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12 크아아아악 꼼수 봉인당했다 2번 상황의 경우는 동월주가 선레를 먼저 써주시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동월이가 성운이 키큰 걸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하실래요, 아니면 지금 보셨다고 하실래요? 성운이네 폐공장의 약도를 첨부해드리니, 여기서 스폰지점(?)을 자유롭게 골라주세요.
동월은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지침서대로 제대로 했지만, 불합리한 상황은 그로써도 피할 수 없었다. 방이란 방마다 튀어나오는 거대한 곱등이나 바퀴벌레들에 의해 쉴 틈 없이 뛰느라 숨은 이미 턱끝까지 차올랐다. 다리도 슬슬 한계인데 커브길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축축한 땅바닥에 미끄러져가며 커브를 돌고, 출구인 비상구로 몸을 던졌다-
우당탕콰당!!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른 동월은 맞은편 벽에 부딪히고서야 가속 운동을 멈추고 널부러졌다.
" 어우씨 거지같은 벌레들... "
몸의 상하가 뒤집혀서 반전된 세상을 보던 동월은, 문득 이곳이 아직 공장의 형상을 하고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굉장히 생활적인 공간이라는게 이질적이라면 이질적이었을까.
" 하아... 여긴 또 뭐야? "
이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변칙이었다. 폐공장을 몇 번이나 와봤건만. 이런 적은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동월은 황급히 몸을 돌려 일으키고서, 칼을 뽑아들었다.
" 또 뭐가 나오려고 이난리인지... "
새로운 벌레가 나온다면 무조건적으로 반갈죽을 시켜버리리라 다짐하고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지먼트 부실에서는 안경을 쓴 소년이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다. 아니, 이제는 소년이 아닌 청년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어쨋든 이 청년은 이전에 교전을 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을 추리하고 있었다. 그림자라면 굳이 불렛을 공개적으로 납치하는 것이 더 손해일 텐데, 설마 그 협박장이 정말 그림자가 아닐 수도 있다라는 추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저지먼트 학생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이 돌기 시작한 것도 슬슬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건이 전처럼 그림자의 내부공작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됐다. 하지만 한 번 파훼된 방법을 다시 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이점은 소문의 수위.
그렇게 머릿속은 오랜만에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잠시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들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구지? 오늘 나하고 순찰을 가기로 한 사람인가?
서한양은 한손으로 머리를 괸 채로 들어오는 이를 본다. 정체는 바로 동갑내기 후배 랑이. 한양은 머리를 괸 손으로 랑에게 손을 흔든다.
situplay>1597032239>60 부실에 들어서면 한양이 언제나처럼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 이게 부부장의 삶...? 어째 항상 업무에 짓눌려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업무는 염동력으로 못 드는 게 아쉽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던 랑은 한양이 인사를 받자 고갤 까딱이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순찰을 나가야 하니 금방 일어서야 되긴 하지만, 부실에 들어왔으니 의자에는 앉아봐야지.
"그럴걸, 내가 기억하기론."
중간에 갑자기 바뀐 게 아닌 이상 아마 맞을 것이다.
"겸사겸사 얘기도 좀 하고."
무슨 얘기인지는 미리 꺼내놓지 않기로 한다. 소문의 대상이 몇몇 학생들에 국한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태오는 건물 잔해에 아무렇게나 기대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15주년의 마지막 날은 끔찍한 사고가 가득했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필요했다. 미성년자의 흡연은 사회에서 갖는 도덕적 시선이나 건강 측에서도 좋지 않다고 하지만, 지금은 온갖 예쁘고 깜찍하며 사랑스러운 것에 기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로가 소지품을 뒤질 적 같이 떨어지기라도 했는지, 주머니에는 담배는커녕 먼지 한 톨도 존재하지 않았다. 태오는 짜증도 내지 못하고 기운 없이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지친다.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지만 그걸 뭐라고 콕 집어 이름을 붙일 수도 없었다.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탓이다. 제로에게 습격 당하기 전부터 곱씹자면, 자신이 레이브라는 걸 아는 존재가 있단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든 숨겨오며 삶을 표현하던 자아를 들킨 것만 같단 느낌에 머리가 싸해지고, 이 사실이 드러나면 더는 생활할 수 없을 것 같아 조건에 응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게 함정이었단 사실과 함께 태오는 습격당해 쓰러졌다. 반항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방적인 구타였다.
그 이후에는 그림자에서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두 번째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 존재들은 자신을 잘 알 것이다. 스트레인지 도박장에서 일하던 천재 엔지니어의 소문을 누가 모르겠나. 물론 자신의 감정이 순간 불탔던 것도 있다. 하지만 이건 궤를 달리하는 문제였다. 자신이 부정하던 것을 확실하게 못 박았을 때, 태오는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떻게든 외면하고 있었다. 스트레인지 출신의 꼬리표. 언젠가의 미래를 알고 있지만, 그 미래를 보다 유연하게 대비하고자 현재에 충실하고자 만든 도피처였다. 그러나 세상은 태오의 편이 아니다. 박힌 못은 떨어지지 않았고 현실을 직시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느닷없는 구원자가 결정타를 날렸다.
동생이라고 믿는 존재다. 전부 들어버렸다는 그 표정에서 태오는 결국 현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거칠다 못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밀어내고 말았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부서진 관계성과 망가진 몸뚱이. 그렇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후회도 하지 않거니와 오해를 바로잡을 생각도 없다. 바로잡는다 해서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인간은 없다. 이미 하나의 오명이 생겼으니, 이 오명을 덮어가릴 구차한 변명거리라 생각할 것이다. 사람을 달래는 법은 모른다. 일평생 해온 것이라곤 안드로이드를 손대는 일과 사람의 속내를 읽는 것밖에 없다. 인간은 안드로이드가 아니다. 머리를 열어 뇌를 뜯어내 그 속의 회로를 건드려 오류를 뜯어고칠 수 없다. 그러니, 그저 이대로 살아가면 될 것이다. 그러면 쓸데없이 뒤를 캐거나 돕겠답시고 같잖은 위선을 들이밀지 않으리라 믿었다. 더 다가와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된다. 그 과정에서 잠깐의 변화나 앞으로의 큰 증오가 있다 한들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 타인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달리 주변에서 지지해 줄 존재도 많을 것이다. 뒷배경도 있을 것이고, 붙잡아주고 같이 욕해줄 어른과 학우도 있겠지. 어쩌면 데 마레에서 붙잡을지도 모르겠다. 그쪽은 오지랖이 넓으니까.
그거면 족하다. 익숙한 일이다. 언제는 손에 쥐어본 적이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냥 여기 있다 쓰러질까? 그러면 며칠 뒤 누군가 싸늘한 시체 정도는 발견해 주지 않을까. 우스운 상상을 하던 태오는 자조적인 욕설을 속에서 곱씹더니 몸을 이끌고자 했다. 그래도 구차한 삶 정도는 추구해야 뒤탈이 없을 것 같았고, 어차피 뼈 두어 개 부러지고, 속이 좀 뒤틀린 걸 가지곤 객사할 수도 없음을 잘 알았다. 병원으로 가고자 발을 이끌었을 때 기분 나쁜 것이 보였다. 사람을 두고 기분이 나쁘다 평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한계까지 다다른 정신과 육체, 그리고 이 상황에서 명백하게 들리는 생각은 원치 않게 상대의 속을 읽는 탓일까, 느닷없는 공격이나 다를 바 없는 생각의 흐름을 잡아챈 태오의 뇌와 속을 거칠게 긁다가 기어이 긴 자상을 냈다.
"필요 없어요. 놔."
한 번 역겹다 생각했으면 하나만 할 것이지 굳이 저런 위선을 보인다. 실책을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까? 부축하려는 손길을 뿌리치려 했으나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는 어떠한 기능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떠올랐다. 무력했다.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는 자의 말로였다. 내가 상대의 속 따위를 읽는 게 아니라 차라리 뭔가를 내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딴 상황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의미 없는 후회와 함께 태오는 앰뷸런스에 마련된 병상에 눕혀졌다. 의료 기술도 말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른 덕분일까, 구급 대원들의 손에 쥐여 태오의 몸 이곳저곳을 훑던 최첨단 스캐너는 금세 결과를 홀로그램으로 두어 개 띄웠다. 구급 대원 하나가 더 정밀한 분석을 위해 손목의 붕대를 풀려고 들었으나, 태오가 예민하게 손을 뿌리치려 들자 난색을 표했다.
"……정밀 분석은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지만, 지금 당장 간이 스캔으로는 늑골에도 다발성 골절이 있고…. 손목은 분쇄 골절이에요. 전신 타박상에다 뇌진탕도 있는 것 같고, 목은 혈관이 눌리고 근육이 좀 손상됐네요. 환자분 의식 잃지 않게 보호자분께서 계속 말씀 걸어주시고, 병원으로 옮기는 즉시 의사 연결하겠습니다."
완장을 보니까 저지먼트 아닌가? 이렇게까지 크게 다친다고? 목의 혈관만 아니더라면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은데? 아까 보니까 목화고에서 이렇게까지 크게 다친 사람은 거의 없던 것 같던데. 당황스러운 생각이 들려오자 태오는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용케도 살았다. 의미 없는 생이 이만큼이나 살아남았다. 불편한 감각이 인두겁을 비집고 비늘에 와닿는다. 태오는 메마른 입술을 벌려 갈라진 혀를 숨겼다.
"본론이나 말해."
하지만 상냥한 말씨가 튀어나오진 못했다. 고통을 참는 데 온 신경을 쏟느라 상냥함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눈앞의 정상적인 외견이라 할 수 없는 후배는 이런 괴벽한 성격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런 이해조차 필요가 없고 지금 당장의 일이 급한 건지도 알 수가 없다. 도저히 알 도리가 없는 것들 투성이라, 응급 환자인 지금으로서는 이 불편함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뛰쳐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토하는 소리랑 핸드폰 키패드 꾹 누르는 소리를 언뜻 들은 것 말고는 몰라요. 심히 유감스럽게도…… 난 개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세히는 모른다고. 당장 도망친 암부의 생각을 추적하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고요……. 내가 7년간 연락 끊고 지낸 애를 어떻게 알아?"
속이 벌써 몇 번째 뒤집히려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에 탑승한 이유가, 아니, 찾으러 왔던 이유가 결국엔 그 아이 때문이구나 싶었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고, 언뜻 읽은 편린으로도 자신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을 좀 내버려 둘 순 없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했다. 대체 끊으려는 연이 뭐라고 자신에게 이리도 군단 말인가? 자신이 아는 것은 그 정도다. 뒤를 돌 여력 따윈 없었다. 정에 휘둘리는 것보다 눈앞의 암부가 더 중요했다. 평소의 태오는 공과 사를 극단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 더욱이.
"그 같잖은 놀음에 날 억지로 끼워 맞춰놓고 단정 짓는 듯 묻는데 대답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제발 그만 물어봤으면 했다. 왜, 자신의 입으로 소중한 동생이라고 말하는 꼴이라도 보고 싶은가? 하등 관련 없고 연애적인 감정 한 번 느껴보지 못한 존재라고 말을 해야 믿을까? 애초에 믿긴 할까? 소중하다면서 뺨이나 처맞는 쓸모없는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싶나? 아니면 암부 앞에서도 그렇게 얘기해 약점이나 만들라고 하는 건가? 네가 지킬 것은 하나 없으니 남들 지키는 꼴이나 보라고? 스스로를 가두는 피해적인 망상은 어느덧 속을 바득바득 긁고, 씨앗을 틔우고 있었다. 태오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7년 전에 애랑 연애라도 했게요? 내가 29살도 아니고 19살인데, 12살에 어울린 거면 답은 하나지 않아?"
날카로운 듯 비꼬는 문장의 나열을 뒤로, 태오는 자신이 뱉는 꼬락서니가 제법 한심하다 생각했는지 하, 하고 한숨을 뱉었다. 조금만 숨을 뱉었을 뿐인데 폐가 오그라들고 목에서 피가 끓는 느낌이 들었다. 구급 대원이 이것저것 연락을 하던 것을 잠깐 멈추고는, 태오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도록 고개를 바로 돌려주었다.
"동생."
단지 그뿐이다. 하물며 중요하지 않으면 묻지 말았어야지, 대체 너희들이 뭔데 그 상처의 원인을 나라고 단정 지어. 내가 뭐라고. 어차피 한 번 스치고 마는 것이 삶 아닌가? 증오할 것이면 이딴 위선 따위 보이지 않고 노골적으로 굴지, 그깟 인간의 삶이 뭐라고 이리도 달려오듯 구냔 말이다. 어차피 진실이라곤 단 하나도 없으면서. 전부 똑같이 생각할 거면서. 언젠가 사람은 죽는다. 아무리 가깝다 한들 삶은 유한하고, 아니면 어떻게든 유한하게 만드는 자로 넘쳐난다. 모르는 척 지나가면 될 것을, 대체 뭐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가?
"이제 좀 내버려 둬요. 날 좀 내버려 두라고."
태오는 눈을 감았다. 그 이후로 의식이 흐려지더니, 이내 가라앉는 듯한 느낌과 함께 미동도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로 실려가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눈을 뜨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입원을 해야 하는 환자는 한사코 입원을 거절하더니 잠적했다. 핸드폰은 부서져 연락이 안 되는 것이 당연하고, 칩도 기능을 꺼버린 지 오래였다.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자취방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하물며 소속된 연구소도 없기에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법 우스운 일이다. 15주년 행사에도 멋대로 나타나지 않더니 연락을 끊어버리는 저지먼트라. 누구는 사활을 걸고 싸웠는데, 납치 한 번 당했다고 면죄부 받을 놈밖에 되지 않은가? 하물며 그걸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 애초에 납치당했노라 생각할 수도 없을 테다. 일부가 본 것은 암부의 인물에게 묘한 건물에서 대화를 나누다 실려간 모습뿐이다. 누군가 알리지 않는 이상 사정 알지 못하는 타인의 눈엔 아예 오지 않았던 것으로 비치진 않을까. 그렇다면, 실로 겁 많고 태만하기 짝이 없는…… 금수같은 놈이 아닌가?
