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니시카타 미즈호는 코우가 그의 부모님들에 대해 안좋게 평가한 이유를 명확히 알수 있었다. 아. 이 자들은 자식을 명백히 도구로 보고 있구나. 야나기하라의 도구 로써. 나 같은 것이 코우 씨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코우 씨는 멀쩡히 나와 같이 트레이너 생활을 하셨을까. 지금 코우 씨와 그의 부모님이 하고 있는 말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되는 말들이었다. 아, 한없이 이중적인 사람들이다…… 그 [ 가치 ] 가 뭐라고 이렇게 집착을 할까. 아, [ 격 ] 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두고 싶지 않으셔도, 두게 되실 거랍니다……. “
자연스레 코우의 팔짱을 끼려 하며, 미즈호는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다. 더 있을 수가 없는 것은, 이쪽 역시 마찬가지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들의 표정은, 한없이 냉랭했다. 어쨌거나 팔짱을 꼬옥 끼고서, 얼른 자리를 벗어난다. 현관문을 나와 대문까지, 잠깐을 걸어가면 되는 그 시간이, 왜 이리 길게도 느껴지는지. 본가에서부터 약간 떨어진 거리로 나오고 나서야, 코우는 조심스레 미즈호를 돌아본다.
"...괜찮아?"
퍽 걱정스러운 태도다. 그들이 하는 말에 혹시 상처라도 받았을까봐. 물론 그들이 무어라 말한다 해도, 결심을 굽힐 일은 없지만.
가볍게 혀를 베- 내밀면서 놀리듯 말했다. 뭐, 괜히 아쉬운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서. 조금 감추려는 시도라고 할까. ....집에 돌아갈 시간이지만, 돌아가긴 조금 아쉽다. 아쉽지만 충분히 늦은 시간인 걸 아니까 떼쓰기도 좀 그렇고. 떨어진 손이 괜히 아쉬워서 쥐었다 폈다를 몇 번인가 반복했다. 그러다가 들려온 귀에 한쪽 귀를 파닥였다. 에에, 뭐라고?
"음주운전이라니 완전 교사 실격이잖아❤️ 한심해❤️" "그치만 뭐, 별로 상관없나. 나도 조금 마셨으니까, 이대로 뛰어가면 음주 우마무스메로 잡혀버릴 것 같고."
그러니까 결국 공범이라는 거지. 아닌가? 모르겠어. 아직 꿈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라 머리가 완전히 깨지 않았나봐. 어쨌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그럼 바래다 줘. 음... 뒷정리 도와줄까?"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그냥 기다리는 사이에 뭐라도 돕는 게 나을라나? 그런 생각에 슬쩍 말을 꺼내보기도 했고.
내가 음주운전이라고 말해놓고선, 메이사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쉿 시킨다. 좀 비겁하지 않느냐고? 괜찮아, 난 몸도 마음도 시커먼 어른이라서 그런 말 해도 되거든요. 메이사는 애기라서 안 돼. 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음주운전에 동참시켜버리는 글러먹은 어른이네. 나 정말로 선생 실격일지도 모르겠다.
...메이사가 편해져서 그래, 늘 같이 있기로 했으니까. 떠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몇 구석 정도는 긴장감을 놓아버리는 거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아무렴, 안 되는 거지...
"...아니, 어차피 기자재 체크만 하고 스위치 오프하고 나올 거니까 10분이면 될 걸. 이건 선생님 일이니까 기다리고 있어. 바깥은 추우니까 이거 걸치고 있고."
교사용 의자에 걸쳐뒀던 코트를 메이사 어깨에 둘러줬다. 그야 이 겨울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 있으니까 추워보였고... 마구로 앞두고 감기 걸리면 큰일이니까. 나는 돕고 싶어하는 메이사에게 슬쩍 선을 긋고는, 묘하게 처진 귀를 보니 안쓰러워서 또 내 멋대로 친절하게 군다. 우와, 죄책감 굉장해... 술기운이 슬금슬금 깨면서 마음이 따끔거리기 시작해서, 나는 정리하면서 남은 주류들을 마셔서 증거인멸했다.
그러고 나면 또 마음 편하게 잘해줄 수 있는 거야, 책임 안 지고. 뭐어 뭐어 나는 원래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하며, 안이한 마음 그대로 음주운전까지 해버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