 일도 제3자의 시선으로 보듯 해결했다. 도통 타오르거나 가라앉지 않는, 불꽃놀이 이후 남겨진 잿더미처럼 식어가는 사람이었다. 당신이 아무리 화가 났다 한들, 처음 만났던 날과 동일하게 태오를 보았더라면 지금도 담담하게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태오는 당신의 목소리에 한 걸음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더니, 눈을 굴렸다. 불안한 눈이 얼굴이 가려진 남성을 한 번, 당신을 한 번 번갈아 쳐다보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르고 잘게 떨리다 땅을 향했다. 드문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디선가 짤깍, 하고 회중시계를 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느꼈다. 시간을 재고 30을 세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고, 어느덧 20초를 넘기는 것 같다 믿었다. 10, 9, 8……. 총을 장전하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고, 이대로 무시하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무시한 뒤에는? 그렇게 된다면 과연 멈출까? 어느 한 쪽은 자신의 목을 조를 것이다. 주변에서는 극구 아니라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이 땅에는 그럴 수 없는 존재밖에 없다. 당신조차 자신을 도망친 겁쟁이라 단정 짓고, 몰아가고, 그렇게 만들고, 끝내─ 대답해야만 한다. 설령 한쪽을 위함이라도.
"친구!! 친구에요, 친구에요……. 제 친구에요. 제, 제가 학교를 안 가서, 그러니까- 나, 나랑 아는 분이야. 그러니까- 그게-!! 나는, 나는!! 아니야, 그런 거 아냐!! 제발 그런,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아니야! 아니라고!"
결국 태오는 숨을 뱉어내듯 목소리를 쥐어 짜더니, 앞을 막아서며 다급히 외쳤다. 처절한 목소리와 함께 바르르 떨리는 눈을 뒤로 남성은 태오의 어깨를 부드러이 잡으며 앞으로 나섰다. 자리를 비켜주겠다는 듯.
"자, 자……. 여기까지. 설명할 테니까." "…나, 나 아니야. 도망치지, 도망치지 않았, 않았는데." "거래를 좀 했단다. 이 녀석 무기가 이상한 녀석의 빔에 녹아버려서 새로 구입한다길래, 장난 좀 친 걸 들켰네. 내가 좀 무례했지? 그렇지만 그쪽도 스트레인지의 규칙은 알 것 같은데. 봐주지 그래?" "……." "태오 너도 말이지! 학교를 안 가면 어떡하니. 친구들 걱정하게. 스트레인지 독립한 녀석이면 갔어야지!"
태오는 덜덜 떨다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네. 네, 맞, 맞아요. 도, 독립했으니까.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제, 제발. 우, 우리 그러지 말자. 내가, 내가 다 설명할 테니까. 보, 보내드리자. 제발……."
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뜬금없이 사방에서 커패시티 다운이 울려퍼졌고, 백색의 가연성 가스까지 뿜어져나왔다. 커패시티 다운이 퍼스트클래스들만을 무력화하기 위해 조정된 사양이었기에 망정이지, 일전에 당해본 적 있던 범용 커패시티 다운이었으면 꼼짝없이 전멸인 상황이었지. 그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 일광예고 저지먼트.
“그렇죠,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누구도.”
적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성운도 동감했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처음 보는, 무슨 꿍꿍이인지 모를,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를, 원래 이 자리에 없었어야 할 이들보다는 같은 저지먼트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들이 훨씬 소중했다. 성운의 저울은 명백히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래서 성운은 능력을 사용했다. 그래도,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 중에서는 누군가를 가장 안전하게 무력화시키는 방법, 일정 높이의 역중력장 위에 얹어놓는 방법으로. 그거라면 양 쪽 저울 중 어느 쪽도 땅에 닿지 않고 모두가 안전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것이 성운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일도 생각대로는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혜성의 입에서부터 조용히 그어지는 납빛의 연기를 바라보며, 성운은 나직이 말을 이었다.
“네비게이션마냥 상세한 안내까진 바라지 않아요. 그저 한번 손짓이라도 해달라는 거죠. 그날 호신용품을 챙기라거나, 한양 선배를 찾아가보라고 하셨던 것처럼. 그러기도 싫다시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떠날 테니.”
농담으로 받아치지 않는 것을 보고, 동월은 뚱한 표정이 되었다. 딱히 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옛날 성운이에 대한 그리움을 (벌써)표출한 것일테다. 하지만 동월은 언제나 그렇듯이, 성운의 모습이나 성격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크게 신경쓸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 흐음... 나중에 물어봐야겠네. "
하지만 문자 같은걸로 했다간 아마 돌아오는 대답은 없을 것이다. 다쳤다고 하면 나와주겠지만, 그 외의 것에서는 딱히 관심을 보일 것 같지는 않았기에... 특히 동월이 머리카락 관련으로 얘기하면 읽지도 않고 씹을 것 같았더랜다.
" 켘, " " 앞뒤 다 자르고 말한 네 잘못 아니냐! "
뒤늦게 치료라는 단어를 뱉으며 자신의 머리를 치는 성운에게 항의하듯이 대꾸했다. 아, 이것 참. 뭐랄까. 아쉬운 기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옛날의 성운이라면 괜스레 부끄러워하면서 재잘재잘 항의를 했을텐데. 그럼 동월은 또 킥킥거리며 더 놀려대고. 뭔가 유한이 같은 타격감(다만 텐션은 한단계 아래 같았다)을 경험하고서,
" 결국 정상인은 나밖에 안남은건가... "
같은 말이나 지껄이는 것이다.
" 이 정도면 돈도 엄청 들었을 것 같은데. "
아닌게 아니라, 폐공장을 채택해서 이 정도로 꾸몄다고 한다면... 인테리어 하는데에 돈이 꽤나 나갔을 것 같았다.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사비로 쓴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 난 카레 3점보로. "
성운이라면 동월이 카레를 좋아한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있을테지. 무려 1주일 식사 중에 4번은 카레를 먹을 정도다. 그런데 운이 나쁘게도 카레를 만드는 와중에 동월이 들이닥쳐버렸다니.... 성운의 식량이 남아날까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물론 동월은 그런건 신경 안쓰겠지만.
" 불편하진 않냐? "
전기...는 어떻게 끌어쓰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폐공장이었으니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을텐데.
그때, 일찍이 공격하는 것을 알고 있던 자신이 이야기를 해줬다면 하는 생각을 입원했을 때 생각했던 적 있었다. 사람이 불타는 모습을 보자마자 느꼈던 감정들을 떠올려보면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었을테지만. 혹시, 만약에 하는 가정을 해봤자 일어난 일에 대해 나와버린 결과는 바뀌지 않을 뿐이다. 전자담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달리 부드러운 어조로 조곤조곤하게 중얼거리는 말은 차분했다.
후배의 생각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목화고 저지먼트들이 다른 학구의 저지먼트들과 합동하는 것보다 단독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모르는 이들을 경계하는 마음을 혜성은 이해했다.
"곧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야하는 사람을 너무 부려먹지는 말아줘. 후배님. 엇나가지 않게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건 어럽지 않아. 하지만 나는 곧 이곳을 떠나야하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기에 자신은 이미 저지먼트라는 집단에서 천천히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동기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은 곧 떠날 자리를 신경쓰는 것보다 새롭게 만들어진 집단에 신경써야했다. 자신에게 서운함을 느끼더라도 명백한 진실이다.
흐린 연기처럼 혜성은 후배의 말에 흐리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따라 내 대답은 달라질거야. 전부 배제하고 이야기하자면 후배님의 행동은 잘못됐어. 제압해야하는 근거와 이유는 있었어?"
서성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를_의인화한_무기처럼_소개해보자 6척 정도 되는 길이의 하얀 봉. 양 끝에는 금강저 머리가 달려있어, 엄밀히 따지면 자루를 매우 길게 늘린 금강저라 하겠다. 한쪽 끝으로 치면 대상의 무게가 두 배가 되고, 다른 끝으로 치면 대상의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과격한 감정을 가지고 휘두르면 효과가 급변하는 듯하다. 평상시에는 바다에 비친 별빛을 자아내어 짠 무게 없는 천으로 감아둔다. 간절한 기원에 응답하여, 작은 동자의 형태로 현현했다.
지금_이_시간쯤_자캐는_뭘_하고_있을까 인첨공에 들어온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이방인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어느 날에는 마침내 내가 있어도 될 곳을 찾았으나 그것도, 어쩌면 신기루였을지도 모르겠다. 자려고 누웠다가, 이루지 못한 잠에 가만히 일어나 앉아, 책장을 사지 못해 방 한구석에 쌓아둔 책을 읽고 있겠네요. 알람 하나 오지 않는 핸드폰을 이따금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자캐가_타락한다면 워스트 엔딩입니다. 빌런이라기보단 레이드 보스가 되는 스타일. 한때 동료였던 이들에게 토벌당해 최후를 맞이합니다.
>>346 비무장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발견할거 같아서 바로 메스가 나오진 않았을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오주 눈물수집기 on) 그 상태로 마음 읽어보면 혜우 어릴 때 목소리로 가지마 보고싶어 미안해 어딨어 어딨었어 나 밀지 마 버리지 마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잉
거대한 체격을 가진 남성. 자신과 비슷한,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 큰 체격. 어쩌면 강수호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런 남성이 어째서 태오의 입 안에 총구를 겨누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기분나쁘다. 그가 본능적으로 혐오하게 되는, 알 수 없는 생김새였다. 예를 들면... 저 거대한 덩치가, 결국 한태오를 단번에 제압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가.
