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이라고 대답하는 메이사는, 뭐어 선생으로서의 양심이라던가 시커먼 어른으로서의 죄책감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 말하자면, 꽤나 귀여웠기 때문에. 나는 등을 떠미는 술기운과 함께 메이사의 손을 잡았다.
알고 있다. 메이사는 날 좋아한다. 그리고 나와 춤추고 싶었을 거다. 평소랑은 다른 느낌으로 꾸민 나랑 춤추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가지고 싶었겠지. 거기에 어울려주는 건... 그렇게까지 비양심적인 일인가. 내 딸마냥 소중한 녀석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 그게 사람 죽이는 일만 아니라면 어울려줄 수도 있는 거 아냐.
그렇게 속으로 변명해대며 홀 가운데로 오자, 꽤 어색한 기분이었다. 조금 경직된 채로 정장을 입은 녀석들의 일렬에 맞춰 섰다가, 느긋한 노래의 시작에 맞춰서 다가간다. 형형색색의 드레스들 사이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는 메이사는... 옅은 화장이라도 했는지 제법... 나참,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 술이 좀 독하네.
딴 생각을 치우기 위해 짓궂은 장난을 던진다. 내민 손에 메이사의 손이 얹히자, 다른 녀석들이 으레 하듯 고개 숙여 살짝 입맞추고 올려다보면... 이야, 얼굴 좀 보라지.
봐줄 만한 꼴이 된 메이사의 손을 잡고 당겨, 허리를 이쪽으로 끌어왔다.
"아까 많이 춰봤다매, 왜 처음 춰보는 나보다 서툴어? 니 허접이가?"
이렇게 놀리는 건 오늘까지만 해야지. 오늘은 프롬이니까 가능한 거고, 그게 아니면... ... 글쎄, 진짜로 큰일 날 수도 있을 거 같으니까.
>>252 앗 맞아 저 개인적으로 궁금해져서 그러는데 메이사가 <쓰르라미>할 때의 착장이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제 마음 속에서는 아니... 이런 기괴엽기OO는 역시 흰 원피스가 국룰아닌가 싶다가도 아니... 메이사주의 생각은 다를 수 있어 그런 이성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메이사주의 판결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후후... 부담없이 말씀해주세요 😌
지금 이 순간, 니시카타 미즈호는 전력을 다해 표정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니시카타 미즈호는 감정 관리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웬만해서는 말이다.
“전적으로 맞는 말씀이시랍니다. 지금 막 만나뵌 저를 바로 신뢰하시기란 어려우실 것이니까요. “
[ 떠오르는 샛별을 추락시킨 트레이너 ]. 중앙에서의 나의 이명을 여기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여기서 이 말이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이제 막 트레이너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미숙한 트레이너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만약에 아버지라면 이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셨을까. 니시카타 가와의 인연을 이 기회에 쌓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라고... 그러나 그걸 입에 담진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말해야 하는 것은 딱 하나다.
“자,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아버님과 어머님의 마음에 들 수 있으련지요? “
중앙과 지방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있다. [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트레이너 ]. 그래,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실패한 적이 없었으니까.
손등에 맞닿는 입술에 몸이 절로 긴장해버린다. 아, 아니. 아까 춤 출때도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주고받았던 동작이고, 지금도 양 옆에 늘어선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하는 건데. 어째서 이렇게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까. 당겨지는대로 끌려가 서로의 간극이 좁혀진다. 가까워진만큼 물씬 풍기는 향수내음이, 그래, 분명 이것 때문에. 맨 처음에 이걸 맡았을 때부터 이상했어. 분명 향수 때문이고, 이 자리의 분위기 때문이고, 이 열기 때문이야. 하지만 사실은, 유우가를 향한 이 마음 때문인 거겠지. 아아, 역시 나 이 사람이 좋아. 붉게 물든 얼굴로, 평소와 다르게 옅은 화장으로 덮인 입 안에서 이 말을 굴려본다. 정작 내뱉은 건, 모든 걸 가려버리기 위한 장난스러운 말이지만.
"뭐어?! 지금 누구더러 허접이라는거야."