>>118 1. 15주년 이벤트 직전에 태오가 제로에게 비설 관련 협박 명치빵+목조르기+납치감금 당함 2. 암부의 크크큭맨이 레드윙 공격 당하는 거 보여줌 3. 탈출하려다 손목 박살남 4. 혜우가 구하러 왔는데 태오가 밀어냄 < 비설상의 이유도 있고 그 당시 비설 일부를 혜우가 들어버림 5. 혜우가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태오 양쪽 뺨 후려갈기고 그게 성운이가 '전남친인가' 오해로 번짐 6. 성운이가 전투 합류한 동안 혜우는 자리 떠버림, 태오만 남음. 7. 현재 독백 여기
월의 몸은 허공을 날아, 몇 차례 데굴데굴 굴러 벽면에 충돌하고 나서야 멈추었다. 그 모든 난리통과 혼란이 끝나고 난 뒤에, 월의 코끝에 가장 먼저 닿은 것은 몇 번 맡아본 적 있는 특징적인 카레라이스 냄새였다. 카레 냄새? 하고 정신을 차려 주변을 돌아보면, 분명히 폐공장에서 탈출했으니, 당연히 어딘가의 현실의 폐공장으로 튀어나와야 할 터인데, 주변의 풍경은 폐공장과는 퍽 거리가 멀다. 바닥에 헤링본 패턴으로 단정하게 깔린 나무 타일들과 카페트, 생활감 넘치는 가구들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는, 어느 아늑한 가정집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월을 매우 잘 안다는 듯한, 그리고 매우 놀란 어조로 월을 부르는 이름까지.
“···야, 동월!”
그제서야 시선의 건너편에 누군가가 보였다. 동월이 오늘 밤에 본 괴이들 못지않게 괴이쩍은 존재가 월의 시선 끝에 걸렸다. 새하얀 꽁지머리와, 머리에 뒤지지 않게 하얀 피부, 보라색- 그러나 보라색이라고 일컬을 수만 있을 뿐 보라색이라도 불러도 될지 의문인 기묘한 색의 눈동자. 항상 요리하기를 좋아해 자기 밥을 자기가 해먹는 습성. 그가 고집하는 특정 3개 브랜드의 카레 제품을 일정 비율로 블렌드한 특징적인 버터치킨커리 향기. 여기까지는, 그래, 동월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다.
그러나 친한 친구의 색채를 띄고 있는 그것은 동월이 기억하고 있는 그 친구와는 퍽 달랐다. 일단, 그 녀석은 동월보다 머리 한 개 반이 작은 저지먼트 최단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 친구를 닮은 녀석은, 부리나케 국자를 던져놓고 동월이 뽑아든 칼에도 아랑곳않고 달려오는 녀석은 동월보다도 눈높이가 더 높아보이지 않는가. 올망졸망하던 이목구비는 날카롭고 매초롬하게 비율이 잡혀있었고, 목소리도 확연히 변성기를 지난 목소리였다. 이것은 괴이인가?
“─너, 탐사 나갔다가 탈출해온 거냐?”
아니, 이 녀석은 또 그 녀석이기에 알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괴이의 존재와, 동월이 괴이부임을 알고 있다. 그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이 괴이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탈출 과정에서 무언가가 잘못되어 월이 몇 년 뒤의 미래로 날려오기라도 한 것인가? 동월의 손에 들려있는 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녀석은 동월을 부축하려고 했다.
situplay>1597032239>113 한양이 실제로는 업무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는 걸 랑은 몰랐다. 그야 노트북 두드리고 있는 걸 보면 어렴풋이 관련된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을 정도라서. 어쨌건 순찰을 도는 건 처음이라는 한양의 말에 그런가? 하고 잠시 기억을 뒤져 본다. 작년엔... 일단 저지먼트 일을 대충 했으니 아마 그랬을 것이다. 올해는... 올해를 생각해 보면 없다. 그럼 진짜 처음이 맞네.
"그러게."
그렇기에 한양의 말에 동의하듯 고갤 끄덕이곤, 한양이 출발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랑 역시 느릿하게 의자에서 일어섰다. 자동문을 넘어 바깥으로 나가면, 천천히 복도를 지나서 순찰할 거리로 들어서게 될 것인데. 그동안 대화가 많이 오갈지는 모르겠다. 아마 평소였다면 거의 주고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양 쪽에서 뭔가 물어오거나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라서, 애초에 용건이 있던 랑 쪽에서 한양에게 말을 걸기 위해 입을 열었다.
>>0 "그런 말이 있었슴다." [어떤 말?] "그런 말이여." [...장난하려는 거면 시간 없거든?] "히히히히힝." [......]
돌연 말의 울음소리를 따라하는 그녀와 벙찐 여학생, 둘 사이에선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이내 그녀가 꺼낸 한마디로 다시 이어졌다.
"게임에서 원거리 캐릭터랑 근거리 캐릭터는 리치 때문에 무조건 원거리 캐릭터가 유리하다구 하잖슴까?" [뭐... 일단은 그게 당연하거든, 인류의 역사도 당장 돌도끼들고 휘두르다 돌팔매질을 배우고나선 후자가 더 우세하게 되었으니깐 칼들고 싸우는 사람한테 총 들이밀면 당연히 게임이 안되는 거거든.] "그럼 그 상태에서도 칼들고 싸우는 사람이 이기려믄 어띃게 해야 하나여?" [뭐... 총에 맞아도 끄떡없는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현실적으로는,] "역시 그렇슴까... 엄청 튼튼해지거나 엄청 빨라지믄 괜찮은줄 알았는뎅..." [...게임하고 다르게 현실은 총알 한발만 맞아도 스친게 아닌 이상은 치명타거든?] "에엥..."
기지개를 키다가 휘청이던 모습에 여학생도 덩달아 흠칫했지만 이내 무게중심을 되찾은 그녀가 싱긋 웃어보였다.
"그름 역시 되도록 스쳐가도록 더 빨라지던지 강해져야겠네여." [...내 말 전혀 안들은거 같거든. 그나저나 말이거든.] "ㅖ?" [아니,이름이 그나저나라는 말이 있었거든.] "받아치기가 빠르네여~" [누구씨한테서 배운거거든~ 아무튼, 그게 지금 상황하고 무슨 관계성이 있는지 궁금하거든?] "러닝머신 위에 있는거 하구여? 아무 이유 없는데여?" [설마 했지만 진짜 아무말일줄은 몰랐거든...] "이제 알았다니, 한 300년은 더 수행하구 와야겠네여." [그정도로 오래 살고싶진 않거든?] "째째함다~ 천년만년천만년은 살기로 했잖슴까~" [내가 그런적이 있던가? 모르겠거든.] "이래서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줘봤자 보따리나 내놓으라고 하는 건가봐여~" [그 때 그건 그냥 감성적이 되어서 그런 거거든??] "우와~ 러닝머신 위에서 다트 던지지 마십셔~" [앞에 달린게 고무인걸 다행으로 여기는게 좋을 거거든!!]
서한양은 그렇게 랑과 함께 순찰을 나가기 시작한다. 순찰지로 나가는 한양과 랑. 목화고 저지먼트의 섹터를 돌며 범죄나 비행이 발생하지 않는지 수색하는 것. 하지만 이번 기수의 저지먼트는 스킬아웃이나 양아치들에게 악명이 높은 걸까? 요즘은 목화고 저지먼트의 순찰시간에는 범죄가 잘 식별되지는 않았다. 흠.. 순찰시간을 바꿔야 될려나.
어쨋든 이전과는 다르게 순찰시간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녀석들도 우리가 언제 순찰을 돌지, 어디를 돌지 학습이 된 것이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화의 내용은 부쩍 쓸 데 없는 소리가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는 것. 서한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181 아니옵니다 (넙 죽) 오늘은 일상 2개까지 구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멀티가 힘들다고 한 건 그 당시 여로랑 아지랑 돌리고 있었어서 쓰리멀티가 힘들다고 말씀드렸었던 👀 그런데 지금은 훈련레스 쓰는 중이라, 훈련레스 끝나고 나서도 혹시나 손이 비신다면 그때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이놈이고 저놈이고 윤리, 도덕, 정의 등등. 아주 시끄러워서 못 참겠군." "그놈들이 어디 전쟁을 겪어봤어? 먹기 힘든 시기를 겪어봤어?" "언제나 과학은 비도덕 속에서 성장하고, 선을 넘기에 발전하는 법이거늘... 배불러 터졌으니 그런 말들을 하는 법이지." "조국을 위해서 희생되는 것이라면 그것만큼 영광인 것도 없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모를 수 있지? 그 정도로 뇌가 아메바란 말인가?" "밝은 빛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있는 법인데 그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어리석고 멍청한 연구원 놈들 같으니."
>>259 "인간은 자본의 노예고, 조금만 살랑거려도 금세 녹아선 제 꼬리를 내어주는 법." "나는 꼬리를 제법 잘 잘랐거든……. 몇 푼 쥐여주면서 세탁하고, 다시 녹아들고. 우리야 뭐 늘 그렇듯, 잘 해오던 일이잖아? 그런고로." "나는 아주 잘 암약해서, 여전히 잘 팔아치우고 있지!" "명의를 바꾸는 일 정도는 우리에게 식은 죽을 떠먹는 것보다 더 쉽잖아?" "남들은 어떻게 됐는진 몰라도 적어도 난 그렇다는 뜻이지." "그런데 그것들이 죽든 말든 내 상관은 아니지. 다른 녀석들도 대가리 썩 잘 돌아가면 알아서 흩어졌을 거고.
그런데... 이거 카레 냄새야? 비슷한걸 경험해본 적이 있다. 생명체를 속이고 음식을 먹게 만들어 사람들을 거두어가는.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 괴이와 다른 괴이가 연결될 리가 없었다. 그것은 괴담이 괴이가 된, '별개의' 괴이였으니까. 오히려 도시 괴담이라고 보는게 좋을 것이다. 그렇게 언제 나타날지 모를 벌레를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보려던 찰나,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 너 이 바퀴벌레자식 이번에야말로 반갈죽을!!!!!!!!!!!!!! " " ...어? "
호기롭게 소리치며 몸을 휙 돌렸는데, 자신의 이름이 들려온 것에 잠깐 멍한 표정이 된다. 머리는 어딘가 멍해졌지만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유심히 관찰해보는데... 아무리 보아도 성운이와 닮아있었다. 그것에 동월은, 헛웃음을 픽 뱉는다.
" 하, 이젠 하다하다... "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칼끝을 성운(이와 닮은 무언가라고 생각되는 것) 에게 척 겨눈다. 이건 동월을 물로 보아도 너무 물로 본 것이 아닌가.
" 인마 성운이를 따라하려면 제대로 따라했어야지!!!!!!! " " 우리 성운이는 조그맣고 말랑하고 변성기라곤 일생 없을 것이며 날카로움이라곤 눈물만큼도 없이 아무튼 작은 녀석이란 말이다!!!!!!! " " 모짜렐라를 네 멋대로 슬라이스 치즈로 만들지 마!!!!!!!! "
게다가 탐사가 아니라 수색이다! 그걸 모르는건 성운이를 잘 따라한것 같네! 라고 덧붙여 소리치는 동월의 입가엔 이를 드러낸 대담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어딜 성운이로 날 속이려고!' 하는 듯한 웃음을 걸고서.
다리는 이미 뇌의 명령에 따라 달린다기보단 되는대로 앞으로 엎어지고 있었다. 씩씩대는 숨결은 이미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잃고, 매 순간 폐를 쥐어짜오는 고문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온 몸이 욱신욱신대며 부조리한 폭행의 흔적을 호소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빗방울 사이로 우산도 이미 뒤로 팽개친 채였다. 그럼에도 달려야 했다. 효진, 목화고의 1학년생은 어둠 그 자체에 쫓기기라도 하듯이 인첨공의 어둠 속을 헤매이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감시카메라처럼 감옥의 철창처럼 효진을 내리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 뒤에 효진을 뒤쫓는 세 명의 그림자가 있었다. 무슨 빌미로 효진을 쫓는 것일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도시의 불량배들이 얼마나 불친절한가를 생각해보면 효진이 그들의 심기를 거스른 이유는 지극히 사소하거나, 혹은 지극히 부조리한 까닭일 테니. 인첨공에 도사리고 있는 불행들 중 평범한 삶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 이능력의 결핍으로 인한 분노와 질투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불건전한 방향으로 표출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오늘은 효진을 희생양으로 점찍은 것이다. 효진은 그나마 운이 좋은 축에 속해 씹어삼켜지는 과정 중에 바닥의 쓰레기를 내던지고 도망치는 기지를 발휘했고, 그 끝에 전부 다 씹어먹히지 않고 도망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운도 이제 다해가고 있었다. 평범한 삶을 영위하며 평범한 정도로 운동하던 다리도 이젠 한계였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빗소리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 효진의 다리에 마지막 힘이 풀린 것도 그 순간이었다. 효진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효진을 맞이한 건 비에 축축히 젖은 보도 타일 바닥이 아니라, 누군가의 단단한 팔뚝이었다. 커다란 흰색의 외투를 입고 그 위에 코뿔소가 그려진 초록색 완장을 차고 있는 팔뚝. 저지먼트다. 그것도 자기 학교의 저지먼트다. 숨에 차고 물에 젖어 파랗게 질려가던 얼굴에 안도의 화색이 번졌다.
효진의 뒤를 쫓던 세 명도 갑자기 조금 무거워진 발을 눈치챘음인지, 문득 그늘 속에서 나타난 간수의 존재를 알아챘음인지 쫓아오던 발걸음을 우뚝 멈춰서며 경계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푹 눌러쓴 볼캡과 높이 돋운 외투 목깃 사이로 자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만이 흐릿하게 보였다.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이죠?”
효진은 씨근대는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친구들이랑 무슨 일 있나요.”