"야. 현태오... 전화도, 연락도 안 받고, 메모 한장 안 남기더니..."
다급히 말하는 태오를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도망치지 않았다니. 그러면 지금 보이는건 무엇인가. 마치 자신도, 저지먼트도 피하여 어딘가에서 숨어있는 모양새지 않은가. 평소의 유한이라면 태오와 남성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가지고 무언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는 지금, 이성을 잃기 직전의 상태까지 내몰려있었다.
제 앞으로 다가온 남성을 빤히 노려본다. 눈 부분이 유리로 되어있는 마스크 안쪽에서 금빛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남성을 향했다. 애초에 그는 스트레인지의 규칙따위 무시하고 살아온 이였다. 자경단에 합류하기 전에는 닥치는대로 스킬아웃들을 잡았고, 자경단 합류 이후에도 구역따윈 신경쓰지 않고 덮쳐 해산시켰다. 아니, 애초에, 규칙이라는게 뭔가. 스트레인지에도 규칙이 있던가?
"네가 뭘 해명할진 모르겠는데, 가만히 있어. 넌 조금 이따가, 한소리 들을 준비 해라."
작게 으르렁거린 그가 능력을 사용한다. 레벨 1에 불과하여 아주 미약하나, 근접거리는 충분히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속도. 그는 남성의 멱살을 틀어잡으려고 시도한다. 실패했다면 그저 남성을 노려보며, 성공했다면 그 홀로그램을 투영하는 장치를 뜯어내려고 시도하며,
>>308 잘 아는 이유가 뭐냐면.. 성운이도 만만찮게 빡칠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나고 있는데 각 캐릭터 사정이나 캐주들과 협의한 사정 때문에 뒷사람은 아이구 저걸 어쩜 좋아 팔팔 뛰고 있는데 정작 성운이는 그런 사정 거의 모르고 헬렐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한이는 다 알게 돼서 다행이네요
>>426 그래서 말인데 유준이 자리 만들어주고 말하길 혜우 상태가 좋지 못 하니 당장 급한 사안만 간단히 얘기하고 그 뒤는 서로 나아지면 천천히 얘기해라 니들 여기서 헤어질거 아니면 시간이야 얼마든지 있을거 아니냐 라고 해서 진짜 급한 거만 얘기 나누고 나머지는 나중으로 했다 하면 어때
지금부터 부를건, 사랑의 노래야. 앞으로 만날지 모르는, 아니면 이미 만났을지도 모르는 당신을 위한 노래. 몰입을 위한 상상을 마치고 입술을 겨우 떼서, 반주에 맞춘 노래를 한다. 조금은 설렐만한 노래를. 뭐 내 취향 가득 찬 선곡이지만, 이정도는 요즘 대중적인 j-pop이니까...그치?
뭘 말해도 자신의 말엔 당위성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것이 세상인데, 어째서 이렇게 야박하게 구는 거지? 어차피 사람 두어 명 정도 사라지는 것 정도는 당연한 건데.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면 이해라도 해줄 건가? 아니겠지. 누구도 이해하지 않았으니. 태오는 입을 다물었다. 남성은 그런 태오에게 괜찮다는 듯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며, 남은 손은 뒷짐을 졌다. 전형적인 보호자의 태도처럼.
"오, 이거 참. 거세네. 요즘 저지먼트 무섭다, 얘. 나 무기 못 팔겠어." "그, 그만!! 뭐 하는 거야!!"
남성의 멱살이 잡혔을 때, 태오는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듯 외치며 당신을 말리려 들었다.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 태오의 세상을 뒤집어버렸다는 듯. 창백하게 질린 손으로 당신을 떼 놓고자, 어떻게든 틈을 비집어 벌리고자 했으나 불가능하자 다급하게 남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학생, 그러지 말아……. 분노하는 건 이해하지만, 이렇게 굴면 못 써. 진정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하지."
홀로그램 투영 장치를 찾으려 들었겠으나 장치는 어디에도 없었다. 신체 내부에 이식된 재머가 두어 번 지직거리다, 그 너머로 눈동자를 언뜻 드러냈다. 피보다 붉은 홍채와 쭉 찢어진 맹수 같은 동공이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오는 눈이 여럿 있다만, 남성의 눈은 궤를 달리했다. 사람 정도는 가뿐히 죽인 존재의 눈이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혹은 직전에도, 아니면 지금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지키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찢는 것이 식은 죽 먹는 것보다 가뿐하지만 때를 기다리는 포식자 같은, 결코 양지에서는 볼 수 없을 눈길이 당신을 빤히 마주했다.
"그러니 이걸로 만족하렴. 이다음부터는 나도 사람이라 대응할 수밖에 없단다……. 그리고, 내 거래 대상이 두려워하잖니. 우리 학생은 순간의 분노 때문에 사리를 분간하지 못한 거야. 그렇지? 우리 학생은 친구가 겁을 먹으면……." "제발."
당신을 붙든 태오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수준을 넘어 아예 다른 것을 보고 있는 듯 눈이 흐렸다. 남성은 그런 태오를 바라보다, 태오가 비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야 당신을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나지막이 속삭여 당신에게만 들리게끔.
"내가 잘못했어……. 내가 뭘 하면 돼……? 제발 그만…… 그만하라고…… 잘못했다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왜 나를, 내, 내 말을 안 믿어. 왜……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하잖아. 내가. 내가 뭘 더 해야 그만할 건데……." "─그걸 이용해서 짓밟고, 우위에 서는 걸 즐기는 건 아닐 거잖니?"
남성은 눈을 상냥하게 휘며 입술을 달싹이더니, 뒷짐을 졌던 손을 뻗어 가뿐하게 멱살을 틀어쥔 손목을 쥐려 들었다. 멱살을 쥔 손을 치우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잡으려 들면 그땐 너도 공범이라는 듯 지나치게 상냥한 태도였다.
"그러니 비켜줄래? 마저 거래를 하러 가야 하거든. 스트레인지엔…… 나같은 총팔이가 필요하단다. 네 생각보다 아주 많이."
>>476 (매운맛버전 시뮬레이션 돌려봤다가 수습불가 끝장매운맛이 나와서 질겁하고 봉인함) 성운: “···계속 좋아할 거 아니었으면, 그렇게 빌어가면서 여기까지 왔을 리가 있나.” “말했지. 다른 사람들보다 널 한번 더 보게 될 테고, 네 일에 조금 더 걱정하고, 어쩌면 조금 더 참견하려고 할지도 모르고··· 어떤 궤도에 널 올려두려 할지도 모른다고.” “내가 계속 네 옆에 있어도 되냐고 묻고 있는 거야.”
교내에서 서한양이 속한 네 명의 무리. 모두 온순하고 선한 친구들이었다. 지금 우는 친구는 조금 어벙해이고, 사고를 자주치지만 성격은 매우 착하고 해맑은 아이었다. 좀 어린아이 같아서 문제지만 말이야. 이 아이는 얼굴에는 누구에게 맞은 듯- 상처가 있었다. 서한양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수한에게 일어난 일을 듣기 시작했다. 고레벨자로 보이는 한 불량배가 수한의 이성친구가 마음에 든다고 데려가버린 것. 순순히 따라올 때까지 수한을 구타하면서 협박한 것이었다. 서한양은 무표정인 상태로 수한에게 말했다.
"...걔 어디로 갔어?"
"번화가로 갔어.."
"같이 가. 얼굴은 너가 알고 있잖아."
[10분 뒤]
"왜 표정이 침울해? 아, 전남친이랑의 이별이 그렇게도 슬퍼?"
날카로운 쌍커풀이 없는 큰 눈에 갸름한 얼굴. 마치 야생의 늑대를 떠오르게 해주는 거칠면서도 미형인 남성. 180 중반대의 키와 어깨가 벌어진 체형은 위압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이 남성은 한 여학생의 어깨에 팔을 감은 채로 걷고 있었다.
"제발 보내주세요.."
"아직도 그 덜 떨어진 녀석이 생각나는 거야? 너도 이제 현실을 직시해. 강하고 능력있는 남자가 제일이라는 걸. 너가 지금은 싫어도, 조금만 있으면 깨달을 거야. 저기 멀티방 보인다. 같이 플스나 하러 가자."
그렇게 한 음침한 멀티방으로 여학생을 데려가려는 남성. 하지만 뒤에서 서한양과 수한이 따라왔고, 그들을 멈춰세웠다. 한양은 남성의 말을 들었는지, 제법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시대에 아직도 그딴 이성관을 가진 녀석이 있다니- 라고 생각했나보다.
"야. 멈춰."
"응? 뭐야? 전남친 왔네? 친구도 데려왔어? 복수하려고?"
"당장 수한이네 애인분 보내드려."
"왜 그러는 거지? 너하고는 상관이 없잖아."
"내가 이런 것만 보면 토가 쏠려서 말이야. 박살나기 싫으면 어서 보내줘. 말로 하는 건 여기까지야."
이 남성의 이름은 양수찬. 수찬은 한양을 슥 째려보면서 판단하기 시작한다.
'젠장.. 하필 걸려도 소문으로 듣던 서한양에게 걸리냐.. 나보다 능력도 훨씬 더 강한 녀석인데..아..이러면 되겠다.'
"너..저지먼트지? 저지먼트가 힘을 함부로 쓰게되어 있나? 한 번 끝까지 가보자는 거지? 힘을 가졌어도 함부로 쓰지도 못하게 하는 병X집단 소속 주제에 어디서 눈깔을 나쁘게 뜨고 있어."