그리고 일부러, 발끝으로 유우가의 발을 지긋이 누른다. 흥. 심술궂은 유우가는 좀 아파봐야한다고.
노래에 맞춰서 춤이 시작된다. 서로의 발끝이 같은 곳을 향하고, 허리에 두르고 어깨를 잡은 손은 조금 따끈한 느낌이 든다. 턴에 맞춰서 돌아가는 배경 위로 평소와 다르게 단정하게 정리된 유우가의 머리카락이라던가, 아까와 다르게 약간 생기가 돌아온 듯한 눈이 시야 가득히 비춰져서. 한 눈을 팔다간 스텝이 꼬일 것 같아서 위닝 라이브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긴장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나만 긴장한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어쩐지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어쩐지 둥실거리는 기분이 되어서, 어쩌면 이거 꿈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초목도 잠들기 시작할 야심한 시각이긴 하지. 한 여름 밤은 아니긴 하지만.
그렇게 마지막 곡이 끝난다.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된 것이다. 어깨를 잡은 손을 놓고, 한 발짝 떨어져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12시가 되어 우리의 프롬은 그렇게 끝이 났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잠시 뜸을 들이다가, 늦장을 부리듯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이제 꿈 같은 시간은 끝나고 뒷정리라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겠지.
"—뭐야. 생각보다 잘 추잖아. 왜 걱정했던거야. 겁쟁이❤️ 쫄보❤️" "....이제 끝이네."
납득은 했지만 그럼에도 다 삼키지 못한 아쉬움이 끈질기게 말끝에 매달린다. ....정말 바보같지.
>>253 -쓰르라미-라면 역시 계절은 여름이어야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리본 달린 챙이 넓은 모자(밀짚 or 하얀색)와 하얀 원피스가 제격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에코백(범행도구 들어있음)도 있을 것 같고요.
의상을 생각하다보니 구체적인 망상이 되어버렸는데.... 히다이가 출근이나 뭐 기타 등등 외출로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집에 찾아가서 초인종 누르고 아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저 히다이 트레이너님한테 배우던 누구누구인데요 트레이너님 계신가요~? 앗 안 계신다고요? 그럼 실례지만 안에서 기다려도 될까요? 밖은 너무 더워서요..."하고 여름답게 하얀 원피스 입고 찾아온 정상인 학생 코스프레(...)하고 안으로 들어갈 것 같네요 그리고 진짜 정상인인척 '이거 변변찮은 거지만...'하고 선물도 건네고 차 내오면 마시고 아이(멋대로 3~4살 정도로 상상함)랑도 같이 잠깐 놀아주면서 그야말로 은사 찾아온 학생인척 오지게 하다가
히다이가 뒤늦게 돌아오면 아내가 '당신 학생 왔어~'하고 안내해주겠지.. 그러다 메이사인거 확인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아내는 무슨 일인지 몰라서 물음표 띄우면서 돌아보면.... 거기엔 메이사가 잠든 것처럼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서서.......🙄
이 이상은 청불 먹을 것 같아서 그만둘래요...🫠 그럼 전 다시 온칼로로 들어갈게요... 농담이에요 사실 나갈 준비 해야해서..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자꾸 인싸들한테 납치당해서 슬픈...... 다들 나중에 만나요...
고작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의 입자는 점점 굵어져만 간다. 우산 없이 앉아있는 우마무스메의 몸 위로 눈꽃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그것이 따스한 체온에 녹아 몸의 열기를 앗아가는 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고 나서야 레이니・왈츠는 새삼스럽게 오늘의 추위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감기? 날씨가 추워서.” “그냥,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면 괜찮아질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이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 들고 있는 선물상자일 뿐. 포장지 안으로 눈이 들어가진 않으려나, 하는 실없는 걱정을 떠올리며 레이니는 빈 손으로 코트의 단추를 풀어나간다. 차가운 냉기가 훅 하고 상의 속으로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우수수 소름이 돋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에 안도감과 함께 픽 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응. 놀러 나왔는데 아직 아무도 안 와서 기다리고 있어.”
둔하고 바보 같은 다이고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레이니가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곤 생각도 못하리라. 내리는 눈을 피해 코트자락의 안쪽으로 상자를 숨기며, 레이니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