효진은 있는 힘껏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저들은 친구가 아니었다. 이 간수는 그것을 알아듣고, 효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학교. 학년. 반. 이름.” “모, 목화고 1학년 4반, 서효진······.” “서면으로 증인출석요구서 갈 테니까 그때 나와요, 후배님.” “아까부터 둘이서 뭐라고 쫑알거리는 거야 니들은─!!”
하얀 외투는 거기까지만 하고 간단하게 용건을 끝맺었다. 초록 완장을 알아보고, 저마다 손에서 연장을 꺼내들며 건들대며 다가오는 스킬아웃들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얀 외투는 효진을 땅에 똑바로 세운 다음 효진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사거리까지 직진해서 오른쪽으로 틀면 파출소가 있으니 거기로 피하세요.” “이제 보니 이거 목화고 그 꼴통집단들 아니야?”
뒤로 탁탁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뒤로하고, 자색 눈동자가 앞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세 명의 스킬아웃들은 제각기 손에 쥐어져있던 연장을 치켜들었다─ 아니, 치켜들렸다. 딱 봐도 자의가 아니라는 듯, 갑자기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치솟는 연장들을 당황하여 올려다보는 것도 잠시, 쇠파이프며 각목이며 하는 것들은 비끄러매어 놓은 고무 테이프니 뭐니 하는 보람 없이 빗물에 젖어 손아귀 사이를 빠져나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짜고짜 면전으로 날아온 영문 모를 폭언에 대한, 하얀 외투의 대답이었다.
“야, 이거 뭐야─”
그러나 경악할 틈도 없었다. 연장 다음은 사람의 차례였기 때문이다. 세 명의 몸이 갑자기 밑에서 뭔가 떠받치는 듯이, 아니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 잡아끄는 듯이, 아니 하늘로 떨어져올라가듯이 허공으로 쭉 끌려올라갔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약 2미터 되는 지점에서 세 사람은 마치 부드럽게 위아래로 살며시 짓누르는 거대한 손바닥 사이에 끼인 것처럼 공중에서 멈춰섰다.
“■■, 염동력─” “아니, ■■ 능력자잖아 이거!” “이거 놔, 이 ■■야!”
두 명이 발버둥을 쳤지만 택도 없었다. 마치 수면 한가운데 둥둥 떠있는 것처럼 몸이 어느 고도에서 멈춰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았다. 하나 좋은 게 있다면 빗속일지언정 물 속은 아니니 빠져 질식할 일은 없겠다는 것이고, 하나 나쁜 게 있다면 어딘가 잡고 올라갈 뭍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가운데 놈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체념한 듯 성운을 노려보면서 공중에 가만히 떠 있었다. 하얀 외투는 꼼짝달싹도 못하게 된 세 사람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아까 허공으로 날려갔던 연장들이 비 사이로 천천히 땅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두 손 등 뒤로.” “니들이 뭔데 우리랑 별다를 것도 없는 꼴통 양아치■■들 주제에 우릴 체포하려고 그래─”
팍, 타타타타탁. 언성을 높이던 세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으브브브븝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그대로 까무라쳤다. 하얀 외투는 어느샌가 품에서 권총형 전기충격기를 꺼내들고 있었고, 그 녀석의 가슴팍에는 점착형 전기충격기가 달라붙어 스파크를 뿜고 있었다.
“이 빗속에 이걸 써야겠냐?”
한숨과 함께 다음 녀석에게로 하얀 외투가 그것을 겨누는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발버둥치지 않고 성운을 가만히 노려보던 녀석이, 갑자기 손끝과 다리에서 제트를 뿜어내며 중력 교착을 벗어나버린 것이다. 하얀 외투가 흠칫하는 것도 잠시 제트를 뿜어내며 날아오른 녀석은 1배수 중력교착 정도는 가볍게 탈출하여 하얀 외투에게로 매섭게 날아왔다.
“뭐야, 생각보다 ■■ ■■네~!!”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날아오는 그 녀석을, 하얀 외투는 급하게 몸을 숙여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칫, 하고 하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허공에 날렸다가 빗방울 사이로 사라졌다. 마치 아이언맨처럼 팔다리 끝에서 램제트를 뿜어내며 허공에 부유하며, 스킬아웃은 이죽거렸다. 중력 교착에 붙들린 두 명 중 전기충격기를 맞지 않은 한 명도 질세라 우빵을 잡았다.
하며, 추진 에너지를 뿜어내는 녀석은 자세를 잡고 어디 이번에도 피하나 보자, 하고 소리지르며 하얀 외투를 향해 돌진해왔다.
그러나, 하얀 외투는 이번에도 피하지 않았다. 우당탕. 한 차례 충돌이 일었다. 콰아아아악, 하고 두 사람이 뒤엉켜 땅에 미끄러졌다. 하얀 외투가 밑에 깔려있었고 스킬아웃이 위에 올라타 있었다. 마운트 포지션이었다- 아니, 얼핏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마운트 포지션과는 조금 달랐다. 스킬아웃이 하얀 외투의 허리를 깔고앉은 게 아니라 하얀 외투가 스킬아웃의 허리를 양 다리로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킬아웃이 뭔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하얀 외투는 마치 숙련된 거미가 사냥감을 사냥하듯 재빠르고 숙련된 움직임으로 스킬아웃을 휘감았다. 왼손으로 스킬아웃의 오른손목을 쥐어 땅에 짓누르고, 오른손으로 스킬아웃의 오른 팔꿈치를 잡아붙들고는, 오른다리로 스킬아웃의 허리를 짓누르며 왼다리는 스킬아웃의 등 뒤로 쓸어올려 견갑골을 가랑이에 끼고 그것을 축으로 자세를 돌리며 스킬아웃을 빗물 젖은 땅에 짓눌러버렸다. 한 폭의 그림같은 오모플라타였다. 스킬아웃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왼손을 들어 하얀 외투를 향해 램제트를 발사하려 했으나 그 손이 땅바닥에 달라붙기라도 한 듯이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야, ■■ 이거 뭐야··· 뭔 짓 한 거야!” “억지로 움직이지 마. 네 손, 지금 한 60kg인가 그럴 테니까.” “이런 미친──”
하얀 외투는 품 속에 손을 넣어 수갑을 꺼냈다. 그리고 중력 제어를 푸는 것과 동시에 스킬아웃의 손을 잡고 억누르며 수갑을 걸고는 비틀어서 손바닥이 자기 방향을 향하지 않게 한 뒤에, 등 뒤로 끌어당겨 자기 다리 사이에 채여있는 스킬아웃의 오른손목에 반대쪽 고리를 걸었다. 스킬아웃은 다리에서 램제트를 뿜어내며 반항했으나 마치 거대한 석고상에 짓눌려있기라도 한 듯 꼼짝달싹을 하지가 않았다. 수갑 채워지는 소리 사이로 저지먼트의 짜증 어린 나직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초록완장 중에서도 특히 코뿔소 완장이 불편한 게 뭔지 아냐?”
자신의 팔을 옥죄던 구속이 풀려나가는 게 느껴졌지만 이미 수갑이 채워진 팔은 요지부동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드는 무게는 아직도 자신을 위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단단한 팔이 자신의 목에 트라이앵글 초크 자세로 옥죄여오는 것을 보며, 귓가에 들린 그 저지먼트의 목소리가 그 스킬아웃이 경찰서에서 깨어나기 이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들을 상대하려면, ■■ ■■들 수준에 맞춰줘야 된다는 거.”
깔끔하게 실신한 이능력자-강능력자쯤 되어보이는 스킬아웃을 그대로 땅바닥에 내버려두고, 하얀 외투는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채로 아직 제정신인 마지막 한 명을 올려다보았다.
“너도 기절을 시켜줄까, 아니면 얌전히 두 손 등뒤로 할래.”
마지막 남은 녀석은 체념한 얼굴로 얌전히 두 손을 등 뒤로 모았다. 멀리서부터 빗소리를 뚫고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나 같은 경우는 그러긴 해. 애초에 싫어하는 녀석들끼리 도는 얘기라서. 싫어하니깐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얘기기는 한데.."
그러니깐 서한양의 안 좋은 평은 굳이 이 시기가 아니어도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돌고 돌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아이들의 이상한 소문이 들린다고는 하여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들리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들리는 다른 이들의 얘기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 한양은 바로 입을 열었다.
"태오,혜우양,청윤양,이경군?"
"그리고 리라양."
한양은 덤덤하게 최근 자주 들리는 이름들을 랑에게 말했다. 살짝 들리기로는..아주 허무맹랑한 사실들만 있더군. 이거 퍼뜨린 녀석들. 구라도 이 정도면 아트야, 아트. 그나저나 걔네들은 머리가 꽤 아프긴 하겠어. 그렇다고 내가 소문을 퍼뜨린 녀석을 찾아가서 팰 일진 양아치도 아니고... 범인만 잡혀봐. 모욕이고 명예훼손이고 할 수 있는 고소들 다 끌어모을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깐.
"타이밍이 이상하긴 해. 왜 하필 우리 부원들만 이렇게 이름이 들리는지. 확실한 건 우리 부원에게 원한이나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전투씬 묘사가 어려워서... 평소에는 잘 쓰지 않았던 성운이의 순찰 독백입니다 보통은 저렇게 제압하네요 능력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불량학생들을 전치 2주는커녕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하는 게 보통이지만, 2레벨이나 3레벨쯤 되면 제압 과정에서 양쪽 다 잔부상이 조금씩 생긴다는 듯해요
지금도 누군가 눈 앞에 대고 펜릴이다! 같은 소리를 하면 진짜 바로 땅과 딥키스를 나누게 해줄 자신이 있었지만. 그만큼 자신이 그런 소문을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어쨌거나 자신이 했던 일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헛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한양이 꺼내는 학생들의 이름과 연관된 소문들은 그의 생각처럼 지극히 악질적인, 일방적 혐오에 가깝다.
"그게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대체 어느 정도의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유언비어를 뿌려대는 건지.
"짐작 가는 건 없어?"
한양이라고 해서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겠지만, 목화고 부부장이니 뭔가 좀 더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서 그런 질문이 흘러나온다.
>>369 세은:...왜요? 왜 절 봐요. 그런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왜 절 보는건데요? 세은:전 부부장 안할건데요!! (진지) 세은:뭐... 내년에도 저지먼트에는 있을 것 같지만... 2학년 선배들 중에서 찾으면 되잖아요. 1학년생인 제가 아니라 말이에요!
은우:(고민 중) 은우:그냥 네가 내키는 이로 뽑으면 되지 않을까? 은우:혹은 네가 정말로 믿는 이가 있다면 그 애를 부부장으로 뽑아도 될거야. 은우:그것보다, 벌써부터 부부장을 고민하는거야? 하핫. 너무 빠른데? 청윤이. 은우:빨리 부장자리 내놓고 은퇴하라는거지? 응? 막 이래. 하핫.
아참 여러분.. 오늘자 훈련레스 쓰다가 초안을 챗지피티한테 던져줬는데 나온 간지쩌는 문장들인데요 저만볼수 없어서 가져왔어요 ▼(손발압축주의) "중력 제어자이자 판단 집행자인 성운은 스킬아웃 3인조 악동과 맞붙었다. 그의 흔들림 없는 시선에는 정의의 무게가 실렸는데, 이는 혼돈에 휩싸인 도시에서 질서를 지키겠다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성운은 자신의 대표적인 중력 교착 상태인 중력 교착 상태를 시작해 3인방을 서로 반대하는 힘의 춤사위 안으로 집어넣으려 했다. 보통의 스킬 아웃은 보이지 않는 악덕에 굴복했지만,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아이언맨을 방불케 하는 훌리건은 조소를 자아내며 중력 싸움을 뚫고 돌진했다." "날카로운 조롱이 허공을 가르며 성운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무용수의 은총으로 일격을 피하면서도 한 치의 차이도 없이 휘청거리자, 성운의 본능이 그에게 잘 작용했다."
여로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순대가 대답하듯 짧게 울곤 여로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 정하의 발 쪽에 몸을 부비던 고양이는 이내, 밥을 먹기 위해 움직였다. 정하가 멀어지는 소리에 여로는 슬그머니 얼굴 위에 덮어뒀던 책을 내려놓았다. 자리에서 상체만 일으키자, 담요가 스륵 내려갔다.
"일어나니.... 사람 키만한 해달이...."
여로가 멍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자신의 머리를 뒤로 휙 넘겼다. 그리고 담요를 한 번 보더니만은 그걸 얌전히 개켜서 자신의 옆에 놓아두었다.
핸드폰 액정의 불빛이 얼굴을 밝히고 있었다. 리라의 손가락은 끊임없이 화면을 아래로, 아래로 스크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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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를 반복하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저속한 이야기들이 파도처럼 몰아친다. 무감정한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몇몇 댓글에 꽂힌다. 특정 블로그의 링크를 건 댓글. 조금 전 봤던 또다른 파생 영상의 댓글에도 이게 있었다. 아이디도 같고... 같은 사람? 프로필을 눌러보면 채널에 걸려있는 영상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도 어딘가에서 퍼온 것 같은 괴랄한 외계어로 도배된.
"......봇인가."
멍하던 눈빛이 한순간 날카로워진다.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힘겹고 당황스러워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건 여전했으나 이 와중에도 정신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실 혼자라면 그나마 큰 문제가 없었을 테다. 괴롭다 한들 혼자만의 일이고, 담당 연구원의 말대로 침묵하고 있으면 어련히 알아서 지나갔을 테니까. 하지만 같은 저지먼트의 부원들까지 머리채를 잡혀 끌려나온 이상 한 발 떨어져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나 때문에 애꿎은 사람이 욕을 먹고 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밤이어도 여름 공기는 습하고 무겁다. 숨을 들이쉬어도 물속에 있는 것처럼 호흡이 편치 않아서 점차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
그러던 중 들려오는 그의 이름 석 자에 리라는 화면에 처박혀 있던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얼굴이다. 그러나 평소처럼 웃고 떠들 기운이 없어서일까, 유한이 그네에 걸터앉는 그 순간까지 리라는 침묵을 고수했을 것이다. 옅은 눈동자가 유한을 가만히 응시한다.