"...하...부처님..이번에는 용서해주십시오..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
서한양은 수찬을 보며 가드를 잡으며 자세를 잡는다.
"능력 안 써. 딱 느그 수준에 맞게 놀아줄게."
"정말...?"
수찬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1년 전 - 충청남도 천안시의 모든 고등학교를 주먹으로 정리한 녀석이 있었다. 바로 그 녀석이 양수찬. 양아치,선도부,운동부들- 모두 상대가 되지 않는 타고난 일당백의 싸움꾼이었다. 새로운 자극을 위해서 스스로 인첨공에 들어간 그는 바로 레벨 3이라ㄴ..
"콰직---!!!!"
'내가..이딴 녀석에게 맞았다고?'
수찬은 정확히 왼쪽 안면을 맞았다. 서한양의 오른쪽 주먹에 말이지. 수찬은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선제공격을 하려고 했다. 정말 먹이를 향해 달려가는 짐승처럼 빠르고 야성적인 움직임 - 서한양의 오른쪽 안면에 왼쪽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마치 짐승이 본능적으로 먹이를 무는 것처럼 말이야. 서한양은 달려든 짐승을 흔들기로 했다. 왼발이 앞에 나와있는 녀석의 스탠스. 주먹의 위력을 싣기 위해서 앞발에 중심이 모인다.
서한양 역시 앞발이 왼발이었다. 수찬이 주먹을 휘두르기 위해 어깨가 열릴 때였다. 서한양은 앞발로 수찬의 앞발 인사이드를 툭 쓸었다. 단지 한 번 친 것 뿐인데, 수찬은 흔들림과 동시에 주먹은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진다. 녀석의 주먹을 휘두르느라 성벽이 없는 왼쪽 안면 - 서한양은 알아서 거리를 좁혀준 수찬에게 바로 주먹을 꽂았다. 앞발에 체중을 싣고, 뒷발을 인사이드로 튼다. 오른쪽 주먹을 살짝 쥐고 광배와 허리의 힘으로 상체를 왼쪽으로 튼다. 서한양의 오른팔을 마치 L자 모양으로 접은 채로 주먹을 던졌다. 도망가는 어선을 잡으려는 갈고리처럼 주먹은 수찬의 안면으로 향했고, 타격점에 접족하기 직전에 주먹을 꽉 쥐면서 위력을 극대화시킨다. 명사수의 사격처럼 정확하고, 절묘한 타이밍의 펀치. 빠르고 강하기는 후에 논할 것들이었다.
서한양의 주먹에 맞고 크게 휘청거리는 수찬. 수찬은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작년만 해도 주먹으로 천안을 먹은 본인인데. 어떤 녀석이든 본인을 보면 무서워하거나 아부를 떨기 바빴는데 -
"운 좋게 맞춘 것 가지고 우쭐대기는!"
한양의 시점기준으로 왼쪽 크게 휘청였던 수찬. 수찬은 방금 휘두른 왼쪽 주먹을 다시 쓰기로 했다. 아직 회수하지 않은 왼쪽 주먹- 정확히는 주먹을 꽉쥔 손등으로 한양의 왼쪽 뺨을 타격하기로 했다. 왼쪽 팔을 접은 상태였다. 마치 발도를 하려는 무사처럼 접은 팔을 왼쪽 방향으로 크게 펼쳤다. 수찬의 손등은 서한양의 왼쪽 뺨을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실패했다. 나름 변칙적인 공격이긴 했지만, 이미 서한양의 왼손이라는 이름의 성벽에 맞혀버린 것. 방금 수찬의 공격이 채찍 같았지만, 성벽이 어떻게 채찍에 뚫리냐는 듯이 간단한 가드에 막혀버렸다.
왼손으로 큰 공격을 했기에 활짝 열려버린 수찬의 성문. 서한양은 아까처럼 비슷한 알고리즘으로 체중을 싣고 오른쪽 주먹을 뻗는다. 이번에는 팔을 다 피고 쭉 직선으로 말이지. 그래. 스트레이트야. 그렇게 큰 타격음을 내며 수찬의 턱을 포격한 서한양의 주먹.
"너가 이긴다고 생각했지?"
"뒤질까봐 살살 친 거야."
역시 정말로 타고난 싸움꾼이라서 맷집이 좋은 걸까? 서한양의 주먹을 버티면서 왼팔을 뻗는 수찬. 긴 팔을 이용해서 서한양의 오른쪽 어깨깃을 잡는다. 낚시꾼처럼 팔을 던져서 먹이가 잡히면 당기는 수찬. 그대로 한양을 당기면서 오른쪽 주먹을 쥔다. 서한양이 가드를 올려도 , 자신의 집념과 파워로 가드까지 다 부숴버리겠다는 기세였다. 오른쪽 주먹으로 서한양의 안면을 무자비하게 부수려고 했지만..서한양은 성벽을 굳이 단단하게 보강하지는 않았다.
"쫘악-!!"
가드는 커녕 두 손바닥을 펴서 수찬의 얼굴 양쪽 옆을 잡아버린..아니다. 찰싹 치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왜 그런 것일까? 한양의 어깨를 놓치며 중심을 잃는 수찬. 고막을 쳐서 일시적으로 군형을 잃게해서 그렇다. 왼손은 한양을 잡고, 오른손은 한양을 팰 준비를 했기에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 위험함을 감지한 수찬은 서한양과의 거리를 벌리려고 한다.
"너 싸움 되게 못하는구나?"
수찬이 균형을 잡을 시간을 절대 줄 리가 없는 서한양이었다. 왼발을 도움닫기로, 앞쪽으로 쭉 도약하는 서한양. 한양의 오른쪽 발바닥은 수찬의 명치를 사정없이 밀어넣었다. 쌀포대가 터지는 임팩트와 함께 침을 흘리며 쓰러지는 수찬. 둘의 체급차이가 눈에 띄게 남에도 불구하고, 킥 한방으로 서한양과 수찬의 거리는 방금처럼 다시 벌려졌다. 숨을 겨우겨우 쉬며 한양을 노려보는 수찬.
"너..너..내가 꼭 죽인다."
"응. 나한테 깨진 애들이 많이 하는 말이더라. 아, 수한아! 뭐 해? 어서 재수씨 데려가야지."
"으아아앙-!!! 고마워, 한양아.."
"왜 쪽팔리게 재수씨 앞에서 울어?! 얌마, 어서 뚝해!"
그렇게 분위기가 좋아진 한양의 무리를 노려보는 양수찬. 양수찬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잘못을 인정하니깐 손을 잡아달라는 의미였을까? 아쉽게도 정반대였다. 수찬의 손바닥에는 강한 전류가 압축되어 모이기 시작했고, 고레벨자라 그런지 준비를 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
"도대체..왜?"
하지만 수찬의 전류를 모으는 팔은 하늘로 향했다. 하늘로 승천해버린 수찬의 썬더볼트- 서한양이 염동력으로 수찬의 몸을 컨트롤해서 공격을 불발시킨 것이었다. 서한양은 차갑게 식은 눈을 뜬 채로 수찬에게 다가간다.
성운은 월을 새치름하게 노려보았다. 궤변이고 변명이긴 하다. 동월의 말마따나 앞뒤 다 자르고 말한 게 잘못은 맞으니까. 하지만 자신을 놀려먹을 생각이 온 얼굴에 만연한 상대에게 사과를 왜 하겠는가. 이렇게 적반하장도 좀 해줘야 티키타카가 되는 거지··· 같은 듣기좋은 구실을 댈 수도 있긴 했지만 일단 솔직히 말해서 동월의 간드러지는 연기가 쓸데없이 킹받았다. 그때 뜬금없이 날아드는 동월의 정상인은 나밖에 안 남은 건가, 하는 말에 성운은 온 얼굴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니가 정상인인 세상이라니 좀 소름돋는데.”
찐친간의 전유물인 찐한 디스를 갈긴 성운은, 마지막 반창고를 붙이고는 주섬주섬 구급키트를 정리하며 동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볼주머니에 짱박아논 거 다 긁혔지.”
가구들이야 마침 0레벨 시절 친하게 지내던 중고가구점 사장님이 있어 아직 쓸만한 것들을 싸게 구할 수 있었고,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은 한동안 홍당무마켓 지박령이 되다시피 매달려 겨우 찾았고, 원래라면 비싼 노임을 주고 사람을 썼어야 할 일들 여럿을 자신이 직접 손 걷어붙이고 나서서 해치운 것으로 돈을 아낄 수 있었으나, 도배며 전기는 결국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했다. 그나마도 자신이 저축해두었던 돈으로는 인테리어가 다 끝나지 않아 3레벨이 되고 지원금이 나오기 시작하고서야 겨우 숨통이 트인 참이었다.
“전기랑 수도는 들어오고··· 가스는 LPG통 주기적으로 들여오고 있어. 밥할 수 있고, 씻을 수 있고, 세탁도 할 수 있으니 괜찮지. 쓸데없이 넓은 거 빼면.”
하고 대답하고는, 성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급키트를 다시 캐비넷 안에 집어넣었다.
“잠깐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떠올 테니까.”
동월이 살림살이에 대해 뭐라 더 이야기를 했다면, 일단 밥 떠오고 이야기하자, 하고 덧붙였을 것이다.
