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7032232>463 어쩌면 자그마한 해프닝, 그러나 담긴 의미는 그보다 큰 일이 있었던 온천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츠나지는 여전히 추웠다. 그야 겨울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해가 넘어가기 전에 산타가 돌아다닌다고 믿어지는 날 하루만이 어쩌면 기념일로 남았다.
그런 산타는 이브날 온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선물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 가 아니라 사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쉬기 위해 미리 방문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다이고는 산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으므로 휴일이 아닌 이브날에는 크리스마스 때 줄 선물을 골라뒀을 뿐 전달하지는 않았다. 준비한 선물을 당일날 깜짝 방문해 딱 건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방문하고자 하는 욕구를 참고 당일이 되어서야 선물을 챙겨 기숙사로 향한 것인데.
"예? 아무도 없단 말씀임까?"
레이니의 호실을 잘못 알고 있었나? 그러나 다시 한 번 확인해 봐도 돌아오는 답은 같다. 이미 기숙사를 나섰다는 대답 말이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이걸 어째야 하나 하고 선물을 손에 든 채 머리를 긁적이던 다이고는, 여기서 기다릴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그러면 음... 레이니 왈츠 학생이 돌아오면 연락 좀 부탁드림다, 학생한테는 아무 말 마시고..."
비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말로 당부를 건네고 기숙사를 빠져나오지만. 막상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막막하다. 일단은 집에 돌아갈까... 돌아가는 김에 반찬거리를 좀 사가야겠다 같은 생각을 하며 다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고가 집에 돌아오기 시작한 시간은 레이니의 예상보다 늦었을 것이다. 심하게 많이 늦지는 않았겠지만... 하늘에서 눈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자 다이고는 집으로 걸어가며 아직도 기숙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혹시 눈 맞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결국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집을 향해 걸어가는 다이고의 손에 들린 전화기에서 연결음이 이어지고 있다.
"나냐, 그러면 내가 앞으로 매일 머리감겨줘서 찰랑찰랑한 머릿결로 만들어줄게. 머리카락 안 빠지고, 엉기지도 않게."
"매일 아침 된장국도 끓여주고, 저녁에는 머리도 감겨줘야겠다."
해탈한듯이 이야기하는 네 뺨을 괜히 콕 찔러보려고 하면서, 살풋 웃었다. 좋아. 집에 돌아가면 트리트먼트랑 린스, 각종 미용 용품들을 잔뜩 사야겠다. 팩도 해주고, 로션도 꼼꼼하게 발라줘야지. 즐거운 상상덕분에, 저절로 웃음이 나와버렸지.
"...뺘앗..?!"
네가 내 턱을 살짝 잡아오자, 깜짝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면서 너를 바라봐. 금세 새빨갛게 얼굴이 물들고, 꼬리가 천천히 흔들리고... 귀가 쫑긋거려. 너는 뭐든지, 천천히, 차근차근, 처음부터... 단어 하나하나, 두근거리게 만들고, 조금은 무섭지만, 조금은 기대되는. 그런 속삭임으로.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잔뜩 긴장했는데... 콕, 하고 코가 맞대어지자, 참았던 숨을 간신히 뱉어.
"....끝까지라면."
시선을 천천히 네게 향해서, 손을 네게 뻗어. 검지 손가락으로 콕, 하고, 천천히 너의 쇄골을 흝으려 해. 그리고는.
"그런, 거?"
네가 눈웃음 짓자, 나도 따라서 눈을 접어 예쁘게 웃으면서,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네 목에 가볍게 입을 맞추려 했다. 기대할게. 그렇게 속삭이며.
"그럼 보여줄게. 조금 이따가..."
"방에서."
머리를 감겨주며, 귓가에 작게 속삭이고는 천천히 거품을 내어 네 머리를 씻어주었다. 아프지 않게 천천히, 손가락을 이용해서 네 머릿결을 풀어주고, 꼼꼼하게 씻어주는데에 집중한 뒤에. 다시금 따듯한 물로 네 머리를 헹구어주고는, 트리트먼트를 이용해서 네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져주기 시작했다.
>>513 도쿄로 가는 길은 혼자가 아니었다. 출발하는 길, 기차에 타는 길, 지하철을 타는 길 모두 같이 였다. 이렇게 도쿄에 오게 된 이유에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때로는 거창해야 하는 일도 있는 법. 그래. 오늘은 코우 씨의 부모님을 뵈러 가는 날이다.
"긴장되는 것은 오히려, 제 쪽이랍니다...... "
설명으로만 듣긴 했지만, 코우 씨의 부모님은 과연 어떤 분이실지. 생각 그 이상인 분이신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며, 맞닿은 손에 힘을 꼭 주어 잡고는 미즈호는 코우의 보폭에 맞춰 종종걸음으로 발을 옮겼다. 아직까지는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뭐가 됐던 간에 나는 분명,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고.
"솔직히, 조금 많이 떨리는 것 같답니다. 코우 씨는 준비되셨나요? "
긴장을 풀기 위해 미즈호는 코우를 향해 이렇게 가벼이 물으려 하였다. 물론, 결코 가벼운 마음가짐은 아니다.