"누구세요?"
......충격을 받다 못해 미쳐버렸나? 아니면 장난인가? 표정이 없어 둘 중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얼굴을 한 채, 리라는 유한을 빤히 바라볼 뿐이다.
>>392 👀👀👀👀👀 부탁드려요 (굽신!) 동월이 답레쓰고 있어서... 1. 이능력자 스킬아웃을 기절시키고 있을 때 나온다. 2. 투항한 마지막 스킬아웃에게 수갑을 채우고 있을 때 나온다. 3. 스킬아웃 3명이 경찰차에 실려갈 때 나온다. 4. 성운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다. 정도가 있겠네요. 이 중에서 구미가 당기시는 쪽으로 해주세요!
situplay>1597032239>336 호감을 갖게 된 과정이라... 처음엔 그냥 옆에서 계속 조잘거리는 조금 귀찮은 여자애였는데 댄스부실에서 마주친 뒤에도 그게 달라지지 않길래 얘는 날 제대로 보긴 본 건가 하고 조금 신기해했지 자주 과자 사는 대신 이런저런 얘기 하고 했으니까 처음엔 그냥 과자나 얻어먹어야지~ 같은 조금 글러먹은 생각도 했었는데 그거랑 별개로 호감도는 괜찮은 편이었어. 조잘거리는 게 듣고 있으면 재미도 있고, 랑이가 워낙 인간관계가 멸망해 있어서... 짝꿍이었던 혜성이는 랑이 유급해서 윗 학년이 되어버렸지, 2학년 때까진 같이 다녔는데 2학년때 엉망진창으로 보내갖고... 같은 학년이었던 애들은 다 윗학년, 새로 2학년 된 애들한텐 생김새라든가 나이라든가 거리감이 있던 상황이었는데 계속 지속적으로 다가온 건 리라가 처음이니까
밝고 예쁘고 이런저런 게 있어서 약간 인첨공 내에서 빛이 비춰지는 장소랑 그림자가 진 장소가 있다 치면 랑 본인은 그림자에 사는 사람이고 리라는 빛 아래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빛나는 것에 대한 동경 비슷한 것도 섞였고, 자주 대화하면서 리라가 워낙 잘 대해주고 했으니까 호감도는 순조롭게 올라갔달까 선물도 받고 했으니... 이미 이쯤부터 랑은 리라가 하는 말은 거의 다 들어주는 편이었을거야, 스트레인지에 우연히 들어왔을 때에도 경계는 했지만 손 다친 거 지적하고 쓰지 말라고 했을 때 나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안 쓰려고 했으니까.
이 호감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었던 건 섬에서 바다에 빠졌던 걸 구해주면서인데, 구한 뒤에 리라가 덜덜 떠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지. 약봉투 발견한 것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노래 불러준다고 발랄하게 구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고.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으니, 리라 쪽에서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오는 걸 밀어내지는 못하면서도 자신이 선뜻 OK하거나 다가가는 건 망설였다!
그랬던 게 이제 페스티벌 날에, 예쁘게 꾸미고 왔으면서도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조금 불안해하는 것도 같은 리라가 어째서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과 시간을 보내려고 할까 같은 생각을 많이 했지. 그래서 결국 물어본 거고... 만약 단순 호감이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랑 역시 거기에 만족하고 그냥 그대로 지냈을 거야. 그래도 근본적으로 섞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이상은 아마 불가능했겠지.
그런데 거기서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애정이라는 말이 나왔고... 분에 넘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리라가 내밀어 준 손을 붙잡지 않으면 다가갈 기회를 놓치는 거라는 생각을 해서 붙잡은 거야. 그래서 랑이는 리라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아. 그냥 애정을 고백 받았다는 걸로 충분한 상황이야. 성격상 직접 전해들은 게 아니면 믿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한번 믿기로 마음먹은 건 또 꽉 붙잡는지라
situplay>1597032239>369 리라: ......나? 리라: 객관적으로 내가 일을 잘 하는 편인가? 으음... 성운이나 월이가 더 나을 거 같은데. 아니면 랑 언니도 잘 할 거 같고. 1학년 쪽으로 눈 돌리면 더 많고... 리라: 흐음~ 그래도 청윤이가 맡겨준다면 열심히 해봐야지! 못 하는 게 어딨겠어!
>>402 "..아." (자신을 후보로 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서류 업무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방금 제가 언급한 다른 분들을 다시 추천드립니다." "크게 자신이 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종종 대회와 같은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도 있고요."
>>40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은우는 고등학교 물에서 대학교 물의 공포를 맛보는가
>>407 개-쩐-다 나 지금 이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416 연애 이전부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성여로 브레이크 최이경 물론 예전에는 브레이크(물리)가 좀 더 강했겠지...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욕실로 가서 손과 발을 씻고 나온다. 씻고 나오니 여로는 담요를 얌전히 개서 한구석에 두고 나에게 말을 건다.
"...그럴거면 그냥 자르지그래?"
한두번이면 몰라도~ 계속 남한테 묶어달라 할 순 없잖아~ 같은 소리를 하며, 가방에서 다가가 머리끈을 서너개 꺼내 여로에게 다가간다. 진짜, 꽤 잘어울리네, 나도 커리큘럼같은거만 아니였어도 한번쯤 길러볼까~ 싶은데말야. 아무래도 머리가 길면 물 안에서 컨트롤하기 힘드니까. 그런점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뭐어~... 대충 이런 느낌이면 될까?"
고무줄을 여러개 사용해 똥머리를 만들어 준다. 진짜 머리가 상상이상으로 길다보니까, 똥머리도 여러개드네... 라고 생각하며 여로의 머리향...향...? 잠깐, 이거 어디서 맡은건데?
태오는 서글거리며 웃는 낯을 마주했다. 휘어지는 눈이 상냥했다. 4학구 카페가 아닌 3학구 인근의 프렌차이즈 카페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 어딜 가든 두 사람은 2층으로 오르는 단차로 인해 얼굴이 가려지는 구석 자리를 선호했다. 이따금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쿵쿵댈 적이면 침묵하곤 했지만 그게 대화에 숨을 불어넣어 쉴 시간을 주곤 하였기 때문이다. 태오는 눈을 굴려 자신 쪽으로 밀린 핸드폰을 쳐다봤다. 영상의 목소리로는 자신에 대한 험담이 가득했다.
"……예." "하류를 겉으로만 핥는 인생들이 살아있어3…. 어쩌면 그 인생을 동경하는 걸지도 모르겠구나.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니?" "……."
태오는 더듬더듬 입술을 떼려다 그만 두었다. 그리고 눈을 들어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안드로이드를 쓰는 것도 아니고, 본래 모습이라. 보통의 사람은 아니었다. 현 상황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만남인데도. 영상이 퍼져 소문도 좋지 않거니와 갑작스레 잠적한 저지먼트와, 그런 저지먼트와 만나는 신원불명의 인물이라니. 대담하게도 3학구에서 이런 만남이 퍼진다면 은우가 눈치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능에 각인된 공포도 공포지만, 다른 감정도 간혹 샘솟곤 했기 때문이다. 태오는 그 감정을 감히 정의할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스트레인지에서 독립했어도, 이 사람이 시간이 있냐고 하면 하던 일도 모두 내팽개치고 나가곤 했다. 짐을 챙길 때마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기억했다. 공포에 이기지 못해 나가는 것이 아닌 명백한 자의였다.
"태오야, 나는 대화가 하고 싶어. 네 얼굴 감상도 충분히 즐겁지만 커피만 마시고 돌아가기엔 아쉽지 않니?"
존재는 손을 다소곳이 모았다. 부드럽게 타이르는 목소리가 상냥했다.
"나는 네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고, 때로는 공감하고 싶단다. 고민이 있거나 두려운 것이 있다면 내게 훌훌 털어놓길 바라." "그렇다면."
태오는 손을 말아 쥐었다. "죽이지는, 마세요." 더듬더듬 뱉는 목소리를 뒤로 존재는 휘었던 눈을 조금 더 가늘게 좁혔다. 확실히 양지가 좋긴 좋구나. 벌써 당당하게 의견을 뱉을 줄도 알고.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에 태오는 괜히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직 손이 다 낫지 못해 한 손으로 잔을 쥐는 것이 버거워, 다른 손을 써야만 했다.
"오, 내가 좀 폭력적인 사람이긴 하지……. 그렇지만 태오야, 네 욕이란다. 나는 이 저급한 문장이 너라는 인물을 통칭하는…… 그래, 고정적인 상징이 되질 않길 바라. 사람들이 너를 폄하하고, 그게 당연한 건 아니잖니?" "뭘 몰라서 그러는 걸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의 말을 당연하게 생각하겠지……."
태오의 손을 보던 존재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앙상한 손을 쥐었다. 이제 보니 장갑이 가지런하게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항상 장갑을 끼던 사람이지만 태오를 대할 때는 늘 맨손이었다. 태오의 손을 보물 대하듯 쥐던 존재는 이번 습격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안타깝단 눈으로 제쪽으로 손을 끌고 손등을 두어 번 토닥였다.
"하물며 너는 독립했으니 더 이상 중재할 명분도, 속한 곳도 없잖니. 데 마레는 네 일을 돕지 않을 거야. 선지자가 막을 거거든……. 이것만큼은 어른의 도움을 받았으면 한단다."
태오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희야와 다르다. 데 마레의 직접적인 비호도 없고, 그쪽과 원만한 사이도 아니다. 한때 같은 곳에서 머물렀던 아이에게 사랑 받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태오는 잔을 내려두고 욱신거리는 목의 맥박을 더듬거렸다. 샛노란 멍자국이 도통 지워질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어디에도 자신의 편은 없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그렇기에 억울하다거나 슬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무상하며, 누구도 다를 바 없는 잉어떼구나 싶었다. 태오는 허탈함을 느꼈다. 도망쳐서 발 붙인 곳도 결국 낙원은 아니었다.
"저지먼트 생활은 즐겁겠지. 그리고 너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폄하를 당하잖니. 양지란 원래 그런 법이야. 블랙 크로우를 궤멸시킨 영웅도 결국 한순간이야. 영웅이 되어봤자 바라지 않는데, 별자리로 강제로 올라가서 인간들의 동경을 받는 법이지…. 그들이 겪은 고난과 시련 따위는 알지 못해. 오로지 동경하는 시선으로 보다, 조금의 흠결이라도 보이면 의미를 부여하고 떠들기 바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별은 인간의 손에 의해 이름을 잃고 추락한단다. 우주는 무한하지만 인첨공은 유한하거든." "명분이 있다고 하거나, 거래를 하자고 하면……. 행하지 않을 건가요." "물론이지. 나는 제법 온건한 사람이란다. 네 거래 내용을 듣고 그만큼의 값어치를 셈해줄 테니, 어디 들어보자."
태오는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중요하지도 않은 인간들의 의미 하나 없는 악의를 신경 써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요……."
"단지 내가 거래를 요청하고자 하는 것은, 묵인하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아스트라페가 왜 비정기적으로 움직이는지 알려줄게요." "……진심이니? 데 마레를 정면으로 배신하겠다고?" "…그쪽에 소속된 적. 한 번도 없으니까요……."
손등을 토닥이던 움직임이 멈춘다. 태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거래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놀란 표정이다가도, 존재는 환히 웃었다.
"벌레들 목숨 값치고는 제법 마음에 드는 거래구나. 다만 그 정보는 받지 않고, 대가만 들어주도록 하마." "……어째서인지 물어도, 될까요." "확신이 들었거든……."
손등에 닿는 뺨이 뜨겁다. 상기된 듯한 뺨과 눈에 가득 들어찬 총기가 음험하다. 생각을 읽고 싶지 않으나 계속해서 들려온다. 태오는 지레 겁을 먹었다. 이 말을 들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넌 결국 나와 같은 부류구나. 여기와는 맞지 않아…. 이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값어치지." ─ 네가 결국 돌아올 거야. 결국 넌 이곳과 맞지 않아. 모든 것을 셈하고 스스로를 가두는구나. 무슨 일을 해도 벗어날 수 없지, 박제로 남겨도 전혀 아깝지 않을 영원불멸한 뮤즈, 나의, 내 삶의…….
그러나, 세상은 태오의 편이 아니었다. 태오는 환히 웃으며 팔을 역으로 당기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존재의 손등에 느릿하게 뺨을 비볐다.
situplay>1597032239>407 하아 와... 와너무 너무 와................... 경치좋다(이런발언) 길쭉길쭉하고 은근 선도 굵고 동시에 예쁘고 최고구나.... 아름답도다......
situplay>1597032239>405 하아아........... 과자나 얻어먹어야지⬅️이거왤케웃기지 역시 고등학생은 간식으로 꼬드겨야 하는 건가...... 과자가 맛있었구나 앞으로도 많이사줘야지(?) 빛이랑 그림자 묘사 많이 나왔었지 그동안 하아아 랑이야🥺 으잉......... 맞아 나 그 손 다친거 안쓸때 완전 감동이었잖아 아기대장늑대가... 하지말라니까 진짜안해주네...⬅️(?) 이러고 바다 때부터 가까이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구나 확실히 그때 평소랑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 지속적으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게 슬픈거야... 하지만 리라는 브레이크가 없었고
하아 하아아.... 나정말행복해 이거 물어보고 듣는거 상당히 즐거운 일이구나 길게 써줘서 고마운거야 으아🥺 최고예요 짱이에요 근본적으로 섞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이상은 불가했을 거라는 게 너무너무다 고백 갈기길 잘했군 잘했다 나의 급발진 자아여
휴우....... 너무좋아 직접 들은 게 아니면 안 믿는다는 점이 리라가 안도하기 너무 좋은 성격이고 한번 믿기로 한 건 꽉 붙잡는다니 충분하지만 넘치게 애정을 부어줄테니 각오해라(뭐)
시끄러운 소음이 울려퍼졌지만 굳이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늘은 아르바이트도 없으며, 순찰순서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아니다. 헤성은 비어있는 손으로 눈과 눈 사이를 지긋하게 마사지라도 하듯 문지르고 스틱이 끼워져있는 전자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시험삼아 실행시킨 인지저하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노이즈 소리가 귀를 때리면, 그것까지 소리로 인지했는지 뒤섞인 색채들이 흐릿하게 퍼졌다가 사라진다. 그 사이를 잇새를 비집고 새어나온 연기를 머금은 숨이 스쳐지나가는 걸 볼 때,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들은 혜성은 전자담배를 쥔 손으로 왼손목을 부드럽게 터치해서 인지저하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라임향이 진하게 남은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젖고 항공점퍼에 달려있는 후드를 당겨 눌러썼다. 찌듯이 태워진 스틱에 남은 잔열이 여름이라 그런지 미지근했지만 바닥으로 떨어트린 뒤, 혜성은 숨어있던 곳에서 불쑥 몸을 드러냈다.