>>502 대체 뭐였을까 끝장매운맛... (츄릅) 혜우 : ...내가 좋아한 사람들은 다 나한테서 멀어졌어. 나를 두고 떠나가놓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서 다시 내 옆에 있겠대. 제대로 얘기해주지도 않으면서, 이젠 안 그럴거니 괜찮을 거래. 미워해도 괜찮대. ...누구 마음대로? 누군가에게는 한 번이지만 나한테는 한 번이 아니었어. 또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그렇게 되면 더는 못 버틸거야. 그런데, 그치만... (침묵) ...너는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나를 좋아한다 말하고서, 같은 아픔을 주지 않을 거라고, 할 수 있어? 내가... 나를 견뎌낼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516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람을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내다버린 게 네 대답이냐고 따집니다... 태오 선배가 너한테 그랬던 것처럼, 하고 덧붙이면서요. 태오주죄송합니다 태오가얽힌서사다보니 지금폐기한 이 루트 말고도 두사람사이에 태오이름이 몇번 오르내릴것같군요
성운: (와락) “말했지. 네 유일이 되겠다고.” “네가 나한테 그런 아픔을 주지 않는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어.” “항상 네 옆에 있지는 못할 테고, 어느 때인가는 너와 오래 떨어져있게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적어도 네가 납득할 때까지 충분히 설명해주고 계속 연락할 거야. 네게로 돌아갈 때까지.” “약속했잖아. 그렇게 헤매더라도, 결국 어딜 가게 되더라도, 우리가 가는 길 끝에 뭐가 있어도, 그게 언제까지고 우리 길이었으면 좋겠다고. 네 옆에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사실 굳이 일상을 돌려보고 싶었던 게, 못 본 사이 머리 2개분이 커진 성운이 보고 반응이 궁금한 것도 있었거든요 👀
>>523 두가지가 있잖아; 음 두번째 풀어볼까...이혜성이 회유하러 갔다가 스킬아웃들 함정(?)에 빠지는거지 마침 K도 볼일 있어서 동행 못했음 회유는 포기하고 탈출을 목표로 잡는데 4레벨 에코로케이션이라 안다치는쪽으로 하고 있는데 스킬아웃 한명이 이혜성 등에 칼침놓는 바람에 계단에서 구름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이혜성이 삼단봉이 아니라 나이프로 자신을 공격하는 스킬아웃의 눈을 공격하는데[더보기] 금이랑? 톡 잘 안할 것 같은 느낌?(자세한건 금주오면 알려달라해) 근데 안부는 꼬박꼬박 물어보지 않을까 잘잤어? 좋은아침, 점심 맛있게 먹어, 집 조심해서 가, 잘자 정도는 주고받을듯
>>524 어우 혓바닥 타것네 그랫으면 바로 발작 나와요 이사람아 아무튼 성운이 대답이 그러면... 무난하게 위기는 넘겼다 라는 느낌이 되겟네
혜우 : ...나는, 나는 약속 못해. 나는 말해놓고 끝까지 지킬 자신 없어. 다시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못해. 어쩌면 앞으로는 더 아프게 할지도 몰라. 그래도, 그런데도 너는 지켜줬으면 해. 네 약속, 네 말, 끝까지 지켜서, 나를 네 옆에 묶어줘. 지금은 그 이상 안 바랄게.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
하고 성운이 마주 안는걸로 마무리-라는 느낌일까나
>>528 (사실 둘 중 하나만 풀어달란 의미였는데)(히히 개꿀) 아니근데 거기서 더보기를 넣으시면 어캅니까 으아아 마저 풀어줘어억 (땡깡) 어 일상톡 나누는 것도 꿀맛이야 혜성이다워 후후후 이 커플은 이 맛이지 (흐뭇)
>>530 요 고냥이가? (복복복) 과잉대응과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멘붕에도 비틀거리며 빠져나오는 이혜성 그게 시작이지 않을까 자경단으로 입지를 먼저 굳히려면 어쩔 수 없다는....금이가 걱정하는폭력에 노출되어 익숙해지는 모습이 되는거지() 혜성금은 대체 무슨 맛인가(흠)
성운은 긴 숨을 내쉬었다. 자신에게 항의하던 일광예고 저지먼트 리더의 머리 위로 눈부신 섬광이 쾅 하고 내리찍히는, 그 누구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그 급습의 순간이, 자신의 의도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한번에 박살난 그 순간이 눈앞에 문득 옅게 플래시백된 탓이다. 성운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혜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였나요.”
성운은 담담하게 혜성의 말을 받아들였다. 스스로에게 매몰되어 있었으되 귀는 멀지 않아, 밀어냄으로 오인되었던 떠나감이, 백안시로 오해받았던 거리를 두고자 하는 행동이, 성운에게 쉬이 제 색깔을 찾았다. 별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오해는 뒤늦게나마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 그것으로 좋다. 누군가 벌써부터 떠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느낌으로 성운의 마음에 섭섭했으나, 이것은 성운이 지금까지 하고 있던 오해와 달리 뒤로 미루어둘 수 있는, 훨씬 가볍고 대수롭잖은 것이었다. 선배가 자기 길을 간다고 할 뿐이니 섭섭해할 필요 없지, 하고.
그리고 이제 그 오해가 퇴장했으니, 이제는 서로의 입장만이 남았다.
“그들도 우리도 다치는 일 없이 불의의 사태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일단 행동하고, 오해였으면 사과하자, 였었죠.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시민들은 다 성공적으로 대피했고, 남은 것은 경호대상인 불렛, 그리고 동료들. 그 다음이 나. 그 다음이 아군인지 적인지 불확실한 그들이었어요. 불렛이 말했었으니까요. 4학구의 저지먼트에게는 경호 의뢰를 하지 않았다, 라고.”
성운: “너한테 묻고 싶은 게 많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알아두고 싶은 것이 많아.” “네가 다 대답해주길 바라지는 않아. 거짓말해도 되고, 대답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지금은 그 질문도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좀더 나아질 때까지 기다릴게.”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자. ─네가 치료받으러 갈 때까지는 네가 뭐라고 해도 이러고 있을 거야.”
(나중에 다시 만날 때 성운이가 모카고 저지먼트 뒷담들에 혜우 이야기 나온 거 보고 그것도 아마 혜우한테 물어보게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혜우주)
스트레인지의 폐건물은 건조하니 먼지와 흙, 잔해의 분진이 넘쳐나고 밤이 되면 춥다. 바깥의 놀라운 기술력과 달리 이곳에서는 원시적인 방법이 유행했다. 전기를 끌어다 쓰기엔 지나치게 힘이 들고, 불이라는 획기적인 신의 발명품이 있기 때문이다. 폐건물에 모인 사람들은 잔해에서 땔감으로 쓸만한 것을 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버티고는 했다. 그들은 서로를 패배자라 불렀고, 이따금 패배자끼리 힘을 모아 2학구에서 실험 삼아 만들었단 단백질 식량을 얻어오곤 했다. 맛대가리라곤 한 없으나 감사한 식량을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진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물어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식량을 가져온 사람들은 먹던 것을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그리고는 꼭 한 마디를 뱉었다. 패배자면 패배자답게 닥치고 살라고.
>>540 >>532 최근 들어 저 표현력이 급격히 하락해서 무언가 보면 오... 오오... 오오! 하는 기분은 드는데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레스가 너무 위로 밀려가서 반응 못하고 스루해버리게 되는 사태가 너무 자주 일어나는데 혜우주가 제 머릿속의 오오! 들 중의 하나를 방금 깔끔하게 표현해주셨어요
>>542 (어쨌거나 메모장에 있다는 소리군) 혜우 더 말 안하고 성운이 품에 파고들고 유준은 옆에서 둘 보다가 눈꼴 시렵다면서 어휴 내가 나가야지 이럼서 자리 비켜준다 아마 저 하루는 뭐 더 없고 그냥 둘이 쭉 같이 있었을 거 같네 모인 장소가 혜우 집이었을거라 유준만 나가면 둘이 뭘하든 자유로웠을것
뒷담 얘기 물어봐도 괜찮아 혜우는 그런거 직접 물어보는 걸 오히려 신뢰의 표시로 생각해
>>543 태오주 기만스킬 어디서 만렙 찍었어? 이렇게 초고오급 필력을 갖고 있으면서 별거 아니라니 으르릉
>>544 쓴맛일지 단맛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갠적으론 한 56퍼 카카오 초콜릿 맛이 아닐까 싶구 히히 나중에 금주 오면 물어봐야지
>>556추가 그러면 그날 내내.. 성운이 자기가 구워온 수플레팬케이크 혜우 먹여주거나, 혜우 집이라는 말 듣고 자기가 사온 식재료로 요리해주거나, 같이 소파에 삐대고 누워서 영화보거나 하루종일 집데이트로 보낼 것 같네요 '그의 애정결핍 해소 방식은 때론 꽤 독특한 것이었는데, 바로 그래도 되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모자랐던 만큼의 애정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주는 것이었다'
>>562 흐벱 (납작해짐) 혜우 그날은 온종일 얌전하게 성운이가 뭘 해도 그냥 기다리거나 안겨있거나 할걸 소파에 누워서 영화면 입주하고 한번도 안쓴 소파 티비 개시하는 날 되겠네 ㅋㅋㅋㅋㅋㅋ 요리도 성운이가 다 준비하는거면 새집 처음 쓴다는 느낌 낭낭하게 들듯 집구경은 안할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로나 세로나 뭐 돌아가는 건 똑같으니;까 ㅋㅋㅋㅋㅋ 흐음 혜우는 먼저 달라고 안 하면 줄거같진 않고 비밀번호 들어도 어차피 같이 가거나 가도 너 있을건데 알아두는 의미가 있냐고 그럴거같네 아무도 없는 집에 문따고 들어가는 건 내 집이면 족하다는 말도 아마 작게 중얼거릴거고 응
>>566 (바르작바르작)(포기) 볼 것도 없는데... 하면서 한 바퀴 보여주긴 하겠네 방 셋에 욕실 분리형 화장실이랑 작은 화장실 따로 있고 부엌은 아일랜드식, 거실은 베란다가 있는 정도일까나 방은 큰 방 둘에 작은 방 하나인데 작은 방에 풀지 않은 짐박스 넣어놨고 큰 방 하나는 비었어 혜우가 쓰는 방이 작은 화장실 딸린 방으로 모든 생활을 그 방 하나로 해결하고 있는 중이지
혜우방 조금 자세히 보면 벽과 바닥, 문 뒤쪽 등등에 난잡하게 긁히고 찍힌 자국 볼 수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야 혜우는 혜우지만 뒤에 내가 있는걸?(?) 여벌 열쇠 얘기 나오면 선생님(유준)에게 물어보라고 할 거야 빌라 출입구에 등록하고 현관문에도 간단한 생체인식 해야하거든 집 보증인이 유준이라서 응
내가 한 번 사고를 친 후엔, 유준이 꼭 감시를 명목으로 커리큘럼을 지켜보곤 했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이미 한 번 저지른 후에는 연이어 하지 않는 걸 그도 잘 알면서. 언제나 뒤늦은 후회를 하는 그를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나 또한 같은 처지이며 공범자인 것을.
전날 하지 못 한 과제로 커리큘럼을 마친 후였다. 얌전히 사무실에 앉아, 아니 소파에 드러누워 팔 안에 잠든 아메를 쓰다듬고 있었다. 소파의 가죽향과 따끈한 아메의 강아지향이 묘하게 나른함을 불러왔다. 미지근한 욕조 같은 공기 속에 축 늘어져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데 돌연, 테이블에 놓아둔 폰이 비명처럼 울렸다.
우웅 우웅 우웅
진동이 연달아 울리길래 전화가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폰을 집어 화면을 열어보자, 모르는 이름으로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 몇 개는 링크였다. 그 다음은 캡쳐한 사진들이었다.
링크를 들어가보니 익명의 저격글과 댓글들이... 캡쳐 역시 그것들이었다.
그 중에는 내 얘기도 있었다. 내용을 본 순간, 손이 크게 떨렸지만 그 이상의 동요는 하지 않았다.
다시금 천천히 내용을 되짚어 보았다. 분명히 목화고의 저지먼트를 향한, 실체 없지만 뚜렷한 악의가 액정 너머로 전해졌다. 특히 한 명을 향한 악의가 구역질나게 생생했다.
"...하!"
어째서 이 세상은 누군가를 물어뜯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걸까.
내 움직임 탓에 잠이 깬 아메를 다시 토닥이며 작게 웅크렸다. 댓글 속 내용에 과거가 자꾸만 부글거리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중학교 시절, 나를 엮은 헛소문을 흘리며 괴롭히던 그녀들. 지나칠 때마다 느껴지던 그 눈빛에서 차디찬 과거가 울컥 치밀어올랐다. 매정히도 나를 쏘아보던, 혹은 무감정하게 내려다보던, 여섯 개의 눈.
그 차가움.
문득 몹시 추워졌다. 분명 한여름인데도 나는 뼈 시린 한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몸을 녹이고자 아메를 끌어안다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폰의 자판을 눌렀다.
>[뭐 하고 있어]1 >[자?]1
잠시 헤매듯 손가락을 움직이다 한 문장 더 전송했다.
>[보고 싶어]1
메세지 옆 1은 언제 없어졌을까. 답장은, 언제 왔을까.
나는 손바닥만 한 액정 속에 네 온기가 있는 것 마냥 가슴팍에 지그시 내리누르며 조용히, 시린 숨을 삼켰다.
물결치는 주파수에 연산은 맞물리지 않는다. 올곧게 세워진 계산과 교통에 이물질이 비집고 들어와 도출되는 것이 흔들린다. 뇌는 회오리치는 시퍼런 불꽃을 연상했건만, 손바닥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홀연히 사라질 연막 뿐이다. 과장된 초기 식을 의미하는 듯한 연기의 빈약함에 경진은 눈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제 얼굴에 밀어진 손바닥을 쳐내고, 발악에 실패해 순순해진 자의 손목에 수갑을 마저 채웠다.
계속해서 커리큘럼을 거부하면 통지표에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저지먼트는 특정 인물을 제외하고 모두 놀랍고도 급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거니와 레벨 0이 어느덧 레벨 4가 되어 이명을 다는데 너는 무엇을 하느냐……. 커리큘럼 담당 교사가 했던 말을 되새긴 태오는 골목 안에서 손을 꼼지락거렸다.
"……."
커리큘럼은 두렵다. 머리를 열어 전극을 가하는 것보다, 누군가의 속내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 순간이 싫다. 듣고자 마음 먹으면 덜컥 들리는 것 같은 원망 어린 소리가 싫다. 연구원들의 정중한 태도가 끔찍하다. 알지도 못하면서 괜찮을 것이라 격려하는 것이, 싫다고 해도 했어야만 했던 것이, 지속적으로 거부하니 자신의 외형을 보고 너같은 건 그럴 줄 알았단 태도를 보이는 것이, 선심을 쓴답시고 새로운 지옥을 연결시키려는 위선이 싫다.
─ 도망쳐야 해,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그렇지만 어떻게? 때리는 건 아니겠지?
무엇보다 자신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사람의 속내를 제대로 읽는 건 못 한다. 마음을 먹고 그 사람이 무얼 생각하고 깊게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들여다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모두 같다고 생각하는 끔찍하게 편협적인 사고 때문도 있지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고 난 후면 꼭 원망 가득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기 때문이다. 태오는 늘 겉만 핥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제각기 쑥덕이곤 했다.
─ ……설마 이것도 읽었나?
쟤는 나에 대해 다 아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태오는 자신을 올려다 보며 덜덜 떠는 학생을 가만히 내려다 봤다. 최근 자신에 대한 영상이 퍼진 이후, 자신에 대해 고발한다며 무차별적으로 폄하하는 영상을 양산한 학생이었다. 태오는 벌벌 떠는 학생을 가만히 내려다 보다 손을 뻗었다.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몸을 가리던 학생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미쳤냐는 시선을 보냈다.
"네 말이 옳아요……." "ㅁ, 뭐?" "나는 담배도, 술에도 손을 대고, 학교도 잘 안 나오거니와, 입묵하였지요. 다만……."
태오는 학생의 눈을 정확히 마주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해야만 한다. 여전히 능력을 제대로 쓰고 뒤따라오는 정신적인 문제는 두렵지마는. 아니, 사실 하나 더 있다. 자신을 보는 그 시선이 끔찍하게 뒤틀릴 적이면 회의감이 들었다. 대체 능력을 쓰는 자신이 어떤 모습이길래 사람들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히, 히익. 히이익-" "네가 벌인 일까지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건……. 내가 못 잡을 줄 알고 그러는 것 같은데요." "내, 내가, 내가 뭐-" "카메라 회수해야 하죠, 너……. 잘도 숨겨뒀네요." "그, 그거, 그거-" "우리 거래해요. 너는 자수하는 조건으로." "뭐?!" "나쁘지 않은 거래일 거 아니에요. 네가 신나게 떠든 대가로 자수를 하면……. 나도 움직이지 않아요. 아니……." "……." "내가…… 움직이지 않게 막아줄 수 있어요…." "아, 안 하면?"
태오는 상냥하게 눈을 휘었다.
─ 야, 너 뉴스 봤어? ─ 뭐? ─ 왜, 현태오가 불법촬영 했느니 뭐니 그 영상 있잖아. 목화여우? 걔. ─ 어. 왜? ─ 그거 지가 한 거 양아치니까 남들이 다 믿을줄 알고 뒤집어 씌운 거래. ─ 뭐?! ─ 걔 어제 자수했잖아! 걔가 말한 곳에서 카메라 다 발견되고 걔 지문까지 묻어있었대. 빼박 아님? ─ 와, 평판 안 좋다고 뒤집어 씌운 거야? 존x 불쌍해. ─ 솔직히 자업자득이긴 한데 개불쌍한 건 맞음. 조진 인생 더 조질 뻔했잖아. 근데 자수한 걔가 현태오랑 같은 반이라며. ─ 반 친구인데 그런 거야?? 더 미쳤네 진짜. 걔 목소리 뱐조도 안 하고 종이가면 딱 쓰고 영상 올리던데 뭔 깡임? ─ 조회수 빨아먹으려는 렉카지, 렉카. 태오는 턱을 괴고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드는 학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학생이 자수하기 직전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저 밖의 도시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혼란과 번민, 감정의 소용돌이를 뒤로하고, 성운은 조용한 병실에 잠잠히 서 있었다. 저지먼트로서의 신분을 증명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성운은 곧 퍼스트클래스가 휴식 중인 병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얀 시트 위에 가만히,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은우의 모습이 보였다. 무적의 에어버스터의 위명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그저 한 명의 소년, 저지먼트 부장 최은우의 모습으로 소리 없이 잠들어 있었다.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색의 눈동자가 은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당연히, 그를 깨울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지금 이 복잡한 심경에─ 그가 마지막으로 겪었던 그림자와의 접전에서 그가 저지른 실책에 대해 은우에게서 무언가 조언을, 하다못해 꾸지람이라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게 민폐라는 자각이 더 강했기에 성운은 은우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 종이봉투에서 꺼내어 내려놓을까 했으나 부시럭대는 소리가 나는 것도 곤란해서 성운은 침대 옆의 협탁에 종이봉투를 그대로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4개들이 과일 타르트와 홈베이킹 잡지 최신간이 들어 있었다. ···고요한 공기 한가운데에서, 성운은 현실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분한 병실과 종이봉투 사이로 내어다보이는 생기넘치는 잡지 표지 사이의 극명한 대조가 성운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일시적인 탈출일 뿐이고, 너희를 둘러싸고 있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정상처럼 보이려는 무익한 시도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성운은 은우를 깨우는 대신, 주머니를 뒤적여 메모장과 필기구를 꺼내 무언가 사각사각 써내려서는 그것을 뜯어, 편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작은 메모 하나를 종이봉투 옆에 내려놓았다.