얼굴이 아닌, 완장으로 새파란 눈동자가 떨어지는 것과 함께 혜성은 항공점퍼에 기계를 넣었다. 누구지. 완장을 보던 새파란 눈동자가 비스듬히 얼굴로 향한다.
유한은, 순간 눈을 크게 뜨며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장난. 장난일까? 물론 그러한 장난을 자주 하기야 한다. 친구를 모르는 척 한다던가. 하지만 그걸, 이리 무표정하게 하던가. 자신도 모르게 그네줄을 꽉 잡고 있던 그는, 손에 힘을 풀며 어색하게 웃었다. 웃음이 나지 않는데도, 억지로 짓는 웃음.
"쫌생이라 불렀다고 삐졌냐? 모르는 척은 너무하네~"
그는 최대한 밝은 척 했다. 이것밖에 알지 못한다. 애초에 리라의 흐린 모습따위, 그에게 있어 본 적 없는 것이다. 리라는 언제나 밝고, 웃음짓는 아이였으니. 허나 자신에게 보여주는 저 무표정함은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그야말로 묻고싶었다. 강수호라면, 이 상황에서, 아니, 모르겠다. 어쩌지? 너는 누구냐, 라고. 그녀가 그를 모르는 것처럼, 그도 그녀를 몰랐으니. "...무슨 일 있구나?"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리라를 바라본다. 리라가 그를 다시금 알아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반응이 절대 평범한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걱정되었다. 불렛의 공연 전에도 갑자기 표정이 굳었던 이리라였다. 갑자기 시도때도 없이 보이는 이리라로 추정되는 이를 저격하는 글이라던지... 무언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 순간 구웅, 하고 공기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영문모를 존재를 똑바로 겨누고 있던 동월의 칼끝이 대뜸 땅에, 정확히는 나무타일 바닥에 콱 꽂혔다.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들어보려고 해도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저 하얗고 큰 것은 나무타일에 정통으로 틀어박힌 칼끝을 보고는, 발끝과 단전에서 숨을 끌어모아 전력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이 번거로운 우정 자식아. 결국 타일에 기스 생겼잖아.”
─정말로, 정말로 성운이 흉내를 참 잘 냈다. 성운이 크면 이런 모습일까 싶은 성운이다. 문득 다른 가능성을─ 이것은 괴이가 아니라, 동월이 모르는 다른 어떤 일을 겪은 성운이라는 가능성을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것은 척척척 다가와 칼을 쥐고 있는 동월의 손을 비집어 떼어내려 했다. 그리고 동월을 부축하려 시도했다. 팔찌가 성운의 손목에서 반짝인다. (15주년 축제 당시 혜우에게 받은 것이었다. 순찰을 다닐 때는 벗어놓았지만, 그 외에는 항상 하고 다니던 것이었다.)
“동월. 설마설마 날 그것들로 오해할까 했는데, 진짜 하네. 남자놈끼리 셀카 보내기도 그래서 그냥 있었더니.”
그리고, 부축은 헤드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냥 듣고 넘어갈 수 없는 소리를 방금 한 것 같은데. 친구한테 인사가 뭐 그러냐 임마.”
그러나, 저 사람을 공중에 띄워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수법은─ 혜성이 이미 한 번 아주 분명히 본 적 있는 수법이 아니었던가? 저지먼트에 그 외에 자이로키네시스트나 텔레키네시스트가 달리 있던가? 한양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생김새는 한양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옷깃과 모자챙 사이로 보이는 저 기괴한 자색의 눈동자는······.
마지막으로 투항한 녀석을 땅바닥에 순순히 내려주고 수갑을 채운 뒤에, 그 낯선 녀석은 고개를 든다. 고개를 들다가, 문득 그늘 속의 혜성과 눈이 마주친다. 아주 찰나 동안 마주친 시선. 그러나 그 아직 정체를 모르는 목화고 저지먼트는, 고개를 다시 골목 저편으로 돌린다. 그냥 시선을 피하려고 돌린 것은 아닌 것이, 때마침 타이밍 좋게 골목을 돌아 안티스킬의 순찰차가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다가왔다. 그 하얀 녀석은 물에 칙칙하게 젖은 세 명의 스킬아웃을 순찰차의 뒷칸에 싣는 것을 도와주고는, 허리를 숙여 아직 성장통이 가라앉지 않은 종아리를 툭툭 두들기며 멀리 떠나가는 순찰차를 바라보다가 순찰차가 코너 너머로 돌아가 사라지고 나서야 혜성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 옷깃의 지퍼를 내렸다. 얼굴을 다 가리던 옷깃이 좌우로 갈라지고, 낯익은 인상이 낯선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올망졸망했던 이목구비가 날카롭게 윤곽이 살아,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느 한 쪽이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중성적인 인상의 얼굴이 드러난다.
“혜성 선배.”
혜성을 알고 있다는 듯 건네어져오는 말. 낯익은 어조에 낯선 목소리다. 그 녀석은, 혜성에게 까닥 목례를 해보였다. 그리고 목깃을 올리고 다시 떠나가기 전, 잠깐 혜성이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인사를 하면 목례를 한 뒤에 다시 가면 그만이고, 그게 일반적일 것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순간, 자신을 주시하던 혜성의 눈길도 있었고, 물리적으로 너무 급변해버린 자신도 있었고.
아스트라페의 목적... 아스트라페는 '체포 이후 수감 운송 중, 운송차량 전복 사고를 기회로 도주한' 제사장을 2년째 추격하고 있다... 아스트라페, 즉 서태휘는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가 가지는 고유의 전기신호'를 기반으로 제사장이 능력을 쓰면 어디에서 썼는지 그 파장을 읽고 추격할 수 있거든...😇
그네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보았다. 그러나 굴러다니는 안구와 달리 표정은 여전히 죽은 듯 잠잠하다. 한밤의 놀이터는 낮의 밝고 활기찬 기운이 씻겨나간 듯 사라져서 어쩐지 음산했고 그 안의 무표정한 백발 여자애는 머리도 길어서 다소 유령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억지로 웃는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낯이 핼쑥하고 창백하다. 이게 정말 이리라가 맞나. 그런 의문이 들 법도 했다.
직후에 풋 하고 웃지만 않았다면 조금 더 오해를 지속할 수 있었을 텐데.
"망해버린 조별과제를 끝까지 열심히 캐리한 기특한 학우를 못된 별명으로 부르는 미스터 락스 씨 같은 사람은 말이죠, 선량한 이리라의 눈에는 보이지가 않아서요. 다시 똑바로 불러주시면 대꾸해드리죠."
장난... 이었나? 굳은 낯이 풀리자 달빛 아래 돌 조각 같았던 몸에 사람 기운이 감돈다.
"아무 일 없... 다고 해도 이미 봤으려나~ 아, 요즘은 너무 정보가 빨리 돌아서 탈이라니까."
짐짓 걱정스러운 상대의 표정에 리라는 매끄러운 미소를 얼굴에 올렸다. 아무래도 너무 정신줄을 놨나 보다. 다른 사람한테 이런 표정을 짓게 하다니, 머저리 같이.
"난 괜찮아! 이런 거 한두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나보다는 머리채 잡힌 다른 부원들이 문제지. 미안해서 어쩐담... 얼굴 볼 낯이 없어."
서한양은 휴대폰의 화면을 끄면서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어쨋든 본인의 추리는 여기까지였다. 무슨 원한을 가졌는지는 가해자 본인이 알겠지. 그걸 추측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광범위하다. 괜히 추리하다가 다른 추리를 막아버릴 수도 있다고. 왜 이 짓을 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기도 하고. 뭐 리라양 입장에서는 중요하겠지.
"..너가 리라양이랑 얼마나 친한지는 모르겠지만.. 혹여나 보면 평소처럼 대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본인이 그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어떻게 하냐는 너의 자유니깐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나도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최선의 방법이어봤자.. 미담이나 해명글을 올리는 것이지. 여론전은 여론전으로 승부를 보는 것처럼. 원래 여론이 그래. 처음에는 대역죄인 마냥 까대더니, 미담이나 해명글..그것이 거짓이라고 한들 갑자기 역시 이럴 줄 알았다면서 태세전환을 해대는 게 이 현실이야. 사람들 되게 쉽게 흔들리거든."
한양은 조치를 취해봤자 여론전환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있지."
"이 SNS에 올라온 사진 말이야. 당연히 우회된 IP로 올라왔을 거야. 안 그러면 안티스킬 사이버수사과에게 그냥 잡혀버리거든. 그래서 우리 저지먼트는 해킹에 숙달되거나 관련 능력이 있는 인원이 이 사진을 베이스로 근원을 파고드는 거야.
이경군의 능력으로 가능하다면.. 이 사진의 과거를 볼 시도도 할 수 있지. 아무리 아이피를 몇 번이고 우회하고, 주인이 없는 유령계정을 썼더라도 녀석은 우리가 추적할 수 있는 소스를 줘버렸어. 참으로 멍청한 녀석이지."
"랑이 너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해자를 잡으면 되는 거야. 물론 패지는 말고. 소문 퍼뜨렸다고 때려버리면 우리만 더 불리해지니깐. 나는 편하게 앉아서 지휘나 하련다."
>>56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룡의 해라고 성운주도 용이 되는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냥 궁금해진건데 성운이가 혜우 히스테리 발작 증세 알게되서 유준이 제압할 때 정 안되면 뺨을 치라고 할건데 (유준은 이미 숱하게 쳤음) 성운이가 과연 할지? 그리고 저 말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숨기)
그렇게 자신의 앞에 서있는 괴이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챘다는 듯이 승기에 가득찬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칼이 땅바닥에 박혀버리고... 거기다 성운이 이어간 말에, 동월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 어, 뭐, 무슨... "
'번거로운 우정' 그것은 자신과 성운, 유한. 이 셋이 서로를 지칭 할 때 부르는 표현이었으며, 적어도 그것을 괴이가 알 리는 없단 것이었다. 아니, 알더라도 저렇게 완벽한 언어 구사는 4레벨급이나 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은 딱히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고 괴이 자신만의 독자적인 모습을 구사했다. 그러니,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 아니 사람은...
" 진짜, 서성운이라고...? "
벙찐 머리에 성운이 자신의 손을 떼어내는것도, 부축하는 것도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괴이같았다면 아마 품속에 있는 나이프를 꺼내들었겠지만, 전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팔찌. 성운이 자주 차고다니는 그 팔찌가 신빙성을 더해줄 뿐이었다.
" 나 혹시 죽은거ㄴ "
말을 끝나치기도 전에 부축하던 손길이 비틀려, 동월에게 헤드락을 걸어온다. 다행히 괴이는 아니라는 판단이 머리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커다란 저항은 없었다. ....어쩌면, 피를 너무 흘린 탓에 그럴 힘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미약한 힘으로 성운의 팔을 탭하는 손길이 느껴졌을테다.
>>573 아? (생각보다 안매움) (안도의 한숨) 성운이 특유의 넘겨짚기 회로 급발진해서 '이 사람 때려봤으니 이런 말을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순간 원일점의 눈으로 유준 노려보는데 한 2~3초 노려보다가 한숨 푹쉬면서 “그게 혜우한테 필요하다면요.”라고 하겠죠. 음··· 성운이라면, 나 여깄다고 혜우 달래면서 우선 혜우를 꼭 안아주거나, 그래도 안된다 싶으면 입술박치기()를 (끌려감) 그게 먹히면 좋겠지만, 혜우의 서사는 마냥 로맨스 소설이 아니니까 먹히리란 보장은 없겠죠. 마지막의 마지막에 시도해볼 텐데, 아마 눈물 뚝뚝 흘리면서 때릴 거에요. 그리고 혜우가 정신 차리면, “···그래. 이것까지 견뎌야 된다면, 견딜게. 나는 네 최악이니까.” 이러면서 울면서 혜우 안아주지 않을까 하고.
"저는 혜우 씨의 정도를 넘은 걸 본 적 없으니까요..?" 모르는 만큼의 판단일 뿐이라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인첨공은 이토록이나 무저갱같은데...." 바다는 푸르기만 하네요. 어딘가의 일본 작가의 말을 변형한 말을 내뱉습니다. 하지만 심해가 여기 인첨공에 있기에 바다가 푸른 건 그것을 인첨공에 떠넘겼기 때문일까.. 이상한 생각이 흐르는 걸 보면 자신도 제대로 된 건 아니겠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수경은.. 지원금이 나와도 잘 안 쓰는 편이니까요. 교통비 안들어 식비 급식으로 써 연구협력 잘해주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어라 생각보다 지원금 많을지도..?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라고 웃는 듯 말하려 하고는. 이제는 꽤 괜찮아졌다는 듯이 조금 몸에서 힘을 빼는 등으로 긴장상태를 완화한 것 같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까.. 카페에 들렀다가 어디 가야 하는 곳이 있으시다면.. 보내드릴게요." 너무 시간을 뺏은 게 아니라면요.. 라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래도 바로 가게 해준다라는 건 그나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처럼 보여서였을까?
>>583 디스에어 떡밥...ㅋㅋㅋㅋㅋ 디스트로이어와 에어버스터는 사이가 나쁘니까 달달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요?