2학년 서성운입니다. 쾌차를 기원합니다. 이것이 여가시간을 보내시는 데 조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요양 중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부장님의 책상 위에 시말서 한 봉을 올려두었습니다. 퇴원하신 뒤에 선처 부탁드립니다.
그것을 내려둔 뒤, 성운은 몸무게를 덜어내어서는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 병실을 벗어났다.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하는 익숙한 느낌이 오늘도 성운을 찾아왔다.
동월의 3레벨 달성 이후, [영재 공장]의 진입 권한을 요청하여 테스트 과정을 거친 뒤 접근 허가. 해당 괴이는 총 09번의 수색을 진행하였지만, 실종자 발생, 구조 실패 등의 이유로 3레벨 미만의 수색자에게는 접근이 제한되어있던 괴이임.. 현재 활동하는 수색자들은 레벨 제한,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접근 가능한 사람이 1명도 없었던 바, 오랫동안 방치된 괴이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를 마친 뒤에 진입을 허가.
[시작부터 난리네.] [지침서는 이미 오염됐을거라 생각했잖아.]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거 아냐?]
진입 직후 입구에서 확인한 지침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오염되어, 그저 조현병 환자가 글을 모방하여 휘갈겨쓴 무언가가 되어있는것을 확인. 새로운 지침서로 교체한 후 공장 내부로 진입함. 내부에 진입하자 수많은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공장 업무를 진행중인것을 확인. 동월은 양복을 입은 상태로, 현재 해당 공장을 시찰하러 온 상위 업체의 직원이라는 설정. 일반 직원들은 그에게 신경쓰지 않지만, 선임 직원들이 조금씩 그를 신경쓰는 듯한 경황이 포착됨.
[관심받는거 별론데.] [쉿! 누가 온다!]
해당 공장의 팀장 정도로 보이는 괴이의 접근. 해당 괴이는 몸의 절반이 불에 탄 모습을 하고있었음 [다소 자극적인 묘사로 인해 검열됨] 남은 얼굴로 웃으며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걸어오지만, 동월은 이해했디는 듯이 대답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포착됨. 잠시간의 대화 후 팀장은 사무실로 복귀함.
[....너 괴이언어도 배웠어?] [? 개소리야]
본인은 괴이의 이질적인 언어를 알아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 보임. 복귀 후 오염도 체크 예정.
이후 메인 공정 시설을 벗어나 수색을 위해 내부 복도로 이동. 엘리베이터 사용을 피하고 계단으로 이동하던 중 아래층에서 올라오던 '계단의 존재' 와 조우
[씹.]
동월은 즉시 팔을 그어 일정량의 피를 '조공'한 후에 위층으로 이동함 [다소 자극적인 묘사로 인해 검열됨] 모든 직원의 휴식을 알리는 점심시간 알림이 울림. 해당 사항 중에는 '휴게실' 밖에 있다가 잡힐 경우 실종 및 [노이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화장실로 대피.
정신나감+정신나감이면 그런건 필요없긴 하다. 번거로운 우정들 셋 중 가장 상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성운과 대화할 때는 대부분 성운이 당하거나, 선으로 고무줄 놀이를 하고있는 동월을 응징하는 양상으로 흘러갔지만... 유한과의 대화는 가히 혼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저 멀리 흘러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셋이 한번에 모이면 성운이가 고생을 좀 했겠지...
" 뭐 인마! 그게 무슨 뜻이야!! "
소름이라니! 동월은 아마 자신과 성운이 상식인이었다고 믿고있는 듯 했다. 하지만 성운이 어딘가 유한과 비슷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자마자... 남은 정상인은 자신 뿐이라는 비정상적인 생각을 한 모양이다.
" 그래도 전부 긁어서 내집마련이면 성공한 인생 아니냐? "
아무리 지원금이 나온다곤 하지만... 기반이 없어서야 이 정도로 깔끔한 인테리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새 내집마련이 얼마나 힘든데.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 정도 규모의 집을 얻었다면 인첨공의서의 생활은 굉장히 안정적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인첨공에서 가벼운 낙상 사고에 따른 부상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발전한 과학기술이라도 정신에 입은 상처를 신속하게 제거해줄 수는 없다. 리라는 학교 옥상에서 고요한 운동장을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솔직히 지금은 액정만 봐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걸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몇 번의 메세지가 오간 흔적을 치우고 메신저 버튼을 누르면 읽지 않은 메세지의 빨간 표시들 사이 저지먼트 단체 톡방이 보인다.
리라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이리라: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름방학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리라: [다름이 아니라 최근 이어졌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이리라: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부원 분이라면 오늘 부실로 모여주실 수 있을까요?]
전송 버튼을 누르고 고민하길 몇십 초. 뒤늦게 메세지 몇 개가 더 따라붙는다.
이리라: [개인적인 일로 저지먼트에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이리라: [해결하고자 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버겁네요]
이리라: [도와주세요]
수많은 모니터에 둘러쌓인 소년은 후드티를 눌러쓴 장신의 남자에게 돈봉투를 건네받고 의자 등받이에 푹 파묻혔다. 쿨링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잡다한 기계음이 어두운 공간을 채운다.
"딱 맞네요." "떼먹을 정도로 아쉽지 않은데. 굳이 눈 앞에서 확인까지 해야겠나? 예의가 없네." "이딴 곳에서 사람 구해놓고 무슨 예의를 따져요?"
별 징그러운 일에 동참해줬더니 말이 길어. 소년은 책상 서랍 안에 돈봉투를 던져넣고 열쇠로 서랍을 잠근다.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기다려야지."
애매한 답변에 소년은 미간을 찌푸리곤 무거운 안경을 벗었다.
"기다리면 답이 나오겠지." "예, 뭐... 어쨌든 저희 거래는 이제 끝났고요. 나가주시죠." "그래, 신세 졌어. 입 조심하고."
무거운 발소리를 남기며 자리를 뜨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년은 가볍게 혀를 찼다. 예의 좋아하시네. 대화 내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누군데.
하늘이 맑다. 박호수는 후드티를 벗고 한층 밝아진 주변 환경 덕에 조금 더 선명히 조절된 액정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갤러리에는 15주년 행사장을 배경 삼아 찍힌 두 사람의 사진 몇 장이 저장되어 있었다. 박호수는 그것을 몇번이고 들여다보다가,
[사진 4장을 삭제하시겠습니까?] [휴지통을 비우시겠습니까? 해당 파일은 영구적으로 삭제되며 복구할 수 없습니다] [삭제]
[삭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부 지워버렸다. 그리고 어딘가로 다시 걸음을 옮긴다. 여름 하늘은 파랗고 정말 맑다. 정말로.
아지가 병실로 들어오려다 은우가 잠든 것을 보고 소리를 멈추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지는 조심조심 병실에 들어와 은우의 곁에 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 시간동안 은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아지만이 알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태도로 은우를 살펴보고서는 깨어나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침대 옆 협탁에는 누가 다녀갔는지 잡지들과 타르트가 있었다. 아지는 그 옆에 공간을 조심조심 만들어 직접 만든 참치야채죽과 부드러운 달걀 쿠키를 두었다.(한 봉지는 이미 세은에게 주었을 것이다.) 딱딱한 문체의 메모로 한 통 보았으나 딱히 손은 대지 않았다. 자신도 메모를 남겨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돌아나왔다.
같은 병원은 아니었지만 지난 누군가의 병문안을 온 아지를 보았던 간호사들이라면 지금 아지를 보고서 그때의 우가우가 학생이 맞냐고 물을 만큼 조용하고 차분하고 착실한 문자 그대로의 병문안이었다.
자캐는_헬스를_며칠이나_다닐까 : 실로 놀라운 질문 태오의 몸상태로는 헬스를 다닐 수 없답니다... 카미숑이 이쁘게 나오긴 했지만 실제로는 쪼끔 더 마른 느낌이라서 그러니까 그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태오는 '타고나기를 쭉쭉 뻗되 호리호리하니 다듬으면 좋을 몸'인데... 뭔가 좀 먹어서 살 좀 붙고 그러면 더 균형 잘 잡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머지 위태로워서 퇴폐를 더 끼얹는단 그런 느낌이라....
= 작심하루 한단 소리임 아 ㅋㅋ
이룰_수_없는_소망을_이루는_꿈을_꾼다면_자캐는 : 때리지 마!!!!!!!!!!