>>584 네! 있어요! 사이코매트리!
>>594 디스트로이어:...어이. 디스트로이어:왜 내가 저런 애들하고 같이 있어야 하는거냐. 디스트로이어:내가 보모야?! 임마?! 그리고 니들!! 거기 놀지 말고 저기에 있는 게임장에 가서 게임하면서 놀아! 디스트로이어:원래 애들은 다 그렇게 노는거야!! 그러니까 얼른 저기로 꺼져!
>>597 케바케. 상대가 하자면 하고 하지 말자면 안하는 타입. 음... 주는건 아마 맛있는걸 사준다거나, 평소 눈여겨보던 것 중에 그 사람이 생각나는, 그리고 어울리는 걸 줄 듯 하네요 받는건... 얘가 보기완 다르게 연애적 스킨십을 좋아하는 애라 종일 안아서 쓰다듬는 걸로도 만족을 할 것... 🤔
도르륵,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가 굴러가며 생각에 잠긴 눈빚을 띈다. 목화고의 완장, 더 나아가서 눈에 익은 능력. 어둑한 거리와 다르게 그리 어둡지 않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내쉬던 혜성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일단 물어보자. 내가 알아보는게 낫니.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게 낫니."
이 뭣같은 동네는 성장 시스템도 건드릴 수 있는 훌륭한 과학의 산물의 동네인 모양이다. 너무 훌륭하니 짜증이 날 정도로. 무슨 짓을 하면 애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걸까. 자신을 향해 얼굴을 드러내고 인사를 해보이는 익숙하나 낯선 후배의 모습에 눈과 눈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듯 매만지는 피곤함이 묻은 행동과 다르게 툭 던지는 말은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다른 후배라면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마지막으로 만난 뒤 어색하게 헤어지고 얼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명백히 자신만 불편한 후배일 줄 몰랐지.
그냥 집으로 갈걸. 후회해봤자 이미 늦어버렸기 때문에 혜성은 점퍼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고 이미 꽤 멀게 유지하고 있는 후배와의 거리를 뒤로 두어걸음 물러났다.
>>598 생각보다 안 매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걱정했군! 유준 노려보든 멱살을 잡든 어쩌라고 식으로 마주본다 그야 유준에겐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입술박치기 ㅋㅋㅋㅋㅋ 그거 의외오 통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요건은 뇌정지가 올 정도의 충격을 주기만 하면 되는 거라서 성운이 외의 사람은 절대 못 쓰는 방법이지... 그리고 우는 성운이를 보는 것도 꽤나 충격요법이 되겠는걸 호호 기대된다...
>>600 흐으음 흐으으으음 태오 가능성 중에 양지로 발끝만큼이라도 나올 가능성은 있어? 제사장들하고 완전히 손절칠 가능성?
situplay>1597032239>597 리라는 챙길거 같네! 투투 이후로는 50일 단위로 챙길 거 같다 근데 가끔 오늘 41일이라~ 이러면서 쌩뚱맞은 날에 뭐 주기도 함(그냥 그러고 싶어서) 상대가 챙겨주는 건 굳이 바라지 않고 부담스러워하면 안하겠지 아무래도! 그냥 재밌자고 하는거니까. 대신 50일 100일 이런 기념적 날에는 언급하면서 스킨십 해달라고 할듯 안아줘요 뽀뽀해줘요 안해주면 집에안간다(?)
근거라고 댈 만한 건 없다. 그냥 감이랄까. 그보다는 이걸 어떻게 해결하느냐인데, 한양의 답은 여론전을 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대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자신에게 좀 먼 일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유언비어를 퍼트린 당사자를 찾아내는 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해킹에 숙달이라."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가능할지는 직접 해봐야 알겠지만.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팰 녀석들은 널렸을 걸."
솔직히 말하면. 발견했을 때 숨을 붙여놓기만 해도 잘 제압하는 거라고.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몰라도 잘못 건드렸다는 후회를 많이 하게 만들고 싶은데."
진짜 서성운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모습에 그것- 동월이 알고 있는 성운이 분명한, 하지만 동월이 알던 성운과는 조금 달라진 성운은 덤덤히 대답했다. 사실, 이것이 요 근래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 앞에 성운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였다. 성운의 아버지가 알아보마고 대답하고는, 아마 얼마 뒤면 해결책이 마련될 거라고 보장했기에 더더욱 마음편히 그럴 수 있었다. 대충 다른 부원들에게는 아팠다고 둘러대지, 뭐-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안도와주는 번거로운 우정자식은 왜 근신 겸 은인자중 중에 이런 식으로 갑툭튀를 하는 거지.
성운의 헤드락에는 그런 감정도 적잖이 실려있었다. 헤드락을 걸면서도 성운은 동월의 말에 착실히 대답했다.
“관자놀이에 맥박은 느껴지는 걸로 봐서 죽지는 않았는데.”
하며 성운은 헤드락을 풀어주고, 그제서야 동월을 환자 대접해주기 시작했다.
“카레 어디 안 도망간다. 일단 따라와.”
그리고 동월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성운은 아주 가볍게 동월을 어깨에 둘러메고는, 의료실로 향했다. 의료실이라곤 하지만 나무 탁자에 철 캐비닛, 병상이랍시고 갖다놓은 라꾸라꾸 등, 병원과는 영 동떨어진 모양새다. 그야 기자재 구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말이지. 성운은 동월을 펼쳐진 라꾸라꾸 위에 얹어놓고는, 캐비닛을 열어 그리즐리 구급키트를 꺼내어서는 동월에게로 다가왔다. 응급처치를 해주려는 듯했다.
situplay>1597032239>597 흠 딱히 몇일을 챙기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내키는 대로 선물 주고 싶으면 주고. 하루에 두세 번 줄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얼마나 됐는지 알아? 물어보면 얼마 됐지. 하고 대답은 바로바로 나올 거 같네, 그렇게 물어보면 바로 뭐든 사주러 갈 듯
"그러다가 다리 못쓰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뼈 탈구 시켜버렸던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직도 너한테 당한 팔목이 욱신거리거든?" "그래도.." "...그래도가 아냐. 내가 제대로 이야기해줄까? **, 오늘은 네 태도가 *같아서 내가 대신해준거지만 이제 네가 해야하는 일이야."
K의 검지가 혜성의 가슴팍을 꾹 누르며, 으르렁거렸다.
"마음 단단히 먹어. 네가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자경단이 아니라 단순한 스킬아웃 집단으로 전락해버리니까." "..K." "그건 싫잖아. 안그래? 캡틴."
진짜 서성운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모습에 그것- 동월이 알고 있는 성운이 분명한, 하지만 동월이 알던 성운과는 조금 달라진 성운은 덤덤히 대답했다. 사실, 이것이 요 근래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 앞에 성운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였다. 성운의 아버지가 알아보마고 대답하고는, 아마 얼마 뒤면 해결책이 마련될 거라고 보장했기에 더더욱 마음편히 그럴 수 있었다. 대충 다른 부원들에게는 아팠다고 둘러대지, 뭐-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안도와주는 번거로운 우정자식은 왜 근신 겸 은인자중 중에 이런 식으로 갑툭튀를 하는 거지.
성운의 헤드락에는 그런 감정도 적잖이 실려있었다. 헤드락을 걸면서도 성운은 동월의 말에 착실히 대답했다.
“관자놀이에 맥박은 느껴지는 걸로 봐서 죽지는 않았는데.”
하며 성운은 헤드락을 풀어주고, 그제서야 동월을 환자 대접해주기 시작했다.
“카레 어디 안 도망간다. 일단 따라와.”
그리고 동월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성운은 아주 가볍게 동월을 어깨에 둘러메고는, 의료실로 향했다. 의료실이라곤 하지만 나무 탁자에 철 캐비닛, 병상이랍시고 갖다놓은 라꾸라꾸 등, 병원과는 영 동떨어진 모양새다. 그야 기자재 구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말이지. 성운은 동월을 펼쳐진 라꾸라꾸 위에 얹어놓고는, 캐비닛을 열어 그리즐리 구급키트를 꺼내어서는 동월에게로 다가왔다. 응급처치를 해주려는 듯했다.
“얌전히 누워있어. 카레는 줄 테니, 먹고 어디서 치료받을 데 있거든 받고. 어디까지나 응급처치니까.”
-케이스 리포트에요. -저는 이동한다. 같은 능력은 아니라서, 티와 같이 이동하면서 인첨공을 또 돌아보고 싶어요! 거절하실 리가 없다는 걸 저는 알아요. 라고 속삭이는 듯해. 그 푸른 눈을 바라보며 무심코 손을 붙잡히면..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으힛....하...힛... -말을. 해요~ 무엇을..히이... 원하시는..거에요? -살...ㄹ.. -아핫? 싫어요★ 비현실적인 광경입니다. 그녀가 스킬아웃처럼 보이는 이를 다리를 걸어 엎어뜨리고는. 어딘가 맛이 간 웃음을 지으며 시퍼런 눈빛을 흘리며 그러니까. 감히. 네깟. 게. 밤중의. 데이트를. 방해해요? 같은 어절마다 어디선가 꺼낸 망치같은 것으로. 아니 그게 망치는 맞나? 모르겠습니다. 무차별적으로 내리찍고 있었으니까요. 바닥에 엎어져 버둥거리는 것의 숨이 점점 멎어갈 것만 같아서. 아니 첫번째와 두번째에 자신이 얼어붙은 동안 머리 쪽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음이 확실해보여서 이미 피가 튀고 그녀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름에 도주한 걸로 보이는 이들을 제외한 이들에게서 흐르는 것이 번지고 있기에 그것이 어딘가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서.
"케이스..케이스.. 제발 그만둬 주세요.." 애원하다시피 덜덜 떨며 케이스에게 매달리듯이 말하며 말리려 하고는 신고.신고를 하고.. 합의를. 지원금 많이 모았으니까요.. 같은 것을 중얼거렸습니다. 사실 시비를 건 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수경은 그들이 지척에 올 때까지 인지하지도 못했으니까요 어째서. 시비를 건 것도 아닐텐데. 그렇게까지 폭력적으로 굴 필요는.. 이라는 생각으로 케이스를 말리고 신고하려 했지만. 케이스가 피가 튄 손으로 수경의 핸드폰과 손을 같이 잡으려 합니다. 피냄새는 나지 않고. 장미 향만이 희미하게 풍깁니다. 피로 후각이 마비될 정도였던 걸까요?
-티는... 저지먼트니까 이런 거 싫어요? 후려치는 것을 멈추고는 꿈틀거리는 그것을 내버려둔 채 자신에게 다가와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눈으로 싫어요?라고 묻는 그녀입니다. 그것에 흠칫하면 그럼 눈을 감았다 뜨고 다른 곳으로 가서 잊어버리는 거에요. 라고 답지 않게 수줍은 듯이 말하는 흰 머리카락 끄트머리와 하얀 옷과 얼굴에 붉은 꽃이 물들고 흘러내립니다. 이렇게 묻을 수는 없는데도 그렇게 묻어있었습니다. 케이스는 입가에 튄 피를 핥으며 엑 맛없어라~ 라고 말하면서 장갑을 벗겨내고 손을 다시 잡았습니다. 질척이는 듯한 피가 묻는 감촉이란. 그럼에도 피냄새는 나지 않았습니다.
-티는 무르다니까요~ -네? 이번에는 번화가에 가보는 건 어때요? "....오늘은 그만해요.. 이런 꼴로..는.. 갈 수 없잖아요" -으음.. 하긴. 처음은 어려운 법이죠. 하지만 장갑은 가져갈거에요. 티가 준 거잖아요? 스스로 벗겨냈습니다만. 수경은 바로 기숙사로 돌아와 손을 벅벅 씻고 피를 지우려 하고는 잠들려 했습니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이 자고 싶었으니까요. 신고고 뭐고. 머리속이 하얗게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전부 자기 탓인 것만 같이.
그리고 날이 밝은 뒤에 알아보려 노력한 바에 의하면 어떠한 신고도 없었고. 병원에 들어온 이들은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곳에 다시 가보기도 했지만. 흔적을 말끔히 치웠는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성운은 또다시, 이빨 수치가 전혀 다른 톱니바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피하지 않는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굴러떨어져 버린 자기 잘못인데 어쩌겠나. 그저 혹여나 상대에게 흠집이 나지 않기를 바랄 뿐. 혜성의 냉막하기 그지없는 첫마디에, 성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상관없어요. 선배님 편하신 대로.”
혜성이 알고 있던 성운과는, 무언가 이상하게 달라진 성운의 무덤덤한 대답이었다. 이것 때문에 요 근래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성운의 아버지 말하길, 며칠 뒤면 해결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장담했기에 그 동안 가급적 다른 부원들을 피해다니면 그만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며칠 정도 그렇게 별나게 구는 거야, 뭐, 아팠다거나 근신했다고 둘러대면 되니까. ─이런 만남은 예기치 못했지만, 성운은 피하지 않기로 했다.
“말씀하실 게 있으시다면 해주시는데, 그전에 어디 처마 아래라도 갈까요. 아니면 카페같은 데를 갈 수도 있고.”
예민한 천성을 타고난 데에 그나마 장점으로 승화시킬 만한 점이 있다면 상대의 얼굴을 잘 읽는다는 것이다. 리라는 유한의 눈동자를 보고, 다소 뻣뻣하게 올라간 입꼬리와 그로 인해 자연스럽지 못한 호선을 본다. 농담을 받아치긴 하는데 웃지 않는다.
"하긴, 사람들이 할말 못할 말 못 가리진 하지? 참 대단하다니까~ 어디서 그런 말을 다 배워오는지 몰라. 구경하다가 생전 처음 보는 욕도 알게 되고... 참 유익했지~"
통통 튀는 목소리와 달리 내용은 신랄하다. 리라는 다리를 움직여 그네를 살짝 앞뒤로 흔든다. 습기 찬 공기가 갈라지며 이마에 바람이 닿았다.