일어나서 잠깐 머리 짚고 괜히 꿈 내용 곱씹어보다 담탐 가지러 감
자캐의_기억력은 : 음습할 정도로... 좋다... 어제 자기가 뭘 했는지 누가 무슨 생각을 했고 그때 날씨가 어땠고 주변 소리는 어땠는지 싹 기억함...
근데 얘도 사람이라고 혼선이 와서 어제 간식으로 귤 먹었지.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제 먹은 거인... 그런 망충함이 있음... 어제 간식은 귤이 아니라 새콤달콤 블루베리 맛인데 바부.
유한은 남성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흔히 신화 속에서 악마라는 것들의 눈으로 묘사될 법한 그것이었다. 공포라던가, 두려움이라던가, 이런저런 감정이 들었으나 가장 큰 것은, 불쾌감. 당장 눈 앞의 이의 머리를 박살내야 한다는 강렬한 충동이 일었다. 그래, 충동이다. 살의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일종의 방어기제로 인하여 발생한 본능같은 것이다. 허나 태오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거칠게 남성의 멱살을 놓아버렸다.
"이봐, 아저씨. 말 함부로 하지마."
깨달았다. 저런 종류의 눈은- 그의 누이, 유다혜가 가진 것과 같다.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눈. 그저 주변의 모든 것이 제게 있어서는 자신만을 위한 수단인. 유한은 불쾌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가 가장 혐오하는 이와 동일한 눈이었기에.
"그러다 요즘 애들한테 맞아죽을지도 모르니까."
제 손목을 잡은 손을 뿌리치며 태오를 흘긋 본다. 딱봐도 별로 안정되어보이는 상태는 아니다. 문제는, 그걸 눈 앞의 남성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자신의 죄책감을 건드리고 있다. 말려들 생각은 없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을 놓아주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놓아주되, 그는 거칠게 쏘아붙이고는 태오 쪽으로 다가갔다.
"좋아, 저 아저씨는 보내줄게. 하지만 너는 아냐. 왜 사라졌는지, 왜 지금까지 연락도 없었는지, 당장 말해 현태오."
태오의 근처에 다가가서, 그리고 어느정도 안전한 것을 확인하여서 그런지 조금 누그러진 분노. 그렇다 해도 분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유리 너머에서 빛나는 황금색 눈이 태오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릴적 나의 외출은 꽤나 자유로운 편이었다. 어쩌다 밤 늦게 돌아와도 집에선 어느 누구도 나에게 무어라 하지 않았던데다 그나마 걱정해주는 사람이라 해도 사는 곳이 달랐기에 당연스럽게 이뤄졌던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의미로만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인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그래도 나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단걸, 어차피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런 일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건 어린 나이에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행했고, 스스로 행했기에 나에게 다가오는 결과가 있었다.
과거의 저 바깥에서도,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아주 약간의 다른점이 있다면 평소보다도 더 자주 연구소에 불려간다는 것 뿐이었다.
아마 그런 일련의 행동들, 그런 일상이 시작된 것은 이곳에서 말하는 커리큘럼이란 것을 받고나서였던듯 하다, 그 광경은 이미 익숙했다. 비슷한 거라 어릴적부터 멀찍이서 눈에 담았던 것들이었으니까, 다만 이번엔 그곳에 앉아있는게 나라는걸... 누군가에게 입혀져 맞지도 않는 백의를 질질 끌고 다니며 유리벽 너머의 안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딱 맞는 옷을 입은 채 앉아있다는 것이 다르다는 부분은 인지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걸 깨달았다.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있단걸 알게 되었다.
그것이 단순히 '내가 유용했기에' 받는 관심이란건 아무래도 좋았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분명 부모님은 나를 바라봐주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고통을 느끼는 것은 나 역시 여느 아이들과 같았지만, 충분히 감내할수 있었다. 확실하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히려 기다려졌다. 누군가가 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나 스스로가 오르기를 기다렸다. 차갑기 그지없는 것은 예전하고 다를게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난 그 잠깐의 시간에 기대를 품고 있었던것 같다.
"...어라?"
그런 나에게 작은 이변이 생기기 시작한건 그때쯤이었다.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복도에서 주저앉았을까, 분명 오늘은 실험이 고되었으니까... 나를 지켜보고 있던 연구원 분들도 꽤나 지쳐있는 느낌이었으니까, 어른도 힘든마당에 고작 아이일뿐인 내가 그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은 치기어린 열정으로 부딪힌다 해도 다소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여느때처럼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으니, 한숨 돌리고나면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눈을 조금이라도 깨우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
분명 내 눈은 나의 어머니를 닮아 보라색을 띄고 있었을텐데... 나의 아버지를 닮은 오묘한 푸른빛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본 순간 마치 바깥의 것을 그대로 흡수하듯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밀려온 것은 분명 내가 알수 없었던 감각이었다.
그 푸른색이 의미하던 바를 이제는 알 것도 같지만... 그런 지금이라 한들 나에겐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었다.
>>689 (긁어봐도 암것도 없어서 실망한 뱜미) 하지만 다행스럽기도 하다... 뭐 있었으면 나 비명질렀어 이경이를 잊어버린다니 그럴 일 없다 크아악 두 사람 사랑을 해라...!!!!!!!!!! 아니 학 데포르메 인형 < 너무 귀엽잖아... 하늘색 이불이랑 배게 넘 귀엽다 진짜루 라벤더빛 아닌게 쪼끔 신기하단 생각(ㅋㅋ...)도 있지만 히히...
>>690 태오 종이몸이라 찢어져(?) ㅋㅋㅋㅋㅋ아니 아 나 계속 그 하우에버!! 그거 생각나서 클났다... 진짜 내 마음은,,,, 뭘까?
위의 살짝 찾아온 깜짝 손님들은 아주 잘 봤습니다! 하하!! 얘들아...마음이 너무 착하구나. 캡틴...어제도 예고했다시피 오늘 좀 이것저것 해야해서... 지금부터 자리 좀 길게 비워야하지만...최대란 빠르게 올 수 있도록 해볼게요!
덧붙여서...여러분들.. 흑흑. 으흑흑. 맨날 다른 캐릭터 행복 꽃길이라고만 하지 말고 자기 캐릭터들부터 챙겨주세요! 8ㅁ8 맨날 자기 캐릭터는 불꽃길에 집어넣고 매운맛 뿌리면서 다른 캐릭터들은 안돼요. 그러고 있어!! 응?! 자기 캐릭터부터 잘 챙겨줍시다!! (라고 우기면서 사라지기)(소멸중)
1. 토끼굴은 스킬아웃 조직으로서 어느정도 유명했는지 - 스트레인지의 인물들 중에서도 어둠에 어느정도 맞닿아있는, 밑바닥에도 바닥이 있다는걸 아는 사람들은 안다는 정도려나? 물리적인 이유로는 토끼굴이 여자애들밖에 없다보니 늘상 주변 스킬아웃들한테 시비털리기도 해서 일부러 눈에 안띄는 곳에서 꾸리고 있었단 느낌!
만약 와서 이래라저래라 한다? 바로 2번 항목에 배정되시겠습니다...
2. 당시에도 해킹 같은 걸 전문적으로 했었는지 - 메인은 그렇긴 한데... 조력자가 없으면 거의 점례가 독박이었을 거야! 능력 자체가 해킹 친화적(?)이다보니... 그래도 누구는 전자전, 누구는 직접적인 테러처럼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보니 사보타주도 심심찮게 했지? 폭탄으로 건물 터쳤다던가를 종종 언급했던 이유랄지. :3 단지 나중엔 [편집됨] 될뿐이지...
3. 아보카도는 스킬아웃들 사이에서 평가가 어느 정도로 안 좋은지 - '그 초록머리 썩을ㄴ' 정도의 평가? :3
4. 아보카도와 애린이를 쉽게 연관지을 수 있는지 - 맨날 구해주는게 점례다보니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바로 연상이 되려나? '파릇파릇한 과일같은 지지배 옆엔 반드시 미친토끼가 있다.' 란 넉김, :3 물론 점례도 '아니, 나도 잡혔어.'를 실천한 때가 있었는데... 잡히기 무섭게 개빡쳐서 달려온 검은 솜뭉치가 털어버렸답니다☆ (점례 서사 중 몇 안되는 개그포인트)
수경 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당신을_사랑할_수_있어_기뻤어요 어쩐지. 미련이 없어지는 기분이 드네요. 그건 혼자만의 것이겠지요. 함에 담겨 묻힌 뒤 어느 누구에게도 보일 리 없으므로. 자캐가_마지막까지_포기하지_못한_것을_빼앗을때_자캐는 너는 그것이 포기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사실 자체를 빼앗기고 나면 텅 빈 것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포기하지 못한 걸 깨닫게 해주셨군요. 정말로... 아직도였어요. 가질 거라곤 없다는 걸 이해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했을 텐데도... 밑바닥에도 바닥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지도요?
자캐를_굴리면서_힘들었던_점 수경주: 쟤랑 좀 치대봐요. 쟤 멋지다고. 진짜 쩔지 않아요? 진짜 내취향인데. 아니 우정이라도 좀 쌓고 그러자고요. 수경: (안함)
누군가의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응당 자신이 하는 일이라는 듯, 남성은 시종일관 여유롭고 느긋했다. 거대한 덫을 놓고 당장이라도 휘말리라는 듯 손짓하는 듯했다. 휘말리는 즉시 삼켜버리면 증거는 남지 않는다. 당신이 먼저 덤볐다는 명분만이 남을 뿐. 영악한 존재는 똬리를 틀고 기다리다, 맥이 빠졌다는 듯 상냥히 미소 지었다. 노이즈에 눈이 가려 사라질 적에도 그 미소는 계속해서 당신을 향해 있었다.
"그래. 착하지. 저지먼트가 사람 때려죽인단 말은 들어본 적 없지만 마음에 드는구나. 아니지,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더 자존심 싸움은 하지 않겠단 건지, 아니면 흥미라도 붙였다는 건지. 남성은 손을 뿌리치자 손을 가볍게 털더니 태오의 허리에 안전장치를 건 권총을 끼워주며 두 사람을 스쳐가고자 했다. 그리고 스치기 직전, 태오에게 입술을 달싹이는 소리는 당신에게도 명확히 들렸을 것이다. "또 보자." 남성은 두어 걸음 걷더니, 그 자리에서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워프 장치를 쓴 것이 분명했다.
남성이 사라진들 폭풍이 휩쓸고 간 듯, 어지러운 상황은 쉬이 가시지 못했다. 태오는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고, 시선을 마주하는 특유의 산산조각 난 동공과 흐린 눈은 당신을 오래 마주하지 못했다. 분노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지는 탓이다.
"나도, 나도 그러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내, 내가, 방해가, 된다고, 정신을 차리니까……. 아까 그 사람이랑은 관계없어. 그러니까, 제로가, 그림자가……."
지리멸렬한 변명이다. 누구에게도 연락하려 들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치부를 들키기 싫어 스스로 지옥길을 택한 주제에. 맞설 용기 하나 없이 제 발로 도축장에 들어가 나를 죽여주십사 했으면서. 남들이 사활을 걸 때 지켜보고 대못을 박은 방관자 주제에……. 명백한 죄인이 무엇 하러 변명을 하지. 태오는 입을 다물다 맥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하하."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더듬더니, 이내 덮어 가렸다. 손가락 틈새로 눈동자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이제 보니 꼴이 엉망이다. 목에 감긴 붕대 위로도 샛노란 멍이 있거니와 총신을 쑤셔 박힌 탓에 입술엔 상처가 남았던 모양인지, 손바닥으로 붉은 기운 남은 입술이 덮어 가려졌다. 머리카락이 우수수 쏟아졌다. 스스로가 너무나도 추하다. 금방이라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토할 것 같다……. 태오는 얼굴을 덮어 가린 손을 바르르 떨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과 달리, 물끄러미 허공을 응시하는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는 마냥 온화하지 못했다. 후배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어째서일까. 느릿하게 깜빡이던 새파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서 곁눈질로 흘끗 후배를 응시한다.
"4학구의 저지먼트에게는 경호 의뢰를 하지 않았다- 가 그런 판단을 하게 된 근거였고, 오해였으면 사과하면 된다는 생각이 이유였구나."
자칫 잘못하면 4학구의 저지먼트들과의 사이가 틀어질 수 있던 상황이었다. 오해했다며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건, 그 뒤에 일어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흐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면서 곁눈질로 후배에게 향하던 새파란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해했다.
"내가 후배님을 꾸짖어야할지 모르겠네. 근거도, 이유도 후배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일테지만.. 내 눈에는 그마저도 과하다는 판단이 들어."
공격할 의지가 있었다면 모두가 말릴 때 힘으로라도 불렛을 데려가려 했을 것이다. 상황이 급박해서 대화를 할 수 없었을 뿐, 공격 의지가 없는 같은 저지먼트를 대화없이 개인의 판단으로 공격했다는 건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내 판단이 후배님에게 영향을 줄거라면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을거야.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말하자면.. 저지르고 사과할 거라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근거가 있는 편이 좋아. 개인의 판단으로 행한 행동은 누구도 납득해주지 않으니까."
도시에 드리운 비그늘은 쉬이 가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름 바람이 항상 맑고 청량한 것은 아니다. 청춘이 항살 말갛게 빛나는 것도 아니다. 베르테르도 뫼르소도 이스마엘도 되지 못한 이방인은 하염없이 첫 장맛비 속을 거닐고 있었다.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온 세상이 이렇게 눅눅한데 입 안은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깊게 눌러쓴 후드와 외투 표면에서 빗방울들은 머무를 생각을 하지 않고 또르르 굴러 땅바닥으로 떨어졌으나, 그의 늑골 속에는 외투 바깥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짓단은 사방에서 튄 빗물로 흠뻑 젖어 있었으나 눈은 메마른 채로 가만히 도시를 응시했다. 결국 오늘도 그것이 네 길이구나. 어딘가로는 가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모르겠다. 한숨이 빠져나간 자리로 차고 눅눅한 공기가 몰려들어온다. 방금 있었던 예기치 못한 만남의 직후였다. 빗속에서 가리킨 곳은 빗속이었다. 분명히, 그리로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비가 멎고 화창한 햇살이 비추는 날을 맞이할 수도 있겠으나, 언젠가 빗속에서 드문 친절로 가리켜 준 그 방향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날이 있을 것이나, 지금은 그저 자신이 얼마나 잘못되었었나를 곱씹으며 빗속을 떠돈다. 내가 해야 할 일, 살아가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었는데. 내가 가야 할 길, 나에게도 꿈같은 게 뭐가 있었는데. 형용할 수 없는 방향에서부터, 가리킬 수 없는 방향으로, 저벅, 저벅, 저벅, 띠링, 저벅. 영원히 떠돌기만 하는 길. 빗속을 가로지르던 이방인의 발자국 소리에, 이질적인 음색이 끼어든 것이 그때였다. 그리고 띠링, 하고 한 번 더.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는 멈추지 않고 저벅저벅 걸었다. 걸어서, 어느 처마 밑에 당도했다. 그러고서야 느릿느릿하게 그는 안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핸드폰을 꺼내본다. 네 오만과 성급에 매몰되어, 너는─ >[뭐 하고 있어] >[자?]
일순간, 하늘에서 맹렬히 빗발치던 빗방울들이 그대로 허공에 멈춰서는 것만 같았다. 그래, 항상 그랬듯이 나는 길을 잃어왔어. 이방인은 고개를 들었다. 다시금 쏟아지기 시작한 빗속의 밤하늘을 멀거니 올려다보다가, 다시 핸드폰을 내려다본다. 이미 1이 사라진 메신저창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고민한다. 나는 어쩌면 네가 생각했던 네 작고 소박한 구원에마저 그렇게 어울리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감히 지금 함부로 여기에 답신할 수가 없다고. 잠도 이루지 못하고,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그저 떠돌고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띠링. 잃었던 길을 되찾아가다, 그 되찾아가는 길도 잃고··· >[ 보고 싶어 ] 잃어버리고, 잃어버리기만을 반복했지만··· 이방인은 핸드폰 화면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가로등 불빛, 간판 불빛, 전봇대의 전기등, 그 모든 빛들이 장막과 같은 빗살 너머로 아득히 물러서는데, 핸드폰 위에 뜬 달빛만이 장맛비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가만히 이방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갈 수 없어. 누군가의 곁에 갈 자격이 없어. 누군가의 곁에 있을 자신이 없어. 늑골 속으로 주룩주룩 쏟아지는 말들 사이로, 정말이야? 가도 될까? 어디야? 하고, 애진작에 익사해버린 줄 알았던 애잔한 말들이 하나둘씩 문득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한동안 빗물 속에서 멀거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방인은 문득 자판에 손을 뻗었다. 그 모든 게, 결국 길을 찾아가는 과정인걸. <[ 나도, 보고 싶어 ]
가슴 속에서 동동 떠오르는 자잘한 말들 사이로, 문득 무언가 더 큰 것이, 쏟아지는 빗줄기 뒤로 잊혀졌던 것이, 그날 함께 있었던 월면의 정원이 고개를 내밀어 떠올라왔던 것이다. 비 오는 밤하늘에 달이 떴다. 문득, 이방인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나는 베르테르도 아니요, 그렇다고 뫼르소도, 이스마엘도 아니요··· 아아, 역시 그렇구나. 성운은, 손가락을 놀려 몇 자를 더 적었다.
<[ 곧 갈게 ] 그렇게 넘어지고, 그렇게 길을 잃는데도··· 실제로 답장이 어찌 되었는지 그 이후의 일이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당장은 그렇고 나중에 오라고 한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비 오는 밤하늘 사이의 틈을 기다리지 못하고 달이 지쳐 잠에 들었는지, 아니면 그 말이 그 순간에 그렇게 닿아서, 정말로 지금 이 순간 성운의 발길이 그리로 향하게 되었는지. 너는 결국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구나. 이것이 모든 문제의 끝 같은, 그런 극적인 대단원 따위는 아니다. 어떤 문제의 끝 같은 그런 따뜻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이 빗속에서 좀체 어디로도 향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던 발자국들 중 하나가 문득 어느 한 방향으로 분명히 향하는 첫 한 발짝을 다시 내딛기 시작했을 뿐인, 그런 짧고 간단하고 얕은 이야기다. 아아, 부럽기도 해라.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빗속에서라도, 내가 네 옆에 있어도 좋다면. 실존한다는 것은, 저렇게 선명한 것이구나. 성운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지는 가게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동월이가 소개해준 카페 카운터 알바 카페에서 알바생들이 실수로 만든 달달한 연유딸바라떼 먹는거 좋아할 거 같고 옷은 캐주얼하고 귀여운 느낌의 널널한 옷 기분 별로 좋지 않음 전애인 닮은 사람을 봐서 동기는 글쎄... 자기마음? 애호? 애정? 호감? 사랑? 정? 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