"쫌생이가 장난이야? 놀리는 거지! 못된 유한락스 같으니."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가길 반복하면 그 속도에 표정이 가려지고 만다. 리라는 앞을 바라보며 계속 조잘거린다. 한이 바닥을 바라보는 걸 알고 있었다. 이해한다. 이런 상태는 아무래도 이상했겠지. 유한 이라는 사람에게는 처음 보여주는 상태이기도 했고. 놀랄만도 하다. 그게 좀 미안한데, 아쉽게도 온전히 평소처럼 굴기에는 에너지가 모자라서 리라는 얼굴을 마주보지 않기를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리라~ 정리... 그럴수도? 사실 기숙사 가기 싫어서. 아직 애들 잘 시간도 아니니까 여기서 좀 놀다가 느즈막하게 들어가려고 했지. 그나저나 성실한걸? 이 더위에 밖에서 운동이라니~ 역시 젊은 게 좋구나~"
동갑인데. 대충 넘기도록 하자. 습관성 헛소리가 또 도졌다.
"그래서 어디까지 봤어?"
다리를 흔드는 게 멈추면 그네는 느리게 제자리로 돌아온다. 리라는 움직임이 조금 더 느려질때까지 기다리다가 발을 딛어 온전히 정지한 후, 다시 유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시간 끌 생각 없어. 최강의 힘으로 끝을 내줄게." (저벅저벅) (웨이버의 등 뒤에서 푸른색 오오라가 치솟는다. 이어 그 오오라의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이어 여기저기서 천둥번개 소리가 격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물이 왜 무서운지 알고 있니?" (이내 격한 비가 필드에 몰아치기 시작한다. 단번에 웨이버와 적이 있는 곳이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이어 웨이버의 눈빛에서 붉은 안광이 반짝인다.) "산소도 뭐도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속에서, 너는 몇 초나 버틸 수 있을까?" (이어 아래에 깔려있는 물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점점 더 커져오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느껴보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최강의 물의 힘을!!" (바로 이 타이밍에서 컷인) (이내 물들이 일제히 뒤로 밀려났다가 아주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눈앞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며, 적도 삼켜버린다.) (적을 삼켜버리는 즉시, 물의 움직임이 멈추며, 그대로 전체적으로 흔들리며 내부에서 강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강한 수압으로 인해 적을 그대로 아래로 가라앉혀버리기 시작한다.) (이내 진동으로 생기는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이 일제히 펑 터져버리고 웨이버는 뒤로 돌아서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간다.) "영광으로 알도록 해. 최강의 될 예정인 나의 공격에 침몰해버린 것을 말이야."
살가운 인사나, 부드러운 미소도 없이 느릿하게 뱉어낸 자신의 말을 들은 후배보다 말을 한 혜성 자신이 되려 어깨를 움찔 떨며 눈가를 슬그머니 찡그리고 말았다. 며칠 여러가지를 신경쓰느냐고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지 낯선 후배의 별거 아닌 반응에도 예민해지는 모양이다. 후우- 하고 낯게 숨을 내쉬며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 후배에게 향했다.
"그래."
무던한 대답에, 짧게 대답하기로 했다. 저렇게 이미지가 변했는데 기억하고 있는 후배처럼 살가운 대답을 바라지 않았고 그런 대답을 바라기엔 썩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사정이 있을거라고 결론을 지으며 혜성은 후배의 낯선 모습을 그냥 넘기기로 결정했다. 말할 것? 새파란 눈동자가 도르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하늘로 향하는 것도 잠시 혜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지금의 후배님한테 해줄 말은 없지만, 후배님이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근처에 자판기랑 비가 피할 곳이 있어."
거기로 갈까. 부드러운 미소와 예의 차분한 목소리로 혜성은 말한 뒤 몸을 돌려서 걸음을 옮겼다. 거절하고 돌아가도 상관없다는 듯한 걸음을 따라왔다면 혜성은 골목이라고 하기 뭐한 길목을 5분 남짓 쭉 걷더니 곧 자그마한 정자와 자판기 두대가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자캐를_나타내는_한마디 : "한 사람의 걱정을 끼얹어봤자 각박한 세상인 건 바뀌지 않는답니다……."
자캐의_응석_부리는_방식 : 굳이 응석 부릴 사람은 아니라서. 그냥 느릿하게 눈 감고 있다가 안정을 느끼고 싶다면서 어깨에 고개 폭 파묻고 10초 지나서 떨어짐. 그게 응석이래.
멘헤라식 응석은 누가... 누가 받아줌... "왜 나를 사랑해주질 않아... 너도 역시 내가 싫은거지..." 하면서 손도 못 대고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는 시츄를... 좋아한다고요? 전 좋아해요(?)
자캐의_머릿속_감정을_인사이드아웃처럼_정리해보자 : 기쁨이: 극히 가끔 등장하는 녀석. 안드로이드나 그래프, 자료 보면 나타남 < 크크큭맨이랑 잘 맞는 이유 슬픔이: 우울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얘 항시 버튼 누른 상태 분노: 누가 불에 물 끼얹어서 죽었음. 가끔 불타오름. 까칠이: 지금 풀파워로 버튼 때렸음 소심이: 이 녀석은 의외로 등장할 듯 안 등장할 듯함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221 자기_자신을_사랑하냐는_말에_자캐의_대답은 : "비효율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에요." "그럴리가 있겠나요……. 이 세상에서 내 자신을 사랑해버리면, 내 자신이 약점이 되는 꼴이지 않겠어요…?"
564 자캐의_빙수_취향_팥유무_젤리유무_좋아하는과일_기타토핑_등 : 팥은 별로. 젤리 있으면 먹음. 망고 요거트 빙수 무난하게 먹음. 메론 별로, 베리류는 딸기 아니면 그닥(블루베리가 생이면 먹는데 콩포트나 잼이면 먹지 않음...), 기타 토핑에 치즈케이크 있으면 좋아함. 녹차빙수 좋음. 초코빙수 진해서 안 좋아함 등등...
251 자캐의_겨울_패션_묘사 : 희야처럼 젠더리스룩. 흰색 롱패딩 속에 터틀넥, 그리고 겨울 슬랙스 혹은 이 겨울에 부츠컷과 아.아 혹은 숏패딩 속 맨투맨, 비니, 그리고 조거팬츠랑 헤드셋으로 힙스터룩. 코트의 경우 검은 색, 목도리 검붉은색... 뭐 그렇게?
되게 놀라운 건데요 얘는 '내가 입고 싶으면 입고 그게 나랑 어울리거나 내 미적 감각에 맞으면' 뭐든 입어서 롱치마도 입는다? 아닐 것 같지? 진짜 입는다. 그냥 뭐 여성성 추구 그런게 아니라 나에게 맞노라 생각하면 입어.
>>794 응석이 너무 귀여운데요...(진지) 아앗...아아앗...멘헤라도 너무 귀여운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크크큭맨과 잘 맞는 이유...ㅋㅋㅋ 뭐예요! ㅋㅋㅋㅋㅋㅋ 음. 그리고 옷은...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입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남자도 치마 입을 수 있는거지 뭐!
>>745 애시...르....? 애시르... 신족...? :0 응응 나야 좋지. 애들 건강 관리라면서 이것저것 챙겨줄 때 희야랑 태오 동시에 마주했을 가능성이 크겠다. 그때의 희야는 여전히 헤에, 인간이다 신기하다~ 하는 말랑이라서 와-아 친구하자 친구 붕방붕 했을 텐데 그때의 태오는 수줍음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이었을 거야. 랑이가 경계하면 소심하게 같이 책 읽을래요...? 하는 그런...? 로판 입양공녀들이 마주하는 흔한 소심한데 나중에 마탑주 되는 둘째오빠 포지션(?
에. 랑이 왜 실종이야 데 마레 맴찢이여 태오보다 조금 앞서서 실종됐으면 아이고 우리 애들 다 날아가네 아니냐며 크아악 맵다
"그래도 이 상황에서는 폭력은 안 돼. 녀석이 저항하려고 폭력을 쓰기 전까지는 말이지. 그게 오히려 리라양을 위한 일이야."
저지먼트는 가끔 법보다 주먹이 앞설 때가 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으니깐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법보다 주먹이 앞서면 오히려 녀석의 목적만 이루는 셈이다. 녀석의 최종목표야 뻔하지. 리라양의 완전한 정신붕괴. 우리가 폭력을 써서 저지먼트가 징계를 받거나 완전히 나쁜 여론으로 몰리면.. 리라양은 분명 자신을 탓할 것이다. 그게 곧 녀석이 원하는 것이고.
여기서 또 첨언하자면.. 너무 대놓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어. 이 연결망도 결국 인첨공의 인트라넷이야. 인첨공 안에 있는 이가 저지른 일이고..리라양과는 밖에서도 관련된 인물이고 말이야. 게다가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도 남겨놨어. 오히려 '나를 찾아서 때려주세요.'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후회? 폭력이 아니어도 방법은 있지."
서한양은 염동력으로 모래성을 쌓은 뒤에 한 방에 무너뜨리면서 말한다.
"그 녀석의 세상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 녀석이 계획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흘러가게 만드는 거야.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노력했는데도 말이지. 그것이 폭력이 주는 아픔보다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해."
통통 튀는 목소리에 그는 침묵했다. 뭐라 답할지 대답을 떠올리지 못했기에. 그는... 그런 증오에 익숙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얼마 겪어본적이 없다. 그가 겪어본 감정은 차가울 정도의 이성, 모두를 포용하는 상냥함, 그리고 정신이 나갈 정도의 경외감. 그뿐. 거짓말이다.
오직 타인을 질투하고, 증오하며, 깎아내릴뿐인 그 말들이, 그에게는 너무도 익숙치 않았다. 거짓말. "야, 내가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했지!!"
간신히, 그가 알던 이리라로 돌아올 때만 반응할 수 있었던가.
그네는 점점 빨라져간다. 그의 생각이 심란해져 갈수록, 몸은 더 크게 움직이고, 손에는 더 힘이 들어갔다. 모른다. 그런 감정들따위 모른다. 증오도, 질투도, 비탄도, 분노도, 전부, 전부. 어째서 그걸 타인에게 투사하는지.거짓.
"너랑 나랑 몇살이나 차이난다고 그래? 할머니도 아니고."
투덜투덜 거리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래, 이리 헛소리나 주고받으며 시간이나 때울 생각이었는데.
리라의 말에 그의 숨소리가 멈추었다.
"...전부."
호기심이었다. 그 다음 감정은? 글쎄. 무엇이었든 간에 그는 전부 보았다. 리라가 나오는 글,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이란 글도 모자라 영상까지 봐버렸다. 빌어먹을 알고리즘은 그에게 계속해서 생성되는 온갖 쓰레기들을 긁어모아 계속해서 보여주었고, 그는 결국 하루정도를 꼬박 이리라라는 사람에 대해 봐야만 했다.
"나는... 나는, 네가 그런 말에... 널 상처입히기 위해 지어냈을 뿐인 말들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더듬더듬 목소리가 나오고, 그가 그네를 천천히 멈추었다. 그네가 멈추면, 다시 그네에 털썩 주저앉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짧은 침묵 끝에 다시금 나온 목소리와 함께, 그는 슬픈 표정으로 리라를 바라본다.
"나도, 성운이도, 태오도, 저지먼트도, 부장님도... 모두 네 곁에 있으니까... 가능하면 너를 도와주고 싶었어... 그런 말에 상처입지 않게."
상실의 고통은 잔인한 것이다. 단장도, 부단장도, 그에게 있어 몸의 일부나 다름없는 이들이 그에게서 떼어져나갔다. 그는 앞으로 살며 몸에 없는 한 부분을, 계속해서 생각하며 허전함을 느끼고 살아가야만 한다.
"말해줘. 어떻게 하면 널 도와줄 수 있어? 어떻게 해야... 네가 괜찮아질 수 있을까?"
그에게 있어 이제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은 저지먼트다. 그리고, 그곳에 속한 친구들이다. 이대로 두면 또다시 누군가를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그는 손이 하얘질 때까지 그넷줄을 잡았다.
"부탁이야. 대답해줘 리라야. 우린... 친구잖아." 그렇지 않으면, 나는 계속해서 그들을 죽일거다. 또한번. 간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떨어트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조용히 말했다.
세은:오빠. 세은: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무도 병문안을 오지 않는데... 오빠의 위엄도 이제 슬슬 끝 아니야? 솔직히 지금까지 에어버스터빨로 잘 버텼으니까 끝날 때도 되긴 했지. 은우:다음 부장을 정했으니 이제 라인 안 타는 모양이야. 그냥 졸업하면 섬에 틀어박혀있어야겠다. 나는. (키득키득)(어깨 으쓱)
다분히 악의적인 질문이다. 태오는 아직도 커리큘럼 연구원이 배정되지 못했거니와, 학교 내부의 어떠한 연구원과도 연을 쌓지 않으려 들었으니. 태오는 머리를 쓸어내리는 손길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안 해요." "내가 선생을 붙여준다면?" "…죄송, 합니다." "잘 알아."
존재는 태오를 무릎 위에 눕히곤 머리를 쓸어주다, 손을 점차 아래로 뻗어 어깨를, 그리고 갈비뼈와 허리까지 길게 한 번 쓸어내리며 나지막이 웃었다.
─ 나는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알지. 너의 이해자이니. "그렇지만 네 주변은 성장하지 않니, 마음이 무겁거나 그러진 않아?" "누군가의 속을 읽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요."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잖니. 횡령 때도 그렇고."
태오는 어떤 날을 기억했다. 도박장의 자금을 빼돌리던 사람들을 색출하던 날. 읽어보니 그 누구도 아니었다만 거기 결집된 모든 사람이 자금 횡령의 공범이라 주장할 수밖에 없던 날. 자신이 발언했을 때 시끄러운 속내들이 제발 자신이 아니라고 변호해달라 간청하며 소리를 높이던 그 순간.
"그때 네가 뭐라고 했더라?" "이렇게 줄지어둔 건…… 어차피 전부 쓸모가 없단 거잖아요……." "나는 아직도 그 말을 좋아한단다."
태오는 눈을 감았다. 졸음이 밀려온다. 그때도 딱 이랬던 것 같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피곤한 탓에 귀를 막고 잠들었던 것 같은데.
>>838 머머머머라구 밈미 나 부끄러워 찬사에 숨을래 쏙... 먼지냄새 기름냄새 너무 좋다 흑흑 이런 칭찬 너무너무 조와....
>>842 앗...! 나 이거 분명 올영인가 거기서 맡아본 것 같은데... (찾아보고 옴)(향수 시향 조와함) 헤헤 그런 샴푸 향이라니 수경이 향긋하니 좋은 친구....인데 왜 나를. 왜 나를.... 울게 만들지...? 나같은 이를 희생한대 하아아... 망설임이라니 하아아아 당연히 사람이 망설일 수밖에 없지 와기야 그냥 다 조져버리자 제발(이런 발언) 인내심 미치겠네 주글래. 주글.래....(눈물로 대략 4개월의 수도세를 절감함)
>>868 익 이익 이이이이......... 이게 뭐야 우리 애 아직도 국밥 냄새 나는 아재담배 피우냐고 이익이이이(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피우는 앵얼취가 할 말이 아님) 아 악 악!!!!!!!!!!!!!!!!!!!!!!!!!!!!!!!1 악악악악!! (급기야 본인의 대가리를 깨버리는데...) 데 마레가 가장 행복했는데 나 울래 그냥 진짜 울 거야 휴가 첫 날의 밤도 하아 이건 참 아름답군요? ㅎ 괭이 유연성 좋다 심해냥이 뽀다담 해줘야만...
근데 그와는 별개로... 일반적인 레벨5. 그것도 퍼클이면 대체로 다 저런 느낌이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평소에 도와줘!! 퍼스트클래스! 이러는 이들은 정말로 많은데, 정작 도움을 받고 난 후에는 입 씻는 이들이 상당히 많답니다. 퍼클이 도움을 요청해도 에이. 퍼클이니까 혼자서 잘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또 수두룩해요.
입을 벌린 시간과, 좋네요, 하는 말이 나온 시간. 그 사이의 약 1초가 될까말까한 지연시간. 무엇을 말하려다 만 것일까. 살가운 대답을 바라기엔 밀쳐낸 게 당신이지 않나? 살가운 분위기를 바라기엔 당신의 의도가 너무 딱딱하지 않나? 아니, 바라는 게 맞기는 한가? 샌드백은 결코 푹신하지 않다. 쳐라. 짧고 단단하게 쳐라. 어설프게 친 샌드백은 뒤로 밀려났다가 당신에게 아주 묵직하게 날아올 것이다.
저벅저벅. 그날, 스킬아웃 여섯 명에게 두들겨맞고 있던 것을 구해주었을 때보다 훨씬 무거워진 발소리가 혜성의 뒤를 따랐다. 공기가 면도날 같았다. 정자에 당도해, 성운은 먼저 자판기에 오천 원짜리 지폐를 밀어넣었다. 성운은 혜성이 방금 한 말을 언급했다.
“그러면, 제 투정을 선배님이 들어주시는 셈이니 이건 제가 사죠. 뭐 드실래요?”
성운은 마운틴듀 하나를 누르고는, 혜성을 바라보았다. 혜성이 뭔가 말하면 그걸 뽑아서 건네주었을 테고, 자기가 사겠다고 말하면 얌전히 거스름돈 반환버튼을 눌렀을 테다. 아무튼 주머니는 동전으로 살짝 묵직해지게 됐다. 성운은 캔을 칙 따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까 말씀, 같네요, 제가 하려고 했던 말씀과.”
역시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다. 후배님한테 해줄 말은 없지만, 후배님이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906 정확히는 정말로 깊게 숨기고자 하는 것일수록 읽기 힘들고 노이즈가 깔리고 안 들리는데... 그러니까 무의식중에 숨기고자 하는 것들이요. 하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제 그런 노이즈들이 사라지고, 정말로 깊게 숨기는 것도 정말로 가볍게 읽어낼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Q. 질문이라기보단 이거 궁금한 건데.... 평소에 다른 저지먼트 부원이나 다른 사람들 생각을 읽으려고 하는지...?👀 A. 저지먼트 부원의 생각은 읽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읽지 않아. 대신 타 모브의 경우에는 '듣고싶지 않은데 들린다'에 가까운 상황이라 의도치 않게 듣게 돼.
같은 질문이 있었답니다. 개인적으로 의도치 않게 들려주고 싶어요~라면 일상에서 써먹어도 좋다.
>>912 부적주머니 안에 딱 한 까치만 들어있는 거랑, 향이 진작에 다 날아간 거 보고 일단 혜우가 피우는 건 아니구나~ 할 것 같네요. 유준씨가 줬다는 것까지도 아아 그런가. 하고, 마음고생 많이 한 아이가 어른을 동경하는 상징으로 보고 넘어갈 것 같은데, 한모금 맛보여줬다는 걸 알면 유준씨 가만 보다가 “선생. 더도 덜도 말고 한 대만 쳐도 될까요. 억울하면 싫다고 해요, 혜우가 혜우니까 이해해줄 수 있어요.” 어 이자식 왜 급발진을
>>931 그 뭐야 향 날아가기 전에 새걸로 교환합니다... (옆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준 절대 싫다 그러지 유준 : 그렇게 해주는게 영락의 커리큘럼인데 불만 있냐? 나 치면 알터가 타 연구소 방침에 간섭하는 걸로 간주하고 이의제기한다? 치사하게 어른의 권력을 치켜듭니다
서성운: 171 실제 나이와 외적으로 보이는 나이는 어떻게 다른가요?(동안,노안 등 포함) 어우 (진단에게 맞음) 얼마 전까진 18살인데 액면가 13살이었는데 말이죠 며칠동안은 실제가격이랑 액면가가 일치할 예정이라네요
194 캐릭터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부모님, 그리고 소꿉친구. 가버린 소꿉친구야 보고십퍼........... 훌쩍.
232 히어로or빌런 어떤 엔딩을 맞이하냐에 따라 달라져요. 안티히어로가 되는 엔딩이 많고, 빌런이 되는 엔딩은 적네요. 히어로가 되는 엔딩은 노말 엔딩, 평범한 소시민이 되는 엔딩이 해피 엔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빌런이 되는 엔딩이라면... 빌런이라기보다는 레이드 보스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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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하는 최고의 하루의 내용은?" 서성운: “가슴에 사무치는 기쁨같은 건 필요없어. 그 대신 가슴이 무너지는 절망도 없어야 해. 평범하고, 평온한··· 가장 이상적인, 평범한 하루. 누군가와 같이 보내는.”
"가지 마." 서성운: “···붙들 사람이 그렇게도 없는지.” (앉는다)
어떤 한 명에게 그런 말을 들은 서성운: “그럴게. ···약속이니까.” (손을 마주잡는다)
"죽어 가는 동물을 발견한다면?" 서성운: “살아날 가망이 있느냐 없느냐. 살려야 할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 일반적으로는, 일반적인 생각에 따라 행동하겠지.” 서성운: “사람도 동물의 범주 내에 넣는다면, 그런 걸 따지고 싶지 않은 이들도 스무예닐곱쯤 있지만.”
꺄아아악 :ㅁ 뭐야 미행해서 알아낸다니 무섭잖아 들어가려고 하면 "뻔뻔하게……. 내 집을 알아내놓고, 이젠 주인처럼 굴겠다 그건가요……." 하면서 과일 썰던 칼 든 상태로 비척비척 걸어와서 눈 마주치다 "얌전히 사과 깎은 거나 먹고 가요." 하겠지... 그런데 토끼모양임 짜잔~
>>938 까치담배 하나만 부적주머니에 덜렁 들어있는 걸로 실제 흡연용은 아니라고 짐작할 테니 괜찮아요! 그리고 평소 혜우의 체취에서 담배 쩐내는 못 느꼈을 테니 더더욱. 성운: “이건 남자 대 남자로 이야기하는 거야. 연구원 대 학생으로 한 조치라는 둥 쫄아서 그딴 거 뒤로 도망치지 말라고.” 성운: “뭐 커리큘럼이 그렇다고 하고, 혜우가 혜우니까, 이해는 해줄게요.”
>>949 음 다행이다... 혜우 체취는 늘 살짝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이야 오렌지꽃향 섞인거 유준 : 나이 먹고 쫄은거 맞는데, 그거 밖에 방법이 없는 애를 니는 얼마나 더 잘 케어했을까 궁금하긴 하다 유준 : 어이구 거 참 감사하기도 하지 (빈정) ㅋㅋㅋㅋㅋㅋ 유준이가 잘한게 그닥 없긴 한데 (유준 : 야!) 너무 긁지 마렴 성운아...
>>950 그치만 아무리 봐도 비밀의 장지문 열어버린 유키테루 뒤에 유노 짤 밖에 생각 안 나는걸
침묵은 무거웠으나 투덜거리는 답변이 돌아올 때만큼은 평소와 같았기에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곗바늘은 돌아가고 세계는 유지되며 인간은 생존한다. 요 며칠 사이에는 그런 당연한 흐름들이 다소 멀게만 느껴져서,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세상에서 완전히 유리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다지 심기가 편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의 근처에 있어 주는 사람들은 이렇게나 친절하게 손을 잡아서 환상 속을 유영하던 정신을 현실로 끌어내려준다. 이런 방식은 기껍다. 일상의 모습을 재현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다나 떨면 모든 나쁜 일은 마치 꿈속 사건처럼 멀어지곤 하니까. 실제로는 나쁜 일이 여전히 그 자리에 도사리고 있더라도, 잠시나마 눈 돌려 호흡할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 그걸 다 봤어? 피곤했겠네. 영상도 글도 별로 오래 들여다보기 좋은 것들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가급적 이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었는데 역시 너무 큰 물살 앞에서는 아무리 평화를 가장해도 무의미한 역할놀이에서 그칠 뿐인가. 리라는 더듬더듬 건네지는 목소리와 천천히 멈추는 상대의 그네를 보았다. 숙인 고개에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그러나 다시 들어올린 얼굴에는 슬픔이 짙게 번져 있어서.
"너는 그 모든 소문들이 지어낸 거라고 생각해?"
떨리는 목소리와 하얗게 변하는 손의 관절 마디를 관찰하던 눈동자가 이윽고 떨어진 시선에, 간절한 표정에 닿았다. 그럼에도 이런 말부터 꺼내는 건 이리라가 지독한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그거 들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혹시' 라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어?"
유한의 말이 옳다. 저지먼트는 그들의 부원을 놓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다. 언뜻 제각각이라 잘 맞지 않는 듯 해도 맞물리는지 그렇지 않은지와 무관하게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 친구, 라고 부를 수 있는. 그래서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빌어먹을 집단적 광기에 머리채 잡혀 끌려오지 않았으면 했다. 이런 건 혼자만 겪으면 족했는데. 불특정다수의 악의를 받아내는 경험 따위 하지 않는 편이 좋을텐데.
"날 도와주고 싶어? 그 전에 하나만 물을게, 한이야. 날 믿어? 앞으로 여기에서 무슨 헛소문이 더 퍼져도 저쪽에서 떠드는 게 거짓말이라고 믿어줄 수 있어?"
전부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나로 인해 흠집이 났다. 그게 너무 끔찍하다.
"친구지."
그 중에서 가장 끔찍한 건 멍청한 나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까? 애초에 내가 도와달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957 역시 그렇지!!!! (태오주가 자주 쓰는 그 말랭이 오리가 뿌애앵 하는짤) 성운: “걔. 얼마 전에 퇴부한 애. 머리 나보다 길던 그 2학년 싸움광.” “···이꼴로 이제 와서 말걸어 봐야. 알아봐주지도 못하겠지만.” “이제 나한테는 소꿉친구랄 게 너뿐이네, 천혜우.”
“뭘봐 이 번거롭고 소중한 우정아. 니들은 유사 ■랄친구들이지.” (싹바가지없는 애정표현)
아지주 어서오세요! 좋은저녁... 저녁? 아이구... 어장에서 같이 잡담하면서 놀다가 다시 피곤해지시면 주무시러 가시기.. (복복) 답레는 자고 일어나셔서 주세요.
여름에, 비까지 오는데 공기는 겨울처럼 날카롭기 짝이 없다. 자신을 따라오는 발소리에 혜성은 이번에는 눈과 눈이 아니라 뒷목을 문질렀다. 후배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스킬아웃들을 회유하고 포섭하다보면 부득이하게 골목길을 헤매는 경우가 있다보니 목이 마르거나 쉬어야한다면 이곳으로 가라고 K가 일러준 장소였다.
"아무거나 괜찮아. 카페인 없는 거면."
후배의 말에, 대답하면서 새파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 흘끗 자판기의 음료수들을 살핀다.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 예의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 스쳐지나가고 혜성은 후배에게 보리차를 부탁했다. 이럴 때 카페인을 섭취하면 냉정한 정신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평소 마시던 것과 비슷한 음료수였다. 괜히 먹었다가 아예 잠을 못자게 되면 곤란하고. 후배가 보리차를 뽑아 건네는걸 받아들며 혜성은 부드러이 감사인사를 전달했다.
태오 말이 맞네. 아예 입에도 대질 말았어야했어. 캡을 돌려 따고 보리차를 마시며 혜성은 생각한다. 자판기에서 막 뽑혀나온 보리차는 여름 날씨에 맞게 적당히 시원했다.
"내가 후배취급을 하지 않았던 게 서운했어?"
새파란 눈동자가 물끄러미 얼굴을 응시했다. 플라스틱 병에서 금방 떨어지기 시작한 물방울이 손을 적셨지만 혜성은 잠자코 낯선 얼굴을 하고 있는 후배를 바라볼 뿐이었다.
새파란 눈동자가 짐짓 가늘어진다. 자신은 관찰자이며 제 3자일 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후배님이라면 서운해했겠지만, 지금의 후배님은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거기에 있었던 건 우연히 사이렌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